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보니 머리가 매우 띵했다.
무슨일인지 몰라 비틀거리며 수면실을 나왔는데. 아무래도 몸살이 난 것 같다.
아마 몇일전 있었던 심각한 사고때문이었을거다.
그날 낮, 조금 늦게 일어나자 마자 SBG2005 대원이 뜻밖의 소식을 전해왔다.
자는 동안에 모두 얼어죽을 뻔 했다는 것이다.
마침 눈뜬 대원이 이상을 감지하고 긴급발전용 가스발전기에 부하를 걸어 실내기온을 높여 대처했다고 한다.
그가 측정기록을 보여줬다.
도대체 자고 있던 순간에 순환시스템에 무슨 문제가 생겼던 걸까?
다급하게 가스 저장 순환시설로 뛰어갔다.
제어IC를 확인했다.
모두 녹색불, 장치는 정상작동하고 있었다. 장치이상으로 정지했거나 한 것이 아니었다.
SBG2005대원에게 정황을 물어보고서야 겨우 정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온실에서 이산화탄소를 계속 소모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농도를 계속 유지하도록 이산화탄소 공급시스템을 적용했는데,
이산화탄소를 화성대기에서 끌어모으려다보니 저장탱크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과정에서 가스필터가 수명을 다해 막혀버린 것.
실내 공급배관의 이산화탄소 저장량이 떨어지면 화성대기를 흡수해 탱크에 저장하도록 했는데, 필터가 막히면서 공급배관의 내압이 떨어지자 시스템은 그 사실을 모르고 계속해서 화성대기를 흡수해 저장탱크에 가스를 밀어 넣은 것이다.
이것이 SBG2005대원이 필터이상을 확인하고 교체한 순간 한순간에 공급배관에 밀어닥친 것이고, 결과적으로 실내에 막대한 양의 저온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배출되면서 실내 온도를 급격하게 낮춘 셈이다.
서둘러 IC스크립트를 확인하고 수정하기 시작했다.
이산화탄소 내압에 상관없이 가스흡기가 일정압력에 도달하면 화성대기 흡기를 차단하도록 코딩했다.
참으로 안일한 코드설계였다. 적용전에 미리 예측했어야할 상황을 간과해 기지대원 전원을 죽일뻔 했다.
무거운 책임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SBG2005대원이 이상 상황에서도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압력분산을 위한 대형탱크를 설치해주었다.
혹시나 IC제어상의 이상이 생기더라도, 이 정도면 이상 발견시 수정까지 상당한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날의 생각을 하니 식은땀이 흘렀다.
몸살로 이곳저곳 쑤시고 아프지만, 일을 미룰 순 없다.
전부터 동선에 문제가 있었던 엘리베이터 위치를 옮기는 공사를 진행해 건물기둥으로 매립설치했다.
중앙통로가 좀더 탁 트인 느낌이 드니 약간 기분이 좋아졌다.
그 다음엔 계속 미뤄왔던 자동화 정제장치를 정리해 기능을 완성시켰다.
이제 많은 양의 광물들을 다량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일손이 많이 줄어들걸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친김에 생산공장의 생산품 제어시설도 좀더 짜임세있게 갖췄다.
물건 정리는 조금이라도 기계의 힘을 빌려 자동으로 정리하는 것이 이후의 미션에 도움을 줄 것이다.
자동화, 자동화.
화성에서의 산업혁명이라 할 만큼의 것은 될 것이다. 여러모로 작업이 편해질테니까.
4일전 확장한 제2 수면실을 기점으로 새로운 대원을 구조하더라도 넉넉히 수용할 수 있을만한 구조물로 탈바꿈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 2층, 3층.
슬슬 대원 개인실같은걸 갖춰도 괜찮지 않을까?
문득 내방이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스테이션 주변의 자원이 점점 고갈됨에 따라 중요한 미션이 계획되었다.
'방위측정용 신호장비스테이션 건설'
위성의 GPS신호도, 자성이 약해 나침반도 없는 이곳에서 우리가 방향을 잡을만한 기준은 태양의 뜨고 짐 뿐이고, 그마저도 태양이 지면 야밤에 별빛만으로 움직여야 하나 지구에서 보던 별자리들은 이곳에선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다.
귀환위치야 발신신호를 따라 찾을 수 있지만 광물 채광을 위해선 고갈된 같은 지역을 반복해서 탐사하는 일이 있어선 안되기 때문에 방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북쪽으로 장거리 이동을 해 지속유지 가능한 신호기를 설치한 후 해당 신호기와 기지의 위치를 추적해서 주변 탐사시 위치를 가늠하기 위한 등대처럼 활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대원들에게 건설미션을 공지하고 임무 수행을 위한 물자비축과 기지 정비를 요청했다.
기지에 잔뜩 심어져있던 작물들을 전부 수확하고 수경재배시설을 봉인했다.
기지건설을 위해 장거리 이동과 건설작업을 해야 하는 만큼 물 공급은 물론 지속적으로 식물을 관리해줄 수 없기 때문에 돌아올때까지 생장환경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아직 대원중에 참가희망조사를 하지 않아 일단 차량 2대를 준비해 미리 적재하며 대원들의 참가여부를 묻는다.
그간 만들어둔 식량팩, 간단한 기초생산장비, 건축자재, 소모품, 베터리까지...
가는 도중 로버의 동력이 끊겨서 발이 묶일 수도 있고, 각종 사고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이후 안정적인 화성생활을 위해서 꼭 나아가야 할 관문이다.
이제 출발만 남았다.
돌파해야할 미지의 지역이 우리를 반겨줄 것이다.
- MARS, D+134 -
- 개척대원 마너 -
- 성간 통신상태 : 교신불가 -
- 오늘의 메시지 : 적재, 또 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