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춘천역
―춘천ㆍ1
마음 속 호수에 눈 먼 물고기를 기르던 사람들
내륙 분지의 슬픈 지느러미로 저마다의 삶을 새긴 색종이 비늘 하나씩 옆구리
에 매어달고 안개 물결을 헤엄치던 사람들
시절과 시대와 한 발짝씩 뒤처지면서도 내일을 영원이라 믿었던 사람들
촉수와 수염만 기르는 이 도시는 밀림이고, 무덤이고, 늪이고,
그러니 뼈아픈 추억마저 봄내에 묻어야만 한다고 간절하던 사람들
내출혈인 사랑을 끝내 고백하지 못하면서도 가을 은행잎의 글썽임으로 노랗게
입술 물들던 사람들
그래서 삶은 종종 세상 너머로 빠져나갈 물길을 잃어버리고 담장 아래 버려진
오지그릇에 고이는 빗물로 발을 씻었나
처음이자 끝이었던 어제를 버리고 고개 돌리면 모든 게 순간이었던 추억마저
지웠나
떠나자고, 떠나야 한다고
지느러미 떼어버리고 아가미만 숨 쉬며 난바다로 출항하는 기차에 올랐나
최준ㆍ전윤호ㆍ박정대
슬라브식 연애, 달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