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을 찍은 시점에서 그래도 먹고 살만해진 생활탓인지 긴장이 좀 풀어졌다.
이제 좀 느긋하게 생활해도 되는걸까?
몇일간 침수걱정에 조마조마 했는데 상태를 지켜보니 더 이상 누수가 발견되지 않아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여유는 오지 않는다.
SERUS대원이 몇일간 사투를 벌이고 각종 자원을 채광해 귀환했다.
광산일이 녹녹한 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잔뜩 쌓여있는 자원에 감탄보다는 그가 겪었을 고난에 걱정이 앞섰다.
이런 혹독한 환경속에서 고된 일은 정신을 갉아먹으니까...
하지만 계속 사용되는 소모품, 자동화장치들을 위한 구조물증설이 아직도 산적해있다.
추가자원이 확보된 김에 에어락용 알람을 설치했다.
가끔 장치가 작동하고 있는 것을 까먹거나 감압중인데 헬멧을 벗고 있는다던가 하는 실수가 있어 경고음은 반드시 필요하다.
볼륨을 적절히 조절해가며 마감했다.
설치하는 김에 기지에 생활감을 주고자 스피커를 하나 더 설치해 음악을 켰다.
항공우주국 놈들...
지구에서 출발할 때 준 음악데이터가 엉망이다.
데이터가 망가지거나 한건 아니지만...
빌어먹을 선곡센스에 혀를 내둘렀다.
스피커를 설치한 김에 전자제어실의 기판과 회선들을 점검했다.
이제 사용전력이 제법 많아져 합선, 화재사고에 더더욱 신경써야 한다.
퓨즈 설치를 계속 미뤄왔는데 이제는 결단해야 할 것 같다.
기지내부의 기압에 대해 논의를 하며
SBG2005 대원과 배관공사를 끝맞춰 슈트거치대를 설치했다.
턱없이 부족한 장비를 조금이나마 커버하려면 서로간에 장비공유는 필수다. 슈트관리도 이제 대충 던져놓을 일은 없을꺼다.
내친김에 기지주변을 좀더 점검하기로 했다.
그간 장치들을 설치하느라 소홀했던 면이 없지 않아 한바퀴 쭉 둘러보기로 했다.
마감제를 들고다니다가 보이는 곳마다 대충대충 설치했다. 좀 깔끔해진 내벽을 보니 외벽공사도 빨리 하고싶어졌다.
근래에 쌀과 버섯을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어느세 다 자라있었다.
밥을 해먹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언젠가 따끈따끈한 쌀밥을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그리고 김치한조각... 하지만 고추도, 배추도 없다...
에어락들을 둘러보니 배선이 복잡해져가는 것이 눈에 보였는데 이런 건 합선사고에 최대 불안요소다.
상황을 보니 퓨즈 설치가 생각보다 시급하다고 느껴졌다.
변압실을 확인했다. 퓨즈설치에 필요한 설계는 이미 착공전에 끝맞췄기 때문에 퓨즈만 얹으면 되지만 현 상황에선 전력 제어 상황 파악이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있다.
대원들과 상의해서 좀더 직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해야 할 것 같다.
점검, 또 점검.
기지의 설계를 파악할 수 없게되는 어느 순간이 오면 더 이상 확장공사를 할 수 없게 됨을 알고 있다.
따로 설계도를 그려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설계도를 그리기엔 임박한 더 중요한 일이 많다.
그렇다. 평온해보이지만 우리에겐 지금 이 시간, 하루하루가 전쟁중이다.
- MARS, D+103 -
- 개척대원 마너 -
- 성간 통신상태 : 교신불가 -
- 오늘의 메시지 : 합선대비 퓨즈설치 준비 -
- 오늘의 메시지 : 합선대비 퓨즈설치 준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