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마이 리틀 텔레비전라는 방송에서 김영만 선생님이 나온 것을 본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1990년대초부터 2000년대 초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던 종이접기 강좌로 유명했던 김영만 선생님은 알록달록한 색종이가 어떤 식으로 하나의 공예가 될 수 있는지를 아이들에게 전파했던 분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나왔을때도 김영만 선생님은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이셨고 그 모습에 추억에 젖어든 분들도 많을 것이다. 사실 종이접기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순간 어지간하면 다들 그만두기 마련이다. 종이접기 뿐인가. 수수깡 공예라던가 인형 놀이, 블럭 쌓기, 점토 놀이까지…. 아날로그적인 놀이 문화는 나이를 먹을수록 잊혀져간다. 하지만 정말 그것들은 먼지 속에서만 좀 슬어가는 존재일까?
얼마 전 노인정에 자원봉사를 하러 갔는데, 당시 자원봉사 프로그램 중에는 어르신들과 함께 종이접기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봉사자들과 더불어 어르신들은 곱은 손으로 종이를 접으면서 꽃을 만들고 표창을 만들곤 하셨다. 그때 그분들의 표정을 보면서 인간을 유희의 인간(호모 루덴스)로 탄생하게 만든 아날로그 놀이가 여전히 힘을 가지고 있다는걸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 놀이 문화를 이식하지 못한 부분이라면 바로 이런 아날로그적인 놀이들이 가지고 있던 즉물적인 질감이나 어디로든 뻗어나갈수 있는 무한한 상상력일 것이다. 사실 기술적 문제가 크긴 하다. 만족할 수준의 샌드박스형 게임이 나타난 것도 극히 최근의 일이니깐.
물론 그런 아날로그 놀이 문화가 가지고 있던 미적 가치를 이어보려던 게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HD 개념이 슬슬 도입되기 시작하고 3D 기술의 보급으로 게임 그래픽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1990년대 중후반부터 그런 시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드림웍스의 지원을 받아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영역을 게임으로 끌고 온, 가히 혁명적이였지만 불행히도 흥행에 실패한 어드벤처 게임 네버후드라던가 1997년부터 출시되어 온 레고 게임들, 닌텐도의 페이퍼 마리오, 털실 커비 이야기, 터치! 커비 슈퍼 레인보우, 일전에 리뷰한 요시 울 월드 시리즈가 그렇다.
하지만 이 게임들은 그래픽에서는 분명 질감을 살려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2015년에 공개된 레고 월드를 제외하면 그 창조적인 정신까지는 가져오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00년대 중반 한 제작사가 홀연히 등장해 직접적인 촉감과 창조적인 정신을 컴퓨터 게임의 영역에서 재현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으니, 바로 미디어 몰레큘이라는 영국 제작사가 그 주인공이다.
인형 놀이의 질감과 자유로움으로 퍼즐/플랫포밍 게임의 영역을 새로 개척한 리틀 빅 플래닛 시리즈. |
2013년 소니 퍼스트 파티에 속해있던 미디어 몰레큘은 성공작이였던 리틀 빅 플래닛 시리즈를 다른 제작사에게 넘기고, 당시 갓 출시되었던 PS Vita를 기반으로 테어어웨이라는 게임을 홀연히 들고 나왔다. 발매 즉시 이 게임은 PS Vita의 새로운 영역을 파헤쳤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PS Vita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미디어 몰레큘은 '언폴디드'라는 부제를 달고, PS4의 영역에도 진출했다. 이 리뷰는 테어어웨이 전반에 대한 리뷰를 다루면서 동시에 테어어웨이 언폴디드(이하 언폴디드)만의 추가 요소를 다뤄볼 예정이다.
미디어 몰레큘은 종이접기나 인형 놀이 같은 전통 놀이 문화를 현대 비디오 게임의 영역으로 옮겨오는 데 관심이 있는 듯한데, 정확히는 그 놀이가 가지고 있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로움에 매료된 게 분명하다. 전작 리틀 빅 플래닛에서 그들은 인형 놀이와, 슈퍼 마리오 시리즈에서 내려온 플랫포밍 게임과, 극한의 샌드박스식 자유도와 풍부한 상호작용, UCC를 결합해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이번에 리뷰할 테어어웨이 역시 그 콘셉트를 이어가는 종이접기/공작이라는 소재를 들고 나온 플랫포밍 게임이다. 포켓 몬스터의 제작자인 타지리 사토시가 곤충 채집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어서 포켓 몬스터를 창조했다는 일화처럼, 미디어 몰레큘은 테어어웨이를 통해 어른이 되면서 잊었던 종이접기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어한다. 리틀 빅 플래닛에서 화제가 되었던 자유도 높은 캐릭터 커스터마이징도 그대로 살아 있다.
그런 미디어 몰레큘이 리틀 빅 플래닛 시리즈를 떠나 새로 만든 게임 테어어웨이가 도착한 곳은 종이접기였다. |
하지만 테어어웨이는 리틀 빅 플래닛 시리즈와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테어어웨이는 리틀 빅 플래닛에서 보여준 슈퍼 마리오 시리즈에서 유래된 2D 플랫포밍 액션 게임 특유의(3D만 쓰고 있다지) 평면적인 스테이지 디자인은 찾아볼 수 없다. 일부 스테이지에서 2D 플랫포밍 게임을 흉내내긴 하지만 테어어웨이의 기본 구조는 차라리 3D로 만들어진 3인칭 플랫포밍/어드벤처 게임에 가깝다.
슈퍼 마리오 시리즈보다는 이코나 2008년 버전 페르시아의 왕자에 가까운 게임이라고 할까. 리틀 빅 플래닛 시리즈가 3D 타입의 '리빅보이'로 대표되는 캐릭터와 오브젝트를 2D 플랫포밍 스테이지 디자인과 결합했다면 테어어웨이는 2D 타입의 캐릭터와 오브젝트를 3D 플랫포밍 게임과 결합했다는 점에서 미디어 몰레큘이 의식적으로 디자인을 반대로 가려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인지 테어어웨이는 리틀 빅 플래닛 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로봇을 만드는 수준까지 가능했던 샌드박스 툴이 사라졌다. 하지만 PS Vita 버전 테어어웨이는 리틀 빅 플래닛이 하지 못했던 것을 하고 있다. PS Vita 버전 테어어웨이가 훌륭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플랫포밍 게이밍의 특성을 PS Vita라는 하드웨어에 긴밀하게 연결했다는 점이다. PS Vita 버전 테어어웨이는 전면부 카메라를 이용해 나타난 플레이어의 얼굴을 신/태양이라 부르며, 주인공인 아토이/아이오타를 인도하는 자로 플레이어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견 코믹해보이고 반농담 삼아 PS Vita 최고의 호러 게임이라 부르곤 했던 이런 디자인은 그러나, 매우 진지한 미학에 기반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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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독특한 비주얼의 평범한 동화/판타지처럼 보이지만…. |
테어어웨이는 가벼운 어조와 달리 이야기꾼과 이야기, 게임과 게이머의 관계를 다루고 있는 메타 게임이다. 테어어웨이는 단순해 보이는 줄거리랑 달리 의외로 정교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테어어웨이의 세계는 이코로 유명한 우에다 후미토제 게임이나 심즈 시리즈가 그러했던 것처럼 무의미한 의성어들이 언어로 통용되며, 실제 언어로 말하는 캐릭터는 그린맨과 예언자 단 둘이다.
이 둘은 일종의 화신으로 메신저와 플레이어에게 이야기를 완성해야 한다고 의욕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주인공 메신저 역시 처음부터 신에게 도달하는 것이 목표이며 자신의 의사나 의지를 많이 드러내지 않고 메시지를 신에게 전달하는 임무에 충실하다. 그들이 이야기를 완성하고, 신=플레이어에게 도달하고자 하는 의지는 종종 무시무시해질 정도이다. 그렇기에 테어어웨이의 서사는 매우 제의적이고 신화적이다.
제작진은 게임 속 세계와 바깥 세계 간의 경계를 명확히 한 뒤 플레이어의 위치를 분명하게 인식하게 만들면서 이런 제의적인 이야기를 전개한다. 때문에 테어어웨이에서 컨트롤러를 쥔 게이머는 자연히 메신저를 조작하는 존재이면서 게임 속 현실을 바르게 인도하고 개입하는 신적인 역할을 가진다. 테어어웨이의 훌륭했던 점은, 그 신의 개입을 PS Vita라는 기기에 딱 맞게 게임의 언어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카메라에 비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플레이어=태양=신 캐릭터, 화면 터치와 후면 패드를 밀도 높게 활용하면서 본체의 버튼과 PS 로고를 스테이지에 절묘하게 배치해 개입을 지시하는 스테이지 디자인, 자유도 높은 종이 공작 툴을 통해 게임 속 캐릭터에게 종이 공작을 입히는 부분이 그렇다.
때문에 평범한 어드벤처/플랫포밍 게임으로 시작한 테어어웨이는 스크랩 파트가 끝나갈수록 울티마 4를 연상케 하는 초속적인 영역에 도달하게 된다. 전달되지 못하고 잊힌 다른 메신저가 등장하는 스테이지나 결말 부분은 묘한 영적 체험과 동시에 철학적인 깊이를 가지고 있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메시지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사라졌으며, 끝내 우리에게 전달된 이야기는 어떤 희열을 안겨줬는가? 그리고 우리는 결말에서 메신저의 메시지를 읽게 된다. 메시지를 읽고 나면, 제작진은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이건 네 세계야. 이야기로 가득한 세계로 만들어!'
후반부로 갈수록 테어어웨이는 익숙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독특한 감흥을 안겨준다. |
을 잃은 메신저가 등장하는 스테이지는 분위기가 급변할 정도. |
왠지 'Quest of the Messenger'라던가 'Ascension' 같은 부제를 붙여줘야 할 것 같다. |
이는 단순하지만 매우 깊은 울림을 지닌 대사이다. 발터 벤야민의 이야기꾼를 인용하자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경험'를 중요시하며, 그 경험이 이야기하는 화자에 남아 있으며, 청자에게도 공유되는 게 이야기의 특성이라고 했다. 그 점에서 테어어웨이는 벤야민이 말한 '이야기'라는 개념을 매우 잘 체화한 게임이다. 제작진은 메신저와 플레이어가 겪었던 모험이 하나의 경험이자 이야기로 만들어졌다는걸 보여준다.
플레이어가 밸리폴드를 비롯한 세계를 메신저와 함께 세계를 누비면서 겪었던 경험이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이야기로 만들어지고 그 이야기가 '책'으로 정리되는 것을 보여준 뒤, 의지나 감정 표현이 적어보였던 메신저가 누구보다도 절실한 감정을 지니고 있었으며 그 감정과 이야기를 게이머가 공유하길 바라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디어 몰레큘은 이를 위해 tearaway.me 사이트와 게임 속 캐릭터들을 만들수 있는 종이 공작 도면을 제공해 게이머들이 게임의 감흥을 공유하고 나아가 실제 종이접기/공작으로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
테어어웨이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을 게임 속 세계에 침잠시키고 거기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보기 드문 경험을 안겨주는 게임이다. 기이한 일, 놀라운 일이 지극히 정밀하게 이야기되며 고찰되지만 어렵지 않고 산뜻하면서도 깊이있게 다뤄진다는 점이 매우 놀라울 따름이다. 테어어웨이 주요 제작진이 미디어 몰레큘의 전신이였던 라이언헤드 스튜디오가 만든 신 시뮬레이션 게임 블랙 앤 화이트에 참여했다는걸 생각하면, 테어어웨이에 등장하는 신으로써 플레이어, 그 플레이어를 보좌하는 조력자 듀오, 신으로써 전능을 보여주는 참여형 게임 디자인이 어디에서 왔으며 그 유니크한 시선과 정신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워낙 PS Vita 버전이 하드웨어에 딱 달라붙어 있다는 느낌이어서 이식 계획이 나왔을 때 여러모로 걱정과 기대를 사기도 했다. |
뚜껑을 열여본 결과, 꽤 큰 부분들이 바뀌거나 추가되었다. |
심지어 이렇게 캐릭터 이름을 지어주는 것도 가능해졌다. |
근데 이 녀석은 좀 귀찮다. 내가 네 몸종이냐,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녀석. |
이렇듯 원판인 PS Vita 버전 테어어웨이는 그야말로 게임이라는 매체에 대한 메타적인 고찰이 PS Vita라는 하드웨어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걸작 플랫포밍 게임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PS Vita라는 하드웨어를 떠나 다른 하드웨어로 이식하기엔 다소 까다로운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약 2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PS4로 넘어온 테어어웨이 언폴디드는 어떤가?
우선 전체적인 틀은 바뀌지 않았지만 의외로 상당히 큰 부분들이 바뀌거나 보강되었다는 점은 언급하고 싶다. 제작진은 화면 터치 기능을 아예 빼버린 대신 좀 더 전통적인 컨트롤러 중심의 '인도하는 빛'과 '변화의 바람', '컨트롤러 주머니'라는 요소를 도입했다.
터치 패드를 슬라이드해서 바람을 불러내는 변화의 바람은 여러 자잘한 디테일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사실상 오리지널 버전에서 직접 터치하는 부분을 대신하고 있다. 이 변화의 바람 파생으로 종이비행기라는 탈것이 등장하는 부분도 등장하는데, 왜 이제야 넣었을까 싶을 정도로 괜찮은 아이디어고 넓어진 언폴디드의 세계를 탐험하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이 종이비행기 조작이 의외로 까다로운 편이다.
L3/R3 버튼을 써서 불러내는 인도하는 빛은 사실상 언폴디드만의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이 빛을 통해 스크랩들을 세뇌시켜 적을 몰아낸다거나 햇빛으로 발판용 식물을 깨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편 컨트롤러 주머니 같은 경우 PS Vita 버전의 미덕이였던 신=플레이어의 개입을 어떻게나마 끌어오려고 한 제작진의 고심이 담긴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이 컨트롤러 주머니는 메신저가 물건이나 캐릭터를 주워 플레이어 쪽으로 던지면 터치 패드를 슬라이드해 상호작용하거나 메신저의 세계로 발사해 벽을 부수거나 보낼 수 있다.
의외로 이 추가된 디자인이 상당히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편이며(특히 컨트롤러 주머니는 후술할 스토리의 변경점하고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여파로 스테이지 디자인도 많이 바뀌었다. 원판과 같은 구조의 스테이지임에도 완전히 다른 구도로 나오거나 분명 디자인은 똑같은데 플레이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거나 아예 새로 만든 스테이지도 있다. PS Vita 버전의 분량이 짧다는 비판을 상당히 의식했는지 새로 추가되거나 변경된 스테이지의 양과 플레이 타임이 좀 되는 편이다. 전반적으로 빈 공간을 채워넣으려고 개발진이 고심하고 부지런히 개발한 흔적이 보인다.
게임 플레이 뿐만이 아니라 종이 공작 툴도 상당히 달라졌다. |
커스터마이징 툴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터치 대신 컨트롤러로 작업해야 하니깐 필연적으로 감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
종이 공작 툴 같은 경우 상당히 달라졌다. 먼저 종이 공작 툴은 PS Vita 버전 테어어웨이가 종이를 잘라낸다는 느낌으로 공작을 했다면, 언폴디드는 종이 형태를 패드에 '그리고' 난 뒤 거기서 자르거나 덧붙이는 작업을 하는 식으로 변했다. 개인 취향이긴 하지만 정교한 형태를 그리기엔 언폴디드 쪽이 편리한 편이긴 하다. 이외에도 완성한 작업물을 편지 봉투에 담아보낸다는 소소한 디테일이 추가되었다. 커스터마이징 툴은 종이 공작 툴만큼 크게 변하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UI나 조작법이 변경될 수 밖에 없는지라 작업하는 감각이 달라지긴 했다.
성실하게 빈 자리를 채우려고 했으나… |
PS Vita 버전에 있었던 게임과 자신이 하나가 되는듯한 감각을 살렸다고 하기엔 어렵다. |
이렇게 바뀌거나 추가된 부분이 원작의 그 감각을 완벽하게 살렸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화면에 직접 터치해 개입하는 것과 컨트롤러 버튼을 눌러 빛과 바람을 조작해 개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좀 더 거리감이 있다고 할까. 태양 연출이 별매품인 PS 카메라를 통해서만 쓸수 있게 되는 바람에 태양의 연출 역시 다소 힘을 잃기도 했다. 물론 태양이 부담스러웠던 이들이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변화이긴 하다. 언폴디드는 그렇기에 원판이 가지고 있던 게임과 메신저, 게이머 간의 유대감이 다소 줄어든 모습을 보인다.
빛을 이용한 스크랩 세뇌/조작 같은 경우도 호불호가 갈릴 법한데 안 그래도 쉽다고 평가받은 전투를 더 쉽게 만들지 않았나, 라는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빛에 제약을 두어서 어떻게든 풀어가려고 했지만 말이다. 새로운 디자인과 조작이 빡빡해져서 미묘하게 어려워진 부분도 있다. 원판과 같은 스테이지 디자인임에도 터치 패드와 스틱의 위치가 달라져서 원작을 플레이했던 게이머라면 되려 헷갈릴 부분이 존재한다고 할까. 그 외에도 종종 카메라 배치가 꼬인다거나(패치로 해결되겠지만) 진행 불가능한 치명적인 버그가 있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을만 하다.
동반 (컴패니언) 앱 기능이 상당히 강력해서 다양한 플레이도 가능하다. |
이들 스크린샷 모두 동반 앱을 이용해 외부 사진이나 작업한 종이 공작을 게임 내로 보낸 것이다. |
하지만 언폴디드만이 가진 장점도 많다. 우선 전후면 터치를 이용한 플레이를 잃어버린 대신 언폴디드는 스마트폰/태블릿을 이용한 동반 앱 기능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직접 그림을 그려서 공작을 한다던가 사진을 찍거나 저장된 그림 파일을 게임 속으로 보낸다거나 하는 등 노는 재미가 쏠쏠한 편이다. 언폴디드를 깊게 즐기고 싶다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PS 앱을 연결해서 써보길 바란다. 다만 카메라 대용은 언폴디드의 변화한 부분을 정리하자면 원판의 감각을 잃어버린 대신, 대체할 감각을 채워넣었다는 것이 정확한 설명이리라.
NO T.V. PARTY TONIGHT! YEAH! |
나 교촌신인데 너네 가게 맥주값 올려도 상관없다 이거지? |
전반적으로 제작진들이 예전에 만든 블랙 앤 화이트를 연상케하는, |
스크랩: 괜찮아. 신은… 아아…♡ 스크랩이 지켜줄게… 응? 신…♡ |
이야기 면에서도 큰 틀은 변하지 않았지만 세부적인 부분이 변화하거나 좀 더 꼼꼼해졌다. 첫 번째로 캐릭터의 반응이나 관계도가 변경되었다. 호박 허수아비에 대해 밸리폴드 주민들이 겁내는 것으로 반응이 달라졌다거나 까마귀와 스크랩 간의 연계가 강화되는 관계 변화나 새로이 등장한 캐릭터들과 설정으로 스테이지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을 하는 부분 등 전반적으로 세부 묘사의 증가나 변경이 제법 있는 편이다.
두 번째로 메타적인 요소가 더 강화되었다. 그린맨과 예언자가 현실 세계에 난입해서 아무런 이야기도 들려주지 못하는 생각없는 TV 프로그램에 대한 짧고 강렬한 풍자를 도입부에 덧붙인 것으로 시작해 전반적으로 게임과 현실 간의 메타적인 요소들의 강도가 높아졌다. 특히 연구소 인어 과학자들이 하는 대사들은 아이들도 할 수 있도록 만든 게임인가 싶을 정도로 메타적인 유머와 제4의 벽 깨부수기로 가득하다.
원작보다 확실히 나아진 부분도 존재한다. 전달되지 못하고 잊힌 메신저가 등장하는 부분을 컨트롤러와 연계한 연출이나 악당인 스크랩들에게 복잡한 음모(?)와 사정을 부여한 부분이 그렇다(스크랩이 후반부에 깽판을 치는 연출이 장관인데, 이건 직접 하면서 보길 바란다). 후자의 추가된 스크랩의 동기는 전형적인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이야기이긴 하지만 원작에 비해 캐릭터를 대하는 터치가 섬세해진 느낌이다.
PS4의 FHD로 보는 테어어웨이의 세계는 PS Vita 버전의 그것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디테일 추가로 변화한 부분도 많은 편. |
FHD의 해택이 단순히 실사 그래픽에만 머물지 않는다는걸 잘 보여준다고 할까. |
테어어웨이에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문화와 예술에 영감을 받은 톡톡 튀는 캐릭터 디자인과 프로덕션 디자인을 비롯해서 훌륭한 동화책을 읽을 때 느낄수 있는 미적인 풍성함으로 가득하다. 머머나 그린맨, 스크랩, 인어를 위시한 캐릭터의 디자인은 정말로 종이를 가지고 만든 듯한 질감과 단순명쾌함이 돋보인다. 이런 재료들을 가지고 그래픽 팀이 부리는 마술도 놀라울 따름이다.
저니나 미디어 몰레큘의 전작 리틀 빅 플래닛이 그랬듯이 소니 퍼스트 파티 제작사들은 닌텐도와 더불어 HD 그래픽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게 하는 게임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테어어웨이도 그 중 하나이다. 단순한 그래픽처럼 보이지만 사이키델릭 문화와 PS2 퍼즐 게임 오토스타츠, 프랑스 야수파 화가인 앙리 마티스 후기작이 추구했던, 면을 이용한 매우 단순명쾌하면서도 알록달록한 색감을 제대로 체화하고 있다. 테어어웨이의 그래픽 팀은 종이라는 2D적인 요소를 3D라는 공간에 맞게 풀어내면서 빼곡한 디테일을 살려내는 마술을 만들었다.
PS Vita 시절에도 휴대용 게임기의 한계를 역으로 이용해 종이 질감을 훌륭하게 살려낸 게임이지만 PS4로 넘어와서 그 감각은 제대로 FHD의 보정을 받았다. 텍스처와 폴리곤의 퀄리티가 급속도로 향상되었으며 색감은 선명해졌다. 스테이지도 세세하게 채워서 원작의 오밀조밀한 매력이 와이드 스크린 특유의 장대한 매력을 살리고 있다. 온종일 세계 전체를 탐사하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키는 매력이 있는 그래픽이다. 농담이 아니라 이 게임의 아트 디렉션을 담당한 스태프들은 왠만한 AAA급 헐리우드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아트 디렉션에게 꿀리지 않을 정도다.
워낙 원판이 훌륭한 게임이다 보니, 기본만 해도 먹히는 기획이긴 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상당히 성실하게 기획을 수행한 셈. |
음악도 훌륭하다. 남아메리카와 카라비안, 라틴 민속 음악을 베이스로 한 테어어웨이의 사운드트랙은 어쿠스틱 기타, 퍼커션, 아코디언, 허밍, 피들 같은 전통적인 음악 팔레트를 디스토션 먹인 베이스 기반에 그루브/비트 중심의 일렉트로닉 음악과 결합한 포크트로니카라고 할만한 장르인데, 이 사운드트랙은 현실과 가상 세계 간의 모험을 다룬 테어어웨이의 세계 및 주제와도 잘 어울린다.
특히 밸리폴드 축제에서 흘러나오는 꿀렁거리는 퍼즈톤의 덥스텝 비트와 사이키델릭한 혼 섹션이 곁들어진 'Renaissance Hop'과 오싹하고 처연한 허밍과 피들, 일렉트로닉 드럼 비트가 이어지는 잊힌 메신저의 주제가 'The Traveller'는 그 중에서도 걸작이라고 할 만하다. 언폴디드에서 새로이 추가된 스크랩의 테마도 재치 있는 아이디로 가득하다.
음악을 담당한 케니 영과 브라이언 드 올리베이라(재미있게도 그가 운영하고 있는 음악 창작 집단의 이름은 매드체스터의 본거지였던 클럽 하시엔다랑 같다)는 이런 포크트로니카를 선택한 이유를 게이머의 세계와 메신저의 세계를 통합해서 보여주려고 했다는 의도였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 의도대로 테어어웨이의 사운드트랙은 최근 몇 년 사이의 게임 사운드트랙 중에서도 발군의 퀄리티를 자랑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언폴디드는 어찌보면 하드웨어의 특성을 간과한 시류에 영합한 리마스터링 기획이라고도 폄하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PS Vita 버전 테어어웨이가 찬양받았던 큰 장점들이 언폴디드에서 휘발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언폴디드는 게으르게 자신이 일구었던 위대한 업적을 되씹기만 하는 게임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부지런하다 싶을 정도로 새로운 하드웨어에 적응하려 한 흔적이 돋보이며, 그 결과 오리지널 버전과는 다른 매력을 지닌 게임이 되었다. 오리지널 버전과 언폴디드가 서로 상호보완적인 게임이 되었다고 할까. 이 정도면 충분히 양심적인 리마스터링 기획이라고 할 만하다. PS Vita 버전을 아직 플레이하지 못한 게이머나, PS Vita 버전을 플레이했던 게이머라도 언폴디드와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불행히도 공작 실력이 딸려서 설계도를 해금해도 아토이나 아이오타를 못 만드는게 한. |
여러분들도 자신의 세계에서 여러분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
■ 장점
● FHD 보정을 받은 미려한 그래픽
● 원판에 머물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것을 만들고 채워넣으려는 디자인
● 꼼꼼하게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넣은 이야기와 연출
● 원작보다 늘어난 분량
● 기반이 되는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높은 편.
■ 단점
● 몇몇 연출의 변경으로 PS Vita 버전의 친밀함은 대부분 휘발되었다.
● 새로 추가된 요소가 게임 난이도를 더 낮춘 것 같음.
● 카메라 배치가 꼬이는 부분이 있음.
● PS Vita 버전과 연동되었다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 요약
테어어웨이 언폴디드는 훌륭한 원작의 이식이라는 점에서 게으르게 될 가능성이 높았던 프로젝트였다. 비록 원작의 친밀함은 사라졌지만 제작진은 꾸준히 새로운 요소를 만들어넣으려고 하고 있으며 그 결과 살짝 아쉽긴 해도 원작의 감흥을 하드웨어에 맞게 다른 식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새 하드웨어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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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가 원판인데 다시 비타로 이식하라는 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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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없이 구매해서 플레이중인데 과소평가받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초명작임 유일한 단점이 리뷰에도 언급한 시점이 꼬이는거땜에 약간의 감점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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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츤데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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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다 도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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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판이나 플포판이나 명작소리 들을만한 게임인데 땡기는 게임은 아님.. 그래도 사놓긴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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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가 원판인데 다시 비타로 이식하라는 건 좀^^; | 15.09.30 18: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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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없이 구매해서 플레이중인데 과소평가받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초명작임 유일한 단점이 리뷰에도 언급한 시점이 꼬이는거땜에 약간의 감점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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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판이나 플포판이나 명작소리 들을만한 게임인데 땡기는 게임은 아님.. 그래도 사놓긴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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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츤데레! | 15.10.01 00: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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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다 도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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