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신해철 OST & 스위치 이식! 길티기어 XX ACPR
하지만 여기 한 시리즈를 탄생시켜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기 손으로 이어오고 있는 개발자와 그 게임이 있다. 바로 아크시스템웍스의 이시와타리 다이스케와 ‘길티 기어’ 시리즈다. ‘길티 기어’ 시리즈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이시와타리 다이스케는 24일 열린 NDC(Nexon Developer Conference)에서 강연을 진행했다. 또 강연 막바지에 시리즈 인기작 중 하나인 '길티 기어 이그젝스 액센트 코어 플러스 R'의 닌텐도 스위치 이식과 함께 본작에 故 신해철의 OST를 수록한다고 밝혀 현장의 환호를 받았다.
이런 멋진 소식을 들고 한국을 방문한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CCO 와 안베 히데유키 CTO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 과거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前 신종현 YBM시사닷컴 게임 사업부 팀장도 동석했다.
● 먼저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시와타리 : 이시와타리 다이스케입니다. 아크시스템 웍스의 CCO이고, 길티 기어 시리즈의 개발자입니다.
안베 : 아크시스템웍스의 CTO를 맡고 있는 안베 히데유키입니다. 길티 기어 시리즈 최초의 작품인 1998년 작 ’길티 기어’의 메인 리드 프로그래머였습니다. 현재는 다른 회사의 게임 개발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닌텐도 스위치로 '길티기어 이그젝스 액센트 코어 플러스 R'을 이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이시와타리 : 여러가지 요인이 있었는데요, 첫번째는 우선 아크시스템웍스가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한 게임 라인업이 적었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닌텐도 스위치라는 플랫폼 내에서 격투 게임은 상당히 적은 편이었죠. 그래서 우리가 어떤 게임을 닌텐도 스위치로 내놓을 수 있을까? 무엇이 좋을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그래픽이 2D인 부분인 것이 닌텐도 스위치의 소비자들의 취향과 잘 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 게임 '길티기어 이그젝스 액센트 코어 플러스 R'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아케이드 머신이나 거치형 콘솔 등 격투 게임의 플랫폼마다 조금씩 조작 환경이 다른데, 닌텐도 스위치의 조작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안베 : 스위치의 특징 중 하나가 각각의 조이콘을 가지고 두 명이 동시에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게 아주 크고 중요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위치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격투 게임을 이 게임으로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이 덕분에 좋은 경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어요.
● NDC 강연에서 길티 기어 개발 스태프가 3명이었다고 했는데, 정확히 몇 명이 참가했고, 개발 기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궁금합니다. 또 길티 기어 시리즈는 개발자들이 성우나 일러스트 등 다양한 역할을 맡기로 유명한데요.
이시와타리 : 가장 처음에는 안베와 저, 그리고 한명을 더해 3명으로 시작했으나, 본격적인 개발은 한명이 더 합류해 4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개발 기간은 총 1년 반 정도 소요되었지요. 그리고 개발 과정 상에 있었던 어려움이라면, 너무 많아서 하나를 고르기 힘들 정도네요(웃음).
안베 : 사실 저도 초대 길티 기어 당시에 포템킨의 성우를 맡았던 적이 있어요(웃음).
● 인상적이네요. 자기 게임의 캐릭터를 연기를 한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요?
이시와타리 : 아무래도 성우를 기용해 작업하는 것에는 예산이 한정되게 배정되어 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캐릭터들을 나누어서 어떤어떤 것은 성우가 작업하고, 나머지는 우리 스태프들이 하자고 미리 정해놓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직접 목소리 연기를 해나가게 된 것이고요. 녹음을 할 때에는 그게 너무 부끄러워서, 녹음실 가운데에 조정실과 녹음공간 사이에 유리막으로 보이게 되어있잖아요? 그걸 천막으로 가려버린 다음 술을 잔뜩 마시며 녹음을 했었습니다. 처음엔 그만큼 너무 부끄러웠어요. 하지만 나중에 완성된 결과물을 보니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이 앞서더군요.
안베 : 저는 특히나 포템킨의 경우는 녹음 후 보정, 편집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완성된 결과물이제 목소리인지도 모를 정도였어요.(웃음)
● 신해철의 음악을 한국 지역 한정이 아닌 글로벌 버전에 수록하게 된 것이 놀라운데, 어떤 배경이 있었나요?
이시와타리 : 그래도 모처럼 ‘길티 기어’를 위해 만든 음악이었는데, ‘길티 기어’에 나오지 않으면 어디서 볼 수 있겠는가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본래는 아시아 지점의 제안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지난해가 故 신해철의 3주기 였는데, 그 당시 루리웹에서 발행한 추모 기사에 그런 내용이 있었어요. 그 음원을 과거 YBM과 계약할 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두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 노래가 쓰였으면 좋겠다 하는 멘트가 있었고, 유저들의 반응도 좋았죠. 이것을 본 아시아 지점이 본사에 사용을 제안했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져서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또 놀랍게도 故 신해철의 곡이 북미 ‘길티 기어’ 팬들에게도 꽤 인지도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왕에 다시 선보이게 되는 것을 글로벌에 내면 좋지 않겠나하는 생각이었습니다.
● 故 신해철의 OST의 관련 라이센스가 현재는 게임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는 YBM시사닷컴에 있는데, 이 라이선스 관련 현황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또 이 부분 때문에 진행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는지가 궁금합니다.
신종현 : 지난해 故 신해철 추모 3주년을 맞이해 루리웹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었는데, ‘길티 기어’ 신작에 故 신해철의 음악을 다시 담았으면 하는 유저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아크시스템웍스에서 실제로 그 부분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문의를 해왔어요. 그래서 그 사이에서 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현재 노래의 저작권은 故 신해철에게, 그리고 사용권은 YBM시사닷컴에 있습니다. 사용권이란 이 노래를 토대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권리를 토대로 과거에는 일본에서 독자적인 앨범을 내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두 회사만 협의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었고, 당시의 경영진을 만나 이렇게 진행하면 좋겠다, 고 의견을 물으니 혼쾌히 승낙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우려한 부분은 바로 고인이 된 가수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하고, 추모의 뜻을 담고자 한 부분이었습니다. 때문에 유족 분들에게도 별도로 연락을 하여 허락을 받았습니다. 더불어 유족 측에서 보다 의미있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혀서, 유족 측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재단에 그 수익을 기부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YBM시사닷컴에게 제의했습니다. 긍정적인 답을 받았고, 그렇게 추진이 될 예정입니다. 게임 유저들의 故 신해철을 추모하고 싶었던 마음으로 시작해서 이루어진 일이라 할 수 있겠네요.
● 앞으로 신해철 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한국, 나아가 다른 전세계의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는지요? 또 특별히 원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이시와타리 : 현재 개발중인 부분도 있어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없습니다. 다만, 장래적으로 생각했을 때 경험을 위해서라도 다른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하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바라는 아티스트라면… 음, 쥬다스 프리스트?
안베 : 저는 제 취향도 있고 해서, 메탈 음악 아티스트와 한 번 협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 한국에서 대전격투 게임은 매니아들이 주로 하는 게임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플레이어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하다 생각하시는지?
이시와타리 : 사실 그런 인식은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같아요. 유저 풀이 상대적으로 적은 게임이지요. 하지만 최근 들어 e스포츠라는 문화, 단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데, 일본과 미국에서 그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중이지요. 그래서 요즘은 디지털 스포츠로서 격투 게임을 접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결국 보다 많은 이들이 게임을 하도록 하기 위해선 적극적으로 게임을 알리고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베 : 다른 프로 스포츠들에서 슈퍼스타가 나오면 덩달아 게임도 유명해지고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마련인데, e스포츠도 같지요. 결국 우리 게임에서도 유명한 슈퍼스타가 탄생한다면 자연히 그 e스포츠 플레이어도, ‘길티 기어’도 유명해지게 될 겁니다.
● Xrd(이그저드) 이후의 시리즈 신작 방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새롭게 생각하는 요소나 확실히 중심으로 삼고 싶은 요소, 개선하고 싶은 요소가 있다면?
● 평소에 한국 게임들을 플레이해 본 적이 있는지요? 있다면 인상적이었던 게임은?
이시와타리 : 한국 게임은 대부분 PC 기반이라 접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편입니다. 다만 이그저드를 개발할 때 한국 게임들에 관심이 많아서 흥미를 가지고 연구를 했었어요. 그때 ‘리니지’ 도 해보고, 이런저런 게임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안베 : 아내와 함께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정말 좋아해서 같이 열심히 했었어요. 좋은 추억이 많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 게이머들,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시와타리 : (혼잣말) 길티 기어 팬이 아직 남아 있었구나…
예전에는 오락실, 게임 센터에 가야만 게임을 할 수 있던 시절이 있었고, 그래서 한정된 인원만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일본, 전세계 할 것 없이 같이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는 것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 게임을 통해 많은 인연을 만들고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안베 : 일본 같은 경우는 오락실에 모여 게임을 하는 문화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네트워크가 매우 익숙한 문화이지요. 이런 특성과, 스위치로 발매되면 어디서든 만나서 같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매력이 참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즐겁게 즐겨주세요.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