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이 바닥을 드러내며 슬슬 추가작업이 끊기기 시작했다.
비어있는 저장구역을 보니 이제는 미션을 진행해야했다.
야밤이기에 야시경을 쓰고 가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시계가 좋지 않았다.
로버 유리자체가 차단제로 흐릿한 재질이기도 했고 야시경의 광도조절이 안되서 좋은 시계를 기대할 수 없었다.
대원들과 함께 로버를 타고 목적지인 북쪽 10km지점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길도 험하고 무엇보다 로버가 이상하리만치 미끄러져 장거리 운행이 불가능 할 것 같았다.
정비가 소홀해서일까? 아니면 뭔가 구동계에 이물질같은게 끼어있을 수도 있다.
결국 1km앞에 간이 비컨을 설치하는 것으로 미션을 대신 하기로 했다.
비컨설치에서부터 태양광 페널자동화까지 대원들과 함께 일사천리에 끝내버렸다.
사실 이골이 날정도로 반복한 작업이고, 자동제어도 기존에 코딩해둔 IC칩 코드가 있기 때문에 그냥 복사해서 왔다.
설치후 몇가지 메모리 초기화를 거쳐서...
지속적으로 제어 가능한 비컨시스템을 건설 완료했다.
이제 적어도 1km이내에선 해가 뜨지 않아도 방위를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태양광 패널 자동제어가 제대로 태양을 트래킹해야 발전량과 충전량을 확보해 비컨 전원과 자동제어전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해가 뜨길 기다리며 대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몇가지 수정을 거쳐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후
비컨 신호가 제대로 잡히는 것을 확인하고 기지로 복귀하기로 했다.
이제 야밤에 태양 방향을 보지 못해도 방위를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작은 등불, 등대. 이것이 가져올 풍요는 이전의 궁핍한 생활이 아닌 자유롭게 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줄 것이다.
기지로 돌아와서는 곧장 엘리베이터 지하층추가 작업을 진행했다.
추가적인 공간확보를 위해서 지하층을 한층 더 늘리기로 한 것이다.
외부의 혹시 모를 침입... 위협에서 조금이라도 보호를 받기 위해선 지하로 내려가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여유가 생긴 탓일까?
개인실을 짓자고 대원들에게 이야기했는데 만장일치였다.
지하층 공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개인생활에 대한 상상을 해봤다.
화성에 추락한 이후 개인생활이란 없었다.
그냥 다닥 다닥 붙어있는 수면실에, 피곤에 쩔어서 서로 누워있는 모습을 보며 괴로운 나날이었다.
살기위한 노동의 반복, 숨쉬기 위해서, 먹기 위해서, 자기 위해서 미친 듯이 손을 놀리고 뛰어다녔다.
이제 독실에서 이런 동영상도 보고 저런 동영상도 보고... 는 아니지만 적어도 개인적인 생활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긴 화성 생활이 어느덧 반년이 가까워오고 이제 뭘 해도 죽을 것 같지 않다.
이제 제대로 사치를 부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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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메시지 : 어디 밀반입된 야구동영상메모리 없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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