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처음 세상에 나온 PS3용 타이틀 '마녀와 백기병'은 훌륭한 부분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독특한 캐릭터, 아름다운 배경, 탄탄하게 짜인 스토리, 신중함을 요하는 전투가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분명했던 장점만큼 단점 또한 확실했었죠. 곳곳에서 느껴지는 불편함과 시간이 흐를수록 찾아오는 단조로움이 문제 되었고, 초반 이후 급격히 치솟는 난이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여러 곳에서 들려왔습니다.
어떤 게임인지 이렇게 다 밝혀진 마당에 이제 와 다시 들춰볼 필요가 있을까요? 'Revival'이라는 부제를 달고 리마스터 버전이 나왔지만, 리마스터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게임의 절반 이상은 같은 장점과 같은 단점에 그래픽만 손봐서 나온다는 것을 우린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얼마 전 PS4로 발매된 '마녀와 백기병 Revival'은 '이제 와 다시 들춰볼' 몇 가지 이유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버전에서 지적된 단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수정하려 노력한 것이 첫 번째 이유고, 우리말로 나왔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입니다. 언어 문제로 오리지널 버전을 못해봤을 분들에게는 단점이 수정된 리마스터 버전이 의미가 있겠죠. 그래서 다시 들춰봅니다. 이 게임이 원래 가지고 있던 장단점이 무엇인지, 단점을 개선해보려는 노력이 과연 통하였는지를 말입니다.
이름을 정할 수 있다. 센스를 발휘해보자. |
하지만 어떻게 정하든 백기병으로 불리게 된다. |
튜토리얼은 아주 지겹다. 하나하나 설명하는 방식에 반복 훈련까지 시킨다. |
■ 독특함과 다양함을 내세운 전투 시스템
필드 화면을 봅시다. 탑 다운으로 설정된 기본 시점, SD로 디자인된 캐릭터, 여기까지만 보면 기본 공격만 하다가 쿨타임 되면 스킬 사용하는 뻔한 전투가 연상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기본이 꽤 탄탄한 실시간 액션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적의 틈을 노리는 다양한 연타 공격을 기본으로, 타이트하게 설정된 회피 타이밍, 회피에서 파생되는 슬로우 타임, 계산이 빗나갔을 때 돌아오는 높은 리스크는 이 게임의 겉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면을 보여줍니다. 규칙만 본다면 여느 액션 게임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죠.
공격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죠. 무기 조합 시스템이 공격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공격 버튼을 누르면 슬롯에 배치된 무기를 순서대로 사용하는 방식인데, 예를 들면 1 슬롯에 도검, 2 슬롯에 창겸, 3 슬롯에 둔기를 배치했다면 이 세 가지 무기를 차례대로 사용하는 연타 공격이 발동하게 됩니다. 이 순서의 활용 방법을 플레이어에게 맡기는 것이 흥미로운 부분이죠. 무기에 부여된 번호대로 배열하여 얻을 수 있는 체인 보너스로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도 있고, 배열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공격 스타일을 자기 입맛에 맞게 혹은 적의 패턴에 맞게 활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속도가 빨라서 접근하기 힘든 적을 둔기로 1~2타 맞춰 기절시킨 다음 다른 공격을 들어가거나, 창겸을 4~5타에 배치했을 때 공격 범위가 몇 배로 확장되는 것을 이용해 다수의 적과 상대하는 것. 꽤 전략적입니다.
메타리카와의 첫 만남. 정상이 아님을 한눈에 알 수가 있다. |
주장을 하여서 무엇 하나. 어차피 시키는 대로 할 것을. 하지만 나중 일은 모른다. |
무기의 특징과 속성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가장 무난한 타입인 도검, 느리지만 강하고 기절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둔기, 공격력은 약하지만 범위 공격이 가능한 창겸, 아주 강하지만 공격 범위가 일직선으로 제한되는 고탑, 원거리에서 안정적인 공격이 가능한 식대. 처한 상황과 상대의 스타일에 맞는 무기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같은 무기 안에서도 참격/타격/마격으로 구분되는 속성이라는 것이 별도로 준비되어 있는데, 일단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적을 상대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이 상당히 많은 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적을 상대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저기 멀리 적이 보이는 순간부터 앞에서 말한 모든 것이 머릿속에서 순간적으로 계산됩니다. "어? 처음 보는 적인데 혹시 참격이 통할까? 아냐, 생긴 걸 보니 마격이 딱이겠네. 그런데 지금 무기가 어떻게 세팅되어 있더라? 1타를 고탑으로 설정해놨는데 맞출 수 있을까? 적의 공격 속도와 범위를 알아야 회피 타이밍을 잡을 텐데!" 여기에 적의 공격에 적이 맞도록 유도하고 무기의 능력을 극대화할 패싯을 착용하고 상황에 맞는 토치카를 소환하는 것까지, 이렇듯 이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눈 감고 주먹만 내지르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가드 단단히 올리고 섬세하게 간격을 재는 격투가, 냉철한 판단으로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전략가가 되기를 요구합니다. 겉보기와는 정말 다르죠.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 예상과는 달리 현란한 액션을 보여준다. |
아슬아슬하게 피하면 발동되는 미스티컬 닷지. 5초 동안 마음껏 두들기자. |
■ 좋은 재료가 깊은 맛을 보장하진 않는다
하지만 다양한 규칙을 준비하고 그것을 엮어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그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훌륭한 전투 시스템에는 그것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수준의 적과 절묘한 맵 디자인 같은 다양한 보조 장치가 필요한 법이죠. 다행히 적의 패턴이 나쁘진 않습니다. 같은 원거리 공격도 들어오는 방향과 범위가 저마다 다르고, 같은 근거리 공격도 모션 개시 속도와 거리가 같지 않으며, 꽤 다양한 적이 등장하는 편이죠. 하지만 새로운 패턴의 적이 등장하는 간격이 다소 넓은 편인 것이 문제입니다. 5~6종의 적을 몇 시간이나 반복해서 상대해야 비로소 7~8종으로 늘어나고, 얼핏 새로워 보이더라도 대처 방법은 별 차이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조롭다는 말이 여기서 나옵니다.
그래도 40시간이 넘는 긴 플레이 타임을 생각한다면 이 문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변화무쌍한 적을 수십 시간 계속 내보내는 것은 힘든 일이겠죠. 하지만 한참을 헤매야 하는 넓은 던전에 두 종류의 적이 80%를 차지하도록 맵을 디자인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듯이,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덮기 힘든 부분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그나마 보스 전투는 서로 다른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 다행인데, 몸통 박치기가 들어올 때 벽에 딱 붙어서 맞으면 피격 판정이 나지 않는다거나, 범위 공격이 들어올 때 보스 바로 왼쪽 앞에 가만히 서 있으면 전혀 맞지 않기도 하는 등, 패턴이 엉성하게 디자인된 부분이 자주 눈에 띄어서, 보스 전투도 썩 훌륭한 편이라 말할 순 없습니다.
무기도 그냥 장비하는 것이 아니다. 순서를 맞추면 공격력이 2배로 업! |
숙지해야 할 것이 많아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
■ 흥미로움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탐험 파트
이 게임의 플레이를 구성하고 있는 두 가지 축은 앞에서 살펴본 전투 파트와 이제부터 살펴볼 탐험 파트입니다. 플레이어는 백기병이 되어 필드나 던전을 방문하게 됩니다. 하지만 길을 따라 적을 물리치며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 그곳의 전부가 아닙니다. 거기에는 더 좋은 무기와 더 좋은 방어구를 찾는 파밍이 있고, 여러분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퍼즐이 있고,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있으니까요. 레전드급 무기를 얻을 때, 전술 토치카를 응용해서 막힌 길을 열 때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탐험에 제약 요소를 도입한 것도 신선하고 흥미롭습니다. 검게 칠해진 지도를 밝힐 때나 HP를 회복할 때 기가 칼로리라는 자원을 소모하게 되는데, 이 자원은 레벨이 올라도 최대치가 올라가지 않고 항상 100으로 고정되는 독특한 자원입니다. 탐험을 계속하면 기가 칼로리가 점점 낮아지고 바닥난 상태에선 큰 패널티를 받게 되는 반면에 이를 회복하는 수단은 한정되어 있으니, 이것이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되죠. 기가 칼로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다음 거점을 찾기 위해 집 나갔던 집중력이 솟아나고, 적을 잡아먹어 약간 회복하는 대신 먹고 남은 쓰레기로 아까운 인벤토리를 채워야 하는, 손이 떨리는 결정도 마다치 않게 됩니다.
필라는 회복 거점, 체크 포인트, 워프 포인트를 겸하는 탐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
습득한 아이템을 뱃속에 보관한다는 독특한 발상. |
토치카는 전투와 모험에서 요긴하게 쓰인다. |
탐험에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는 기가 칼로리가 늘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것이 불쾌한 제약이 되는 때가 있는데, 이것은 지도가 상황에 따라 상반된 역할을 하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적당한 크기의 지도를 자유롭게 거닐며 신나는 보물찾기에 매진할 때는 큰 문제가 없죠. 하지만 다층으로 구성된 대형 지도에서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퍼즐을 풀어야 할 때, 다시 말해 내가 사냥하던 지도가 역할을 바꿔 나를 사냥하고 압박하게 될 때, 기가 칼로리는 퍼즐을 반쯤 풀다 말고 귀환해야 하는 이유가 되고 보스 전투를 눈앞에 두고 귀환해야 하는 이유가 됩니다. 그리고 HP 회복에 막대한 기가 칼로리가 소모되니 보스 전투에 곧바로 재도전하는 데도 걸림돌이 되죠. 무서운 양면성입니다.
탐험 파트에서 아쉬운 것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필드가 너무 단조롭다는 것입니다. 숲이라는 배경에서 대단히 특색 있는 필드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지만, 색을 달리할 수도 있고 지형을 달리할 수도 있고 좁은 숲과 넓은 숲처럼 얼마든지 차별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나중엔 완전히 새로운 느낌의 필드가 등장하죠. 하지만 그전까진 10곳이 넘는 지도를 탐험하면서 비슷한 장소를 계속 돌아다니게 되니, 이 배경의 단조로움과 앞서 말한 전투의 단조로움이 만나 더 큰 단조로움을 만들어 냅니다.
적을 포식하는 것도 기가 칼로리를 회복하는 방법. |
긴 탐험으로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
보스 전투는 나쁘지 않지만, 가끔 엉성한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
■ 특별한 이야기 방식과 더 특별한 메타리카
이 리뷰에서는 이야기 자체보다 그 이야기를 구성하고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물론 눈덩이처럼 점점 커져서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지는 스토리 자체도 대단하지만, 이야기 구성과 전달 방식은 그보다 더 특별하니까요. 어둡고 기묘한 배경과 비밀스러운 인물들을 통해 플레이어를 이야기 속으로 효과적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후, 느릿하게 전개되면서도 이상하게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는 상태를 유지합니다.
이렇게 느림과 긴장이 공존하는 것은 다른 게임들처럼 한 가지 사건이 기-승-전-결을 거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장과 막으로 구성된 희곡 형식을 택하여 작은 이야기를 나열하고 그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방식을 택한 덕분에, 플레이어는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한 편의 이야기를 감상했다는 만족감과 큰 이야기의 비밀이 조금 풀렸다는 만족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고, 묘하게 남아있는 여운이 곧바로 다음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니, 독특한 느낌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중간중간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 하나의 작은 이야기가 끝난 느낌을 준다. |
게임에서 플레이어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는 것은 일종의 금기와도 같습니다. 하지만 마녀와 백기병은 플레이어의 아바타인 백기병을 이야기의 주체에서 배제하여 관찰자의 입장에서 메타리카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시작합니다. 사고는 메타리카가 하고 행동만 플레이어가 하는 거죠. 그런데 얼핏 보면 무리수 같은 이 방식이 잘 작동합니다. 신기하게도 말이죠.
만약 플레이어가 주체였다면 도저히 하지 못했을 행동과 결과도, 나는 사고가 없고 초월적 존재인 메타리카의 명령이니 어쩔 수 없다는 일종의 면죄부가 주어지니 윤리적인 선을 넘었다는 쾌감과 묘한 불편함, 이건 내 의지가 아니라는 안도감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고조될수록 플레이어를 점차 사건의 주체로 끌어들여서 마침내는 이 이야기가 메타리카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나의 이야기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올 때, 그 순간에 느끼는 묘한 느낌도 있습니다. 독특한 방식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메타리카는 한 가지 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캐릭터. 다양한 성격과 비밀이 녹아 있다. |
이런 이야기 방식이 가능한 것은 메타리카라는 캐릭터가 그만큼 출중하기 때문입니다. 황당하고 거친 외면과 좀처럼 알 수 없는 내면, 드러내지 않는 과거와 종잡을 수 없는 미래. 이렇게 네 가지의 축으로 단절된 그녀의 캐릭터 덕분에 뻔하게 끝날 작은 이야기가 예상과는 다른 결말을 보여주고, 그 이야기 속에서 보여준 행동의 진의가 궁금해지고, 그녀와 과거와 미래에 대한 호기심이 생깁니다. 이러다 보니 플레이어는 작은 이야기에도 만족하고 관찰자 입장에도 만족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이렇게 다면적인 성격으로 인해 어떠한 인물과 마주서도 강한 대비를 이루게 되고, 따라서 주변 인물들까지 모두 부각하는 역할까지 하게 되죠. 큰 이야기와 다양한 인물들을 모두 떠받치는 힘이 있는 캐릭터입니다.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캐릭터와 이야기 전달 방식이 특별하고 이야기 덩어리 자체도 괜찮으니 전체적으로 나무라기 힘든 스토리입니다. 다만 딱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대사입니다. 대사가 인물의 성격을 잘 표현하고 재미도 있지만 굳이 풀어서 설명하지 않고 상황이나 짧은 암시로 전달할 수 있는 얘기들까지 길게 풀어내는 경향이 있어서 읽는 맛이 떨어지고 빨리 넘기고 싶은 생각이 드니까요. 앞에서 말한 단조로운 전투와 단조로운 배경이 늘어지는 대사와 만나면 잠이 올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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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물들의 개성을 효과적으로 살리는 것 역시 메타리카의 힘이 아닐까. |
■ 리마스터를 통해서 좋아진 것은 무엇일까?
먼저, 리마스터 본연의 목적인 그래픽을 보겠습니다. 전체 해상도가 높아지고 광원이 향상된 점이 눈에 띕니다. 텍스쳐도 선명해졌습니다. 프레임도 30에서 60으로 향상되었는데, 회피 판정이 깐깐한 게임이기에 프레임 향상은 아주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향상된 그래픽 덕분에 배경이 더욱 미려해졌는데, 이것이 기존에 있던 하라다 타케히토의 개성 넘치는 일러스트와 사토 텐페이의 음악과 예전보다 더 잘 어울립니다.
사실 그래픽보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추가된 콘텐츠입니다. 플레이가 단조롭다는 문제를 의식한 듯 여러 장치를 추가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환영의 탑입니다. 이 탑은 아이템을 제물로 바쳐서 생성하는 던전인데 낮은 층에서 시작해서 높은 층으로 올라갈수록 강한 적을 만나게 되고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더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일종의 보너스 던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가 칼로리를 의식하지 않고 쏟아지는 적들과 신나게 놀아볼 수 있는 점은 괜찮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준비된 모든 액션 요소를 동원해서 원 없이 싸우는 거죠.
하지만 어차피 본편에서 만나는 적과 다시 싸우는 것에 그칠 뿐이니 그 한계가 명확합니다. 스토리 진행 정도에 따라 입장할 수 있는 스테이지에 한계를 정해두지만 갈 수 있는 층 안에서도 강한 무기를 본편보다 쉽게 얻을 수 있어서 본편 밸런스에 영향을 주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런 한계가 있긴 하지만 환영의 탑은 분명 의미 있는 시스템입니다. 직접 메타리카로 플레이할 수 있으니까요. 비록 진짜 메타리카가 아니라 다른 차원의 다른 캐릭터라는 설정에 일시적으로 소환해서 플레이하는 개념인 것은 아쉽지만, 백기병의 아기자기한 플레이와는 전혀 다른 강력한 퍼포먼스는 그런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습니다. 큼직하게 휘두르는 기본 공격, 빠르다 못해 날아다니는 이동 속도, 화면 전체를 뒤덮는 광역 마법이면 이야기는 끝난 겁니다. 본편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환영의 탑 독자적인 스토리, 환영의 탑에서 얻은 재료로 더 강한 무기를 제작할 수 있는 연성 시스템도 콘텐츠를 더욱 풍부하게 하죠.
새롭게 도입된 환영의 탑. 헌납하는 무기의 등급에 따라 던전의 난이도가 결정된다. |
환영의 탑에서 볼 수 있는 메타리카의 강력함. 백기병이 초라해질 정도. |
■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문제들
콘텐츠가 풍부해진 것은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오리지널 버전의 단조로움이 과연 콘텐츠만의 문제였을까요? 비슷한 적과 끝없는 전투를 되풀이한다는 점이 콘텐츠 확장만으로 해결될까요? 가장 중요한 문제를 엉뚱한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니 제대로 고쳐질 리가 없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는 구조 자체를 흔들지 않고서는 해결하기 힘든 법이니, 리마스터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이 문제를 안고 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무기 세트를 3개로 나눠서 따로 배치할 수 있고 전투 중에 간편하게 세트를 교체할 수 있게 된 것은 대단한 발전입니다. 단순하게 편의성만 높아진 것에 그치지 않고 연타 중에 세트를 바꿔 다양한 조합의 공격이 가능해졌으니까요.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오는 적에 대처하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플레이의 양상이 달라진 것이죠. 하지만 그 밖에 불편했던 점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탑 다운 시점을 기본 시점으로 택하고 있음에도 천장 구조물과 벽을 반투명 처리하지 않아서 시야를 상당히 가리는 것이 그중 하나죠. 평소에는 시점을 돌리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되지만, 복잡한 전투 중에 일일이 시점을 돌려가며 싸우는 것은 피곤한 일입니다. 미니 맵에 올라가는 계단과 내려가는 계단이 구별되지 않고 방금 레버를 당겨서 열린 문이 과연 어디 있는 문인지 쉽게 파악할 수 없게 디자인된 것도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오리지널 버전에서 문제가 되었던 여러 불편함이 아직 리마스터 버전에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화면을 가리는 부분을 반투명 처리하지 않았으며… |
지도 확대 기능이 부실하고 기호도 불분명한 것이 여전한 문제. |
■ 마치며
사실 이 정도의 단점을 가지고 있는 게임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게임 모두에게 아쉽다는 말을 붙이지 않습니다. 아쉽다는 말은 다른 점이 훌륭한데 몇 가지 문제가 그 좋은 점을 깎아 먹을 때 쓰는 말이죠. 마녀와 백기병 정도 되어야 '아쉽다'라는 범주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 게임처럼 전투 시스템을 특색 있고 풍성하게 구성하는 게임은 자주 나오지 않습니다. 일 년에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 봅니다. 그런 게임이 독특한 이야기 방식과 특별한 캐릭터로 무장한 경우는 더욱 드물죠. 또 그런 게임이 한국어로 출시되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정말 유니크한 게임입니다. 이렇게 좋은 부분들이 많은데, 그것을 제대로 활용 못 해서, 단점을 고쳐보려 했지만 그게 잘 통하지 않아서, 그래서 아쉽습니다.
하지만 그런 단점이 있다는 것을 미리 인지하고 어느 정도 감수한다면 충분히 즐길만한 게임입니다. 날 잡고 몇 시간 즐긴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금방 질릴 수 있으니 한 장 한 장 천천히 작은 이야기를 조금씩 즐긴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파밍 몇 번 하고 끈다는 생각으로 플레이하면 단조로움을 덜 느낄 수 있습니다. 불편한 점들은 어쩔 수 없이 참아야겠죠. 그러면 정신없이 펼쳐지는 전투, 아름다운 배경, 특별한 스토리, 이 게임의 장점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명작들도 많은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맞습니다. 사실 명작이라고 부르기엔 많이 아쉽죠. 하지만 '마녀와 백기병 Revival'은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한 번쯤은 해볼 만한, 그 정도의 가치는 충분히 가지고 있는, 그런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그냥 지나치기엔 약간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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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발칙한 옷이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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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생각없이 시작 했는데 브금이 너무 좋아서 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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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름부터 한글로 지정할 수 있군!! 했는데 걍 백기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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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 약파는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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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냥 니폰이치 이름값때문에 시작했는데 조작 자체가 복잡하지는 않은 느낌인데, 기가칼로리가 지도를 밝힐 때 대량으로 소비되다보니 처음에는 탐험 위주로, 제대로 교전이나 노가다를 하는건 같은 지도를 2,3회 돌아야지 안정적인 칼로리 유지가 되더라구요 그래픽은 PS4로 이런걸 만드냐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컨트롤은 딱히 부정적이지는 않지만 락온고정이 없고, 락온 걸었을 때 움직임이 느려지기 때문에 락온을 걸고 탄막류 게임처럼 조심스럽게 피하기보다는 맞기 전에 죽인다! 혹은 죽어라 달려서 공격범위에서 벗어나는 선택을 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니폰이치류 게임이라기보다는 마치... 이스 나피쉬팀의 성궤랑 젤다의 전설 환영의 모래를 반반 섞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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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 약파는 소리를..... | 15.12.29 18: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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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일본게임인데 미국판은 영어 음성인가요 | 16.01.13 17: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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