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여신 스키엔티아가 내려다보는 가상세계,
새로운 인생을 갈구하는 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은 허락될 것인가?
『스토리』 『설득게임』 도다 세이지가 그리는 휴먼 SF 최신작
과학의 여신 스키엔티아가 내려다보는 가상세계,
새로운 인생을 갈구하는 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은 허락될 것인가?
일본 인디 만화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 도다 세이지의 신작 『스키엔티아』가 출간되었다. ‘단편의 귀재’라고 불리는 도다 세이지는,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면면을 날카롭게 도려내어 보여주는 데 뛰어난 재능을 보여온 작가다. 그림체와 연출은 수수하지만 자신만의 확고한 주제의식과 스타일로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쌓아올린다. 국내에서는 데뷔작 『이 삶을 다시 한번』과 『스토리』『설득게임』 등이 출간되며 만화 팬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이번에 출간된 그의 신작 『스키엔티아』는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가상세계를 무대로 한 SF 단편집이다. 이 가상세계의 중심에는 ‘스키엔티아’라는 이름의 고층빌딩이 서 있다. 첨단 문명을 상징이기도 한 이 빌딩 꼭대기에는 과학의 여신 ‘스키엔티아’의 동상이 있다. 늘 담담한 표정으로 세상을 내려다보는 여신의 발밑에서, 생이 주는 고난과 싸우는 일곱 명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스키엔티아』에 실린 총 일곱 편의 단편에는 과학의 힘으로 인생을 바꾸려 한 일곱 사람이 등장한다. 살아갈 의욕을 잃고 자살을 결심한 젊은 여성, 불치병에 걸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무연고의 남자, 재능이 없어 괴로워하는 뮤지션 지망생 등 각 주인공들은 모두 나름의 고민과 아픔을 안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어느 날 첨단 과학이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고통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 결국 그 손길을 붙잡은 그들. 그들은 마침내 갈구하던 새 인생을 손에 넣게 될까?
인간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스토리』 『설득게임』 도다 세이지가 그리는 휴먼 SF 최신작
‘스키엔티아(Scientia)’는 ‘지식’ ‘과학’이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과학(science)’의 어원이기도 하다. 전작 『설득게임』에서 SF 장르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되짚은 적 있는 도다 세이지는 『스키엔티아』에서도 비슷한 도전에 뛰어든다. 벗어날 수 없는 생의 괴로움을, 월등히 발전한 과학이 해결해줄 수 있을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인간은 드디어 궁극의 행복을 손에 넣게 되는 것인지? 한 번쯤 상상해보았을 이런 의문에 도다 세이지는 SF를 훌륭히 접목하여 자신만의 대답을 내놓는다.
데뷔작 『이 삶을 다시 한번』에서부터 『스키엔티아』까지, 도다 세이지의 작품에는 일관된 시선이 발견된다.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자세를 담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선이다. 사실 그가 그리는 인간의 삶이란 쉽지 않다. 그것은 고통스럽고 외로우며 때로는 냉혹하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도다 세이지를 읽은 이들은 ‘감동’을 말한다. 그의 만화를 읽은 뒤 가슴에 남는 건 삶에 대한 비관이나 염세적인 자세가 아닌, 그런 삶을 이겨내는 인간의 ‘따뜻함’과 ‘다시 한번 힘내고자 하는 의지’였다고 고백한다.
그의 만화는 늘 ‘함께’를 강조한다. 험난한 인생은 혼자 헤쳐 나가기 힘드니,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힘을 맞대어 견디어 나가자며 힘주어 말한다. 나 혼자 버티기도 버거운 세상이지만 그의 만화에는 이웃을 염려하고 그들을 일으켜 세우는 따뜻함이 살아 있다. 삶의 자세를 말하면서도 신파나 설교로 빠지지 않는 멋진 균형 감각 역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한몫한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진심 하나로 묵묵히 밀고 나가는 그의 만화는 어려운 삶을 꿋꿋하게 견디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닮았다.
그런 그이기에 『스키엔티아』에서도 쉽게 과학의 구원을 말하지 않는다. 첨단 과학은 일곱 명에게 인생의 전환을 가져오는 계기는 되어주지만, 그 자체가 구원이 되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을 ‘악’으로 보는 이분법으로 치닫지도 않는다. 과학의 발전은 그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많은 이들에게 수혜를 가져다주었음을 인정한다. 다만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건 다른 데 있음을 강조한다.
작가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스키엔티아』 역시 오로지 이야기의 힘 하나로 독자들에게 정면승부를 던진다. 그리고 지금껏 그 정면승부에 응한 독자들은 하나같이 “과연 도다 세이지” “그의 작품 중 최고의 걸작”란 찬사를 보냈다. 일곱 명의 주인공들이 자신만의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어느 샌가 당신의 입에서도 “아, 도다 세이지”라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올 것이다.
■ 간단 줄거리
자살을 하려던 젊은 여성, 전신이 마비된 부호 노인에게 몸을 빌려주다_보디 렌털
열렬한 사랑에 빠지고 싶어 사랑의 묘약을 스스로 마신 한 남자_사랑의 묘약
사고로 죽은 딸을 복제한 여자, 새로 태어난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_복제 인간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는 인생을 살고 싶은 남자의 이야기_항우울 머신
먹으면 사랑이 보인다는 소문의 환각제를 찾아 헤매는 여고생_러브2000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무연고의 남자, 로봇과 함께 생의 마지막을 보내다_로봇
재능은 과연 행복을 보장하는가? 서로 다른 선택을 한 두 명의 뮤지션 지망생_각성 머신
■ 책 속에서
“기쁘다. 이 사람과 같이 나눌 수 있어서. …이상하다. 묘약을 안 먹었는데 사랑스럽다.” _<사랑의 묘약> 075-076p
“멋지다, 히로미. 나 살겠다고 내 맘대로 널 태어나게 했단다. 그런데도 불평 한마디 없이 서툰 것도 포기하지 않고 해내서 사람들을 감동시키다니…. …약해지지 않을게. 엄마 더는 약해지지 않을게.” <복제 인간> 109-110p
“존재하지 않는 것은 만들 수 없어요.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억지로 한 곳에 모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 기계가 ‘완성’되는 일은 아마 없을 겁니다. 지친 영혼을 치유하는 건 진정한 ‘휴식’입니다.” _<항우울 머신> 127p
“너흰 여전히 너무 착해빠졌어. 제대로 터뜨려본 적 있어? 부모 앞에서 미친 듯이 소리지르고 하소연해본 적 있냐고.” _<러브2000> 171p
“근데 둘 다 선택하지 않았어. 짧기는 하지만 새로운 내 삶이잖아. 완전히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생활을 해야겠다 싶었어.” _<로봇> 202p
“잘 들어. 네 생활 속의 작은 일 하나하나가 전부 세상과 연결돼 있어. 정말이야. 그러니까 작은 것 하나라도 허투루 흘리지 말고 살아. 반드시 보답이 있을 테니까.” _<각성 머신> 249p
“…그렇지만 마법 같은 건 없어. 행복해지려면 결국은 어느 순간이든 노력을 해야 해. 모두가 노력을 해서 행복해지는 거야.” _<각성 머신> 253-254p
■ 차례
제1장 보디 렌털_005
제2장 사랑의 묘약_043
제3장 복제 인간_080
제4장 항우울 머신_111
제5장 러브2000_143
제6장 로봇_176
최종화 각성 머신_214
■ 저자 소개
도다 세이지 戸田誠二
1969년 일본 시즈오카 현 출생. ‘고단샤 애프터눈 사계절상’ ‘쇼가쿠칸 신인만화대상’ 수상. 1999년부터 자신의 홈페이지 에 단편 만화를 게재하며 일본 ‘인디 만화’의 지평을 열었다.
2003년 홈페이지에 올린 작품을 모아 『이 삶을 다시 한번 生きるススメ』을 출간하며 정식 데뷔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스토리 ストーリー』 『설득게임 説得ゲーム』(이상 애니북스 출간) 『행복 しあわせ』 『우먼 WOMAN』 『음악과 만화와 사람 音楽と漫画と人』 『그림 기담 グリム奇譚』 등이 있다.
이 작품 『스키엔티아』는 2008년부터 쇼가쿠칸의 만화잡지 『빅 코믹 스피릿 』에 연재된 단편을 묶은 것으로, 제1화 「보디 렌털」은 후지TV의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