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망감만 안겨준 '비욘드 어스'
'시드 마이어의 문명' 시리즈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있어 신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완벽한 게임성과 미칠 듯한 중독성, 여기에 생각하는 즐거움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다.
특히나 대부분의 게임들이 그 탄생 이래 수 많은 변화를 겪으며 과거의 인기가 점차 퇴색되어 가는 상황에도 문명 시리즈는 1991년 첫 작품이 발매된 이래 가장 최근 작품이라 할 수 있는 5편에 이르기까지 흠 잡을 데 없는 완성도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대단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지금도 문명 시리즈를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에는 변함이 없고, 시드 마이어 역시 이러한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완벽한 게임을 만들어 왔다. 반복적으로 게임을 즐겨도, 몇 년 전에 발매된 게임을 플레이해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 과연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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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처음으로 문명 시리즈에 발을 들인 계기가 된 문명 2. |
문명 3부터는 시드 마이어가 세운 '파이락시스' 에서 제작되었다. |
하지만 이러한 문명 시리즈의 행보는 2014년 후반기에 발매된 문명의 '스핀 오프(게임에서는 전작과는 다른 관점으로 만들어지는 외전 형태의 후속편을 의미)' 작품인 '문명 비욘드 어스(이하 비욘드 어스)'에서 아쉬운 결과를 맞게 된다. 지금까지 시드 마이어가 만들어 온 게임들은 외전 형태의 게임이라고 해도 늘 완벽한 퀄리티와 재미를 보장해 왔지만 비욘드 어스의 퀄리티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 이유다.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에 이주하면서 플레이가 시작되는 비욘드 어스의 배경 설정은 1999년 발매된 문명 시리즈의 또 다른 스핀 오프 게임인 '알파 센타우리'와 흡사한 점이 많다. 알파 센타우리가 문명 시리즈의 승리 조건 중 하나인 '우주선 발사'와 연관된 시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작품은 문명 엔딩 이후의 플레이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도 새로운 행성에 이주해 이를 정복해나가는 여정을 보여주고 있고 말이다(참고로 알파 센터우리는 실제로 존재하는 성계의 이름이며, 태양에서 4.3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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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센터우리와 비욘드 어스는 모두 지구를 벗어나 우주의 다른 행성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
이처럼 알파 센타우리의 시작점 자체가 비욘드 어스와 닮은 부분이 많다 보니 게이머들 역시 알파 센타우리의 후속작 같은 느낌으로 접근했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비욘드 어스 또한 우주선을 타고 이주해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며, SF 요소가 혼합되어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막상 게임이 공개되자 이러한 기대는 실망스러운 느낌으로 변했다. 지금까지의 문명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짧은 플레이 타임과 단조로운 게임 시스템이 게이머들의 아쉬움을 자아냈고, 전작이라 할 수 있는 문명 5와 비교해도 참신한 시스템이 그다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명 시리즈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끊임 없이 생각을 요하는 요소들이 부족하다 보니 단순한 턴제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문명' 시리즈가 아니라 말이다.
상당히 적은 수의 유닛이 등장할 뿐 아니라… |
다른 작품과는 다른 원형의 연구 트리가 등장하기도 했다. |
문명 5를 예를 들어 설명하면 초반에는 주변을 정찰하고 다양한 원주민 부락을 방문하며 주변 바바리안의 공격도 신경 써야 한다. 이와 함께 도시를 발전시키면서 새로운 도시를 건설해야 할 필요도 있다. 문화적인 발전도 고려해야 하며 다른 국가 간의 외교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상황에 따른 적절한 과학 기술을 연구하면서 상대보다 유용한 불가사의를 빠르게 건설해야 하며, 국민의 행복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위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황금기를 지속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 적절한 군사력을 유지해 타국의 도발에 방비해야 할 뿐 아니라 주변 도시 국가들의 관계에도 힘을 기울여 전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새로운 도시를 건설할 때는 입지 조건 및 다른 도시와 경계가 맞물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다양한 전략 자원 획득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여기에 다른 국가들에게 밀리지 않도록 과학 발전에 힘 쓸 필요도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소들을 일일히 생각하며 플레이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아직 문명 시리즈를 해보지 못한 게이머들이 본다면 '뭐 이리 신경 쓸 게 많냐?' 고 할 수도 있겠지만 바로 이러한 복합적인 사고를 요하는 부분이 문명 시리즈의 본질적인 재미를 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로 인해 게임에 대한 몰입도도 높아지게 되고 결국에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짧게는 몇 시간에서 몇 십 시간까지 지속적인 플레이를 하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물론 비욘드 어스 또한 기본적인 부분은 문명 5와 비슷하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비슷한 시스템들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그 결과물은 상당히 평면적이라는 데 있다.
5편에서의 전략적 활용이 상당했던 도시 국가와 달리 비욘드 어스에 등장하는 도시 국가는 단순히 교역이 가능한 도시 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외교 관련 부분도 부실할 뿐 아니라 연구 가능한 과학 기술도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전투 유닛의 종류도 소수에 불과하고 볼륨이 적어진 만큼이나 불가사의의 개수도 많지 않다. 여기에 불가사의를 만들어도 확실한 효과를 주지 못하다 보니 이것 저것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국가를 확장시키면서 군사력 증강에만 신경 쓰면 되는 게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는 플레이 타임과 게임 난이도로도 충분히 체험이 가능한데, 중상급 난이도에서 플레이하면 데이터 로드 빈도가 오리지널 문명 시리즈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적어진 것을 체험할 수 있다. 생각할 부분이 적다 보니 플레이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고 게임 자체의 볼륨 또한 다른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엔딩까지 보는데 걸리는 시간도 짧다. 다소 쉬운 난이도의 경우, 문명 시리즈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불과 2~3시간 만에도 클리어가 가능한 정도이고 보다 높은 난이도 역시(마지막 6단계 난이도를 제외한) 10시간 안쪽으로 엔딩을 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새로운 신 요소인 '조화' '순수' '우월'의 세 가지 친화력을 통해 차별성을 주고자 한 부분도 그다지 큰 재미를 주지 못했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덕분에 비욘드 어스는 문명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외면받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비주얼이 더 좋아졌을 뿐 1999년에 발매된 알파 센타우리보다도 못한 재미를 준 게임이 된 것이다.
비욘드 어스의 불가사의는 생각보다 그 효과가 미미한 편이다. |
새로이 등장한 친화력 시스템. |
■ '라이징 타이드' 의 포인트는 단점의 보완
이처럼 본 작품 자체가 게이머들의 기대감을 무참히 깨버렸던 만큼 비욘드 어스의 첫 확장판인 '문명 비욘드 어스 라이징 타이드(이하 라이징 타이드)'를 바라 보는 게이머들의 시선도 그리 곱지만은 않다. 과연 꺼져가는 생명에 확실한 인공호흡을 해줄 것인지, 아니면 비욘드 어스의 마지막을 장식할 작품이 될지 궁금한 정도에 그치는 느낌이랄까.
일단 이번 확장판이 추구하는 목표는 확실해 보인다. 바로 비욘드 어스에서 수 많은 게이머들이 지적했던 콘텐츠의 부족과 단조로운 플레이를 해결하는 것. 이를 위해 새로운 외교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보다 다양해진 전투 유닛과 후원자 및 신규 과학 기술을 등장시켰다. 유물 시스템이 추가되었고 조화, 순수, 우월의 세 단계로 구분되었던 친화력 시스템도 보다 다채로운 플레이가 이루어지도록 중간 단계를 만들어 냈다.
8개의 세력이 존재했던 있던 후원자 세력은 확장판을 통해 12개 세력으로 양적인 성장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문명 5의 국가 수와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그럭저럭 체면 치례는 한 모습이다.
특히나 한국을 중심으로 한 후원자 세력 '청수'의 등장은 국내 팬들에게 나쁘지 않은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청수의 지도자인 '문한재'의 모습이 한국 사람이라기보다는 중국이나 북한 스타일에 가깝게 디자인되어 있어 이에 대한 아쉬움이 존재하는데, 문선재의 모습을 통해 외국에서 동양권 사람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유추가 가능한 대목이기도 하다(한 마디로 다 비슷해 보이는 느낌이라는 거다).
새로운 후원자 세력인 청수는 스파이에 플러스 요소를 가지고 있고 북해 동맹은 수상 도시에 이점이 존재한다(수상 도시에 관한 내용은 아래 따로 설명한다). 그런가 하면 인테그르는 외교에 플러스 효과가 있으며 알 팔라는 도시 생산력에 추가 효과를 가진다. 새롭게 추가된 네 개 세력의 고유한 특수 효과 중 눈에 띄게 좋다고 보여지는 것은 없는 편이며, 오히려 기존 세력의 고유 효과가 더 효율적으로 느껴진다. 특징적인 부분이라면 청수와 북해 동맹의 경우, 처음부터 바다에 도시를 건설할 수 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12개로 늘어난 후원자 세력. |
어딜 봐서 이 얼굴이 한국 사람이란 거요? |
■ 이제는 바다에 도시가 건설된다!
지금까지의 문명 시리즈는 모두 섬이나 대륙과 같은 '육지'에만 도시를 건설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부분은 비욘드 어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라이징 타이드에서는 해안이나 바다에 수상 도시를 건설할 수 있는 기능이 새로이 추가되었다. 이로 인해 기존과 동일한 면적의 맵이라고 해도 거의 배에 달하는 수의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가능해졌으며, 그와 더불어 플레이 타임 역시 늘어나게 되었다.
수상 도시의 모습. |
이제는 바다까지 빽빽하게 도시가 들어선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단, 앞서 언급했던 청수와 북해 동맹을 제외한 다른 후원자 세력들은 관련 연구를 완료해야만 수상 도시 건설이 가능해진다. 또한 수상 도시는 육지에 세워진 일반적인 도시와 달리 도시의 문화 상승에 따라 도시 타일이 증가하지 않는다. 수상 도시가 도시 타일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도시 자체를 인접한 타일로 이전시키거나 에너지를 소비해 타일을 구매하는 것 밖에 없다.
수상 도시를 이전시킬 경우, 도시가 가지는 기본적인 원형 범위(도시 중심부를 둘러싼 여섯 칸의 범위)에 기존의 도시 타일이 합쳐진 크기로 도시 타일이 확장된다. 단, 수상 도시를 이전하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생산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필요한 생산력이 채워지는 몇 턴 간은 다른 유닛이나 건물을 건설할 수 없으며, 도시 내에 건물이 많을수록 보다 많은 생산력이 필요하다. '열염분 방향타' 를 도시 내에 건설하면 생산력을 일정량 줄일 수 있지만 최대 세 칸의 도시 타일을 확장하기 위해 번거로운 작업을 하느니 오히려 에너지를 이용해 타일을 구매하는 것이 더 나은 편이다.
먼저 도시가 이동할 타일을 정한 후 도시 이동을 실시하면… |
이렇게 중심 도시가 옮겨지며 주변의 타일이 도시 타일에 귀속된다. |
수상 도시가 등장함에 따라 그간 보조적인 역할을 하던 해상 유닛의 활용도도 상당히 높아졌으며, 이로 인해 다채로운 해상 유닛들도 새로이 추가되었다. 또한 바다에서의 생산 능력을 올려주는 여러 건물들도 새로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수상 도시의 존재가 그다지 내키지 않는 이유는 전통적인 육지 기반의 방어 라인 형성이 상당히 무의미해져버렸기 때문이다. 산을 바리케이트 삼아 도시를 건설하고, 이를 전략 요충지화 하여 방어하는 식의 전략도 덧없게 되어 버린 것. 이곳 저곳에 상대국의 도시가 건설되면서 지켜야 할 곳이 상당히 많아지다 보니 국토의 모든 경계 라인을 다 신경 써야 할 필요도 생겼다. 이로 인해 낮은 난이도에서는 큰 상관이 없지만 5단계 이상의 난이도에서는 적의 공격을 방어하기가 꽤나 어려워진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어 라인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바다의 특성 상 전면에서 상대의 공격을 받을 확률이 존재한다. |
머리를 쓸 일이 더 많아졌으니 오히려 더 좋은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완벽히 개방된 전선으로 인해 단순히 많은 병력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중요해져 전략적인 재미는 오히려 떨어지는 느낌이다.
여기에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해상보다는 육지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필수적으로 바다를 많이 활용해야 하는 수상 도시의 존재가 반갑지 않은 것은 당연한 사실. 물론 개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적어도 필자에게는 수상 도시가 없던 비욘드 어스의 전투가 더 나은 느낌이었다. 동일한 크기의 맵에 두 배 가까운 도시가 건설되다 보니 큰 맵을 선택해 플레이를 하기에도 부담이 가는 모습이었고 말이다.
■ 확연하게 달라진 외교 시스템
이번 확장판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기존의 외교 시스템을 완전히 날려 버리고 전혀 새로운 형태의 외교 시스템을 채용했다는 것이다. 비욘드 어스의 외교 시스템은 지금까지의 문명 시리즈와 흡사한 형태였지만 라이징 타이드에서는 '자본' 이라는 별도의 수치를 바탕으로 외교가 이루어지도록 변경되었다.
비욘드 어스의 외교 형태는 기존 방식과 흡사한 편이었다. |
자본은 다른 수치들과 마찬가지로 특정 건물 등을 도시에 건설하거나 일부 자원을 통해 획득이 가능한데, 이렇게 모은 자본은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개선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고 '협정'을 유지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협정은 새로운 외교 시스템의 핵심적인 요소로, 다른 세력의 지도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효과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을 맺는 것이다. 협정 유지에 사용되는 자본은 그 효과의 비중에 따라 비용에 차이가 있으며, 기본적으로 협정 체결 시 일정 자본이 지불되고 이후 매 턴마다 추가적으로 일정한 자본이 소모되는 형태로 되어 있다. 이는 타 세력이 게이머에게 협정을 채결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기 때문에 가급적 많은 협정을 체결 받는 것이 유리하다. 그만큼 자본의 여유가 생겨 게이머도 많은 협정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정은 언제든 취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신이 필요할 때만 협정을 유지하는 것도 상당히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식민지화 기업' 협정은 이주단 생산 비용이 증가하지만 도시를 즉시 건설할 수 있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사전에 미리 이주단을 생산(또는 구입)한 뒤에 식민지화 기업 협정을 체결하고 이주단으로 도시를 건설한 후에는 계약을 해지해버리는 식의 플레이가 가능하다. 또한 타국과의 전쟁이 진행 중일 경우, 전쟁과 관련한 협정을 체결하고 전쟁이 끝난 후 협정을 취소할 수도 있다.
체결 가능한 다양한 협정들. |
협정은 최고 5개까지 체결할 수 있다. |
이렇듯 다소 속 보이는(?) 협정 관리는 타 세력들도 흔하게 사용할 정도로 '의도된'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할 경우 플레이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협정을 잘만 활용하면 상당히 강력한 효과를 얻을 수 있기도 하다.
이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협정은 바로 '스마트 그리드' 다. 그 효과가 너무 강력해 4단계 난이도까지는 이 협정만으로도 손쉬운 플레이가 가능할 정도인데, 이 협정을 체결하면 매 턴마다 자신이 보유한 에너지의 3%를 추가로 획득할 수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별거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에너지 보유량이 높아질수록 점점 추가되는 양도 커지기 때문에 턴이 진행될수록 엄청난 에너지가 턴마다 들어오게 된다.
간단하게 자신이 1000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할 때 자신이 벌어들이는 에너지를 제외한 협정의 효과만으로 24턴 후에는 2000 에너지가 되고 47턴 후에는 4000, 71턴 후에는 8000의 에너지를 소유하게 된다. 여기에 자신의 세력에서 벌어들이는 에너지까지 생각하면 만 단위의 에너지를 보유하는 것도 순식간이다. 또한 협정의 효과는 채결한 세력의 관계가 좋아질수록 높아져 동맹 관계가 되면 5%로 효과가 높아진다. 이에 더해서 미덕의 '투자'를 활성화시키면 1% 에너지가 추가되어 매 턴마다 보유량의 6%를 추가로 획득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도시의 생산 능력 자체를 에너지 위주로 맞추고 에너지 관련 연구에 중점을 두고 플레이를 진행할 경우, 축적한 에너지가 10000이 넘어가면 턴 당 600 이상의 에너지가 들어오게 된다. 이 상태에서 30턴만 지나도 6만 이상의 에너지가 모이게 되며, 10턴이 더 지나면 11만의 에너지 보유량에 턴 당 5천이 넘는 에너지를 얻는다.
턴이 진행될수록 미친 듯이 에너지가 늘어나는 협정이다. |
5~6단계 정도의 고난이도에서는 초반부터 에너지를 사용할 일이 많기 때문에 사용이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도움이 되는 협정이며, 그 이하의 난이도에서는 굳이 힘들게 건물이나 유닛을 생산하지 않아도 에너지를 이용해 구입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어찌 보면 치트키라고 해도 될 정도로 강력한 협정인 셈이다.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대상과의 관계가 중립 이상의 상태여야 하며 조건이 충족된다고 하더라도 체결이 실패할 확률이 존재하기 때문에(대략 10~20% 정도 확률로 체결이 되지 않는다) 항상 원하는 협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가 하면 타 세력과의 관계 개선 방식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변화되었다. 기존에는 자신의 세력이 약할 경우 자원을 퍼주거나 국경 개방과 같은 저자세 외교를 통해 어느 정도 관계 개선이 가능했지만 달라진 외교 시스템에서는 자신이 강하지 않으면 다른 세력과의 관계를 개선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지게 되었다.
이는 공포심과 존경심이라는 두 가지 요소 때문인데, 공포심은 게이머의 군사력이 자신보다 높을수록 상승하게 되고 존경심은 게이머가 지도자의 '인격 특성(이에 대한 내용은 이후 따로 설명한다)'에 부합하는 내정을 펼칠 때 상승하게 된다. 이 요소 중 하나라도 타 세력 지도자의 요구 수치보다 높을 경우 관계 계선이 가능하며 반대로 조건이 충족되면 타 세력의 지도자가 먼저 관계 개선을 요구해 오기도 한다. 단, 전쟁 중에는 해당 세력과의 관계 개선이 불가능하다.
한 가지라도 조건을 만족시켜야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 |
상대가 먼저 관계 개선을 요구해 오는 경우도 있다 |
이와 더불어 전쟁을 끝내는 일도 상당히 어려워졌다. 이는 바뀐 외교 시스템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나마 비슷하게 진행되거나 한쪽이 약간 우세한 상황에서는 상대 세력에서 종전을 제의해오는 경우가 빈번하지만 게이머가 유리한 상황 하에서는 전쟁이 쉽게 끝나는 일이 드물다.
이런 결과가 발생하는 것은 시스템에서 정해진 기준에 의해 양쪽의 전쟁 상황을 점수로 환산, 게이머 쪽이 우세할 경우 약세인 쪽에 강제(?)로 전쟁 보상을 추가시키기 때문이다. 게이머가 열세인 쪽이라면 적어도 생각할 기회라도 있겠지만 A.I.에 의해 움직이는 타 세력은 자신에게 해로운 행동을 가급적 하지 않도록 설정되어 있다 보니 전쟁 보상을 주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전세가 너무나 불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종전 협상에 찬성하지 않는다.
단, 자신의 상황이 심각한 상태에서는 자신의 전쟁 점수가 훨씬 높아도 대가 없이 종전 협상을 걸어 오기도 하지만 어쨌든 전쟁 보상을 받지 않고 전쟁을 끝내고 싶어도 조항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만큼 지속적인 전쟁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무언가 참신한 느낌은 있지만 그 결과는 심히 골치 아픈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자국과 동맹의 힘이 강하면 자신이 유리한 상황에서도 |
서로 간에 피해가 거의 없는 경우에도 쉽게 휴전 요구를 해온다 |
외교 자체가 직관적이고 단순한 형태로 바뀐 것은 나쁘지 않지만 시리즈 특유의 밀당 요소가 없어진 것도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금을 주면 유혈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라는 명언을 남긴 간디와 같은 외교는 물론이고 자원 교환이나 국경 개방 및 동맹 협정과 같은 요소들이 존재하지 않다 보니 외교 자체가 밋밋하다는 인상이 강하게 느껴진다.
다른 세력에 대가를 주고 원하는 세력을 공격해 달라는 부탁도 할 수 없고 단지 국경만 개방해 달라는 요구 역시 불가능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신보다 강한 세력에 자원을 바쳐 살 길을 모색할 수도 없으며, 동맹 상태인 세력이 타국과 전쟁을 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자신도 전쟁 상태가 되는 등 선택권이 없다는 점 또한 조금은 답답함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협정과 같은 참신한 부분은 있지만 너무 단순화 시키다 보니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아진 느낌이랄까. 인간적인 맛이 사라진 느낌도 들고 말이다.
다른 세력의 지도자를 만나 봐야 할 수 있는 것은 협정 체결과 관계 개선 뿐이다. |
■ 지도자의 인격 특성 추가
자본과 관련된 또 다른 시스템인 지도자의 인격 특성은 각 세력의 세부적인 차이를 만들어 주는 요소다. 이러한 인격 특성으로 인해 동일한 세력이라고 해도 전혀 다른 추가 보너스 효과를 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상황에 따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식의 진행도 가능하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지도자는 시작 시에 고정되는 캐릭터 특성과 더불어 정치, 내부, 군사 분야의 인격 특성을 가지게 된다. 캐릭터 인격 특성은 최초 후원자 세력을 선택할 때 표시되어 있는 바로 그 특성이며, 다른 특성과 달리 변경할 수 없다. 반대로 나머지 인격 특성은 자본이 허락하는 한 언제고 선택한 특성을 취소하고 다른 인격 특성으로 변경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최초 시작 시에는 캐릭터 인격 특성을 제외한 모든 특성이 없는 상태에서 게임을 시작하지만 이후 축적된 자본을 통해 각각의 인격 특성을 구입할 수 있다. 각 분야의 인격 특성은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모든 인격 특성은 최고 세 단계까지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최초의 상태. |
이 중 원하는 특성을 선택하면 된다. |
자신이 어떠한 인격 특성을 선택했는가에 따라 다른 세력에서 자신에게 얻을 수 있는 협정도 달라진다. 각각의 특성에 위치한 '협정' 탭을 클릭해 보면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협정이 표시되는데, 다른 세력에게 인기 있는 협정일수록 협정이 팔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타 세력이 선호하는 협정은 게임을 한 번만 플레이해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상대가 선택한 인격 특성에는(해당 인격 특성을 보려면 해당 국가 외교 화면 하단의 아이콘에 마우스 커서를 가져가면 된다) 어떠한 행동을 하면 존경심이 높아지고 낮아지는지 표시되기 때문에 자신이 관계 개선을 원하는 세력이 있을 경우, 이를 참고해 플레이하면 된다.
게이머에 대한 각 세력의 공포심 및 존경심 변화는 지속적으로 화면 상단에 표시되는 그들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으며, 해당 세력과의 외교 화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게임 중반 이후 더 이상 사용할 데가 없는 자본은 건물이나 유닛 구입에 사용이 가능하다.
어떤 특성을 선택했는가에 따라 제시할 수 있는 협정의 내용도 달라진다. |
각 세력의 지도자들은 저마다의 호불호 기준을 가지고 있다. |
■ 새로운 유물 시스템의 등장
확연하게 달라진 외교 시스템과 더불어 '유물 시스템' 이라는 신 요소가 추가된 것도 이번 확장판의 긍정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번 작에서는 자원 팟이나 탐사 현장의 발굴, 외계 생명체의 둥지를 약탈할 경우 일정 확률로 유물을 얻을 수 있게 되었는데, 이러한 유물 세 개를 조합하면 일반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효과를 가진 건물이 등장하기도 하고 일꾼의 효율을 높여주는 등의 특수한 효과가 추가되기도 한다. 또한 한 개나 두 개의 유물만을 조합할 경우 유물 종류에 따라 식량이나 생산력 등을 대폭으로 추가시켜 주기도 한다.
이러한 유물 시스템의 추가는 게임 초반 탐사의 중요성을 보다 높여주고 있는 느낌이며, 조합의 즐거움과 더불어 문명 5에 등장했던 위인의 효과를 어느 정도 대체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별다른 추가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크게 머리가 복잡한 것도 아니다 보니 상당히 긍정적인 부분이 많은 편이다.
탐사를 통해 다양한 유물을 얻을 수 있다. |
유물들을 어떻게 조합하는가에 따라 다채로운 효과를 얻게 된다. |
그런가 하면 원작에 존재했던 순수와 조화, 우월의 세 개 친화력은 이번 확장판에서 보다 세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에는 각각의 친화력이 독립된 레벨로 존재했고 그 보상 효과 또한 단일 친화력의 레벨에 따라 결정되어 특정한 친화력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플레이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지만(승리 조건의 영향이 존재하기도 하고) 이제는 특정한 두 친화력의 레벨 합에 의해 발동되는 중간 단계의 효과가 추가되었기 때문에 신경 써서 하나의 친화력에 올인할 필요가 없어졌다.
혼합형 친화력이 추가됨으로 인해 게임 초중반의 플레이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모습이며, 전투 유닛에도 새로이 혼합형 특수 유닛들이 추가되었다. 사실 원작의 친화력 시스템은 하나의 친화력에 올인하는 것을 강제하는 느낌이다 보니 이에 대한 압박감이 존재했는데, 시스템 자체가 변경됨으로 해서 그 선택적인 측면이 살아난 듯한 인상이다.
혼합형 친화력의 등장. |
전투 유닛의 종류도 상당히 다양해졌다. |
■ 아직도 남아 있는 문제점들
이처럼 다양한 부분에 걸쳐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되고 기존의 문제 있던 시스템들이 보완되면서 전체적인 게임 퀄리티도 문명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습으로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다만 아직까지도 미흡한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 중에서도 가장 불만스러운 부분은 바로 도시 국가의 존재다. 비욘드 어스의 도시 국가는 문명 5와 달리 게이머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지 않으며, 그 효과도 단순히 교역로를 건설해 교역 이득을 얻는 수준에 그치는 수준인데, 심지어 게임 중 후반부로 가면 다른 도시와 교역로를 건설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보니 조용히 잊히는 신세가 될 정도다(실제로도 시간이 지나면 조용히 사라진다). 이 때문에 보다 다채로운 기능이 추가되기를 내심 원했으나 이번 작에서도 도시 국가의 기능 향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여전히 쓸모 없는 존재로 남게 되었다. 이 정도면 제작사가 아예 포기한 콘텐츠라는 느낌이 절로 들 정도다.
단지 교역만 가능한 도시 국가. |
그런가 하면 꾸준히 지적되어 왔던 불편한 게임 인터페이스 또한 전혀 개선되지 않은 모습이다.기존 작품들과는 달리 비욘드 어스는 도시 내 화면으로 들어가도 도시의 세부적인 정보를 한눈에 보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화면 자체를 최대한 간략하게 만들다 보니 상당히 애매한 스타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연구 트리 또한 별다른 수정 사항이 없는 모습이며, 원작과 마찬가지로 곳곳에 번역 오류가 보이기도 한다. 사실 번역 오류 같은 것은 조금 더 꼼꼼히 확인했다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이에 따른 아쉬움도 크게 느껴진다.
수치 자체는 쉽게 확인이 되지만 |
변역의 오류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
■ 마치며
상당히 어설픈 모습을 보였던 '비욘드 어스' 에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되고 부족했던 부분도 보강이 이루어지다 보니 전체적인 완성도는 확실히 높아진 느낌이 강했다. 볼륨이 커지면서 플레이 타임이 짧다는 단점도 일정 부분 해결 되었으며, 새로운 외교 시스템과 늘어난 연구 기술, 그리고 보다 다양해진 전투 유닛들로 인해 '생각해야 할' 요소들도 많아졌다. 덕분에 이제는 그럭저럭 '문명' 이라는 이름을 쓸 정도는 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해보면 게임 자체의 퀄리티는 아직도 한참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스핀 오프 형태의 작품이라고 해도 확장판까지 포함된 상태에서 4년 전에 발매된 문명 5보다 나은 부분을 찾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아니, 엄밀히 말해 게임성 자체는 15년 전에 발매된 '알파 센타우리'가 훨씬 낫다. 비주얼의 발전만 있을 뿐이지 게임을 즐기는 즐거움은 오히려 더 떨어진 셈이다.
그럼에도 비욘드 어스를 가지고 있는 게이머라면 라이징 타이드를 플레이해 보는 것이 결코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어차피 이미 지른(?) 몸이고 이번 작을 통해 나름의 완성도도 높아졌으니 그 차이를 느껴 보는 것도 뜻 깊은 일이 아니겠는가. 필자 역시 비욘드 어스보다는 훨씬 많은 시간 동안 게임을 즐겼으니 적어도 몇 번 해보고 어디론가 사라진 비욘드 어스에 비하면 훨씬 나은 대접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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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국인처럼 보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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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면 어떻게 생겨야죠? 싸이처럼 생겨야 하나? 문선재 저거 생긴게 한국인인 제 친구 빼박이라 존나 놀렸는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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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한국인처럼 안보인다는거에는 전혀 공감을 못하겠는데요. 정색하고 말하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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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닮았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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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마른 싸이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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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국인처럼 보입니다 ㅎ | 15.10.31 22: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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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마른 싸이처럼 보입니다 | 15.11.01 13: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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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닮았나봐요 | 15.11.01 11: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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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아니라 그냥 동아시아인의 평균적 외모네요. | 15.12.24 16: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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