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하렘물 좋아하세요? 저는 참 좋아합니다. 아, 잠깐만요. 지금 저를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 같은데,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의도가 아닙니다. 믿어주세요. 이게 마치 종합 선물 세트 같지 않습니까? 청순하거나 혹은 거칠거나, 나만 바라보거나 나만 보면 잡아먹을 것처럼 쏘아대거나, 다양한 타입의 이성을 한데 모아놨으니까요. 서로 스타일이 다르니 겪는 사건도 다르고, 흘러가는 이야기도 다르고, 끝에 남는 여운도 분명 다를 테죠. 이런 이유로 좋아하는 겁니다. 설득력이 좀 떨어지지만, 정말입니다.
'마괴신 트릴리온'도 겉으로 보기엔 하렘물의 문법을 어느 정도 따르고 있습니다. 독특하고 상반되는 스타일의 미소녀들이 잔뜩 등장해서 남자 주인공을 둘러싸고 있죠. 아주 행복합니다. 그런데 컴파일 하트에서 이 게임에 꽤 공을 들인 모양이군요. '마계 1번관'이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디렉터에 야마모토 마사히로, 음악에 사토 텐페이, 작화에 나나메다 케이까지, 꽤 이름있는 인사들로 팀을 구성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생각하는 평범한 하렘물을 노리는 것 같진 않네요. 틀림없이 뭔가 있습니다.
컴파일 하트가 야심 차게 내건 '마계 1번관' 프로젝트. '마괴신 트릴리온'은 그 첫 번째 게임이다. |
노래가 인상적인 오프닝 애니메이션. |
■ 본격 미소녀 제거 프로젝트
이야기는 평온한 마계에 트릴리온이라는 엄청난 괴물이 쳐들어오면서 시작됩니다. 주인공인 대마왕은 마계를 통째로 먹어치우려는 괴물에 대항하지만 역부족이었고, 죽었다 겨우 살아나는 상황에까지 몰립니다. 이때, 대마왕을 위해 마왕들이 나섭니다. 서로 출전하겠다고 말이죠. 그런데 이 마왕들이, 그 뭐랄까, 아주… 예뻐요. 하나만 있어도 흐뭇한 미소녀들이 단체로 나서겠다고 하니, 함박웃음이 절로 나올 수밖에요.
저는 그중에서 붉은 머리에 왠지 거칠어 보이는 아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붉은 머리 소녀. 정말 열심히 키웠습니다. 트릴리온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육성했죠. 주어진 기간이 좀 짧았지만, 첫 스테이지니까 크게 어렵진 않을 거라,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전장에 나가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트릴리온의 HP는 1조였습니다. 한 대 때려도 HP 막대는 꿈쩍하지 않습니다. 이거 첫판부터 너무한 거 아니냐며 혀를 차는 순간, 한 턴의 실수로 공격을 피하지 못했고, 붉은 머리 미소녀는 그 자리에서 죽었습니다. 영원히요.
평화롭던 마계를 급습한 트릴리온. |
대마왕도 형님도 트릴리온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
붉은 머리의 허망한 죽음과 동시에, 지금까지 쏟았던 시간과 노력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심각한 상실감이 몰려왔습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차분하게 생각해보니, 처음에 내렸던 나의 선택은, 내 사랑을 듬뿍 받을 히로인을 뽑는 게 아니라, 누가 먼저 죽을지 순서를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저를 달콤한 사랑을 꿈꾸는 순정남이 아니라, 오늘 밤 누구를 죽일까 생각하며 살생부를 적어 내려가는 한명회로 만들었습니다. 첫 전투는 후퇴도 못하게 만들어놨으니, 제가 입은 이 정신적인 충격은 제작진이 의도한 것이 분명합니다. 무서운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저도 꽤 잔뼈가 굵은 게이머입니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죠. 다음부터는 취향에 안 맞는 사람부터 먼저 보내기로 했습니다. 일단 제 스타일인 소꿉친구는 지키기로 하고, 맨날 과자 타령만 하는 조카를 사지에 밀어 넣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제작진은 여기까지도 생각했나 봅니다. 조카와 훈련하는 과정에서 이 아이에게 정이 들도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쌓이도록 여러 이벤트를 준비했더군요. 결국 그 사이에 정든 조카마저 세상을 떠났고, 제 멘탈은 다시 한 번 가루가 되고 말았습니다.
마계를 지키기 위해 나서는 마왕들. 미소녀 잔혹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
사촌 동생을 먼저 보내야 하나, 조카를 먼저 보내야 하나…. |
이렇게 이 게임은 주인공을 둘러싼 어여쁜 소녀들을 돌아가며 장례 치르는 독특한 전개 방식을 취합니다. 거기에 다양한 이벤트를 동원해서 없던 추억도 생기게 하니, 제작진의 악랄함이 도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악랄함 속에서도 이 게임을 단순하게 멘탈 믹서기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희생자가 늘어가면서 가벼웠던 분위기가 점점 무거워지고, 살아남은 이들이 겪는 심경의 변화와 절망 속에서 결의를 다지는 모습이 가슴을 뭉클하게 하니까요.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그 속에 감동이 있습니다.
그런 모습이 대사에 그대로 묻어나옵니다. 대사는 그녀들의 당찬 첫 모습을 코믹하게 보여주다가, 태도를 바꿔 전장에 들어설 때의 공포와 죽기 직전의 슬픔을 비추고, 아직 죽지 않은 자들의 복잡한 심경까지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그러면서도 각 캐릭터가 지닌 독특한 개성까지 흔들림 없이 유지하죠. 평소 대사를 꼼꼼히 읽으면서 진행하는 스타일이라면 독특한 말투 속에 섞여 있는 심경의 변화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트릴리온 HP의 상태가…? |
첫판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다. |
그리고 찾아온 영원한 이별. 붉은 머리. 그녀의 이름은 마몬이다. |
캐릭터와 대사는 플레이어의 감정을 흔들어 놓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배경 음악도 빼놓을 수는 없겠죠. '무겐소울즈' 시리즈에서 볼 수 있었던 나나메다 케이의 독특한 화풍은 이 게임에서도 이어집니다. 캐릭터 디자인 자체만으로도 괜찮지만, 이벤트 삽화에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점이 인상적입니다. '디스가이아' 시리즈나 '마녀와 백기병' 등 수많은 작품에서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줬던 사토 텐페이의 음악도 게임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습니다.
3D로 구현된 전투 장면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휴대 기기의 성능을 고려해서 그림자를 없애고 지형도 단순화 했지만, 캐릭터 모델과 다양한 이펙트만큼은 깔끔하거든요. 특히 스킬이 발동되거나 트릴리온의 강력한 범위 공격이 시작될 때 느껴지는 박진감이 괜찮은 편입니다. 트릴리온이 움직일 때 프레임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크게 신경 쓰이는 정도는 아닙니다.
이런 일러스트를 보면 죄책감이 들 수밖에. 삼촌이 미안해. |
■ 전투와 육성의 탄탄한 조화
트릴리온에 맞설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설정에 맞게, 마왕 육성이 게임의 바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트릴리온이 휴면기에 들어가면, 그 기간 동안 시간을 잘 분배해서 훈련하는 방식이죠. 수련을 선택하면 마왕에게 필요한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데, 결과는 실패 – 성공 – 대성공 – 초대성공으로 랜덤하게 나타납니다. 수련의 성공 확률은 피로도나 호감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으로 피로도를 낮추고 선물 공세로 관계를 쌓는 과정도 소홀히 할 수 없고요. 여기까지만 보면 별로 특별하지 않은 전형적인 육성 시스템입니다.
독특한 건, 트릴리온과의 실전에 들어가기 전에 정기적으로 모의 전투를 치른다는 점입니다. 상대는 나무 인형에 불과하지만 트릴리온과 같은 패턴으로 공격해오니 무시할 수 없죠. 육성 장르에서는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고민을 늘 하게 되는데, 이 모의 전투를 통해 그런 고민을 상당히 덜 수 있습니다. 또한, 실전에선 한 대라도 맞으면 막심한 피해를 입게 되니, 모의 전투를 통해 패턴을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시스템이죠. 단점도 있지만 이건 따로 적겠습니다.
철저한 스케줄 관리로 죽음을 늦춰보자. |
마왕 교육을 담당할 든든한 교관들. |
수련 결과는 컨디션에 영향을 받는다. 피곤할 때 무리하면 다칠 수 있으니 조심. |
전투는 그렇게 모의 전투와 실전으로 구성되는데, 그 진행 방식이 독특합니다. 기본적으로 턴제를 취하고 있지만, 등장하는 유닛은 마왕과 트릴리온 뿐이니 상대 턴을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거든요. 중간에 다른 적이 소환되긴 해도 개체가 적고 금방 죽기 때문에 별로 문제되지 않습니다. 다른 턴제 전투와는 달리 입력에 대한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니 답답함이 없고 빠르게 진행된다는 느낌을 줍니다.
또 한 가지 독특한 점은, 사실상 트릴리온과의 1:1 전투인데도 전략의 깊이와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트릴리온의 공격에는 여러 턴이 걸리고, 공격의 범위와 발동까지 남은 턴이 바닥에 표시됩니다. 공격 범위를 타일에 흰색으로 표시하고, 턴의 흐름에 따라 타일을 점점 붉은색으로 물들여, 다음 턴에 공격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리는 방식으로요. 그런데 마왕은 기본적으로 한 턴에 한 칸씩만 움직일 수 있고 공격 범위가 짧으니, 공격을 피하면서 트릴리온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턴 계산을 신중하게 해야죠.
이벤트에 따라 다양한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
누나는 제 취향이 아니니까 최대한 빨리 보내드릴게요. |
한 칸씩만 움직이며 공격을 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살아남기 위해선 이 기본 규칙을 비틀 수 있는 예외 규칙을 찾아야죠. 먼저, 작은 몬스터를 처치하면 한 턴 더 움직일 수 있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만약 한 번에 4명의 적을 처리하면? 맞습니다. 네 턴 동안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지요. 두 번째 규칙은 액티브 스킬을 이용해 타일 한 칸 혹은 두 칸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걸 이용해서 위급할 때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턴을 더 얻는 기회는 제한되어 있고 스킬 발동에 필요한 MP에도 한계가 있으니, 여기에서 전략이 꽃을 피우는 것이죠. 처한 상황과 활용할 수 있는 자원에 맞춰 다음 한 수를 떠올려야 합니다.
사실 이렇게 턴과 자원을 철저히 계산하는 것은 트릴리온이 터무니없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초반의 어설픈 육성 계획으로는 한대 버티기도 결코 쉽지 않죠. 정말 아프게 때려요. 짜임새 있게 설계된 공격 패턴도 한몫 합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범위 공격이 동시에 들어오니 익숙해지기 전엔 도망 다니기에 급급하고, 좀 익숙해졌다 싶으면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서 완전히 다른 패턴으로 플레이어를 압박합니다. 스치기만 해도 위험한 공격이 까다롭게 펼쳐지니, 이 게임의 전략적인 요소가 더욱 빛을 발합니다.
트릴리온의 공격은 타일에 표시된다. 붉은색이 되기 전에 피해야 한다. |
트릴리온의 두 번째 모습. 공격 패턴이 완전히 달라진다. |
육성도 기본은 하고 전투도 이 정도면 꽤 전략적인 편이죠. 하지만 제가 본 이 게임의 진정한 장점은 연애와 육성과 전투를 유기적으로 매끄럽게 연결한 점입니다. 이벤트와 선물을 통해 쌓은 추억 포인트는 HP와 MP 대신 소모되는 자원이라 높으면 높을수록 전투에서 유리합니다. 그러니 친목을 잘해야 전투도 잘하죠. 전투에서 성과가 좋으면 육성 포인트를 더 많이 얻을 수 있고, 그렇게 강해진 마왕과는 더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더 많은 이벤트를 감상할 수 있으며, 트릴리온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히게 됩니다. 게임의 세 가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요소들이 깔끔한 순환 관계를 이루고 있으니, 기초가 탄탄하다 볼 수 있습니다.
한 번에 네 명을 잡았으니, 네 턴 동안 나 혼자 움직일 수 있다. 원 모어 찬스! |
취향에 맞는 선물로 마왕의 마음을 사로잡자. |
■ 끝없이 이어지는 반복이 문제
이 게임은 어딘가 로그라이크를 닮았다는 느낌을 줍니다. '던전 크롤'같은 게임을 해봤다면, 타일 위에서 한 칸씩 이동하는 방식에 금방 적응할 겁니다. 애써 키운 캐릭터가 영원히 사라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점도 비슷하고요. 단지 이 게임은 '로그 레거시'처럼 다음 캐릭터가 약간의 자원을 물려받는다는 점과 편의를 위해 세이브/로드가 자유롭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죠. 약간의 실수로 캐릭터가 영원히 사라진다는 점은 플레이에 집중력과 긴장감을 불어넣는 훌륭한 장치이며, 이 게임에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로그라이크에는 영원한 죽음 외에도 중요한 장치가 있죠. 바로 '새로움'입니다. 랜덤하게 생성되는 던전과 복잡한 규칙이 만나, 다시 할 때마다 낯설고 신선한 맛이 느껴지는 그 장치 말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그런 점은 닮지 못했습니다. 한 마왕이 죽고 다음 마왕으로 새롭게 시작하면, 이전에 했던 플레이가 그대로 반복됩니다. 달라지는 건 캐릭터의 대사와 이벤트 정도. 그나마 그 이벤트 중에도 캐릭터 고유 이벤트는 절반도 채 되지 않고, 나머지는 이벤트는 다른 마왕에서 봤던 것의 재탕입니다.
한국어화는 보기 좋게 잘 된 편이다. |
이런 작은 부분까지 꼼꼼하게 이루어진 현지화. 늘 감사합니다. |
물론 육성 장르에서는 반복적인 플레이를 어느 정도 안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스케줄을 여러 번 돌려야죠. 그렇지만 이 게임은 다른 게임과 달리 단조로움을 달랠 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천인의 계곡을 넣어뒀지만, 같은 적만 나오는 한 층짜리 랜덤 던전엔 아무 것도 바랄 수 없습니다. 캐릭터에 따라 능력치가 다르긴 하지만, 결국 비슷한 스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고요. 고유 이벤트나 스토리의 변화로 단조로움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지만, 거기에 기대는 정도가 너무 큽니다.
모의 전투에서도 이런 단점은 그대로 드러납니다. 취지도 좋고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되지만, 패턴에 적응이 끝나도 모의 전투는 계속 반복되거든요. 이제 그만하고 싶은데도 게임은 물릴 대로 물려버린 똑같은 전투를 지겹도록 강제합니다. 시작과 동시에 후퇴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요. 새로운 마왕으로 교체되어 능력치가 낮아져도 모쿠진의 HP는 높아진 그대로 유지되어서, 새 마왕의 첫 모의 전투는 상당히 오래 걸립니다. 한 시간 넘게 때리고 있는 건 별로 드문 일도 아니죠. 그러니까 이런 점들 때문에, 새 마왕으로 교체되면 아까 했던 수련, 아까 썼던 스킬, 아까 했던 전투를 반복할 생각에 눈앞이 깜깜해지는 겁니다.
단점도 많지만, 이렇게 하나씩 만들어가는 추억이 나쁘지 않은 게임. |
■ 마치며
마괴신 트릴리온을 누구나 즐겁게 할 수 있는 게임으로 분류하긴 힘듭니다. 바로 위에서 지적한 단조로움도 문제지만, 사람에 따라 이런 이야기 전개 자체가 정신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니까요. 다만, 좋아하는 사람을 누군가에게 빼앗기며 고통받는 이야기를 거부감 없이 즐기는 분이라면, 이건 제대로 취향 저격이죠. 고통이 세트로 들어 있으니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부르는 전문 용어가 있었는데 갑자기 기억이 안 나네요. 그리고 만약, 단점을 안고서라도 다양하고 독특한 캐릭터를 감상하고 싶다면, 또는 색다른 전투를 경험하고 싶다면, 괜찮은 게임이 될 겁니다.
그런데 혹시나 플레이하게 되더라도, 이것 하나는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세이브를 자주 하세요. 이 게임엔 프리징 버그가 있습니다. 저는 5일 정도 세이브 없이 이어하다가 프리징 걸려서 다 날렸거든요. 제 멘탈도 새처럼 훨훨 날아갔습니다. 달력에 적힌 원고 마감 날짜를 멍하게 바라보며, 웃다가 화내다가 게임기를 들었다 놨다, 이제야 좀 진정이 되는군요. 여러분은 이런 허탈함을 겪지 않았으면 합니다. 세이브, 절대 잊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영정사진.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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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첫 번쨔로 고른 하로인은 레비아... 저기 스샷의 파란 머리 여캐였습니다. 열심히 육성하고, 전장에 내보냈더니 오독오독 씹어먹히더군요.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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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가 죽는 걸 스포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캐릭터가 죽는 건 게임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일종의 '시스템 설명'에 가깝습니다. 해보시면 캐릭터 선택할 때부터 그 얘기 나옵니다(사실 처음부터 호감 가는 캐릭터를 선택한 리뷰어가 잘못한 겁니다. 게임 내에서 나오는 내용을 무시하고 캐릭을 선택했으니...). 안 해보신 분들은 캐릭터가 죽는 게 스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hp가 1조인 트릴리온을 마왕을 육성시켜서 차근차근 hp를 깎아나간다. 그 과정에서 마왕이 죽으면 다음 마왕에게 특별한 반지의 힘으로 능력치 일부를 넘겨준다.' 이게 이 게임의 기본 시스템입니다. 스포의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나 전 이 게임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안 그러면 대부분 디스가이아부터 떠올릴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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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게임에 가장 중요한내용을 스포일러 당한거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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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게임은 10회차까지 있으며 진엔딩 조건을 달성할 때 종장으로 넘어갑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단점은 회차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물론 그냥 엔딩 한 두개만 보고 끝~ 이라고 하시면 솔직히 상관은 없는데 불친절한 회차가 이 게임의 가장 큰 단점입니다. 플래티넘을 따기위해서는 약 10회차를 해야하는데 (캐릭터 엔딩 + 챌린지 모드 = 10~11회차) 1~3장에서 나오는 3명의 마왕을 제외하고 4장 이후의 마왕들은 고정이기 때문에 예를들어 '페고르' 라는 마왕의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강제로 5명의 마왕을 죽여서 억지로 6장까지 가야합니다. (다회차가 되면 트릴리온 따위 캐릭터 하나로 충분히 썰어버릴 수 있는데) 그렇다고 엔딩이 시스템 데이터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세이브 데이터로 저장이되기 때문에 일일히 엔딩보고 클리어데이터 저장을 반복해야 합니다. 생으로 11회차 정도 해야합니다. 그래서 트로피작을 하기 위해서는 짜증나는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만약 플래티넘을 땄을 때에는 마왕을 강제로 사망시킨 횟수가 무려 40회 가까이... 게다가 성우분들의 연기도 너무 좋아서 사망할 때의 신음소리와 배가 뚫리는 '슈욱' '푸욱' 하는 효과음까지 어우려져서 멘탈 파괴 효과도 2배가 됩니다. 뭐... 만약에 세이브 데이터 하나가지고 모든 엔딩을 보고 그런다면 게임 플레이 시간은 10시간 좀 될려나? 굉장히 낮습니다만 트로피를 하신다면 40시간은 잡고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플래티넘을 따기 어려운 것은 아닌데 귀찮아서 희소율이 좀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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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거하면서 감정이입은 제대로 했네요. 기껏 정붙인 애들이 트릴리온한테 으직으직 씹히는데, 게임 보스한테 이렇게 화난 적도 없었어요. 한 판 할 때도 얘를 어떻게든 살려야한다 싶어서, 진짜 별별 짓을 다해봤고요. 반복 플레이와 턴제 게임에 부담이 없는 분들은 재밌게 할 수 있는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전 디스가이아보다 이거에 더 빠져서 했네요. 한 판 한 판이 미칠듯이 절박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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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첫 번쨔로 고른 하로인은 레비아... 저기 스샷의 파란 머리 여캐였습니다. 열심히 육성하고, 전장에 내보냈더니 오독오독 씹어먹히더군요.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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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게임은 10회차까지 있으며 진엔딩 조건을 달성할 때 종장으로 넘어갑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단점은 회차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물론 그냥 엔딩 한 두개만 보고 끝~ 이라고 하시면 솔직히 상관은 없는데 불친절한 회차가 이 게임의 가장 큰 단점입니다. 플래티넘을 따기위해서는 약 10회차를 해야하는데 (캐릭터 엔딩 + 챌린지 모드 = 10~11회차) 1~3장에서 나오는 3명의 마왕을 제외하고 4장 이후의 마왕들은 고정이기 때문에 예를들어 '페고르' 라는 마왕의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강제로 5명의 마왕을 죽여서 억지로 6장까지 가야합니다. (다회차가 되면 트릴리온 따위 캐릭터 하나로 충분히 썰어버릴 수 있는데) 그렇다고 엔딩이 시스템 데이터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세이브 데이터로 저장이되기 때문에 일일히 엔딩보고 클리어데이터 저장을 반복해야 합니다. 생으로 11회차 정도 해야합니다. 그래서 트로피작을 하기 위해서는 짜증나는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만약 플래티넘을 땄을 때에는 마왕을 강제로 사망시킨 횟수가 무려 40회 가까이... 게다가 성우분들의 연기도 너무 좋아서 사망할 때의 신음소리와 배가 뚫리는 '슈욱' '푸욱' 하는 효과음까지 어우려져서 멘탈 파괴 효과도 2배가 됩니다. 뭐... 만약에 세이브 데이터 하나가지고 모든 엔딩을 보고 그런다면 게임 플레이 시간은 10시간 좀 될려나? 굉장히 낮습니다만 트로피를 하신다면 40시간은 잡고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플래티넘을 따기 어려운 것은 아닌데 귀찮아서 희소율이 좀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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