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스위니, 한국 개발사 게임 중 인상 깊은 것
기술의 발달로 비게임 업계에서 언리얼 엔진의 활용도가 높아진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한국·중국 등지에서 하이엔드 모바일 게임을 언리얼 엔진 4로 제작하고 있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이다.
● 1세대 VR 디바이스의 보급이 늦다는 지적이 많은데, 예상했던 수준인지?
성장 속도는 기대했던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PS VR은 100만대, PC 고사양 HMD는 50만대 정도이지만 아직 첫 해인 만큼 이 정도 수치는 고무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PC가 처음 나왔을 때는 2만 3천대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0억대에 달하지 않은가. VR 하드웨어의 연간 성장세는 2-3배에 달하고 있어서 몇 년 내에 5천만대 수준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언리얼 엔진의 크로스플랫폼과 멀티플랫폼 지원 기능이 더욱 강력해졌다.
언리얼 엔진의 가장 큰 장점은 한 번 개발해 놓으면 안드로이드, PC, Mac, 콘솔, VR까지 자유롭게 빌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도 적절한 플랫폼에 탑재할 수 있어, PC와 콘솔이 강세인 북미·유럽, 모바일이 강세를 보이는 한국·중국 등 시장에 맞는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
● 현재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되고 있는 신작 중 멀티플랫폼으로 개발되고 있는 게임을 소개해달라.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많지만 아직 공개할 수 없는 게임들이 많아서 에픽게임즈 타이틀에 대해서만 언급하자면 파라곤이 PC와 PS4를 지원하고 있고, 모바일 게임인 배틀브레이커는 iOS와 안드로이드 외에도 PC, Mac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한국에서도 모바일 게임 제작 후 PC나 콘솔로 이식하기를 희망하는 업체를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로보 리콜이 굉장히 인상적인데 VR 게임에 대한 진출 계획은? 또 향후 VR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엔진 개발사로서 먼저 개척해나가는 입장에서 어떤 것이 가능한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 로보 리콜이 그 첫 걸음을 떼는 역할을 했고, 이를 통해 우리도 많은 것을 배웠다. 소셜 VR이나 콘텐츠 VR에 대해 연구하면 미래에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며, VR은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를 내다보고 입지를 선점하고자 한다.
● 최근 소셜 VR이 킬러 앱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작업이 있는가?
소셜 미디어와 VR의 상관 관계라는 측면에서 이야기한 것이며, VR과 AR의 한 두 세대 뒤를 내다본다면 많은 카메라, 사람의 얼굴과 전면 신체 스캔, 이를 통해 재현한 디지털 휴먼이 보편화될 것이고, 이것이 소셜이나 게임과 만나면 한층 더 파급 효과가 커질 것이다. 지금 이런 기자 간담회도 질문 후 열심히 타이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디지털로 구현된 얼굴을 마주 보면서 편안하게 대화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 방문한 한국 개발사 중 인상 깊었던 곳과 게임이 있다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넥슨에 방문했는데, 이들이 제작 중인 레고 기반 모바일 게임과 파이널 판타지 11 모바일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브이알 스튜디오의 프로젝트 M에서 캐릭터들이 커뮤니케이션을 취하는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 넷마블게임즈의 경우 리니지2 레볼루션을 GDC에서 발표하여 서구권 청중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엔씨소프트에서 본 것은 내부 규정 상 밝히기 어려우나, 좋은 프로젝트가 많았으며,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처럼 서구권에서 인기를 얻는 한국 게임도 등장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이 외에 엑스엘게임즈에서 제작 중인 콘솔 게임에 가까운 느낌의 모바일 게임도 볼 수 있었다.
● 기조 연셜에서 새로운 경험을 강조했는데, 게임에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나?
현재까지 게임을 즐기는 분들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 멀티플레이를 하더라도 캐릭터로 상징화된 모습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게임이 소셜화 되면 감정 교환이 가능할 정도로 몰입도가 높아져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스마트폰이든 PC든 인공적인 환경에서 게임을 플레이 하게 되지만, 10년쯤 뒤에는 안경을 쓰고 인공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파라곤의 서비스를 준비 중인데, 한국에서의 성적을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게임을 만든다는 철학을 유지하고 있어 유저 분들이 재미있게 즐겨 주셨으면 한다. 한국 내 매출이나 성적 등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 한국에서는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단어가 대두되고 있는데, IT 관점에서 어디까지 왔는지, 그리고 게임에는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예상해달라.
4차 산업 혁명은 게임과 큰 관련이 있다. 자율 주행 차량이나 저렴한 태양광 발전 등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디바이스와 어떻게 하면 새로운 연결성을 갖게 해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며, 여기서 AR과 VR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카카오톡 같은 채팅 앱도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것이고 사람들의 삶과 생산성도 향상될 것이다. 게임에서 얻은 노하우가 그런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