제목 | 메트로: 엑소더스 | 출시일 | 2019년 2월 15일 |
개발사 | 포에이게임즈 / 딥실버 | 장르 | 서바이벌 FPS |
기종 | PC, PS4, XONE | 등급 | 청소년 이용불가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Eclaire |
어린 시절 상자나 블록을 쌓아서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놀았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고양이가 상자 안에 숨어드는 것을 좋아하듯이, 사람 또한 좁고 음습한 공간에서 이유 모를 안정감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핵전쟁 이후 지상의 방사능을 피해 지하철로 숨어든 인류의 이야기, ‘메트로 2033’의 설정도 이러한 인간의 본성에서 착안했다고 보는 것은 다소 과장된 시각일까요? 어쨌든 러시아의 작가 드미트리 글루홉스키에 의해 탄생한 ‘메트로 유니버스’는 깊고 튼튼하게 지어진 모스크바 지하철을 무대로 수많은 인간군상을 매력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거장을 여럿 배출해낸 근대 이후 러시아 문학계는 비록 변방이 되었지만, 늘상 전쟁에 대비하고 있을 법한 공산 국가의 철혈적인 이미지와 실제로 비밀 방공호를 여럿 감춰놓은 지하철은 타국의 독자들에게도 호기심을 불러오기 충분한 소재였을 것입니다.
‘더 위쳐’ 시리즈가 비디오 게임을 통해 인지도를 확대했던 것처럼, ‘메트로’ 시리즈 역시 비디오 게임의 직접적인 수혜를 얻은 작품입니다. ‘웨이스트랜드’나 ‘폴아웃’ 등의 작품이 증명했듯이 비교적 현실적인 설정을 근거로 판타지적인 세상을 그려낼 수 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은 비디오 게임의 세계에서도 매우 매력적인 소재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개발사인 4A 게임즈에서 만든 ‘메트로 2033’ 비디오 게임 버전은 사실 소설에 비하면 액션성이 많이 강한 편이라 원작에서 추구했던 메시지의 전달은 다소 희미해진 감이 있습니다. 메이저 개발사의 작품이 아닌 만큼 게임성에 아쉬운 부분도 있었고 스토리 중심 게임임에도 내러티브나 연출력도 다소 어설픈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죽어버린 지하철의 폐쇄적인 분위기와 핵겨울로 얼어붙은 지상의 모습을 그려낸 미려한 그래픽만큼은 주목받았고 차기작인 ‘메트로: 라스트 라이트’에서는 한층 보강된 게임성과 독자적인 스토리로 원작과 차별화되는 세계관을 구축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본 리뷰에서 다룰 ‘메트로: 엑소더스’는 모스크바 지하철을 떠나 이상향을 찾아 나서는 아르티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시리즈 최초로 구현된 오픈 월드와 한층 퀄리티가 올라간 그래픽으로 공개 직후부터 주목받은 작품이지만, PS4 버전의 경우 국내 한정으로 가격 논란을, PC 버전의 경우 에픽 스토어 기간 독점 논란을 불러오면서 뜻하지 않은 비난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메타크리틱 등 전문 평점 사이트에서는 역대 시리즈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고, 아무도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공식 한글화가 이루어진 덕분에 많은 게이머들이 애증 섞인 시선으로 이 게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저런 구설수와는 별개로, 본 리뷰에서는 철저히 게임성을 중심으로 평가를 풀어가게 될 것입니다.
‘메트로’ 시리즈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시각적인 완성도입니다. 시리즈의 첫 작품이었던 ‘메트로 2033’이 동유럽의 생소한 개발사의 손에 만들어졌음에도 원작의 팬이 아닌 일반 게이머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그래픽의 힘이었습니다. 사실 출시 직후에는 최적화가 좋은 편은 아니었고 기술적으로도 획기적인 부분은 없었지만, 당시로선 차세대 퀄리티의 기준으로 여겨졌던 다이렉트X 11을 지원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고가의 그래픽 카드를 지닌 유저들에겐 충분히 구미가 당기는 상품이었습니다. 2007년에 나온 ‘크라이시스’의 풀 옵션을 정복하는 것이 여전히 커뮤니티의 주요 화두였던 때였기에 이 괴물 같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은 PC 게이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다시 말해 ‘메트로’ 시리즈에서 그래픽은 게임의 정체성이나 마찬가지이며,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다행히 이 부분에서 ‘메트로: 엑소더스’는 시리즈의 전통을 잘 지켜가고 있습니다. 그래픽이 좋다는 것은 단순히 눈이 즐겁다는 뜻이 아니라 게임에 쉽게 몰입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작은 일단 유리한 지점을 선점하고 가는 셈입니다. 제 경우 Xbox One X 버전으로 플레이했는데, 콘솔로 게임하면서 PC 버전의 상옵, 또는 최상옵에 버금가는 퀄리티를 느낀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레이트레이싱 등의 신기술이 상용화되기 시작한 최신 그래픽카드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콘솔 기기의 성능 대비 최적화가 상당히 잘 된 편입니다. 4K 환경과 제한적으로나마 구현된 오픈 월드, 아낌없이 사용된 고해상도 텍스쳐 등을 감안하면 프레임도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다만 콘솔 버전에 한해 30프레임만을 지원하고 저해상도/고프레임 모드가 별도로 주어지지 않는 점은 매우 아쉽습니다. 그밖에 자잘한 단점을 꼽자면 게임을 처음 구동하는 단계의 로딩이 상당히 길다는 점, 때때로 팝인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 수정 불가능한 좁은 시야각과 과도한 모션 블러가 멀미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래픽 퀄리티 뿐만 아니라 미술적인 부분에서도 전작의 명성을 잘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려해진 모델링과 발전한 기술력에 힘입어 유령화된 지하철과 야만적인 세상의 분위기가 한층 되살아났고, 눅눅한 공기의 질감은 숨 막히는 폐쇄감을 더욱 가중시킵니다. ‘메트로: 엑소더스’부터는 오픈 월드 세계관이 일부 도입되면서 배경에도 변화가 생겼는데, 늪지에 세워진 마을과 폐공장, 호수가 말라 형성된 건조한 사막, 물가에 자리한 울창한 숲 등 다채로운 지역이 등장하여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에 다양성을 더합니다. 전작의 주된 배경이었던 지하철과 핵겨울로 얼어붙은 지상에서의 탐험을 주로 원하는 유저들에겐 다소 갑작스러운 변화일 수도 있으나, 게임 종반 즈음에는 다시금 ‘메트로’ 시리즈의 본질로 돌아가는 여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변화무쌍한 배경과는 별개로 어느 지역을 여행하든 시리즈 특유의 탁하고 폐쇄적인 분위기가 줄곧 유지된다는 점도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게임플레이 파트는 완전한 일직선 진행 게임이었던 전작들의 토대 위에 오픈 월드 세계관을 더한 형태입니다. 다만, 완전한 오픈 월드는 아니고 스토리의 진행 정도에 따라 자유로이 탐험할 수 있는 무대가 제한적으로만 주어집니다. 일정 지점을 넘어서면 이전 챕터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 탐사를 끝내두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게임 전체로 보면 탐험의 여지가 있는 오픈 월드는 고작 두 군데에 불과합니다. 그 이외의 파트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일직선 진행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기존 시리즈의 팬이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한 전작에서 호평받은 요소들, 이를테면 방독면에 묻은 이물질을 닦아내고 라이터로 거미줄을 태우는 등의 사실적인 묘사들은 충실히 계승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안정된 레벨 디자인과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힘입어 상당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플레이 성향에 따라 다른 결말이 기다리는 멀티 엔딩 시스템 역시 ‘메트로: 엑소더스’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선 엔딩을 보려면 비살상 플레이가 강제되기에 잠입 액션의 비중이 여전히 높습니다. 하지만 살상에 대한 패널티가 큰 편이었던 전작들과 달리 본작의 경우 순도 100%의 액션으로만 구성된 구간도 일부 있으며, 눈에 띄는 적을 전부 죽여도 큰 영향이 없는 구간도 있어서 선 엔딩을 보는 것이 비교적 쉬워졌습니다. 공략을 일일이 찾아가면서 모랄 포인트를 얻어야 했던, 전작의 이상한 방식을 벗어났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다만 잠입 플레이든 슈팅 플레이든 일직선 진행 구간에 한해서는 전체적으로 플레이 방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적들의 인공지능 수준도 전작 그대로라 잠입플레이의 패턴이 여전히 천편일률적이라는 점은 아쉽습니다.
그래도 전술했듯이 ‘메트로: 엑소더스’는 일부 구간이나마 오픈 월드의 형태를 취함으로써 전작들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본작이 얻은 가장 큰 수혜는 생존 게임의 성향이 한층 강해졌다는 것입니다. ‘폴아웃’ 시리즈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스토리의 영향도 있지만, 모든 것이 부족한 세계관에서 살아남기 위한 탐험과 수색의 재미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메트로: 엑소더스’ 역시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한 탐사는 매우 중요합니다. 주인공 아르티옴은 전작과 비교하면 내구력이 약한 편이라 일반 난이도에서도 총알 몇 방에 쉽게 죽어버리고 구급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체력이 자동으로 회복되지도 않습니다. 물에 빠지거나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총기에 때가 껴서 탄이 걸리고 공격력이 줄어드는 등의 패널티가 부여됩니다. 모든 제작과 수리에는 자원이 소모되는데 그마저도 작업대가 없으면 제한적으로만 가능합니다. 이처럼 타이트해진 환경 때문에 전작들보다 한층 적극적인 생존 플레이가 요구되고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선택권의 폭도 넓어진 편입니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메트로: 엑소더스’의 오픈 월드는 매우 고전적인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능동성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일단 구역 지도는 아르티옴의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향한 대략적인 방향, 서브 퀘스트의 위치 등만 제한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타 오픈 월드 게임의 지도 시스템과 비교하면 편의성은 뒤떨어지지만, 반대로 말하면 어느 지역에 무엇이 있는지 플레이어가 직접 발을 들여놔야만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망원경을 이용한 간접 정찰은 가능). 이는 게임 내 모든 시스템이 재래식으로만 기능하는 ‘메트로’ 시리즈와의 분위기와 상당히 잘 어울립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 게임은 ‘폴아웃’ 같은 RPG가 아니기 때문에 딱히 경험치 보상도 없는 서브 퀘스트를 굳이 찾아다니면서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자원을 원한다면, 혹은 더 많은 전투를 원한다면, 특정 지점에만 위치한 업그레이드 파츠를 구하거나 엔딩에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를 보길 원한다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기도 합니다. 들러야 할 특정 지점을 마킹해놓고 달성률을 퍼센티지로 보여줌으로써 탐험에 의무감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의 선택에 모든 것을 맡기는 방식인 것입니다.
무기 파츠나 자원 수급과 같은 실리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더라도, ‘메트로: 엑소더스’의 오픈 월드는 세계관을 즐기는 방식의 일부이기에 충분히 탐험할 가치가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적들의 급습, 의도치 않은 NPC와의 만남 등 자잘한 이벤트가 적게나마 준비되어 있고, 주변의 정황과 문서, 녹음테이프 등의 요소를 통해 이 지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유추하는 간접적인 스토리텔링을 즐길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폴아웃’ 시리즈의 영향이 느껴지면서도 때로는 현실적으로, 때로는 몽환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메트로’ 시리즈 고유의 내러티브를 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왕 스토리 이야기가 나온 김에 좀 더 깊게 파고들어 보도록 하죠. 시리즈의 첫 토대를 닦은 원작 소설 ‘메트로 2033’의 경우 지하철이라는 무대를 잘 활용하여 사상적,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정차역들의 면모를 담아냄으로써 마치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잘 살린 바 있습니다. ‘메트로: 엑소더스’의 스토리 역시, 미려한 그래픽으로 구현해낸 여러 지역을 지나치면서 멸망 이후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지하철을 벗어나 러시아 전역으로 무대가 넓어졌을 뿐, 스토리텔링의 방식은 오히려 원작 ‘메트로 2033’의 본질로 돌아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검은 존재와 아르티옴 사이의 교류를 주제로 내세웠던 ‘메트로: 라스트 라이트’까지는 그나마 원작과의 접점이 있었던 반면, ‘메트로: 엑소더스’부터는 거의 독자적인 스토리로 갈아탔다는 점에서 팬들의 반발이 어느 정도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만 되어 있다면, ‘메트로: 엑소더스’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본작의 스토리에도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스토리는 좋은데 스토리텔링의 완성도가 너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딱딱한 성우 연기, 쓸데없이 많은 대사, 어색한 표정 애니메이션, 묘사하기보다는 주입하려 하는 이야기 방식 등 전작에서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부분들이 거의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스토리의 큰 줄기와는 별개로 정작 각각의 장면에는 몰입하기 어려운 모순이 발생합니다. 전작들에 이어 이번 작품에도 주인공 아르티옴은 로딩 화면과 챕터 이동 구간을 제외하고는 침묵을 지키다 보니 주변 인물들이 굳이 나서서 이야기의 진행 상황을 열심히 설명하는 작위적인 상황이 여러 번 발생합니다. FPS 게임에서 과묵한 주인공은 고전적인 클리셰지만, 그러한 설정을 게임 내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도 개발진의 능력인데, 세 작품이나 시리즈를 내면서도 발전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비판의 소지가 있습니다. 더욱이 ‘메트로: 엑소더스’부터는 부인과 동료들까지 여행에 동참하는 만큼 전작들에 비해 대사량이 한층 많아졌는데도 주인공은 끝끝내 말을 하지 않으니 자연스레 주변 사람들이 수다쟁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주요 이벤트와 대화 구간을 스킵하는 기능도 없어서 2회차 플레이를 할 때는 지루함이 가중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다행인 것은, 이러한 스토리텔링의 아쉬움은 다른 장점들 덕분에 어느 정도 무마된다는 것입니다. 미려한 그래픽으로 구현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처연한 분위기, 새로운 곳에 발을 들일 때마다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반전, 전작의 장점을 잘 계승한 암살과 슈팅의 재미, 그리고 본작에서 새로이 추가된 오픈 월드 세계의 탐험 등, 전체적으로 보면 전작들에 비해 모든 면에서 발전한 수작으로 불러도 무방합니다. 챕터 각각의 레벨 디자인도 절묘하게 완급조절이 되어 있고 생존 게임으로서의 요소가 한층 강화된 덕분에 게임플레이 파트의 흡입력 하나만으로도 ‘메트로: 엑소더스’는 싱글플레이 게임 마니아라면 꼭 즐겨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사실 ‘메트로: 엑소더스’에서 어설픈 스토리텔링이나 발전 없는 인공지능 같은 문제는 사소한 걸림돌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게임의 진짜 문제는 게임플레이 그 자체가 아닌 표면적이고 부차적인 부분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게임 자체가 너무 불안정합니다. 전반적으로 자잘한 버그가 상당히 많은데다가 필자의 경우 콘솔 버전으로 플레이했음에도 하루에 한 번 이상 프리징으로 인한 강제 종료를 경험해야 했습니다. 일부 유저들의 경우 진행 불가 버그에 걸리거나 이상한 지점에서 자동 세이브되는 바람에 게임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제한적이나마 오픈 월드를 구현한 이상 캐릭터의 움직임을 한정하기 위해 지형과의 상호작용을 뚜렷하게 만들어놓았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좀 어설픈 부분도 많이 눈에 띕니다. 전반적으로 마감이 부실하다는 인상을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편의성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닙니다. 지도 시스템이 불편하게 만들어진 것은 의도된 사항이라 쳐도,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답답함을 느낄만한 요소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일단 수집 가능한 아이템을 구분하기 어려운 것부터가 문제입니다. 게임의 특성상 사방에 오브젝트가 널려 있는데 그중에서 플레이어가 집어 들 수 있는 아이템은 무엇인지를 시각적으로 명확히 보여주질 않습니다. 이 때문에 적을 죽인 이후에도 시체를 뒤지거나 무기의 개조부품을 빼가는 것조차 쉽지가 않습니다. 사물 두 개가 서로 겹쳐 있을 때는 아래쪽에 깔린 물건을 타게팅하려면 에임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요행으로 골라지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플레이어가 가까이 다가갔을 때만이라도 상호작용한 아이템을 하이라이트 해서 보여주는 기능을 넣었다면 훨씬 좋았을 겁니다.
콘솔 버전 한정으로 조작감이 심각하게 나쁘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30프레임 제한과 수직 동기화로 인해 발생하는 입력지연의 체감이 크고 아날로그 스틱의 데드존이 너무 크게 설정되어 있어서 에임을 미세조절하기가 상당히 힘든 편입니다. 이 두 가지 문제는 PS3 / Xbox360 시절에는 어느 게임에서나 빈번하게 발생했던 현상이지만 최근에 와서는 사실상 체감하기 힘든 구시대의 유물인데, 개발진의 경험 및 노하우 부족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에임을 돌릴 때 가속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서 화면 전환이 너무 느린데다가 비직관적인 방식의 에임 어시스트가 적용되어 있다는 점도 게임플레이를 번거롭게 만듭니다. 물론 ‘메트로’ 시리즈는 정통파 FPS라기보다는 생존 게임에 가깝고 스토리와 분위기를 즐기는 어드벤쳐 게임의 성향도 강한 편이기에 굳이 정교한 에임 옵션을 제공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조작감은 게임 몰입에 악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다행히도 개발사에서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조만간 패치하겠다는 공지가 올라간 상황이니 곧 해결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리뷰 내용을 정리하자면, ‘메트로: 엑소더스’는 ‘먹기 불편한 그릇에 담긴 맛있는 음식’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게임플레이는 재미있으나 무수히 많은 버그와 크래시, 끔찍한 조작감 때문에 제대로 즐기기 어렵고, 좋은 스토리와는 별개로 그것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으며, 오픈 월드 탐험은 흥미롭지만 부족한 편의성과 덜 된 마감 때문에 몰입이 깨지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리뷰 초입에 외부적인 문제는 철저히 배제한 채 게임성만으로 평가하겠다 했으나, 정작 본 게임마저도 가치 있는 내용물을 지저분한 포장으로 더럽히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글판의 경우 번역의 질이 좋은 편이 아니고 폰트가 겹쳐서 나오는 등의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게임 개발 과정도 그렇고 마케팅 단계에서도 시간에 쫓겨 주먹구구식의 운영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에 충분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조작감이나 크래시, 최적화, 버그 등의 문제는 패치로 개선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몇 가지 자잘한 결점을 제외하면, ‘메트로: 엑소더스’는 싱글플레이 전용 게임으로서 충분히 좋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작의 단점마저도 일부 계승했다는 사실이 아쉽기는 하나 비디오 게임 개발사로서는 변방에 속하는, 동유럽에서 나온 게임이어서인지 다소간의 투박함은 이제 시리즈의 아이덴티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애초에 출시 전부터 구설수가 많았고 나쁜 조작감 때문에 첫인상이 좋은 게임은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더럽혀진 장막의 이면에 감추어진 결과물은 충분히 시리즈의 명성에 부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 한편에 아쉬움이 남아 있음에도, ‘메트로: 엑소더스’를 여전히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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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한정이겠지만, 번역 퀄리티가 끔찍한 수준이라 평가를 도저히 좋게 줄수 없어요. 영어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구글 번역기만 써서 번역한거 같음. 스토리 텔링이 핵심인 게임에서 너무 큰 감점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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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격때문에 아웃. 장난치는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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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겜이 될뻔한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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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에 더러움 시스템은 진짜 너무 불편하게 만들어서 이해가 안되더군요.실내에서만 쏘는데도 진흙이 묻어있는거 보니 참 어이가 없어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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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는건지 노가다를 하는건지 뭔 잡일을 그리많이 시키는지... 미션보기도 어렵고 길찾다가 시간다 보내는듯... 기차타고 경치구경이 그나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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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겜이 될뻔한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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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차끌고 갈때 나오는 음악 진짜 두고두고 기억남.. 그 부분 하나만 봤을땐 개인적으로 역대급 음악과 비장미가 넘쳤음... | 19.03.19 12: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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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한정이겠지만, 번역 퀄리티가 끔찍한 수준이라 평가를 도저히 좋게 줄수 없어요. 영어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구글 번역기만 써서 번역한거 같음. 스토리 텔링이 핵심인 게임에서 너무 큰 감점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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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격때문에 아웃. 장난치는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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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이리 비추가 이리 박혔지? 나름 공감하는글인데 | 19.03.14 03:5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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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의견은 존중하지만 말에 앞뒤가 안 맞는데? 스토리와 분위기만 믿고 가는 게임인데 이제 그래픽과 분위기빼곤 남는게 없음? 게임성이 미미하게 나아졌다? 그럼 결과적으로 전편들보다 소폭 나아졌다는거 아님? 메타가 딱 그 정도 올랐는데? 가격이야 문제있는건 맞지만 그건 메타랑 무관한 한국 사정이고... | 19.03.24 21: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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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에 더러움 시스템은 진짜 너무 불편하게 만들어서 이해가 안되더군요.실내에서만 쏘는데도 진흙이 묻어있는거 보니 참 어이가 없어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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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는건지 노가다를 하는건지 뭔 잡일을 그리많이 시키는지... 미션보기도 어렵고 길찾다가 시간다 보내는듯... 기차타고 경치구경이 그나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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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스페이스3 생각남 | 19.03.14 03: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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