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짜는 애인에게
내가 서 있는 곳보다 언제나
더 뒤편을 향해 손을 흔드는 그대,
불안의 리본을 단 행복부터
나를 그렇게 먼 곳에 두지 마시라.
―Mary
우리는 공장에서 일하며 더럽고 거대한
무쇠종 밑에 앉아 물과 빵을 삼키네.
우리는 겨우 공장에서 일하는 남자와 여자,
해바라기에서 기름을 짜내는 노동을 한다.
우리는 공장의 점심시간에 시작됐네.
잠시 입을 헹구는 동안 서로의
착유기의 회전손잡이를 대신 돌리면서
하루에 오십 분씩 교제를 했다.
우리는 회전손잡이를 돌리며 키스를 했네.
서로의 콧속에 해바라기유 냄새를 풍기며
우리는 겨우 공장에서 만난 남자와 여자,
하루에 오십 분씩이나 사랑을 한다.
전쟁이 발발하자 해바라기가 귀해졌다.
짐승에서도 콩에서도 기름을 짜야 해,
무쇠종은 더욱 요란해,
서로의 이름을 불러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우리의 이름은 에이! 외침 같은 소리가
아니라면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어,
아니라면 잠시도 근무를 쉴 수 없어,
아니라면 많은 양을 짜낼 수 없어.
나의 애인은 기름을 짜는 여자,
공장을 그만두면 도시를 떠날 거라 말하네.
이제는 나는 그녀의 작업복 아래로
검은 씨가 달려 있는 ㅁㅁ을 만지기도 한다.
우리는 겨우 점심시간에 시작됐네.
입을 헹구고 에이! 그러면 키스를 한다.
우리는 서로의 입 모양에 유의하면서
하루에 오십 분씩이나 사랑을 하네.
김상혁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문학동네시인선 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