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 산업, 재도약은 가능한가
“새 정부 들어 여러 가지 변화가 있는 가운데, 게임을 둘러싸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관계 되신 분들을 모셨다.”고 서두를 연 김국현 대표는 가나다 순으로 네 명의 패널을 소개했다.
이에 황 교수는 “게임 업계에는 이미 많은 규제가 시행되고 있기에 더 이상의 규제는 필요 없을 정도다. 최소한의 규제란 청소년 강제 셧다운제 같은 기존에 불합리했던 규제를 완화시키거나 폐지하는 것을 말한다. 비록 헌법 재판소는 위헌이 아니라고 했으나, 셧다운제는 불합리한 규제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또 하나의 불합리한 규제는 결제 한도 규제이다. 처음에는 자율 규제로 시작해서 법적 규제로 변화된 사례인데, 담배와 생필품이 아닌 경우 법적인 가격 통제는 불필요한 것이다. 명품 백 가격을 정부가 규제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리고 “자율 규제는 규제 대상이 아닌 규제의 주체가 되는 것이며, 이로 인해 책임과 권한이 동시에 부여되는 것이기에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해석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결제 한도 이야기가 나와서 부연 설명을 하자면, 고포류 게임의 결제 한도 규제는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면서 업체들이 모여서 만든 자율 규제였지만, 이것이 게임 전분야로 확대됐다. 이는 당시 고포류를 서비스 하는 곳 이외의 업체들이 언젠가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해 목소리를 나지 않은 탓”이라며, “당시 게임 업계 안에서도 ‘우리 게임은 괜찮다, 저쪽은 문제가 있는 게임’이라는 순혈주의가 있었는데, 이것이 광범위한 규제로 일을 키웠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너와 나를 구분하지 말고,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이는 게임 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협회나 학회도 마찬가지이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 “게임 산업이 정치권을 대하는 태도는 항상 모난 돌이 돌을 맞을까 우려하여 할 말을 안 하는 것이었는데, 이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보폭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 함께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오늘도 계속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한국 게임 산업의 문제 중 하나로 결제 한도 규제가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황 교수는 “게임 산업법에는 그런 내용 자체가 없다.”면서 “하지만 결제 한도 50만원 규제 항목을 체크 하지 않으면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심의를 받을 수 없기에 사실 상 정부 규제가 되어 버렸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게임은 프론티어이다 보니 항상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임의 규제를 받고 있는 것 같다는 사회자의 멘트에 황 교수는 “법을 시행하는 행정부에 재량권이 주어지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투명하게 시행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박 대표는 “모바일 쪽은 등급분류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그 기준이 상당히 모호하다. 어떤 기준으로 연령등급이 정해지는지 개발자는 알지 못하는 상황이고, 이는 다양한 게임을 만드는데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 때문에 한국에는 아예 출시하지 않는 인디 게임 개발자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황 교수는 “한국의 등급분류는 공적 규제이며, 영화와 게임은 사전에 등급분류를 받게 되어 있는데, 미국의 경우 ESRB, 유럽은 PEGI라는 자율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는 규제로서의 성격에서 벗어나 게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박 대표가 원하는 것은 보다 투명하게 규제 원칙을 밝히는 것 같다.”고 해설했다.
‘최근 해외에서는 스위치와 오버워치 등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그런 콘텐츠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것이 정말 규제 때문인가’라는 질문에 강 회장은 “규제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일부의 문제를 산업 전체의 문제로 판단하는 사례가 누적되었다는 것과 게임이 산업으로 인식된 기간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우리 자신도 외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면서 “처음에는 부족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런 경험이 쌓여야 합리적으로 운영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견해를 피력한 후 “국내 게임 업계가 부진한 이유는 규제가 산업 성장을 저해한 측면 외에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사라져서가 아닐까 싶다. 새로운 시도가 많아져야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고, 글로벌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데, 지금 한국에서는 될 성 싶은 장르에만 매달리고 있고, 이는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 대표가 책임을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안정성을 추구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현상을 진단했다.
‘나날이 스튜디오 홈페이지를 보니 여기도 외주로 버틴 것 같은데’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박 대표는 “샐리의 법칙 같은 경우 30%를 떼고 5천만원에서 1억원 사이로 번 것 같은데, 이것으로는 먹고 살 수가 없다. 사실 안 망한 게 신기한 일”이라면서 “중진공에서 초기 투자를 받은 후 3년 차쯤 되었을 때 과연 이대로 가야 할 지 접을 지를 고민하던 차에 직원들이 월급을 줄여도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아서 외주를 받으면서 버텨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에 강 회장은 “기존 업계가 반성해야 할 점도 분명 있지만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해외에서는 Xbox, PS, 닌텐도, 스팀 등이 잘 만든 패키지 게임을 견인하고 있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모바일과 온라인 유저 층이 훨씬 더 많고, 한국 게임 업계는 이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뻔한 게임이 많아 보이는 것 또한 성장의 한 과정으로 봐야 할 것 같다.”며 “요즘 한국 시장이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데, 우리만 이상하게 가면 잘못 되어 간다고 봐야겠지만, 아시아 시장은 북미, 유럽, 일본과는 다르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타트업은 투자를 잘 받는 것이 중요한데, 리스크가 있어도 가능성이 있어야 투자가 원활히 돌지만 성공 확률이 떨어지면 투자가 주춤할 수 밖에 없다. 몇 년 전까지는 분산 투자라도 이루어졌는데, 지금은 게임 산업 내에서의 투자 외에는 찾아보기가 어렵다.”면서 “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가 그 큰 원인 중 하나라고 보며, 우리가 잘 해내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2천년 대 한국 게임 시장에는 RPG 밖에 없었는데, 퀴즈퀴즈와 포트리스 같은 게임이 나오면서 캐주얼 게임 시장이 조금씩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미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온 상태라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 나오기 어려운 상태지만, 매출을 내야 한다는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면 산업이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며칠 전 사촌 형님이 왜 너희는 리니지 같은 게임을 만들지 않고 이상한 게임을 만드느냐.”는 이야기를 하던데, “다양성을 검증 받기 위해서는 한국에만 머물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해외 인디 게임쇼만 나가 봐도 여전히 참신한 게임들을 만날 수 있다.”면서 “아까 우리 회사를 검색하니 외주가 뜬다는 말을 듣고 울컥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사실 과거에도 게임 업체들이 외주로 연명하는 일이 종종 있었고, 내가 넥슨에 있을 때도 그런 일을 했다.”며 “게임을 개발하다 보면 마지막에 드랍 되는 일이 참 많다. 인디의 경우 그냥 출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큰 기업에서는 아예 출시를 안 하는 경우가 나을 수 있기에 여러 분들이 알지 못하는 시도가 많았을 것”이라고 밝히고, “유저들이 원하는 게임에서 벗어나면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외국의 게임들도 실제로 해보면 아주 다양한 것이 아니라 시장 규모가 크다 보니 살아 남는 것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과거 한국의 게임 시장은 우리가 주도했으나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 가면서 지금은 일본과 중국을 따라 가고 있고, 이것이 큰 위기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은 해외 진출에 상당히 소극적이었는데, PC 온라인 게임의 경우 국내만을 타겟으로 하여 만드는 일이 거의 없었다. 국내 PC 온라인 게임이 성공했던 이유 중 하나는 해외 시장을 겨냥했기 때문인데, 모바일 게임의 경우 초기에는 국내 기업들이 진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중국, 일본, 미국 등지에서 성공 사례가 나오면 보다 많은 회사가 해외 진출을 시도하지 않을까 싶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한국 게임 산업에 선순환이 일어나게 하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겨야 하고, 더 많은 사람이 게임을 개발해야 할 것 같은데, 최근 게임 업계의 근로 시간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게임 업계, 들어갈 만한가’라는 질문에 강 회장은 “게임은 일의 진행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신의 선택이 가장 중요한 산업이기에 충분히 도전할 만 하다.”고 답했다.
이어 “일본이나 북미, 유럽에서는 콘솔 게임이 인정을 받고 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분위기이지만, 한국과 중국에서는 게임 업계가 급성장을 하면서 정부 통제가 일어나고 있어서 유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우리보다 훨씬 자율 규제에 가깝고, 규제 효율이 떨어지면 바로 폐기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어서 부러운 측면이 크다. 그런 정책의 결과가 지금의 텐센트 등을 만들어낸 배경이 아닐까 싶다.”며 “규제가 다는 아니지만,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업계에서는 다들 알고 있지만, 문제가 된 회사는 이전부터 유명했다.”면서 “과거와 달리 3개월 만에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고, 모바일 게임도 1년 이상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전처럼 빨리 작업을 끝내려는 것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불러온 것 같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며, 일부 대기업은 개발자가 공무원화 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천천히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히고, “대부분의 회사는 그렇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다 보니 모든 게임 회사가 다 그렇게 인식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황 교수는 “오늘 핵심 아젠다가 규제였는데, 시장과 정부의 관계 설정을 다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수직적이었으나, 이제는 대등한 관계에서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질의 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 강 회장에게 묻고 싶다. 한국 게임 업계가 그리는 미래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유저들이 희망을 가지고 응원해도 될까, 아니면 더 규제를 해달라고 요청해야 할까?
강 : 내수 산업 기반 없이 수출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 해외에 안 나가느냐고 물으면, 안 나가는 게 아니라 못 나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PC 온라인 게임의 경우 북미와 유럽에서는 성과를 올리지 못했으나 아시아 지역 개척에 성공한 것이 국내에서의 성과에 기반하고 있다. 청사진이라면… 개인적으로 일단은 올인하지 말고 버티라고 주위에 이야기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찾아야 한다고 보며, 일단은 긍정적이든 비판적이든 의견을 주신다는 것 자체가 관심이 있다는 측면에서 감사 드리고 싶고, 10년에 한 번씩 새로운 기업이 부각되는데 비해 게임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두드러지는 회사가 없는데, 그런 회사가 나와야 산업이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강 : 나도 같은 마음이다. 입법부, 행정부와 처음 소통하면서 우리 산업을 이해 받을 수 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으나 그 상태로 2년이 흘렀다. 그래서 이 분들이 달라지는 것이 쉽지 않다, 책임을 져달라는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업계 출신 의원도 나온 만큼 좀 더 속도가 빨라지지 않을까 싶다.
김 : 요즘 협회도 그렇고 다들 열심히 하고 계셔서 언제라고는 못 하겠지만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조금 다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새로운 정부에서 주무부처가 누가 되어야 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 논란이 일고 있는데, 박근혜 정권 초기에도 미래부로 넘기려 하다가 결국 문화부에 남게 되어 지금까지 흘러 왔으나, 문화 콘텐츠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의 규제는 전부 말도 안 되는 것이 되고, 산업의 입장에서 보면 일정 부분 허용되는 것들이 있다. 아직은 이에 대한 공감대가 없는 상황이라 앞으로 이런 부분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고, 지금은 문화부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문화 콘텐츠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 문화부에 남으려먼 그런 부분이 충족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