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배틀프론트'를 플레이하면서 받은 느낌은 두 가지였다. 황당함과 편리함. 신규 개봉되는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관련 콘텐츠가 일절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마치 30년 묵은 김치를 밑반찬으로 꺼내 먹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미 익숙한 영웅들과 보병 및 탈 것들을 쉽고 편하게 조종할 수 있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기도 했다. 스타워즈 세계의 온갖 설정은 클래식이 됐지만, 구닥다리라고 치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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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새로운 주역들(출처: 공식 예고편). |
영화 개봉 전에 새로운 것들은 게임에 정말 나올 수 없었을까?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생각해보자.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것들은 이미 팬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레이, 핀, 카일로 렌, 포 대머런, 캡틴 파스마 등 신규 영웅과 악당들로 구성된 앙상블 캐스트는 그야 말로 환상적이다. BB-8, 블랙 스쿼드론 엑스윙, 붉은 십자 라이트세이버 등도 마찬가지다.
의외로 해답을 개봉 전 이미 시중에 판매 중인 토이들을 통해 얻을 수 있다. 피겨를 통해 새로운 캐릭터들의 외형적 설정을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게임에서 나오지 못 할 이유를 상실한 셈이다. 게다가 피겨에서 음성이 출력되는데, 스포일러까지는 아니지만 무언가를 희미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은 영화 속 주요 대사를 들려주기까지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스타워즈 배틀프론트가 스타워즈 공식 설정에 포함되는 유일한 게임(모바일 게임 제외)이라는 것이다. 이번 영화 개봉에 앞서 2014년에 스타워즈 캐넌이라는 공식 설정이 등장했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에 새로운 요소들이 등장하지 않은 이유는 즉, 그것들을 유료 DL 콘텐츠로 팔기 위해서라고 예상해볼 수 있다. 루카스필름이 디즈니에 인수된 것이 2012년 10월, 스타워즈 배틀프론트가 공식 발표된 것이 2013년 6월 E3,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각본 작업(개발 단계)이 종료된 것이 2014년 1월이었으니 게임을 만들기에 시간이 부족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들 간의 계약 관계까지 소비자들이 알 수는 없지만, 납득할 수 있는 설명 없이 우리는 추정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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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오브 자쿠 DLC |
'자쿠의 전투(Battle of Jakku)'가 무료 DLC로 지난 12월 1일에 얼리 억세스로 풀리고 일주일 후 전면 개방되었다. 자쿠 행성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서 처음 등장하는 행성으로 주인공들의 무대가 된다. 2개 맵 제공. 아쉬운 것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과거 시점이라는 것이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전작으로부터 30년 후를 다루는 것이고, '배틀 오브 자쿠'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로부터 29년 전이다. 즉, 오리지널 트릴로지에서 제국이 멸망하는 시점이다. 당연히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것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미션에는 트레이닝/A.I. 대전/서바이벌이 있다 |
어쨌든 비판은 뒤로 하고, 스타워즈 배틀프론트에 집중해보자. 이 게임에는 싱글플레이가 없다. 항상 이런 게임이 나올 때마다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간다. 즉, 변화하는 과정에서의 과도기라고 할 수 있고, 혹은 사용자들의 완강한 저항일 수도 있다. '타이탄폴'이 그랬고, '톰 클랜시의 레인보우 식스 시즈'가 그렇다. 사용자들은 $59(EA코리아 기준 국내 소비자가 65,000원)를 지불하고, 마치 반쪽 짜리 게임을 받은 것만 같은 기분이다.
멀티플레이를 먼저 즐기는 트렌드에 편승하는가? |
얼핏 싱글플레이를 완료한 후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것은 게임을 즐기는 온전한 순서처럼 여겨지는데, 최근 이 흐름은 달라지고 있다. 멀티플레이의 경쟁성에 사용자들이 집중하는 것이다. 더 빠르게 레벨을 올리고, 더 멋지게 아바타를 꾸며, 더 높게 리더보드를 선점한다. 아마도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가장 진지한 사례에 접근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 나온 시리즈 신작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3'의 구세대 기종 버전은 일종의 테스트베드가 아닌가 생각도 든다. 뭐가 좋다 나쁘다를 단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사용자가 느끼는 플레이의 깊이를 얕게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며, 비용 전가를 소비자에게 떠넘기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비주얼의 상향으로 제작비가 많이 올랐다는 개발진들의 성토를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렇다고 시각적으로 멋지게 만들어 놓고, 정작 게임의 깊이가 없다면? 매우 잘못된 개발 자세일 것이다. 돈이 많이 드는 시각적으로 대단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도록 기획해야 한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영화라고 입장료가 비싼 것이 아니다. 돈이 많이 드니 영화의 러닝 타임을 1시간으로 줄여서 만드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 흥행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비즈니스다. 게임도 그렇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에 등장하는 히어로와 빌런 캐릭터. |
단적으로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맵의 수와 즐길 수 있는 탈 것과 보병들, 그리고 영웅과 악당 캐릭터들이 풍족한 편이 아니다. 이 게임은 콘텐츠의 양에 비해 비싸고, 지속적으로 즐기기에 부족함을 느끼게 한다. 그저 스타워즈 시즌이니까 분위기 내기에 좋은 게임이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가 배틀필드 프랜차이즈의 기획력과 기술력을 갖고 있는, 개발사 다이스(DICE)와 최신 게임 엔진 프로스트바이트3를 업고 훌륭한 결과물로 도출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게임은 스타워즈 세계관을 기반으로 오리지널리티를 강화해 메타크리틱에 도전하지 않는다. 대신 새로운 생각과 옷을 입고 리부트됐다. 이미 2004년에 같은 제목의 게임이 팬더믹 스튜디오와 루카스아츠에 의해 시도된 바 있다. 이 시점에서 비교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새로운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충분한 시대적 설득력을 갖고 있다.
아이템을 입수하고, 호출하면 타이 파이터로 넘어간다. |
1인칭 슈터임에도 아이언사이트 및 연결 애니메이션은 미흡하게 표현되었다. |
흥미로운 것은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배틀필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흔적은 게임 곳곳에 있다. 상대적으로 맵은 작고, 전면적인 전쟁이 아닌 전투에 집중하고 있다. 모드 혹은 맵 별로 탈 것을 몇 가지로 제한시켜 놓은 것도 확인할 수 있다. 탑승하는 애니메이션이 없는 것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으나 매우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이 요소는 무전을 쳐서 이미 탈 것에 탑승한 다른 아바타로 넘어가는 형식으로 구현됐다. 보병으로 플레이할 때 사격을 조준하는 아이언사이트도 마찬가지로 나오지 않는다. 잘 느낄 수 없는 부분인데, 알게 되면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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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전면적인 모드 슈프리머시. |
9가지 멀티플레이 모드는 어느 것이 더 하고 덜 할 것 없이 모두 다 재미있었으며, 사람이 부족한 현상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모든 모드들이 다른 게임들에서 익히 즐겨왔던 것들이지만, 스타워즈이기에 스타워즈의 배경에서 스타워즈의 스킨을 쓴 아바타들을 진부함 없이 신선하게 즐길 수 있었다. 스타워즈와 프로스트바이트3 엔진이라는 이미 각각 존재했던 것들을 결합시켜 보자는 작은 아이디어로 출발했을지 몰라도 그 안의 것들은 분명히 또 다른 새로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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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전을 즐길 수 있는 파이터 스쿼드론. |
AT-AT를 둘러 싼 공방전의 워커 어설트. |
여러 멀티플레이 모드 중 가장 전면적이라고 할 수 있는 슈프리머시는 클래식 컨퀘스트를 기반으로 가장 많은 인원 수인 40명이 10분 간 5개의 컨트롤 포인트를 장악하기 위해 지상과 공중에서 탈 것을 운용할 수 있다. 나머지는 좀 더 세부적인 것들로, 블래스트는 20인의 보병 전용 팀 데스매치이고, 파이터 스쿼드론은 공중에서 엑스-윙, 에이-윙, 타이 파이터, 타이 인터셉터 등으로 도그파이트를 즐길 수 있는 20인 모드이다. 홀로 영웅이 되어 나머지 7명을 상대해야 하는 히어로 헌트, 6:6으로 영웅과 그를 보호해야 하는 히어로 대 빌런, AOS의 느낌으로 AT-AT를 이끌고 혹은 2개의 업링크를 활성화시켜 와이-윙 폭격기를 부르는 공방전의 워커 어설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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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배우들의 초상권이 필요한 주역급 캐릭터들. |
이번 작품이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많은 스타워즈 게임이 일개 보병의 면에서 진행되거나 혹은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닌, 영화에 등장했던 영웅 혹은 악당을 조작할수 있다는 점이다. 적지 않은 초상권 비용이 지불됐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그 만큼 이 부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적지 않은 공을 들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스 베이더, 팰퍼틴 황제, 보바 펫이 빌런이고, 히어로에는 루크 스카이워커, 한 솔로, 레이아 오르가나가 있다. 각기 영화 속에서 인상 깊게 등장하는 총과 라이트세이버, 포스를 적절히 스킬로 배치해 흥미를 유발한다.
맵의 수는 적은 편이지만, 엔도의 울창한 숲과 호스의 설원, 타투인의 사막, 그리고 영화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술루스트 행성까지 각각의 분위기를 매우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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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비주얼을 달성했지만, 논란을 낳기도 한 수직 해상도 900p. |
비주얼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기술 요소로 꼽히는 해상도는 PS4 버전 기준으로 900p이다. 시각적으로 아주 만족스럽지도 그렇다고 불만족스럽지도 않은 해상도라고 할 수 있다. 60fps을 맞추기 위해 차순위로 선택되어 희생된 것인데, 개인에 따라서 평가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프로스트바이트3가 뿌려대는 이 게임의 놀라운 비주얼은 스타워즈 게임 사상 가장 위대한 수준을 실현하고 있지만, 가장 마지막으로 채워야 할 목 단추를 채우지 않은 채 한 겨울에 외출을 하는 것 같다.
이 게임 자체만으로 평작 이상을 넘어서는 수작으로 평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스타워즈와 배틀필드의 만남은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그 안은 아직 비어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후한 평가를 내릴 만 하다. 게임의 오리지널리티를 강화하지 않고도 멋진 만듦새를 이룩했다. 다이스의 수준 높은 R&D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이 게임은 절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가 이 시점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가? 배틀프론트 게임 프랜차이즈의 리부트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대신 당장 새로운 영화와의 관계가 신경 쓰인다. 사람들은 이에 대해 궁금해 한다.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12월 17일 국내를 포함해 전세계에 걸쳐 동시 개봉된다. 그에 발 맞춰 게임 스타워즈 배틀프론트가 한 달 여 앞서 출시된 것이다. 우린 이 게임의 밀봉을 뜯기에 앞서 '왜?'라고 질문을 던지게 된다. 도대체 왜 나온 거지? 물론, 영화가 가지는 특수한 파급력이 있다. 그러니 게임도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게임은 언제나 그랬으니까.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자신이 어떤 게임이라고 명확하게 말하고 있지만, 아직 무엇을 담고 있는가란 질문에는 부끄러워 하고 있다. 디스크 기준으로 새로운 에피소드의 콘텐츠를 담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 뻔한 속내를 드러내는 것과 같다. 새로 개봉되는 영화와 발 맞춰 출시된 게임인데, 새로운 영화의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니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게임 가격에 육박하는 시즌패스. |
지금이야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인구 수가 넉넉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수가 줄어들 것이다. 유료 DLC를 적절한 시기에 출시해 멀티플레이 사용자 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도가 착각이라는 것은 근래 들어 수 차례 증명되곤 했다. 사용자 수는 점점 줄어들며, 이 사용자들이 DLC를 전원 구매하지 않으므로 잡히는 세션의 수는 더 줄어들게 된다. 많은 게임들이 1년 간 DLC를 내놓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지만, 비싼 돈을 지불한 만큼의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냐는 물음에는 부정이 따른다. 판을 잘 벌렸어도 유지하는 것은 힘들다. 이 게임이 몇 개월 안에 혹은 영화 개봉과 맞춰 신규 콘텐츠를 내놓겠지만, 그것이 사용자들을 더 즐겁게 해줄 수 있을까? DLC를 무료로 풀어도 사용자 수는 줄어든다.
우주전이 없다고? |
새로운 영화에 관련된 콘텐츠가 없는 이야기를 논외로 하더라도 아쉬운 부분은 남아 있다. 바로 우주전이 없는 것이다. 공중전만 가능한 것은 옥에 티다. 데스 스타에서의 전투를 유료로 차후에 공개할 것인가? 스타 디스트로이어는 이 게임에서 멀찌감치 실루엣 정도만 모습을 비추고 있다. 인간 관계에서 누군가에게 다가갈 때 자신의 매력을 감추고 다가가는 사람이 있을까?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참으로 기괴한 인간 같다.
어둡고 황량하기만 이 상황을 DLC로 바꿀 수 있을까? |
물론, 스타워즈 배틀프론트가 스타워즈 세계를 가장 잘 체험할 수 있는 현존 최고의 게임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 게임의 유/무료 DLC가 모두 완성됐을 때 어떤 모습으로 어떤 서비스를 얼마 만큼의 사용자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있을까?
소재 면이나 장르적인 면에서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식상하리 만치 기존의 것들을 답습하고 있다. 그 안에서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커뮤니티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인 듯이 보인다. 새로운 스타워즈 영화 개봉에 맞춰 쉬운 진입 장벽을 가진 이 게임이 더 많은 사용자들을 유치할 수 있을지 좀 더 긍정적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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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영어도 거의 없는데 한글화를 하지 않았다는게 더 괘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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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인데 우주전이 없다는건, ㅍㄹㄴ인데 ㅅㅅ가 없는거랑 비슷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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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큰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네요. 스토리모드의 부재. 그냥 반쪽짜리 게임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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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영어도 거의 없는데 한글화를 하지 않았다는게 더 괘씸 | 15.12.11 15: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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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두요 | 15.12.27 14: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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