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 익스팅션 | 발매일 | 2018년 4월 10일 |
제작사 | 사이언 갤럭시 / 모더스 게임즈 | 장르 | 액션 |
기종 | PC, PS4, XONE | 등급 | 16세 이용가 |
언어 | 비한국어화 | 작성자 | Eclaire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큰 것, 거대한 것, 웅장한 것은 전 인류의 공통된 로망이었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궁전을 지어 자신의 위세를 과시했던 옛 권력자들의 취향과 공룡, 또는 거대로봇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순수함은 본질적으로는 같은 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일본 오다이바에 1:1 비율의 건담이 세워졌을 때 건덕들이 환호한 이유와 ‘천원돌파 그렌라간’이라는 다소 막 나가는 설정의 열혈물이 큰 인기를 얻은 배경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지금도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 가장 높은 산, 가장 깊은 바다, 더 나아가 우주에서 가장 큰 별을 찾아 헤매면서 ‘최대’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기를 좋아합니다. 순전히 효율상의 이유로 지구상의 동물들의 대다수가 점점 작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해왔음에도 크다는 것은 곧 강하고 아름다운 것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쉽사리 치부되곤 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모든 것이 거대했던 과거를 향한 향수가 유전자 단위로 각인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거대함은 때론 두려움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인류는 산사태와 해일, 화산 폭발 등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매번 무력화되어왔고 재앙은 곧 신적인 권능이라 믿으며 신전을 짓고 제사를 지내는 등의 주술적인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고자 했습니다. ‘진격의 거인’은 이러한 재앙을 향한 유서 깊은 두려움을 인격화함으로써 신선한 반향을 불러온 작품이었습니다. 태생을 알 수 없는 기괴하고 거대한 괴물들이 밑도 끝도 없이 몰려오는 절망적인 세계관은 단어 그대로 우주적인 사이즈의 공포, 즉 ‘코스믹 호러’를 불러왔고, 입체기동장치라는 장비의 힘을 빌려 거인에 대항한다는 설정은 거대한 것은 거대한 것으로 맞선다는 기존 서브컬쳐의 통념을 깨트렸습니다. ‘철인 28호’나 ‘아이언 자이언트’ 등의 작품에서 보여준 사람이 조종하는, 혹은 사람의 편에 서는 거인이라는 다소 낭만적인 시각을 배제하고 나약한 존재인 인간 본연의 힘만으로 거대한 것을 사냥하는 과정에서 역설적인 카타르시스를 추구한 것이죠.
본 리뷰에서 다룰 ‘익스팅션’은 플레이 영상이 공개되었을 때부터 서양판 ‘진격의 거인’이라는 평가를 들으며 컬트적인 기대를 모았던 작품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익스팅션’은 그러한 기대치를 단 1%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재미 여부를 떠나 완성도와 콘텐츠, 그리고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성 등 모든 면에서 수많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으며, 작고 나약한 힘으로 크고 강한 존재에 맞서는 긴장감을 전혀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신랄하게 표현하자면 ‘거인과 인간의 대결’이라는 콘셉트는 그냥 게이머의 주목을 끌기 위한 미끼일 뿐이고, 정작 튀어나온 결과물은 사실상 소비자 기만에 가까운 물건입니다. ‘익스팅션(Extinction=멸종, 절멸, 소멸)’이라는 위압적인 단어를 제목으로 택하면서까지 존재감을 과시하려 했지만 실상은 허울에 불과할 뿐, PC판을 기준으로 2.3GB를 넘지 않는 용량은 본작의 게임성과 무서우리만큼 정확히 일치합니다. 용량이 게임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으나, 59.99달러짜리 풀프라이스 게임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죠. 어쨌든 개인적인 평가로는 장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게임이니 본 리뷰 역시 단점만을 열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본작은 외양적인 부분에서부터 상당히 미숙한 완성도를 보입니다. 스크린샷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익스팅션’의 그래픽은 Xbox360 및 PS3 세대의 그것에서 딱 해상도만 올린 수준입니다. 오히려 하드웨어 스펙도 부족하고 저해상도의 한계가 명백했던 과거의 게임들보다도 디테일한 표현력이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부족한 그래픽 퀄리티 문제를 무마할 수 있는 특별한 미술적 요소나 콘셉트가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펙트는 지저분하고 마감은 너무 부실해서 본작과 비슷한 카툰풍의 그래픽을 채용한 여타 작품들과는 비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고, 미술적인 다양성도 심각하게 부족한지라 몇 안 되는 모델링과 건물 디자인을 게임 전반에 걸쳐 수없이 돌려막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그래픽의 만듦새가 상당히 성의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성의‘ 문제는 그래픽뿐만이 아니라 게임 전반에 걸쳐서 고질적으로 드러나는 본질적인 결점이기도 합니다.
그래픽 이외의 부분을 살펴보기 시작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익스팅션’에는 비디오 게임의 경험을 구축하는 여러 가지 필수적인 요소들이 대부분 미완성이거나 혹은 결여되어 있습니다. 너무나도 허술한 물리 엔진 때문에 캐릭터는 분명 평지를 달리고 있는데 마치 허공답보를 하는 느낌이고 지형과 움직임 사이의 상호작용은 구색만 갖추어진 수준이라 게임 내내 몰입감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적들에게 피격당할 때를 제외하면 충돌 이펙트는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여서 몇몇 오브젝트는 캐릭터와 닿기만 했는데도 먼지처럼 박살나기도 하고 진행경로에 NPC가 서 있을 경우 마치 벽에 부딪힌 것처럼 갑작스레 제동이 걸리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완성도가 이 지경이니 관성이나 가속 같은 고차원적인 물리효과는 이 게임에선 눈 씻고 찾아봐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거인을 사냥하는 게임의 콘셉트에 걸맞은 무게감도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라브니(Ravenii)’라고 불리는 거인들은 몸집만 비대한 괴물일 뿐 사이즈에 걸맞은 위용이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게임 내의 모든 파괴 효과는 마치 바스러지는 종잇조각을 연상케 하는 이펙트로 통일되어 있어서 거인의 공격에 도시가 박살나든 버스 한 대만 한 크기의 팔다리를 잘라내든 잔해는 허공에서 먼지처럼 사라져버릴 뿐입니다. 오랜 사투 끝에 덩치 산만 한 거인을 때려잡고 시체가 쓰러지면서 사방천지가 진동하는 육중함 같은 것은 이 게임에서 절대 기대해선 안 됩니다. 압도적인 사이즈로 팔다리를 휘둘러대는 시각적인 요소와 딱 구색만 갖춰진 공격 및 피격 이펙트 덕분에 그나마 최소한의 현장감이라도 느껴질 뿐, 본작에 등장하는 거인들은 실속이 전혀 없고 내부는 텅텅 비어있는 풍선 인형을 방불케 합니다.
액션 게임이니 전투 파트의 완성도만 높았다면 다른 결점들은 어느 정도 묵인할 수 있었겠지만, 그마저도 처참한 수준입니다. 일반 잡졸을 사냥할 때는 일반적인 3인칭 액션 게임들과 비슷한 방식의 콤보 전투를 치르게 되는데, 약공격이나 강공격 등의 구분이 전혀 없고 하나의 버튼으로만 전투를 하다 보니 서로 다른 공격 타입을 조합해서 화려한 콤보를 펼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여타 게임들에 비해 전투의 깊이가 심각하게 부족합니다. 업그레이드를 통해 콤보를 약간 확장시킬 수 있긴 한데 게임의 판도를 바꿀 만큼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 적들의 종류와 패턴이 다양하지도 않고 위협적이지도 않다 보니 조금만 주의하면 사실상 잡졸들과의 전투에서는 죽을 일이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전투에 긴장감이 없고, 공방을 주고받는 재미도 많이 떨어집니다.
거인들과의 전투라고 해서 상황이 더 나은 것은 아닙니다. 거인에게는 ‘룬 스트라이크’라고 불리는 별도의 기술로만 대미지를 줄 수 있는데, 사지를 절단하거나 방어구를 깨는 것은 제한 없이 가능하지만 목을 베어 완전히 무력화하려면 생존자 구출이나 잡졸 사냥 등의 수단으로 룬 에너지를 최대 게이지까지 채워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거인 사냥의 프로세스가 너무나도 일차원적인 나머지 결과적으로 개연성적인 측면의 문제를 야기합니다. 일반 잡졸들조차도 최하위 등급을 제외하면 2방 이상 버티는 룬 스트라이크를 정작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는 거인들은 방어구를 해제하기만 하면 단 한 방만 맞아도 팔다리가 뭉텅뭉텅 잘려나가는 것부터가 일단 상당한 위화감을 불러옵니다. 대신 방어구의 종류를 세분화하고 파괴 방법을 달리 설정함으로써 공략법에 차별화를 두긴 했는데, 그 과정 역시도 특정 패턴을 파훼하고 룬 스트라이크로 박살내는 공식만큼은 철저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본작의 개발진은 정말 끔찍하게도 상상력이 없거나 혹은 게으르거나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거인과 인간의 대결은 압도적인 힘의 격차가 존재하는 불합리한 승부입니다. 따라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보잘것없는 힘을 지닌 인간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거인에게 유효한 대미지를 줄 수 있는 전략이나 장치, 혹은 기술을 동원함으로써 개연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적대세력을 굳이 ‘거인’으로 설정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진격의 거인’은 원작 코믹스에서 입체기동장치라는 장비를 통해 거인 사냥에 개연성을 부여했고 트리키한 액션 묘사는 작품의 재미를 더하는데 주효한 역할을 했습니다. 반면 ‘익스팅션’은 작은놈은 작은 공격으로, 큰놈은 큰 공격으로 상대한다는 아주 단순무식한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일개 인간인 주인공이 그처럼 무시무시한 힘을 낼 수 있는 이유는 비밀리에 전승되어 온 기술을 배웠기 때문이라는 아주 편리한 설명으로 퉁치고 넘어갑니다. 이쯤 되면 주인공이 굳이 조그마한 인간이어야 할 이유도 없어지고 거인과 인간의 대결이라는 콘셉트는 의미를 잃고 맙니다.
불편한 카메라와 쓸데없이 빠른 게임의 템포도 전투의 재미를 깎아 먹는데 일조합니다. 3인칭 카메라는 미묘하게 중앙이 아닌 아래쪽을 향하고 있어서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많고, 회전 가능한 상하 폭이 너무 좁다 보니 에임 조준으로 발동되는 룬 스트라이크를 시전할 때 상당한 답답함을 유발합니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수준 낮은 물리 엔진 문제가 더해지면서 결과적으로 조작감이 좋다고는 말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캐릭터의 움직임도 지나치게 빠른 편이어서 정교하게 움직이기 힘들고 때로는 의도치 않은 행동이 시전될 때도 있습니다.
역대 3인칭 액션 게임들 중 가장 재미 없는 전투였다.
방어구를 박살내고 거인의 목을 베는 공략 과정이 너무나도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붕 뜨는 느낌의 물리 엔진과 미묘하게 답답한 카메라는 게임 내내 거슬리는 요소.
게임의 목표 중 하나인 생존자 구출도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게임에서 생존자 구출이라는 콘텐츠는 위협하는 적을 제압하고 생존자를 안전한 곳까지 호위 또는 아군에게 인계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반면 ‘익스팅션’에서는 생존자 NPC들이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는 수정 옆으로 다가가서 Xbox One 컨트롤러를 기준으로 Y 버튼을 꾹 누르기만 하면 됩니다. 이 역시도 주인공이 차원 이동 관련 기술을 보유했다는 설정으로 은근슬쩍 넘어가려 하지만, 게임의 프로세스적인 측면에서 보면 실소가 나오는 부분입니다. 생존자를 수정 옆까지 안내한다든지 하는 세부적인 디테일이 전혀 존재하지 않다 보니 플레이어가 하는 행동이 생존자 구출인지 아니면 버튼을 찾아 누르러 다니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것입니다. 개연성을 확보하는 중간단계를 다 생략하고 룬 에너지를 모아서 목을 베기만 하면 되는 거인 사냥의 프로세스와 동일한 문제점이 여기서도 발견되는 것이죠.
물론 수정 주변에는 포탈 여는 것을 방해하는 잡졸들이 나타나긴 합니다. 그런데 적을 다 정리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경우가 많은 여타 게임들과 달리 본작에서는 적들의 공격을 무시하고 꿋꿋이 포탈 시전을 하다 보면 생존자 구출이 완료됩니다. 생존자 구출 시간을 단축하는 업그레이드에 투자하면 더더욱 잡졸을 잡을 이유가 없어집니다. 그나마 게임 중반 이후에는 주변에 적이 있을 경우 포탈 시전이 늦춰지는 큰 수정이 등장하긴 하는데, 게임 내에 등장 빈도가 많은 편이 아니라서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존자 구출이 주 임무인 미션에서는 수정만 찾아다니면서 적이 공격하든 말든 Y버튼만 누르는 꼼수로 2~3분 내로 미션을 끝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결국 본작에서 생존자 구출은 개연성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시스템적으로도 허점이 많은 콘텐츠인 셈입니다.
이왕 개연성 이야기가 나온 김에, 스토리텔링의 문제점도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스토리의 큰 줄기 자체도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보다는 스토리와 게임을 결합하는 방식에 대해 지적하고자 합니다. ‘익스팅션’에는 일반적인 비디오 게임에서 활용되는 리얼타임 컷신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대신 RPG에서 자주 쓰이는 대화창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데, 3인칭 액션 게임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감안하면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주인공은 전장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는데 어디 있는지도 모를 동료들과 마치 텔레파시를 나누는 것처럼 끊임없이 대화를 합니다. 챕터 사이마다 과거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끼워 넣긴 했지만 퀄리티가 상당히 조악한데다가 분량마저 얼마 되지 않아 이야기의 중심을 이끌어가기엔 부족합니다.
한마디로 ‘익스팅션’의 게임플레이와 스토리텔링은 서로 지나치게 분절되어 있습니다. 이 문제는 본작의 게임플레이가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형식적으로만 꾸며져 있기에 더욱 심화됩니다. 게임에서 요구하는 목표는 잡졸과 거인을 때려잡고 생존자를 구출하는 것이 전부이며, 그러한 범주를 벗어나는 차별화된 목표가 제시되거나 스토리와 결부되는 색다른 연출이 들어가는 경우는 절대 없습니다. 따라서 전투 도중에 삽입된 인물들 간의 대화는 사실 이 게임에서 완전히 배제해버린다고 해도 본질적으로는 게임성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하프라이프’가 전설적인 FPS 게임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게임플레이에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녹여냈기 때문이었습니다. 반면 ‘익스팅션’은 게임플레이는 게임플레이 자체로만 존재하고 스토리는 텍스트나 동영상으로만 때웠던 고전 FPS 게임들의 방식을 고스란히 차용하고 있습니다. 그때는 그런 것이 당연했고 특히 초기작 ‘둠’의 경우엔 용량의 한계 때문에 그랬다는 변명이라도 가능하지만, 2018년에 발매된 최신작에서 이처럼 조악한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채택했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스토리텔링에서 매력을 느낄 수 없다면 게임플레이라도 재미있어야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리뷰 전반에서 수없이 언급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이 게임에는 게임플레이의 퀄리티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바로 난이도를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익스팅션’은 사실 전투가 어려운 게임은 아닙니다. 거인의 공격력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한방에 사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긴 하지만 체크포인트 시스템이 없고 죽으면 인근에서 부활하는 방식이라 죽음은 그냥 시간이 조금 더 지체되는 정도의 페널티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임무에 부여된 시간이나 구해야 하는 시민의 머릿수, 도시의 파괴 진행도 등 플레이어가 관여할 수 없는 요소들로 난이도를 조절해놨다는 겁니다. 게임 중반을 넘어서면 이 문제가 극단적으로 드러나는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파괴할 수 없는 장갑을 두른 거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룬 에너지를 모으다가 도시가 다 박살나서 미션이 실패해버리는 허탈한 상황이 꽤 자주 발생합니다.
심지어 몇몇 미션은 부가 임무와 플레이 지역이 랜덤으로 설정되기도 합니다. 개발진의 입장에서는 다회차 가치를 살리기 위한 의도였다고 변명하겠지만, 실상은 미리 준비해둔 정교한 레벨 디자인이나 스크립트가 이 게임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종반에 다가설수록 승리 조건은 점점 어려워지는데 등장하는 거인의 종류와 지역은 완전한 랜덤이라 극단적인 경우엔 미션을 계속 재시작해서 유리한 조건을 설정해야만 클리어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클리어 조건과 전투 지역이 고정된 일반 미션조차도 게임의 구성 측면에서는 랜덤 미션과 크게 다를 바가 없으며, 어떤 미션이든 예외 없이 몇 가지 변수를 집어넣고 난수 생성기를 돌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변수의 종류라도 다양하면 모를까, 잡졸과 거인, 공략해야 하는 방어구의 종류는 다 합쳐봐야 얼마 되지도 않습니다.
리뷰 전반에서 가장 많이 쓰인 표현은 ‘없다’, ‘부족하다’, ‘미완성이다’, ‘존재하지 않는다’ 등이 아닐까 합니다. 결국 ‘익스팅션’의 문제는 ‘결여’라는 단어 하나로 귀결됩니다. 결여된 그래픽적 요소와 결여된 물리 엔진, 결여된 전투 시스템, 결여된 스토리텔링, 결여된 레벨 디자인 등 부족한 면면을 일일이 손꼽다 보면 재미의 유무 여부를 떠나 본작이 59.99달러짜리 풀프라이스 게임으로서 온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게 됩니다. 이는 ‘노 맨즈 스카이’나 ‘씨 오브 시브스’, ‘데스티니’와 같이 출시 직후 콘텐츠 부족 문제에 시달렸던 여타 게임들과는 전혀 다른 사례입니다. 그 게임들은 적어도 시스템적으로는 완성되어 있었고 다소 편법적인 방법으로나마 반복플레이의 동기를 부여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익스팅션’은 어디부터 손봐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을 정도로 게임성에 공백이 가득하며 싱글플레이 전용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미션을 랜덤적인 요소에 의존한 반복적인 콘텐츠로 무성의하게 채우고 있습니다. 이것이 정말 제대로 된 테스트를 거친 물건인지조차 의심스럽고 만약 테스트를 거쳤다면 개발진의 태만을 비난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인과 인간의 대결’이라는 특이한 콘텐츠조차도 수많은 허점을 감추기 위한 방편에 불과합니다. 만약 본작이 20달러 내지는 30달러짜리 저예산 게임으로 발매되었다면 그나마 비난이 덜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예산 게임들은 부족한 자본의 이유로 화려한 그래픽이나 정교한 연출을 도입할 수 없기에 그 나름대로 AAA급 타이틀과 차별화되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게임성의 깊이만을 따져보면 오히려 풀프라이스 게임들보다 훨씬 뛰어난 작품들도 많습니다. 반면 ‘익스팅션’은 3인칭 액션이라는 대중적인 장르와 친근한 카툰풍의 그래픽을 내세워 AAA급 타이틀인 것처럼 자신을 포장해놓고 실상은 5달러짜리 게임만도 못한 깊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때로는 너무 심하게 못 만들어서 컬트적인 인기를 얻은 게임들도 있으나 너무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본작의 게임플레이는 그러한 사례에 편입되는 것조차 방해합니다.
서문에서 거대한 것들을 향한 사람들의 로망, 혹은 두려움에 대해 쓸데없이 길게 언급한 것은, ‘익스팅션’이라는 작품이 비디오 게임이라는 범주를 떠나 어떠한 큰 그림을 추구해야 하는지 제 나름의 희망을 담아 이야기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본작은 그런 논의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한 편의 게임으로서 완성된 형태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과거를 들먹이면서 현재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배트맨 : 아캄 나이트’의 잘못된 PC 포팅으로 유명한 ‘아이언 갤럭시’가 본작의 개발사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게임이 추구했던 거대한 가치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아니, 애초에 이 게임의 개발진들에게 목표의식이나 지향점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했을까요? 재앙과도 같은 거대한 위협에 맞서는 긴장감을 원했던 게이머들의 기대가 산산이 부서진 지금, 우리 앞에는 마치 재앙이 휩쓸고 간 자리처럼 공허한 빈터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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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악평 기사는 처음이다.얼마나 구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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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향은 더 쓰라는거고 지양이 맞는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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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쓸려고 게임에 투자한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신듯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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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벌레들 슬슬 기어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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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해서 댓글 봤더니 역겨운 벌레들이 꼭 기어나와서 더럽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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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악평 기사는 처음이다.얼마나 구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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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은 일부러쓴듯 ㅋㅋ | 18.05.05 20: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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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1RA
지향은 더 쓰라는거고 지양이 맞는 단어. | 18.04.29 09: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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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글에서는 뭔 정치적 의도를 갖고 표현한 단어도 아니고 사회에서 터부시할 명사도 아닌데 너무 신경쓰시는 것 아닌지. | 18.04.29 13: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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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뭔 일베같은; | 18.04.29 15: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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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에 태극기 거는것좀 좀 지향해주셧으면.. | 18.04.30 17: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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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이랑 일베들 덕분에 평범한 단어가 전부 이상하게 되버렸지요.. | 18.04.30 20: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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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rchive.is/cx3eW | 18.05.01 09: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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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레
http://archive.is/GEqXo | 18.05.01 09: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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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rchive.is/qU5x1 | 18.05.01 09: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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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36824547 | 18.05.01 09: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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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36925938 | 18.05.01 09: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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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에는 죄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양을 지향이라고 쓰는것부터 어그로 꾼으로서는 만랩이시네요. | 18.05.01 13: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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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저 무식한 벌레놈이였구나 | 18.05.01 17: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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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보고 흠칫 했지만.. 재앙재앙 거리는 것들에게 오히려 당당할 필요가 있다. | 18.05.02 03: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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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이라는 단어를 '지향'해달라고 한걸 보면 이 게임이 얼마나 망게임인지를 잘 아시는 분인듯... 그정도로 재앙이라고 더 많이 표현해 달라는 얘길테니... | 18.05.02 09: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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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위에 문재앙이라고 벌레가 있는데;;; | 18.05.02 21: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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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야...일밍아웃은 노무한거 아니노...? | 18.05.04 18: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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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참... 싸그리 다 낚였네 ㅋㅋㅋ 상황파악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함. 1. AK1RA(220.117) <- 이 새키 일1베츙이고 일부러 '재앙이라는 단어 좀 지향해주셨으면..'이라 적어 어글을 끔. 지'향'은 오타가 아니라 일부러 적었던 것. 2. 그 밑에 아무레, 나막 등등 줄줄이 낚여서 뜬금포 북유게 까고 불고 이불킥짓거리 중 | 18.05.06 05:19 | |
(IP보기클릭)110.35.***.***
frogteam(19512) 211.47.***.*** 그래도 저건 산사람 구하느라 쓴 세금이지.. 세월호는.. 에휴.. https://web.archive.org/web/20170719010713/http://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34155292 --------------------------------- 양심 뒤진 ㅇㅂ | 18.05.06 19: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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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벌레들 슬슬 기어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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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해서 댓글 봤더니 역겨운 벌레들이 꼭 기어나와서 더럽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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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미맨
닉값하시네요 회사마냥 막장이네요 사고가 | 18.05.03 19:04 |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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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도 쓰지맙시다 ㅋㅋㅋㅋㅋㅋㅋ | 18.05.01 13: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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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찐따놈들 요구는 들어줄 이유가 없지요 | 18.05.01 17: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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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츙이 지'향'이라는 글자로 일부러 분탕친 거라잖아요. | 18.05.06 05: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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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니 생이 끝나는 날? | 18.05.06 03: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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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본진으로 돌아가라 좀. | 18.05.06 03: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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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멍청한 양비론이야 | 18.05.06 05: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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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리나보죠 ㅎ | 18.05.09 17: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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