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보고서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AAA 씨의 증언.
"가족들과 함께 수확하러 농장으로 나가던 참이었어요. 아내는 이제 겨우 생후 3개월된 아들을 안고,
두살된 딸과 함께 절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사촌 부부와 조부도 있었고요.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습니다.
앞서 가던 조부가 갑자기 소리없이 쓰러지더군요.
저희는 어떻게든 조부를 일으켜보려고 했지만 이미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이어서 그물 같은게 허공에서 날아오더군요.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저희는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촌과 제가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그들의 주의를 끄는 동안 여자와 아이들이 일제히 도망쳤어요.
하지만 별 소용 없었습니다....
그들은 허공에서 비행물체를 타고 아내를 쫓아갔습니다. 그리고 작살을 쏘더군요.순식간에 주위가 피로 물들었습니다.....
아내는 어린 아들의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멈춰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어요.
피가 폭포처럼 터져나왔어요. 계속해서요.....
아내가 울부짖는 소리가 근처에서 들려왔지만 저로서도 어쩔 방도가 없었습니다... 아내의 비명을 듣자 그놈들은 더 신이 나서 달려들었습니다.
킬킬거리면서 순식간에 아내를 토막내더군요. ...그놈들은 제 눈앞에서 그런 짓을 했단 말입니다!
살려달라고, 아이만은 살려달라고, 아내는 숨이 멎어가는 순간까지 빌었습니다. 이어서 사촌과 사촌의 아내가 쓰러졌습니다. 사촌의 아이들도 차례차례 살해당했습니다. 그 어린 것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그들은 곱게 죽이지 않았어요. 숨이 남은 순간까지 마구 때리고 난도질했습니다....
사촌은 눈만 크게 뜬 채 소리도 내지 못하고 아이들의 목을 들고 그들이 웃는걸 지켜봐야 했어요.
네, 맞아요, 그들은 웃었어요. 그게 웃음이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
(중략)
....................
제 딸은 제 품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작은 가시만 몸에 백혀도 아프다고 칭얼대던 아이였는데....
그애는 눈도 제대로 감지 못했어요. 사지가 절단당한 채, 숨을 헐떡이면서 죽어갔습니다.
...차라리 그놈들이 저를 죽였어야 했어요. 저를 먼저 죽였어야......전 아무것도 못했어요. 눈앞에서 가족들이 죽어가는데...(후략)...."
AAA 씨가 먼저 도발행위를 한 것은 보이지 않음. 주기적으로 들르던 농장이었으며 위험징후는 보이지 않았음.
이상에서 보여지는 바와 같이 그들은 매우 지능적일 뿐 아니라 살육에 능한 생물임을 알 수 있음.
그들 사이에 긴밀한 협업을 통해 AAA 씨 가족을 "사냥" 한 것으로 보아 자기들끼리 대화가 가능한 독자적 언어를 가지고 있는것으로 보임.
또한 살육을 유희로 즐기는 모습도 매우 지배적으로 보임.
두번째 보고서
.............경비대원 RRR의 보고.
"그들의 탈것에서 대형냉동창고가 발견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수백구의 시신이 인계되어 현재 신원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기간동안 발생한 실종자의 신원과 일일이 대조중입니다."
세번째 보고서
.....피랍후 탈출한 생존자 YYY 씨의 증언.
생후 8개월, 부모와 함께 산책도중 피랍당함
그후 모처에서 성장함.
그 과정에서 YYY 씨는 10여차례의 강제교배와 강제출산 등을 경험.
또한 하루 14시간의 강도높은 노동에다, 실수를 저지르면 행해졌던 온갖 가혹행위를 증언함.
수면시간조차도 부족한 상횡에서 실수가 잦자, 단체배급을 끊어 동료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도록 분위기를 조장함.
물질적 착취 뿐 아니라 정신적 학대도 매우 집요하게 이루어짐을 보고함.
.......... 사육장에 두고 온 남편과 자식의 생사를 알 수 없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함.
YYY의 증언 하단 첨부.
"....(전략).....부디 남편과 딸아이가 제가 당한 것과 같은 일을 당하지 않기만을 바랄뿐입니다.."
네번째 보고서
냉동창고에 대한 사회생물학자 TTT 박사의 의견 첨부.
"잉여식량을 보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생각보다 그들은 매우 높은 수준의 문명을 갖고 있으며,
그간의 자료를 통해 보건대 우리를 식량으로 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섯번째 보고서
미확인 생명체의 비행물체가 추락, 현재 조사중.
여섯번째 보고서
그들의 배 안에서 부상당한 미확인 생명체 여섯명과 그들의 동료로 보이는 4구의 시신을 수습함.
일곱번째 보고서
존경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여러분.
일부 낭만주의자들의 견해와 달리, 이 생명체는 상당히 호전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포로들을 통해서 알아낸 자료에 의하면, 이들의 역사는 자신의 경쟁자를 잔인하면서도 신속한 방법으로 제거하면서 발달했습니다.
멸종직전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당연할 뿐 아니라, 동족끼리도 서로 우위를 점하기 위하여 무차별적인 살육을 자주 행해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배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이 종의 특성입니다. 또한 그들의 생활방식이기도 합니다.
이 점에 있어서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이 종과의 접촉을 꾀한다는 것은 매우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일 뿐입니다.
평화적 교섭보다는 방어수단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선제공격도 필요할지 모릅니다.
이 종과의 공존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우리의 생명과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이든 강구해야 합니다.
그것도 지금 당장!
저명한 육지생물학자 ZZZ박사의 의견 첨부
이들은 분명히 우리를 식량으로 여기고 있을 뿐 아니라, 향후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 명확합니다.
이미 이들이 지속적으로 우리 별에 영향을 끼치고 있어왔다는 사실이 도처에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간 간헐적으로 일어났던 실종사건이 근래에 들어서 빠른 속도로 늘어났을 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많은 생물종이 빠르게 멸종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화를 시도하기 전에 먼저 우리를 보는 족족 사냥하고 있습니다.
결코 대화할 뜻이 없다는 것이 확실합니다.
지금은 평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결단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세대와 우리의 소중한 별을 위해서라도.
여덟번째 보고서
대형 식량개발 산업체중 하나인 AAS에서 개최한 "육지 생명체 시식회"가 성공적으로 마감됨.
참여한 시민들은 육지 생명체의 육질이 아주 부드러웠다면서 칭찬함. 특히 지방층이 많은 "암컷 생명체"의 육즙이 끝내줬다고.
아홉번째 보고서
살처분 완료.
열번째.
포경선 이시무라호가 캘리포니아 해변으로 밀려온 것은 어느 평화로운 팔월의 오후였다.
부두에 정박해둔 여러 척의 고깃배를 박살난 후에야 이시무라호는 그 오래된 항해의 종착점을 찍었다.
신고를 받고 달려온 해안경비대가 갑판에 올랐을 때 그들을 맞이한 것은 새카만 파리떼와 지독한 악취였다.
붉은 얼룩이 갑판 여기저기 있었는데다가 고래로 꽉 채워두었던 냉동창고가 텅 비어 있었기에, 해적의 공격을 받은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도 있었으나,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시무라 호의 내부는 너무나 깨끗했다.
선원들의 방은 막 이부자리 정돈을 한 것처럼 깨끗했다. 고장난 냉장고에서 썩고 있던 낫토를 제외하고는
레토르트 식품 등의 가공 음식물 보존 상태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그러나 선원들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총 스무명이었다고 보고된 이시무라호의 선원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갑판에 난 붉은 얼룩조차도 선원들의 흔적은 아니었다. 그들이 잡은 고래의 피로 밝혀졌을 뿐.
이시무라호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었는지, 선원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이시무라호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억겁처럼 느껴지는 긴 침묵만을 남긴 채, 그저 파도에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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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동물이나 공간이 갑자기 "미지"의 것으로 바뀐다면,
혹은 그 동물들속에서 미지의 것이 섞여 있다면,
그리고 그 동물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섬세하고 지능적인 존재라면....이라는 생각으로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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