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 쌓아 올린 핵 & 슬래시, 라피스 리 어비스
특유의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파고들 여지가 많은 게임성으로 확고한 팬덤을 구축해온 니혼이치 소프트웨어. 그 반가운 신작 ‘라피스 리 어비스’가 오는 2월 28일 PS4와 닌텐도 스위치로 한국어화 정식 발매된다. 귀여운 캐릭터와 파스텔톤 색감은 언제나와 같지만 이번에는 핵&슬래시를 표방하는 횡스크롤 액션 RPG라는 것이 특징. 그것도 4인 파티를 홀로 조작하며, 동료 캐릭터들이 경단(DANGO)마냥 층층이 업혀 다닌다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눈길을 끈다.
이에 루리웹은 ‘라피스 리 어비스’ 디렉터 겸 디자이너로 개발을 진두지휘한 니혼이치 소프트웨어 이타노 히로카즈(板野広和)에게 본작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직접 풀어보았다. 이타노 디렉터는 ‘디스가이아’부터 ‘마녀와 백기병’, ‘루프란의 지하미궁’까지 니혼이치가 자랑하는 여러 작품에 참여한 실력파 개발자다. 과연 그가 신작으로 핵&슬래시를 택한 까닭은 무엇이며, 여타 횡스크롤 액션 RPG와 차별화되는 ‘라피스 리 어비스’만의 매력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 ‘라피스 리 어비스’의 최대 특징은 역시 네 명의 파티원이 층층이 업혀서 움직이는 ‘경단(DANGO)’ 시스템이다. 시각적으로 귀여운 것은 물론이고,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도 횡스크롤 액션 장르에서 보기 드문 파티 플레이를 실현해냈다
이타노: 혼자서도 파티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보통 횡스크롤 액션 게임은 한 명의 캐릭터만 조작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거기에 ‘위저드리’처럼 다수의 동료를 편성해서 던전을 탐험하는 재미를 더해보는 거다. 파티를 표현하는 방식은 단순히 플레이어를 따라다니는 것부터 각자 AI로 움직이는 것, 그리고 기술을 사용할 때만 나타나는 것 등 다양한 안이 놓고 고민했다. 그러다 외적인 임팩트와 새로운 액션, 손쉬운 아군 관리를 모두 충족시키다 보니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 초기에는 사각형 머리를 블록처럼 쌓은 뒤 그 위치를 바꿀 때마다 능력치가 변화한다는 기획이었는데, 이걸 조금 더 귀엽고 매력적으로 다듬어 경단으로 만들었다.
● 경단 시스템만큼이나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귀엽다. 심지어 마을 촌장도 귀엽고 던전에서 만나는 몬스터조차 깜찍하다. 핵&슬래시라는 흉악한 장르와 괴리감이 들 정도인데, 디렉터 겸 캐릭터 디자이너로서 이러한 컨셉에 대해 소개한다면
이타노: 그렇게 귀엽다니 고맙다(웃음). 촌장은 일본에서도 귀엽다는 평을 많다. 핵&슬래시라면 역시 ‘디아블로’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에 ‘라피스 리 어비스’처럼 애니메이션풍 비주얼은 여러모로 새롭다는 반응이다. 덕분에 평소에 핵&슬래시를 즐기지 않던 분들도 관심을 가져주어 기쁘게 생각한다. 지금의 디자인 컨셉은 다양한 등신과 데포르메를 검토하여 경단 시스템에 어울리는 이상적인 밸런스를 찾아낸 것이다. 등신이 높아지면 그만큼 멋진 캐릭터가 만들어지지만 머리만 남았을 때 묘하게 불길한 모습이 되어버리는지라 조절에 애를 먹었다.
● 확실히 그러면 불길할 거 같다. 리더 캐릭터 위에 머리만 남은 파티원들이 거친 액션에도 요지부동이라 더 죽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타노: 죽어 있지 않다니까(웃음). 움직임이 빨라서 확인하기 힘들겠지만 리더의 액션에 따라 파티원들도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공격당해서 파티에서 분리되거나 던져지면서 스킬을 사용할 때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니 여유가 된다면 꼭 감상해달라.
● 이외에도 플레이어가 쇠퇴한 마을의 마지막 희망이라거나 던전의 존재 등 세계관 묘사가 살짝 어두운 면이 보이는데
이타노: 경단 시스템 자체가 보기와 달리 전투용 기술이라는 설정이다. 세계관 역시 오래 전 벌어진 대규모 전쟁으로 한차례 황폐화되었던 역사가 있기에 꽤나 무거운 편이고. 다만 이러한 요소를 작품 내에서 비중 있게 다루진 않는다.
● 캐주얼한 3D 그래픽도 잘 어울렸을 법한데, 2D를 고수하게 되는 특별한 매력이나 장점이 있다면
이타노: 2D야말로 3D로는 표현하기 힘든 독특한 비주얼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손으로 그린 그림을 그대로 게임에 반영할 수 있어 수작업 느낌이 나고, 그만큼 당초 구상한 이미지와 일치하는 결과물을 뽑기 쉽다. 캐릭터 애니메이션에 있어서도 2D이기에 표현할 수 있는 멋짐과 익살스러움이 있지 않나. 뭐, 단순히 내가 2D를 좋아한다는 것도 큰 이유지만(웃음).
● 귀여운 비주얼과 달리 실제 게임 플레이는 상당히 속도감 있고 호쾌한 편이다
이타노: 직접 플레이했을 때 더욱 즐겁고 가벼운 템포를 중시하시며, 간편한 조작으로 액션 게임에 취약한 사람이라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대량의 아이템을 단숨에 획득할 때 느끼는 짜릿함과 마구 날뛰기만 해도 즐거워지는 상쾌함이 전해지도록 최선을 다했다.
● ‘라피스 리 어비스’ 핵심 게임 디자인에 있어서 영감을 얻거나 참고한 작품이 있나
이타노: ‘피버 모드’라는 보너스 타임이 발동됐을 때 대량의 아이템이 화면 가득 표시되는 시스템이 본작의 세일즈 포인트다. 개인적으로 2D 슈팅 게임을 좋아하는데, 이런 장르에서 대량의 아이템을 회수할 때 느끼는 짜릿함을 RPG에서 구현해보고 싶었다. 설령 슈팅 게임을 즐기지 않더라도 대량의 아이템을 단숨에 획득한다는 요소만큼은 누구나 좋아하리라 생각했다.
● 핵&슬래시는 결국 어느정도 반복 플레이가 필수적이다. 특히 니혼이치 소프트웨어는 이러한 파고들기(やりこみ) 요소를 신경 쓰는 것으로 유명한데, 엔드 콘텐츠는 무엇인가
이타노: ‘라피스 리 어비스’는 핵&슬래시를 표방하는 만큼 아이템 파밍이 곧 파고들기 요소다. 습득한 장비는 무작위로 능력치가 부여되기 때문에 같은 아이템처럼 보여도 매번 가치가 달라진다. 따라서 더 좋은 장비를 손에 넣기 위해 던전 탐험을 반복하는 것이 게임을 즐기는 주된 방식이 될 것이다. 아울러 엔드 콘텐츠는 강력한 보스 몬스터가 포진하고 있는 고난이도 던전으로 어떠한 파티 구성이 가장 효율적인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알아가야 한다. 아이템 도감 기능도 마련되어 있고 장비를 충분히 강화하지 않으면 쓰러트릴 수 없는 보스도 있으니 모쪼록 꼭 도전해주기 바란다.
● 그렇다면 ‘라피스 리 어비스’의 주요 타겟층은 하드코어인가 캐주얼인가
이타노: 우선 액션 게임 마니아 분들이 만족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하지만 귀여운 캐릭터는 좋아하면서도 액션 게임이 어려워 선뜻 손대지 못하는 분들도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캐주얼 핵&슬래시인 것도 맞다. 각 직업마다 성능은 저마다 다르지만 특정 직업이 없으면 절대로 깰 수 없다거나 하는 일은 없으니 마음에 드는 캐릭터로 마음껏 날뛰시라.
● 전체적인 디자인이나 시스템이 휴대용과 궁합이 좋아 보인다. PS4와 닌텐도 스위치 버전 사이에 무언가 차이가 있나
이타노: 기본적으로 같은 게임이므로 큰 차이는 없다. PS4를 통해 큰 화면으로 즐겨도 좋고 닌텐도 스위치의 휴대 모드를 활용해 짬짬이 플레이하는 것도 추천한다. 부디 플레이어 여러분의 스타일에 맞춰 구매해주면 감사하겠다.
● 이제 거의 단종 수순이긴 하지만 여전히 PS VITA 출시를 바라는 목소리도 있다. 모바일도 그렇다
이타노: PS VITA는 슬슬 성능면에서 어려울 듯하다. ‘라피스 리 어비스’는 한 화면 상에 적과 어이템, 이펙트 등이 많이 표시되기 때문에 처리 부하를 고려했을 때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 모바일의 경우는 액션 게임이니만큼 격렬하면서도 정교한 조작이 필요하기에 스크린 터치 만으로는 편하기 즐기기 어렵지 않을까 싶고.
● 바꿔 말하면 닌텐도 스위치에서의 퍼포먼스는 괜찮다는 건가. PS4/스위치 출시작의 경우 스위치 쪽 최적화를 날림으로 하는 경우가 적잖은데
이타노: PS4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리 능력이 낮은 스위치 휴대 모드에서도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을 강구했다. 설령 대량의 적이나 아이템이 화면에 표시되더라도 극단적인 지연이나 멈춤 현상은 없을 것이며, 항시 쾌적한 조작성이 유지되리라 장담한다. 이에 대해서는 일본에서도 딱히 부정적인 피드백은 없는 상태다.
● 현재에도 개성적인 직업이 많이 있지만, 앞으로 더욱 다양한 신규 콘텐츠를 기대해도 좋을까
이타노: 감사하게도 이미 직업 및 던전 추가를 원한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DLC 발매는 예정이 없다.
● 니혼이치는 ‘디스가이아’부터 ‘루프란의 지하미궁’, ‘마녀와 백기병’ 등 성공적인 IP가 여럿 있는데 완전 신작으로 가닥을 잡았다. 혹시 이들 작품과 콜라보레이션이나 크로스오버 계획이 있나
이타노: 완전 신작을 택한 이유는 플레이어가 지금까지 접한 적 없는 새로운 세계를 탐험했으면 해서다. 비주얼적으로도 타 IP에 종속되지 않아야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고. 앞서 언급한 ‘디스가이아’, ‘루프란의 지하미궁’, ‘마녀와 백기병’은 모두 직접 개발에 참여했던 작품인지라, 회사에서 꼭 해달라는 요청이 온다면 콜라보레이션을 하게 될지도…(웃음).
● 끝으로 ‘라피스 리 어비스’를 기대하는 한국 유저들에게 전하고픈 인사말이 있다면
이타노: 귀여운 캐릭터가 화면 한가득 날뛰는 호쾌함, 대략의 아이템이 여기저기 만개하는 화려한 비주얼까지. ‘라피스 리 어비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중독성 있는 쾌감을 부디 직접 체험해주었으면 좋겠다. 간편한 조작으로도 멋진 공격을 펼칠 수 있도록 만들었으니 액션 게임 마니아는 물론 캐주얼 게이머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이 즐겨주길 기대한다. 한국 플레이어 여러분의 반응을 확인할 그 날까지 개발팀 일동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