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화룡점정을 기대한다, ‘로스트아크’ 체험기
사실 스마일게이트 측에서 이미 게임은 런칭 버전 수준의 개발은 이미 완료되었고, 사업적으로 런칭 시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할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인 ‘로스트아크’ 의 파이널 테스트는 기본적으로 만족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역시 무시할 수 없고 또는 그 장점을 치명적으로 갉아먹을지도 모르는 단점 또한 눈에 띄었지요.
그래서 이번 기사에서는 세세한 디테일보다는, 이번 파이널 테스트를 하며 기자가 느낀 장점과 단점, 그리고 ‘로스트아크’ 자체에 대한 감흥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 쿼터뷰로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연출, 클래스 판타지에 기반한 액션
대부분의 유저가 입을 모아 공통되게 칭찬하는 부분은 바로 연출입니다. 특히 레벨 36~38 사이에서 마무리 되는 초중반의 스토리라인은 게임을 하다보면 매우 힘을 주어 만들었다는 느낌을 확 받습니다. 사실 기자는 쿼터뷰나 탑뷰 RPG를 요즘 그리 선호하지는 않는데, 바로 연출과 플레이어 시야에 제약이 크기 때문인데요. ‘로스트아크’ 는 쿼터뷰임에도 꽤 적절히 시야를 조절하고 카메라 워크를 주는 것으로 연출을 하여 시점의 단조로움이 덜한 편이었습니다.
스토리라인도 비록 상당히 뻔하게 전개되고 대부분이 클리셰로 점철되기는 했지만 그 클리셰를 적절히 이용한 편이었고, 중반부 군단 침공에 의한 위기 연출, 또 아만의 최후는 비록 뻔하지만 감정 전달은 확실해서, 한국 온라인 게임에서 이정도 감정적 동요를 얻은게 얼마만이었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직업 간에 확실한 특색을 띄고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최초 공개 영상부터 계속 보여지던 것이지만, 각 직업은 서로 완전히 다른 핵심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고 이를 중심으로 스킬이 짜여져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같은 뿌리에서 전직을 하더라도 일단 전직을 하고 나면 일부 컨셉 외에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지녔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인파이터와 기공사, 디스트로이어를 플레이 했는데, 기본적으로 근거리 캐릭터, 그리고 중거리 캐릭터이고 격투가라는 컨셉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플레이 방식은 상당히 달랐고 저마다의 맛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서로 상호작용하도록 짜여진 스킬들도 기초적이지만 이런저런 콤보나 스킬 트리를 고민하게 만들었죠.
중반부에서 절정에 달하는 인스턴스 던전 등의 PVE 콘텐츠도 굉장히 훌륭했습니다. 여러 유저들이 공통으로 최고로 꼽는 던전인 ‘왕의 무덤’ 은 그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연출 외에도 보스전의 구성 또한 색달라 아주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저 체력 많고 공격력 강하고 패턴 조금 복잡한 똑 같은 보스가 아니라 아예 시점부터 변화하고 맵을 활용해야 하는 공략법은 직관적이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 전반부와 후반부의 괴리, 클래스 격차 심화, 혼잡한 엔드 콘텐츠
아만을 두고 이럴 시간이 있나…?
하지만, 단점이나 꼭 고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부분도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일단 첫번째는 36~38레벨대를 기점으로 아만 스토리가 마무리 된 이후부터 갑자기 게임의 흐름이 엉망이 된다는 것인데요. 분명 아크를 찾기 위한 여정임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항해 콘텐츠, 초중반부에 확실한 목표의식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던 주인공이 갑자기 여느 게임에서나 흔히 보이던 무보수 만능 하인이 되어 잡일이란 잡일을 다 맡는 모습을 보면 이거 중후반부를 기점으로 개발팀이 아예 바뀌어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거의 모든 면에서 비교했을 때 이 게임의 후반부(38~50)는 전반부에 비해서 연출도 평이해져 밋밋하고, 스토리 또한 집중력이 떨어지며, 퀘스트 동선도 비효율적으로 변합니다. 마치 빨리 만렙을 찍기 위해서 울며 겨자먹는 식으로 레벨업을 해야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전반적인 만듦새와 퀄리티가 후반부로 갈수록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아직은 마이너스 요소인 항해 콘텐츠
그리고 이런 후반부의 늘어지는 텐션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항해 콘텐츠입니다. 항해 콘텐츠는 정말 갑작스럽게 등장하는데, 일단 새로운 콘텐츠를 소개하고 대륙 이동을 시킨다는 목적은 분명히 있지만 그 콘텐츠 자체가 지극히 협소하고 템포가 너무 느립니다. 그렇다고 이 콘텐츠에서 얻는 보상이 유니크하거나 필수적이라고 보기도 어려웠고요. 솔직히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가장 게임에 깊이 몰입해 있는 시점에서 흐름을 툭 끊고 템포를 팍 죽이는 방해요소로 다가옴이 더 컸습니다.
그리고 이번 테스트 기간 동안 가장 크게 대두되었던 문제는 바로 근접 클래스와 원거리 클래스 간의 밸런스 파괴였습니다. ‘로스트아크’의 PVE 전투는 기본적으로 보스몹의 다양한 공격 기술을 회피로 피하면서 기술을 넣는, 전형적인 핵 앤 슬래시의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하지만 ‘로스트아크’ 의 회피는 두가지 특징이 있으니, 하나는 스태미나 게이지 기반 같은 시스템이 아닌 고정 쿨다운 제한이 있다는 것이고, 기술이나 평타를 캔슬하고 사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파이널 테스트 기간 동안 근접 클래스들이 천대를 받은건 이 두가지 특징이 굉장히 안좋은 시너지를 일으킨 점이 컸습니다. 대부분의 보스 몬스터는 다양한 범위의 광역기를 특정한 순서 없이 난사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바로 회피를 써서 피하지 않으면 바로 판정이 들어올 만큼의 시전 시간을 갖습니다. 만약 원거리 클래스라면 보스가 사용하는 패턴 중 일부만 사정권에 들기 때문에 그 기술을 피하고 데미지 딜링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보스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패턴은 자신을 기준으로 두고 사용하고 대부분 즉사급 데미지를 주기 때문에 근접 딜러들은 거의 모든 기술을 피해야만 합니다. 때문에 6초 쿨다운 마저도 너무 길게 느껴지고, 일반 이동으로 기술을 모두 피하기에는 무리가 종종 따릅니다. 때문에 회피 쿨다운이 빠지면 쉽사리 다시 접근할 엄두를 낼 수가 없습니다. 회피가 다시 준비될 때까지 손가락만 빨게 되거나, 눈치껏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딜을 넣고 물약 연타를 하는 수 밖에요.
또 대부분의 직업이 주력 기술에 시전시간이나 선딜을 갖고 있는데 이걸 회피기로 캔슬할 수 없다보니, 자칫 기술 몇 개 넣다가 보스가 공격 기술을 쓰는걸 보더라도 대처할 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결국 근접 클래스들의 플레이는 굉장히 위축되고 수동적일 수 밖에 없고, 기술 선택도 엄청나게 제약됩니다.
이 부분은 사실 회피의 디테일만 조금 바꾸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보이는데, 6초는 언뜻 보면 짧아보이지만 액션 게임에서는 굉장히 긴 쿨다운이라고 할 수 있고, 회피에 제한을 거는걸 다른 방식이 아니라 쿨다운 방식으로 정한 것은 다소 매너리즘적인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회피가 일반 기술을 캔슬할 수 있고, 또 유구한 전통의 스태미너 방식이나 기타 좀 더 유연한 사용이 가능한 방식을 채택했다면 오히려 역동적인 플레이로 장점이 될 수도 있었던 부분인데, 이렇게 치명적인 단점이자 다른 장점을 무력화시키는 부분이 된 것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또한 회피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기술둘의 쿨다운이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었는데, 대부분 10초 대의 쿨다운을 가지고 있었고 주력기들은 20초를 넘는 것도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부분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제약이었는데, 이미 대부분의 클래스가 각자 특유의 자원을 사용함으로서 제약이 걸려있는 부분을 너무 긴 쿨다운으로 이중으로 제약을 걸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 ‘블레이드&소울’ 이 2차 CBT 까지만 해도 빠른 기술 순환과 액션감으로 굉장히 훌륭하고 속도감 있는 액션을 선보였다가 갑자기 오픈 베타 시점부터 기술들의 쿨다운을 대폭 10~20초 대로 늘이면서 게임의 템포가 엄청 다운되어버린 안좋은 사례가 생각날 정도였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클래스는 기술을 한 번에 몰아 쓰고 쿨다운이 돌아올 때까지 상대 공격만 피하다 다시 쿨다운이 오면 몰아 쓰는, 일명 현자타임 플레이가 강요되기도 했죠.
이는 후반부 던전 디자인들이 상당히 천편일률적인 부분도 부추기는 면이 있는데, 중반부까지 다양하던 보스의 모습들이 스토리 최종부 던전인 아이히만 연구소나 에어가이츠의 보스 디자인은 재탕이라고 할만큼 서로 흡사한데다 원형의 광장에서 인간형 보스와 싸우는 똑 같은 컨셉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런 템포나 속도감의 문제는 전투 뿐만 아니라 게임 전반에 걸쳐 있는데, 기본적으로 너무 느린 이동 속도, 갖가지 쿨다운, 체감 속도가 영 별로인 말 등등 많은 부분에서 의도적으로 게임의 템포, 속도감이 너무 늦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플레이어의 콘텐츠 소비 속도를 둔화시키는 것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좀 억지 같은 면이 있는 건 사실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만 레벨 이후의 엔드 콘텐츠로 이어지는 흐름, 동기 부여가 아직 불완전하고 미약했습니다. 더군다나 여기서도 항해가 끼어들어서, 거부감이 한차례 더 생기기도 했고요. 후반부의 메인-월드 퀘스트 방식도 불친절한 느낌을 주는건 마찬가지였습니다.
- 총평 : 토대는 훌륭, 멋진 마무리를 위한 화룡점정이 필요
이런 위트 있는 사이드 퀘스트는 즐거웠다
종합해 봤을 때, 일단 첫인상과 테스트를 마치고 나서의 감상은 “근 몇 년 간의 한국 온라인 RPG 중 이 정도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준 게임이 있었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게임은 이미 상당히 완성되어 있었고, 위에 언급한 단점이나 문제점들도 근본적으로 아예 잘못 쌓아올려진 것이라기 보다는 세세한 조율이 안되어 있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치명적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그 단점들도 수정해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죠.
서버도 무척 안정적이었고, 버그나 치명적인 에러도 체험하지 못했습니다. 인스턴스 던전은 각각의 차이는 있을지 언정 콘텐츠 자체는 높은 완성도를 보였고요. 중반부 아만에 얽힌 이야기는 그 이후를 기대하게 만들 만큼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RPG 게임에서 일종의 클래스 판타지를 매우 중시하는데, 이 게임은 그런 각 직업의 특색, 판타지를 잘 살리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소위 ‘뽕맛’ 이라고 할까요? 인파이터의 끝내주는 타격감이나 아르카나의 테크니컬한 움직임 등, 각 클래스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적절히 파악하고 보여주는게 아주 좋았습니다.
다만, 앞서 말했듯 아직 조율이 완전히 되지 않은 부분도 상당히 많았고, 이는 대부분 게임 후반부나 엔드 콘텐츠 단에서 많이 보여졌습니다. 특히 후반부의 퀘스트 동선 정리는 꼭 필요해 보였고, 레이드 등 엔드 콘텐츠도 '아이템 레벨 올리려면 이걸 해야죠?' 하는 너무 이해타산적인 필요성에만 기대어 플레이어를 유도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테스트가 모두 끝나고, 기자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기대였습니다. 그리고 우려도 함께 따라왔죠. 몇몇 잘 조율되지 못한 단점은 다소 치명적입니다. 하지만 그게 수습할 수 없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국산 대형 온라인 RPG 프로젝트로서, 게이머들 뿐만 아니라 관계자들, 개발자들도 이 게임에 거는 기대는 무척 큽니다. 때문에 이 게임이 엇나가지 않고 완성의 길을 걷기를 바라는 이들 또한 많지요. 저 또한 그런 마음입니다. 비록 제가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개발진의 누군가는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서 런칭 시기가 정해지고, 보다 완벽히 다듬어진 ‘로스트아크’가 기대됩니다. 그때는 좀 더 좋은 이야기를 더 많이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