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 더 서지 | 발매일 | 2017년 6월 27일 |
제작사 | 덱13 인터렉티브 | 장르 | 액션 RPG |
기종 | PS4 / PC | 등급 | 청소년 이용불가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Maybe |
첨단 기술로 점철된 미래는 과거에는 정말로 아득히 먼 상상 속의 이야기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묘하게 현실성이 있는 미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소재는 장르를 막론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채용되곤 하죠. 대부분은 유토피아보다도 디스토피아가 더 많이 그려지곤 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자극적인 면모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단순히 자극적이기 때문에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 다른 관점으로 보자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는 묘하게 닮은 점이 많은 거울 같은 녀석들이기 때문이죠. 이번 리뷰 타이틀인 더 서지는 로드 오브 더 폴른을 제작했었던 덱13 인터렉티브에서 개발한 작품입니다. 중세를 배경으로 했던 로드 오브 더 폴른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완전히 고도화된 미래를 담고 있죠.
한국어화는 언제나 환영이야! 지갑은 조금 다르지만. |
흠... 글쎄. 유토피아는 영원히 달성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한데 말이야. |
■ CREO는 당신을 원하고 있다.
만약, 특정 신체 부위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면 그 고통은 얼마나 심할까요. 그리고 또 만약에 발달된 기술을 기반으로 그런 불편한 것들을 해소할 수 있다면? 더 서지는 이런 기술들이 실존하는 SF 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워렌은 하반신에 문제가 있어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죠. CREO에 입사해 외골격 리그를 받아 일을 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더 서지의 세계관에서 CREO는 고도로 발달된 기술의 실현과 동시에 큰 이상향으로 점철되어 있는 회사입니다.
간단한 설명과 함께 사용하고자 하는 리그를 선택하면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플레이어는 리그 장착이나 지급이 어떻게 되는지 전혀 알 길이 없지만, 최소한 워렌의 표정과 행동을 통해 수술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리그가 아예 몸과 하나가 되어 있는 상태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가 자신을 공격하려 듭니다. 풍요롭고 놀랍게 느껴졌던 세계의 배경은 순식간에 폐허로 변해 사람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살풍경이 펼쳐집니다.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인 존재, CREO. |
시작부터 냄새가 나긴 한다. 세계의 구원이라고? |
주인공은 일단 휠체어를 타고 다니긴 한다. 발달된 시대이긴 하지만. |
꽤 잔인하게 벌어지는 수술 장면. |
더 서지는 개발사의 전작인 로드 오브 더 폴른에서 그랬듯 소울 시리즈의 시스템이 다수 채용된 게임입니다. 스태미나를 소모해 벌어지는 이동과 전투 시스템, 모든 상황에서 재화로 사용되는 고철이라는 자원, 죽었을 경우 자원을 해당 위치에 떨어뜨리는 것 등 여러 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죠.
다만, 두 게임 사이에는 배경이 SF라는 것과 장비를 직접 제작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차이가 있습니다. 적들을 부위 별로 록온하는 것이 가능하고 해당 부위에 많은 누적 피해를 입혔다면 마무리 일격을 통해 확률적으로 해당 부위의 장비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모든 적이 항상 모든 부위에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비가 없는 부위를 노려서 타격하면 큰 대미지는 물론이고 쉽게 적들을 경직시킬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플레이어는 장비를 노려서 적을 제압할지, 장비는 포기하더라도 빠르고 비교적 수월하게 적을 제압할지 선택하게 되죠.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지만… |
때는 이미 늦었다. 본격적인 시작인 셈이다. |
능력치를 통해 대략적인 현재 상황을 알 수 있다. |
인간형은 록온 이후에도 부위 별로 록온의 포인트를 변경할 수 있다. |
더 서지의 스토리는 주인공인 워렌을 통해 조금씩 알아가는 방식입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알려주지 않죠. 또한 시나리오와 연관된 모든 이야기들을 편하게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장비들 사이로 반복되어 재생되는 CREO 홍보 영상이나 음성 메시지, 드물게 만날 수 있는 생존자들을 통해 이야기의 퍼즐을 맞춰나가야 하죠. 스토리 전개나 질적인 면은 제쳐놓고, 스토리의 난해함은 그리 심하지 않은 편입니다.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완전히 꼬아놓거나 아예 설명을 건너뛰는 등의 표현은 거의 사용되지 않았거든요. 이렇게 조금씩 스토리가 풀어지는 방식은 다수의 게임에서도 많이 채용하고 있는 보편적인 방식이기 때문에 익숙하다는 장점과 식상하다는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아는 게 없다시피 하지만, 당장에 모든 걸 설명해주진 않는다. |
장비 제작은 부위마다, 랭크마다 동일한 재료를 사용한다. 최대 5강까지 가능한 셈. |
한편, 장비를 얻기 위해서는 부위 파괴가 필수적으로 요구되지만 바로 장비를 얻게 되는 것은 무기뿐입니다. 나머지 장비들은 바로 완성된 물품을 획득하는 것이 아닌 설계도를 얻게 됩니다. 따라서 부위 파괴에 성공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부위 파괴를 노려줄 필요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머리 보호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설계도가 필요하고 머리 보호구에 필요한 재료를 모아야 합니다. 이 재료는 적들의 머리를 타격 후 마무리 일격을 통해 얻어낼 수 있죠. 다행인 점은 모든 장비를 만드는 데에는 부위 별로 동일한 재료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특정 세트 아이템을 맞추는 난이도는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습니다.
이렇게 찹찹 패다보면… |
붉은 선혈과 함께 부위를 잘라내는 방식. 말 그대로의 부위 파괴를 보여주는 셈. |
대부분의 자잘한 시스템 역시 소울 시리즈나 타 액션 RPG에서 봤던 익숙한 것들이 많습니다. 화톳불이나 신단처럼 체력을 회복하고 모든 아이템을 정비할 수 있는 지역이 있다는 것, 체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소모품의 존재, 장비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 등은 익숙하기는 하지만 단점이라고 볼 수는 없는 편의 기능들 중 하나가 됩니다. 또한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것처럼 리그에 부착할 수 있는 별도의 강화 아이템인 임플란트도 존재합니다. 체력을 늘리거나 회복 아이템을 소지할 수 있는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죠.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레벨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핵 출력 수치를 높임으로써 착용할 수 있는 임플란트의 개수도 늘어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최대 8개의 임플란트만 착용할 수 있지만, 진행을 통해 이 최대치를 증가시킬 수도 있습니다.
뜯어낸 부위는 장비 제작에 들어가면 부품으로 교환된다. |
핵 출력은 레벨과 같은 의미이다. 고철은 소울과 같은 셈. |
임플란트는 핵 출력에 따라 기능을 달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
고철을 획득하는 아이템 이외에는 사실상 소모품이 전무하다시피 한다. |
■ 더 서지에 딱 들어맞는 '평범'이라는 단어.
더 서지를 조금 플레이해본 유저들이 대체로 공통적으로 내리는 결론은 '평범'입니다. 특별히 괜찮은 점도 있고 모자란 점도 있지만 결국에는 평범하다는 말이 나오게 되죠. 이유가 무엇일까요. 제가 판단하기로는 장점과 단점이 서로 비슷한 사이즈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이런 점들 때문에 개발사의 전 작품이었던 로드 오브 더 폴른과 유사점이 많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대체로 단점에서 말이죠.
로드 오브 더 폴른의 여러 평가가 과연 개발사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아니, 주긴 했을까. |
개인적으로 더 서지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세계관 설정을 꼽습니다.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도 있지만, 그것이 꽤 괜찮은 모양새로 호평할 수 있는 요소도 되기 때문입니다. 게임의 특성상 플레이어는 계속해서 CREO라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처음에는 놀라운 기술과 경험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고, 또 그것이 맞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CERO에 대한 다른 시각과 이야기들을 듣게 되고, 무엇인가가 잘못되었다 느끼게 됩니다.
하나의 큰 존재를 내세우면 당연히 다양성은 떨어집니다. 이건 분명한 단점이죠. 그러나 그만큼 시선이 집중되고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가능합니다. 분량을 조절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죠. 대부분은 하나의 이야기만으로는 도화지를 전부 매울 수 없기에, 많이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SF를 기반으로 기존의 전투와는 다른 재미를 추구하고자 한 것도 나름대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상 약 공격과 강 공격의 수단뿐이지만, 공격 순서 조합에 따라 공격 방식이 달라지는 점과 점프, 슬라이딩 공격을 통해 히트 앤 런의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장비나 무기 강화가 비교적 자유롭지 못한 대신 무기 숙련도가 존재합니다. 숙련도가 높아지면 좀 더 많은 대미지를 줄 수 있죠. 1의 수치가 큰 체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만,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닙니다.
무기 숙련도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했던 것은 맞다. |
가끔, 간지나는 무기를 얻기도 한다. |
설마... 설마 싶었는데...... |
최소한 스토리가 중구난방이지는 않다. |
반면에 단점이라면 너무 짧은 플레이 타임을 가장 크게 꼽습니다. 단순히 스피드 런이 아니어도 15시간 ~ 20시간 정도면 쉽게 엔딩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돌아다니는 지역이 계속해서 CREO 회사의 시설에 국한되는 점도 다양성 측면에서는 부족했으며, 이를 다른 요소로 채워주지 못했죠. 플레이할 수 있는 지역과 등장하는 보스의 수도 적은 편이기 때문에 사실상 큰 볼륨의 RPG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가격이라도 저렴해야 되지만, 발매 가격은 59,800원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입니다. PC 버전이라면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되었지만 다크 소울 3는 그보다도 훨씬 더 저렴한 가격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상대적이라고 하더라도 분량에 비해 비싼 가격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 대신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역 하나하나의 크기는 무척 거대합니다. 여기에 길과 길 사이를 연결하는 구간이나 회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돌아오는 숏 컷이 상당히 많습니다. 핵 출력이 높아짐에 따라 갈 수 있는 구간도 생겨나고, 아예 대놓고 완전 후반부나 2회차에서나 지날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데, 반드시 장점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단순한 뺑뺑이다'는 가장 원초적인 비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더 서지는 숏 컷이 많기 때문에 생각보다 자주 시작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또한 모든 스테이지가 하나의 콘셉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덕분에 길을 찾는 난이도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역시 단점으로 지목됩니다. 군데군데 지도가 등장하기는 합니다만, 그다지 쓸모 있는 형태는 아닙니다. 여기에 스테이지를 반복해서 여러 차례 진행하게끔 만들어둔 구성 때문에 길을 외운 상태가 아니라면 꽤 높은 확률로 헤매도록 만드는 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죠.
등장하는 적의 개체수가 상당히 적다는 점 역시 단점으로 지목됩니다. 첫 스테이지에서 볼 수 있는 적은 많이 잡아봐야 6개체인데, 2개체는 똑같은 장비에 무기만 다른 인간형 적이고, 2개체는 아주 작은 드론이며, 1개체는 보스, 1개체는 네임드입니다. 사실상 플레이어가 접하는 존재는 인간형과 드론뿐이므로 체감은 훨씬 더 크게 다가옵니다. 맵은 큰데 적들은 적습니다. 심지어 다양하지도 않아요. 스테이지를 넘어가면 좀 나을까 싶지만, 그것도 아닙니다. 인간형과 기계형이라는 범주는 여전히 동일합니다. 사용하는 무기가 다르기는 합니다만, 신선함을 느끼기는 어렵죠.
잘 봐둬. 1스테이지는 이 녀석이 전부야! |
그건 스테이지를 넘어가도 똑같아. 전부 그녀석이 그녀석이라고! |
그래서 깨닫는 거다. 빠르고 약한 무기보다, 강하고 느린 무기가 진리라는 걸. |
지도는 거의 대부분의 모든 상황에서 쓸모가 없다. |
적들이 너무 급격하게 강해지는 점도 개인적으로는 단점으로 꼽습니다. 등장하는 적의 개체수도 적으며 종류도 적지만, 스테이지를 넘어가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해지는 적과 조우해야 합니다. 사실, 더 서지는 하드코어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적들은 강하면서 동시에 쉽게 경직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가벼운 무기로는 쉽게 카운터를 당하며 때린 대미지보다 받은 피해가 더 큰 상황이 쉽게 벌어지게 되죠. 플레이어는 수월한 진행을 위해서 반 강제적으로 느리고 강한 피해를 줌과 동시에 큰 경직을 부여할 수 있는 무기를 선택하게 됩니다.
이런 플레이를 반쯤 강요하는 요소는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전투 방식입니다. 서지에는 점프 공격과 슬라이딩 공격이라는 치고 빠질 수 있는 공격기가 있는데, 이를 이용한 방식입니다. 물론,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그 경우에는 필요 이상으로 난이도가 올라가 쉽게 진행하기는 어렵습니다. 더 서지는 방어하면서 움직일 수 없고, 방어하는 도중에는 지속적으로 스태미나를 소모하기 때문에 더더욱 방어적인 움직임보다는 기동성을 활용한 전투로 승부를 보게 되죠. 그나마 회피는 보이는 것에 비해 상당히 기민하기 때문에 전투의 흐름 자체는 빠르게 느껴지는 편입니다.
그 밖에도 장비 개수가 부족하고 다소 애매하게 짚는 게임의 진행 방향, 시야가 다소 불필요하게 어둡다는 점 등 부족한 부분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불편 사항이 단순히 아쉬웠다는 정도가 아닌, 플레이 중에 느꼈던 불편한 점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단점은 좀 치명적인 사항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거짓말 1도 안 보태고 이후 2시간 헤맸다. 그저, 어디를 가야 되는지 몰라서. |
보스... 가 맞긴 한데, 그냥 짱 쎈 잡몹 느낌이다. |
수집 요소도 있긴 한데... 아니, 이런 건 그래도 괜찮았는데. 진짜로. |
디테일로 보자면 아쉽긴 하다. |
■ 그리고는 다들 말하는 '노잼'.
더 서지의 외적인 부분을 보자면 나름대로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습니다. 로딩이 상당히 빨라 쾌적하다는 점이나 그래픽 부분에서 특별히 하자가 없다는 점, 다양한 편의 기능과 커스텀 키 배치 가능 등 시스템으로는 크게 문제를 꼽을 게 없습니다. 오히려 장점이라 할 수 있죠.
문제는 게임 내적인 부분에서 딱히 장점으로 꼽을 만한 것이 없다는 점입니다. 세계관과 잘 맞는 디자인이나 UI 정도만 순수하게 장점이라 말할 수 있으며, 좀 후하게 평가하자면 스테이지의 디자인 역시 장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그 이외의 부분에서는 설령 장점이 있더라도 단점이 더 큰 상황이죠. 거기에 제가 플레이했던 PS4 버전에서는 꽤 자주 프리징이 발생했었는데, 상황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꼽아보면 그냥 자체적인 문제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별도의 개선 패치가 나오기 어렵다는 상황을 감안하자면 이 또한 구매를 망설이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하죠.
프리징 되기 10초 전 장면인데, 이유를 모르겠다. |
죽음은 꽤 심플하게 나온다. |
스테이지 디자인은 괜찮았지만, 직관적이지 못한 길 만듦새와 더불어 대체 왜 죽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은 상당한 단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솔직히, 아주 단순하게 그냥 불쾌했죠. 일반적으로 '낙사'라는 것은 정말로 죽을 장면에서 죽었을 때 낙사로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소울 시리즈를 예로 들자면 죽는 곳에는 암부나 명암, 아주 높은 곳이라는 점 등을 알 수 있듯 말이죠. 그런데 더 서지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충분히 지나갈 수 있을 법한 길도 낙사로 처리해버립니다. 독성 물질이 흘러서 닿으면 죽는다거나, 아니면 기계가 작동해 믹서기마냥 갈아버린다던가 하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시각적인 표현이 전혀 없습니다. 이러니 그 죽음을 받아들이고 조심하자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대체 왜 죽어야만 했나 화가 나는 것이죠.
저 구멍에 떨어지면 죽는다. 차라리 전기라도 흐르면 또 모르겠는데. |
떨어뜨린 고철을 제한 시간 내 회수하는 건 호불호가 갈린다. |
등장하는 적들의 수가 많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지만, 사실 보스전이 제대로 그럴싸한 위용을 뽐내지 못했다는 점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등장하는 적들이 적기 때문에 발생하는 지루함, 단조로움 등에 대한 원초적인 해답은 아니지만 최소한 보상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죠.
그런 의미에서 보스전은 그냥 체력만 많은 잡몹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냥 잡몹에 비해 패턴 한두 가지 정도 더 추가된 보스전인 셈입니다. 패턴 파훼가 존재하고, 페이즈 구분 역시 가능하지만 큰 의미는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 게임을 시작해 공략하고, 더 좋은 장비를 얻고,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마침내, 드디어 보스를 물리쳤다! 는 성취감, 달성감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느끼기에는 보스가 가진 모든 것이 부족했거든요. 적당한 공격력의 강약, 플레이어의 허를 찌르는 패턴, 죽음과의 줄타기가 즐거운 특유의 긴장감 조성, 그 무엇도 부족했습니다. 한마디로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럴싸한 네임드나 보스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기도 하지만, 특출한 개성도 매력도 패턴도 없다. |
■ '맛'은 아무나 흉내 내지 못하는 것.
더 서지는 상당히 평범한 작품입니다. 특기할 장점은 없지만, 적당히 괜찮은 그래픽과 편의성 그리고 특기할 단점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평범한 노잼 작품이었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소울 시리즈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드시 소울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더 서지는 표방하고 있는 하드코어 SF 액션 RPG라는 장르를 새삼 돌아보게 되죠. 그 분야에서 놀랍도록 재미있었던 게임들이 얼마나 대단했었는지를 말입니다.
하나의 소재와 작은 단서만을 놓고 여기저기 흥미를 돋우는 방식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몰입이 된다면, 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
로딩 퍼포먼스는 수준급. 매끄러움을 자랑했지만 프레임 안정성은 좀 떨어진다. |
여기저기 적응이 좀 필요하지만, 기본을 이루는 구성은 괜찮았다. |
게임은 어쨌거나 창작물이기 때문에, 반드시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거의 필수적으로 자신만의 개성이 필요한 녀석입니다. 익숙할 수도 있고, 익숙하면서 다를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를 수도 있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거기에 얼마만큼 개발자의 고민과 그 고민을 실현시킬 아이디어를 넣을 수 있었을지 따지지 않을 수 없죠. 일부에서는 어쨌거나 재미만 있으면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 역시 일부는 동의하고 있죠. 게임 업계에서 하지 말아야 될 표절 같은 금기를 범한 것이 아니라면야 재미있다는데 그 누가 마다하겠습니까.
더 서지의 외관은 그럭저럭 봐줄만한 깔끔한 상자와도 같습니다. 멋진 리본은 달려있지 않지만, 과하지 않은 장식이 그 내용물을 기대하게 만들었죠. 그런데, 막상 그 상자를 구매해서 열어보니 웬 마트료시카가 들어 있는 겁니다. 똑같은 적, 똑같은 패턴, 너무 원 패턴이었던 스테이지 디자인까지. 그럼에도 엄격하게 따지고 본다면 정말로 끔찍한, 혁명적인 게임들보다는 훨씬 나은 수준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최소한 더 서지는 플레이 자체는 문제가 없었으며, 액션 RPG로는 그래도 봐줄만한 재미를 갖추고 있었고, 여러 잘 만든 게임들의 향수를 불러왔으니까요.
편집 : 이상원 기자 (petlabor@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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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잘 만들어서 아쉬운 못 만든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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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맛있는 것도 아니고, 비싸고 양도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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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정도는 괜찮게 뽑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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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소울이 되고 싶었던 뱁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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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트 컴버배치같은 게임인 듯 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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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블러드본 같은 좋은 변주의 예도 있는데도 불구하고,결국 다른회사에서 만든 다크소울만한 다크소울류 게임이 안나오네요. | 17.07.22 22: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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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ROTACHI
인왕정도는 괜찮게 뽑았다고 봅니다 | 17.07.23 23: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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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잘 만들어서 아쉬운 못 만든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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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아
베네딕트 컴버배치같은 게임인 듯 ㄷㄷㄷㄷㄷ | 17.07.22 15: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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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공감합니다. | 17.07.30 18:40 |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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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챠티드4
ㅋㅋㅋㅋㅋㅋ | 17.07.21 15: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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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맵찾기가 좀 많이 힘들더군요. 하면서 맵찾는 게임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 17.07.25 18: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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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한거같았는데; | 17.07.28 18: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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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이 하나같이 불합리의 극치죠 ㅋㅋㅋ 특히 빅시스터 전에서는 이걸 지금 보스전이라고 만든건지 의문이 갈 정도였음 ㅋㅋㅋㅋ | 17.07.29 20: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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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해본사람의 평은 상당히좋다니.. 마치 안좋은평을남긴사람은 실제로 안해본사람이라는 말투네요.. 표현을 좀 바꾸시는게.. 그리고 개인적으로 정말 못해먹을겜이었습니다. 닼소의 단점을 벤치마킹한뒤 극대화시킨느낌 | 17.08.08 20: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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