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닌텐도 패미컴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1983년 아타리 쇼크로 휘청이던 게임 시장에 홀연히 등장한 패미컴은 8비트 게임기의 황금기를 열어젖힌 게임기로 기록되었고, 많은 개발사가 닌텐도를 통해 게임을 발매해 빛을 보기도 했다. 때문에 패미컴은 일본 RPG의 산실 역할을 맡았던 게임기이기도 했다. '파이널 판타지'나 '드래곤 퀘스트' 같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명작 시리즈부터 시작해 '스위트 홈'이나 '마더' 시리즈처럼 다소 이색적인 시도를 했던 RPG까지 다양한 RPG가 출시되었다. '파이어 엠블렘'과 '여신전생' 시리즈도 패미컴 시절 처음 발매된 이후 지금까지 경력을 이어온 일본 RPG라 할 수 있다. 다만 이 두 게임은 RPG라는 큰 범주에 속할 뿐, 실상은 전혀 다른 게임이었다.
일본 RPG를 이끌었다고 평가받지만, 서로 가는 노선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에 만날 리 없었던 여신전생 시리즈와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 |
먼저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는 SRPG에 속해 있는 게임이다. 원래 닌텐도 하드웨어 개발팀이었던 인텔리전트 시스템 소속 개발자 카가 쇼조와 3명의 아르바이트생이 취미 삼아 만든 첫 작품 '암흑룡과 빛의 검'은 정통파 판타지를 기조로 만들어진 매력적인 캐릭터와 스토리, 엄격한 게임 디자인 등이 입소문을 타고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에 힘입어 암흑룡과 빛의 검은 당시 SRPG 중에서도 활발한 미디어 믹스가 이루어졌으며 SFC용 리메이크 타이틀 '문장의 비밀' 역시 이런 성공가도에 더욱더 박차를 가하면서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메이저로 이끌었다.
한편 여신전생 시리즈는 1986년 니시타니 아야가 쓴 '디지털 데빌 스토리'를 원안 삼아 아틀러스에서 만든 RPG이다. 첫 작품 '디지털 데빌 이야기 여신전생'를 시작으로 1991년 발매된 후속작 '디지털 데빌 이야기 여신전생 2'는 소설에서 떠나 독자적인 세계관을 적용한 작품이다. 디지털 데빌 이야기 여신전생 2은 악마 화가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카네코 카즈마와 시나리오 담당인 이토 류타로가 그려낸 오컬트와 악마, 세계 멸망 등 음울한 이야기로 일본식 어반 판타지에 큰 획을 그었으며, '드래곤 퀘스트 4'와 함께 당시 발매된 일본 RPG 중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두 프랜차이즈가 걸었던 길은 달랐다. SFC 시절까지는 두 작품 모두 닌텐도의 지지를 받으며 활약했지만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가 지금까지도 충실한 닌텐도의 우방으로 남은 반면 여신전생 시리즈는 1995년 '진 여신전생 데빌 서머너'로 세가 새턴으로 이적하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물론 닌텐도와 연을 완전히 끊은건 아니었지만 Xbox로도 게임을 발매하는 등 사실상 닌텐도 퍼스트 파티인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행보를 보였다. 이렇게 여신전생 시리즈가 닌텐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고 Wii용'파이어 엠블렘 새벽의 여신' 이후로 5년 동안 리메이크 이외엔 시리즈가 정체되면서 안 그래도 큰 연관 관계가 없었던 두 게임의 콜라보레이션은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환영이문록 제작이 발표되었을 때 대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으리라 본다. 실제로 글쓴이 역시 당혹했으니깐. |
하지만 여신전생의 본가 최신작이 3DS로 발매되고 때마침 간만에 나온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 복귀작인 '파이어 엠블렘 각성'도 열광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분위기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간만에 닌텐도 쪽에서 이 두 작품을 통제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고 할까.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팬들은 여신전생 시리즈와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가 만나는 방법은 '대난투 브라더스' 시리즈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2013년 1월 닌텐도 다이렉트에서 예상치 못한 영상이 공개되었다. 바로 닌텐도 측 디렉터인 안도 카오리가 기획한 두 작품의 만남이 마침내 시동이 걸렸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2015년 4월 닌텐도 다이렉트에서 이 만남의 결과물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 공개되었고, 지난 2015년 12월 마침내 '환영이문록 #FE(이하 환영이문록)'이라는 제목의 결과물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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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보적으로 보면 환영이문록은 여신이문록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게임들을 잇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
우선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이 게임의 제목엔 여신전생이 외전을 내놓을 때 종종 썼던 '이문록'이라는 제목이 맨 먼저 붙어 있다. 반대로 파이어 엠블렘이라는 제목은 '#FE'로 줄여졌다. 이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환영이문록에서 두 만남의 주도권은 여신전생 시리즈 제작사인 아틀러스가 가지고 있다. 이 부분은 간과하기 쉽지만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환영이문록의 세계관은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의 중후한 판타지 세계관보다는 여신전생 시리즈의 어반 판타지, 그것도 '페르소나' 시리즈에서 보였던 톡톡 튀는 10대들의 모험에 맞춰져 있다.
단순히 어반 판타지뿐만이 아니라 미적인 관심사나 게임 디자인 역시 일관되게 인텔리전스 시스템 팬덤보다는 아틀러스 팬덤이 선호할 만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2015년 4월 닌텐도 다이렉트에서 영상이 공개되었을 당시 많은 팬들이 당황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간히 연예인 캐릭터가 주역으로 나온 적은 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다룬 건 여신전생 시리즈로도 처음일 듯. |
물론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는 마굴인건 당연지사. 하다보면 대체 이놈의 도쿄는 얼마나 마굴로 만들려고!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
전반적으로 대화창 디자인이나 이벤트 연출은 아이돌 마스터가 연상되기도 한다. |
그렇다면 이 만남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일단 이야기를 살펴보자. 환영이문록이 무대로 삼는 곳은 현대 일본 도쿄 연예계다. 게임은 5년 전 일어난 대량 실종 사건을 짧게 설명한 뒤, 평범한 고등학생인 주인공 아오이 이츠키와 이츠키의 소꿉친구이자 아이돌 지망생 오리베 츠바사를 보여준다. 아이돌이 되기 위해 콘테스트에 참여했던 츠바사가 괴이한 납치사건에 휘말리고, 츠바사를 구하기 위해 이공간에 들어선 이츠키는 미라쥬라는 낯선 존재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미라쥬를 해방시키면서 이츠키는 연예계 뒷면에 미라쥬 마스터라는 존재가 있으며, 자신이 미라쥬 마스터로써 자질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연예인인 친구와 소속사 사장의 권유로 연예계에 입성한 이츠키는 연습생으로써 연예인의 길을 걸으면서 동시에 미라쥬 마스터로써 싸움을 이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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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 엠블렘 팬들이라면 확실히 만족할 팬서비스로 가득하다. 특히 마지막 전개는 올드 팬들이라면 나름 감동적일 듯. |
이 줄거리만 보고,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는 대체 어디 있냐고 물어볼 게이머들도 있을 것이다. 답은 간단하다. 위의 줄거리에 등장하는 미라쥬에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 캐릭터들을 넣으면 된다. 스토리에서 비중을 따지자면 역시 미라쥬보다는 미라쥬 마스터에게 돌아가는 편이다. 미라쥬 역시 스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특히 초대작인 암흑룡과 빛의 검/문장의 비밀의 주요 키워드가 스토리의 중핵을 담당한다), 큰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주체는 역시 미라쥬 마스터에게 주어져 있다고 할까. 그렇기에 미라쥬 마스터가 활약하는 무대인 '연예계'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환영이문록은 소재 면에서는 상당히 독특한 위치를 선점한 게임이다. 지금까지 가수나 연기자가 RPG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당장 페르소나 시리즈에도 페르소나 사용자에 아이돌 쿠지카와 리세가 있었다), 연예계 자체를 본격적인 소재로 삼은 RPG는 아마 동서양 게임을 통틀어도 쉽게 찾기 힘들 것이다. 미라쥬를 제외한 이야기의 큰 줄기는 '츠바사와 이츠키의 연예계 도전기'라고 할 수 있으며, 주역 및 주변 등장 인물도 전부 연예인이나 연예계 종사자로 설정되어 있다. 환영이문록의 서사를 분석할 때 '연예계'를 빼면 분석이 성립되지 않으며, 그만큼 게임은 연예계라는 소재에 밀착해 이야기와 게임 디자인을 꾸려나가고 있다.
RPG라는 장르에 연예계라는 소재를 엮는 방식은 무난한 수준. |
환영이문록이 다루고 있는 영역은 꽤나 폭이 넓다. 신인 남자 배우 등용문으로 묘사되는 특촬물, 헐리우드 데뷔를 선망하는 혼혈 배우, 10대 엔카 가수, 아이돌의 연기 도전, 그라비아 촬영, 악수회…. 일본 연예계를 안다면 깨알같이 찾을 수 있는 패러디도 있다. 작품 외적으로도 걸맞게 라이브 장면을 포함해 게임 내에 등장하는 음악 등은 대형 연예 기획사인 에이벡스의 지원을 받아 기합이 팍팍 들어가 있다.
일단 소재와 RPG 장르랑 잘 엮었냐는 기본적인 질문에는 합격점을 줄 만하다. 인간의 구현력과 잠재력인 퍼포머, 그 퍼포머를 노리고 일본 연예계를 노리는 미라쥬 같은 설정은 게임 내 다른 요소와 유기적으로 얽혀 있으며, 나름의 논리와 설득력을 보여준다. 미라쥬가 현대 일본으로 온 계기도 '퍼포머'라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탐내서라는 설득력 있는 설명이 붙어 있으며, '보컬로이드 치키' 같이 기존 파이어 엠블렘 캐릭터를 '키 더 메탈 아이돌' 식으로 참신하게 재해석한 설정이 등장하기도 한다. 기본 설정 자체는 무리 없이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파이어 엠블렘과 크로스오버라는 관점에서도 합격점을 줄 만하다. 캐릭터 선정이 초대작인 암흑룡과 빛의 검과 최근에 인기를 얻은 파이어 엠블렘 각성 위주인 점은 시리즈 코어 팬들에겐 아쉽겠지만 크로스오버 요소가 스토리 전개에 무리 없이 녹아 있는 편이며, 오리지널 캐릭터 간의 화학 작용도 괜찮은 편이다. 심지어 캐릭터 개성이라는 점에서 오리지널 캐릭터보다 더 좋은 부분도 있다. 아무래도 설정상 페르소나 시리즈를 연상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페르소나보다 대등한 파트너라는 느낌이 강하며, 사이드 스토리에서 이런 멘토이자 파트너의 면모가 강조된다는 점에서 확실하게 차별화되어 있다. 팬서비스 요소도 충실한지라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좀 더 감동받을 구석도 존재한다.
다만 이런 '폭넓은' 소재를 '제대로' 다루었는가는 다소 의문인데, 괜찮은 소재와 설정에 비해 막상 본편의 연출와 전개도 무난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리지널 캐릭터 디자인 자체는 무난하게 매력적인 편이지만 캐릭터에게 개성을 주는 방식에 도식적인 부분이 눈에 띄며 이런 캐릭터들을 엮어서 이야기와 드라마를 만드는 방식도 그렇게 인상적이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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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사이드 스토리는 흥미로운 부분도 있지만 확실히 페르소나 시리즈보다 다소 힘이 달리는 모습을 보인다. |
특히 본편 스토리는 아쉽다. 전반적으로 환영이문록은 일본 RPG의 공식에 충실한 왕도적인 전개를 보여주는데, 그 충실함을 탓하고 싶진 않다. 공식에 충실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왕도적 걸작, 수작도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식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다소 밋밋하게 다가오는 지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본 RPG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초반에 등장하는 몇몇 캐릭터만 보고도 어떻게 전개될지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며, 실제로도 약간의 오차를 제외하면 예상 범위 내에서 전개된다. 이런 내용일수록 공식에 얼마나 생기를 불어넣고 재해석하는지가 중요한 관건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선 다소 한계를 보이고 있다. 게임 자체가 스토리 외에 탁월한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기에 이 단점은 더 두드러져 보인다.
메인 스토리뿐만 아니라 사이드 스토리 역시 옥석이 섞여 있는 편이다. 야시로나 토우마, 마모리처럼 크로스오버 요소도 잘 살고 나름 괜찮은 사이드 스토리도 있으나 반대로 키리아처럼 다소 의문스러운 사이드 스토리도 있는 편이다. 특히 키리아 에피소드 같은 경우, 보통 캐릭터에게 바랄법한 매력과 상충되는 전개를 보이는데 이게 그렇게 효과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 납득이나 감정 이입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결함을 보이는 에피소드는 없지만 사이드 스토리 역시 무난함을 넘지 못하고 있다.
캐릭터성도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본편에서 이츠키는 '연습생'이기에 실제로 연예계에서 겪는 대부분의 고난은 츠바사에게 배정되어 있는데, 이 츠바사가 겪는 고난과 그 해결 과정이 지나치게 단순하게 묘사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츠바사가 넘어야 하는 업계의 높으신 분들의 편견, 난감해하면서도 '프로로써' 각성하게 되는 츠바사의 각오 같은 큰 부분은 당위성 있게 그려지지만 어느 수준 이상을 넘지 못한다. 그라비아 아이돌이나 아이돌의 연기 도전 같은, 단순화하기 어려운 어두운 면도 있는 소재를 '프로 의식으로 돌파'라는 지나치게 명쾌한 대답으로 내놓은 느낌이랄까. 어른의 사정에 대한 강렬한 비판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훨씬 복잡하고 깊게 그릴 수 있지 않았나라는 아쉬움이 든다.
특히 연예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평면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
주인공인 이츠키의 캐릭터성 역시 어딘가 2% 부족한 편. |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의 주체가 되는 주인공 이츠키의 캐릭터가 다소 투명한 편이어서 몇몇 전개가 힘이 달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츠키 자체는 밝고 구김살 없는 성격으로 무리 없이 받아 들일 수 있지만, 성장하는 모습을 좀 더 강하게 표현할 필요는 있었다고 본다. 단적으로 게임 내에서 이츠키가 연예계에 투신한 이유는 수동적으로 묘사되는데, 문제는 그 수동적인 모습이 구체적인 결과물로 나타나는 부분의 묘사가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특훈의 성과로 특수한 기술이 생기는 게임 디자인적 연출은 훌륭했지만, 정작 게임이 끝날 때까지 이츠키가 연예계에서 주목 받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진엔딩조차 얘가 성장했구나, 라는 느낌보다는 당혹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장르가 장르다 보니 파이어 엠블렘의 비중이 낮을 수밖에 없지만, |
카르네지 폼 강화 등 파고들기를 유도하는 시스템이 많다. |
게임 디자인 면에서 환영이문록은 파이어 엠블렘식 SRPG라기보다는 여신전생식 3인칭 던전 탐색 RPG, 그것도 페르소나 시리즈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심벌 인카운터가 적용된 던전 디자인, 부흐-아기-지오-메기도 체제로 이뤄진 마법 스킬 시스템, 상성 시스템, 서브 스토리/사이드 퀘스트, 특유의 UI 같이 페르소나 시리즈를 해봤다면 익숙한 디자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다만 환영이문록은 여신전생 특유의 프레스 턴 시스템 대신 전통적인 턴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데, 때문에 턴 계산이라는 점에서는 단순해진 편이다.
하지만 환영이문록은 단순한 겉모양새와 달리 상당히 깊게 파고들 만한 구석이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우선 전투 난이도가 생각보다 상당히 높은 편이다. 평소 적보다 더 강력한 와일드 에너미나 보스전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전투에서도, 자칫 잘못하면 충분한 레벨 업에도 불구하고 전멸 직전까지 몰릴 수 있을 정도다. 그렇기에 환영이문록은 플레이어에게 꾸준한 레벨업을 함과 동시에 레디언트 스킬의 획득을 통해 파티원들을 강화 보조하길 유도하면서, 다양한 아이템을 전략적으로 사용하길 권하고 있다.
SRPG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파이어 엠블렘 특유의 디자인은 줄어들긴 했지만 몇몇 시스템에서 파이어 엠블렘의 중요한 시스템을 차용했다. 우선 환영이문록이 파이어 엠블렘의 게임 시스템을 빌려온 예로는 카르네지 스킬과 레디언트 스킬 시스템을 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페르소나 시리즈의 페르소나 전서/합체 시스템이나 무기 상점이라는 개념이 없는 대신 주역들의 미라쥬가 무기로 변신하는 카르네지 폼과 강화, 패시브/보조 기술인 레디언트 스킬로 대체하고 있다. 그렇기에 치키가 머무는 블룸 팰리스가 사실상 작품 내의 무기 상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카르네지 시스템은 환영이문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카르네지는 4개의 스킬을 배울 수 있으며 강화를 통해 새로운 스킬을 해금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레벨이 낮은 카르네지도 강화를 통해 강력한 스킬을 배우거나 스킬을 중첩해 배우면서 강화하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여러 모로 반복 플레이를 노린 구성이라고 할까. 단순 무기 강화로 끝나는게 아니라 다양한 무기를 강화해 전략적으로 스킬을 배우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고심해서 파이어 엠블렘의 시스템을 연구해 접목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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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이문록의 장점과 재미 대부분은 세션 스킬 연계의 짜릿함에서 비롯된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
시원시원한 리듬감과 센스 있는 연출이 일품. |
배경이 연예계이기 때문에 다른 RPG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면도 찾아볼 수 있다. 전투 요원을 아티스트로, 파티 멤버를 캐스팅으로, 아이템을 굿즈로 부르는 소소한 명칭 변화부터 시작해 약점 추격인 세션 스킬과 세션으로 얻을 수 있는 특수기 포인트인 스페셜 포인트, 사이드 스토리 진행에 필수적인 스테이지 랭크, 랜덤으로 발동하는 애드립 퍼포먼스 등이 그 예인데, 전반적으로 아이돌 문화에 영감을 많이 받은 편이다.
이 중 세션 스킬, 나아가 전투 시스템은 환영이문록의 중핵이자 수십 년간 쌓여온 아틀러스의 노하우가 빛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세션 스킬은 약점을 찌르고 들어가면서 동료들의 연계기로 추가타를 넣을 수 있는 약점 추격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환영이문록은 그 점에서 콤보로 이어지는 리듬감이나 긴장감이 매우 잘 살아 있다. 자칫하면 단조로워질 수 있는 전투에 긴장감을 부여하고 있다고 할까. 상기한 연예계/아이돌 문화에 영감을 받은 전투 장면 연출 역시 흥미로운 터치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환영이문록은 이 세션에 대한 보상으로 스페셜 포인트를 도입해 필살기인 스페셜 퍼포먼스를 사용하게 하거나, 사이드 스토리 보상으로 듀오 아츠나 레디언트 스킬을 배치하면서 게이머가 자연스럽게 게임 속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다만 듀오 아츠를 비롯한 스페셜 포인트를 쓰는 스킬을 제외하면 장면 스킵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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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한 캐릭터 몰빵이 아닌 전 캐릭터를 고루고루 써야 한다는 점에서 밸런스는 잘 맞춰진 편. |
꽤나 참신한 아이디어의 던전들이 많으며 깨알 같은 패러디도 숨어 있다. |
아무래도 캐릭터 간의 밸런스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는 RPG 장르 게임인데 이 부분도 잘 맞춰져 있다. 환영이문록은 캐릭터의 콘셉트를 확실히 잡아서 그 콘셉트에 맞는 능력을 부여하고 던전에 등장하는 몬스터 속성을 다양화하고 서브 캐스팅 능력치 배분 등 특정 캐릭터 등장 편중을 막는 형식으로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전승 시스템에서도 겹치는 속성의 미라쥬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해놓고 있다.
던전 디자인 면에서도 한층 발전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던전 디자인 자체는 사람의 어두운 심리를 디자인에 반영한 '페르소나 4'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페르소나 4에서 미처 이루지 못했던 퍼즐이나 기믹 형태의 던전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 독특한 던전을 만들어냈다. 물론 그 때문에 난이도가 다소 올라가긴 했지만 던전 디자인을 재탕하지 않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는 좋게 평가하고 싶다.
첨부되지 않았지만 Wii U 패드를 이용한 유저 인터페이스는 편했다. |
사실 toi8 화풍이 셀화나 3D로 옮기면 특유의 매력이 죽어버리는 타입이어서 어려운 작업이긴 했다. |
UI 등 유저 편의 면에서는 상당히 최적화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환영이문록은 게임 내에서 '토픽'이라는 가상 SNS을 도입했는데, 이 시스템이 Wii U 패드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SNS을 이용해 가능한 카르네지/레디언트를 알려주거나 사이드 미션을 위한 목적지를 띄워주는 편의성은 앞으로 Wii U로 발매될 RPG들이 본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또한 토픽 외에도 미니 맵이나 스탯 창을 Wii U 터치 패드에 올려놔 상시 체크할 수 있도록 해서 쾌적한 플레이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래픽 면에서는 720p 해상도라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나쁘지 않은 그래픽을 보인다. 가끔 안티 에일리어싱이 제대로 안 되서 폴리곤 경계선이 튀어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즐길만한 그래픽이며, 텍스처와 모델링 등에서 최대한 캐릭터 디자이너인 toi8 특유의 화풍을 살리려고 했다는 점은 높게 사고 싶다. 무엇보다도 현대 도쿄라는 배경을 적극적으로 담아내려고 했다는 것은 후일 나올 '페르소나 5'가 어떻게 진행될지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시도들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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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공들여서 만든게 눈에 보이지만, 호불호가 갈릴 만한 부분도 존재한다. |
상술했듯이 에이벡스의 지원을 받아서인지 음악 관련 부분은 상당히 기합이 들어가 있는 편이다. 하로 프로젝트와 EXILE, 콘도 나츠코 같은 저명한 J-POP 뮤지션들부터 시작해 러브라이브나 카미야 히로시 같은 애니송/성우 아티스트 쪽에서도 발이 넓은 작곡가 후지사와 요시아키가 전담하고 아부라이 죠지가 프로듀싱했는데, 이 둘은 장중한 고전 판타지 음악과 세련된 현대 아이돌 음악을 넘나들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잘 수행해냈다. 특히 파이어 엠블렘쪽의 주제 음악들은 여러모로 1980-90년대 SFC 시절 RPG의 사운드트랙을 연상케 하는 고풍스러운 매력이 있다.
설정상 춤과 노래가 등장하는 장면이 많을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영상 연출 면에서는 꽤나 공들인 모습을 보인다. 모션 캡처 같은 경우엔 제법 자연스러운 편이며,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트렌드인 3D 모델링을 이용한 셸 세이딩 역시 무리없이 녹아 있는 편이다. 다만 셸 세이딩을 이용한 영상 연출과 3D 모델링을 이용한 영상 연출이 명확한 기준이 없이 작중에 혼재되어 있고 클라이맥스 부분의 다소 작위적인 연출은 아쉽다.
본 작품에서 큰 단점을 꼽으라면 로딩 부문에서는 그리 쾌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잔로딩이 많은 편인데, 심지어 전투 도중에도 한 1-2초 정도 로딩이 있는 편이어서 종종 게임이 다운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심할 정도로 로딩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쾌적한 플레이하고는 다소 거리가 있는 편이기에 하드 인스톨을 지원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환영이문록은 제작 발표 당시 여러모로 무시할 수 없는 두 RPG 프랜차이즈 간의 조합으로 비상한 관심을 끌어모았지만 막상 발매 후엔 다소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환영이문록의 콘셉트 자체가 여신전생 시리즈 팬덤과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 팬덤이 기대할 법한 콘셉트가 아니언던 게 문제였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스토리를 비롯한 몇몇 아쉬운 부분을 제외하고는 환영이문록은 지금까지 일본 RPG의 한 축을 이끌어온 아틀러스라는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게임이자, 페르소나 5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질지 가늠해볼 수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겠다.
소소한 단점들이 있지만 꽤나 이색작이라는건 부정할 수 없다. |
■ 장점
● 소재의 참신함.
● 연륜에서 나오는 치밀하고 정교한 전투 시스템.
● 돈 들인 값은 확실히 하는 음악.
● 독특한 던전 디자인.
● 크로스오버적인 요소를 잘 살렸음.
■ 단점
● 무난함 그 이상을 넘지 못하는 스토리와 연출.
● 잔로딩이 많다.
● 살짝 아쉬운 감이 있는 그래픽.
■ 요약
환영이문록은 처음 발표 당시 예상치 못한 조합으로 많은 이들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와 달리, 환영이문록은 RPG 제작사 아틀러스의 저력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게임이다.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의 팬들도 환영할 법한 오마주와 팬 서비스를 충실히 집어넣었으면서도 자신들이 만든 여신전생 시리즈의 전통을 새로이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페르소나 시리즈 스킨을 뒤집어 쓴 게임은 아니다. 다만 스토리가 무난함을 넘어서지 못한다거나 잔로딩이 많은 지나치기 힘든 결점들이 보여서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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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i U 자체가 정발이 안 된 시점에서 이 게임이 정발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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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스템이 페르소나여서 그렇지 캐릭 등 설정 자체는 파엠 요소가 상당히 많던데... 파엠, 페르소나 양쪽 다 즐긴 제 입장에선 제법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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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스토리는 리뷰어분께서 쓰신 것 이하의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정말 코웃음만 나오는 전개.... 리뷰글에 프로의식 하나로 모든 장애물을 쉽사리 넘어가는 츠바사에 이츠키는 차라리 벙어리였으면 그나마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싶을정도의 후한대접등.... 근데 간만에 엄청 몰입해서 즐겼습니다. 진짜 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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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개인적으론 상당히 만족. 꼬고 비틀고 떨구고 어두움=현실적 처럼 묘사하는 전개를 그닥 안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까지 왕도of the왕도를 달리는 게임 시나리오는 정말 오랜만에 접해서 오히려 신선하고 즐거웠어요. 오버스런 연출이나 설명이 부족해 뜬금없이 보이는 장면도 종종 나오지만 전대물이나 마법소녀물 같은거 재밌게 보시는 분이라면 크게 불만 가질 요소는 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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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엠블렘 요소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페르소나 신작 스토리 개연성은 좀 안습이라 그러려니 하는데 전투,메뉴 로딩만 개선해줘도 훨씬 할만할듯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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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i U 자체가 정발이 안 된 시점에서 이 게임이 정발되기는... | 16.02.26 15: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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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스토리는 리뷰어분께서 쓰신 것 이하의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정말 코웃음만 나오는 전개.... 리뷰글에 프로의식 하나로 모든 장애물을 쉽사리 넘어가는 츠바사에 이츠키는 차라리 벙어리였으면 그나마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싶을정도의 후한대접등.... 근데 간만에 엄청 몰입해서 즐겼습니다. 진짜 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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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엠블렘 요소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페르소나 신작 스토리 개연성은 좀 안습이라 그러려니 하는데 전투,메뉴 로딩만 개선해줘도 훨씬 할만할듯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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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개인적으론 상당히 만족. 꼬고 비틀고 떨구고 어두움=현실적 처럼 묘사하는 전개를 그닥 안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까지 왕도of the왕도를 달리는 게임 시나리오는 정말 오랜만에 접해서 오히려 신선하고 즐거웠어요. 오버스런 연출이나 설명이 부족해 뜬금없이 보이는 장면도 종종 나오지만 전대물이나 마법소녀물 같은거 재밌게 보시는 분이라면 크게 불만 가질 요소는 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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