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도 시덥잖은 고찰을 들고 온 망자입니다.
오늘의 짧은 고찰 시간에는 불이 꺼진 시대에 대한 망상과 프롬뇌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개요.
루리웹이나 나무위키를 돌아다니다보면 불 이전의 무의 시대, 망자의 왕이 이끌 어둠의 시대, 엘드리치나 심연의 종자들이 추구했던 심연의 시대가 혼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 세 가지는 일치하지 않습니다. 가깝다고 해도 어둠과 심연 정도가 가까울 뿐, 무의 시대는 다른 둘과는 근본부터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무의 시대는 다른 시대들을 위한 기반이자 가장 근원적인 시대였다고 하는게 정확하겠네요.
아래의 글은 이 세 가지 시대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해석입니다.
1. 돌아올 수 없는 무의 세계.
無(잿빛의 세계)를 위해서는 白(빛, 나아가 불)과 黑(어둠)이 필요하다.
아직 세계가 빛도, 어둠도 알지 못했던, 바위와 대수, 불사의 고룡들의 시대. 무의 시대이며, 안개의 시대였던, 신화상에 흔히 나오는 카오스에 가장 가까운 시대입니다.
많은 신화에서 창세신들이 이룬 가장 큰 업적은 이 혼돈을 둘로 갈라 하늘(or 양)과 땅(or음)으로 나누고 최초로 질서를 성립한 것이죠.
우리가 사랑하고 증오하는 다크 소울 세계관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신들이 적극적으로 세계를 갈라놓았다기보다는, 세계가 갈라지며 그 틈에서 힘을 취해 질서를 고정시켰다는 점이 조금 다릅니다.
최초의 불꽃이 피어나며 세계는 빛을, 그리고 그것이 드리우는 그림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빛의 존재를 알아버린 세계는, 그 빛이 사라진다고 해도 이전의 무로 돌아갈 수 없게되었죠. 불(빛)이 완전히 사라져버린다면, 오히려 '무의 시대'를 이루었던 것들의 절반이 사라져버리는 것이니까요. 이 것이 불이 꺼진 세계가 무의 세계가 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어둠과 심연.
가까우나 다른 것, 그렇기에 서로 얽혀들기는 더더욱 쉬우리.
어둠. 인간의 본질. 그리고 불사자의 근원이 되는 개념입니다. 불꽃은 예로부터 생명의 상징이었습니다. 살아있는 한 끝없이 먹이(장작)을 요구하나, 결국에는 스러져버리는 것. 하지만 어둠은 아무리 빛이 강하더라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불이 거세게 타오르면 그에 따라 그 그림자도 깊어지고, 불이 꺼지면 비로소 모든 것을 에워싸는 것이 어둠. 그렇기에 어둠은 불사의 상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다크 소울 시리즈에서, 인간의 본질은 어둠이라는 언급과 함께 꾸준히 묘사되는 것. 그것은 바로 인간성입니다. 1편에서부터 인간성, 그리고 그에서 비롯한 '어둠'은 흰 빛을 품은 어둠의 덩어리로 묘사되었습니다. 물론 1편의 암주술;흑염이나 칼라미트의 브레스 등은 암적색/암황색으로 조금 달랐지만 이 경우는 각각 그 본질이 '혼돈의 불꽃'의 영향을 받은 주술/심연을 삼켜 그 힘을 자신의 것으로 하려 했던 칼라미트 본연의 힘에 의해 변질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했습니다. 이 경우를 제외하면 2편까지 대부분의 암술이 동일하며, 또한 친숙한 느낌을 준다고 하죠.(대표적으로 '추적자들'은 영판으로 Affinity, 즉 '친근감'이라는 이름입니다.)
그런데 유독 3편의 마술계 암술만은 다릅니다. 암마술 계열은 기본적으로 검푸른 빛을 띄며, '깊은 곳' 시리즈로 바뀌었죠. 2편까지의 '암흑의 구슬' 시리즈가 아니라요. 물론 추적자들도 검보랏빛을 띄게 바뀌었습니다만, 주력 공격주문 자체가 바뀐건 마술계 암술이 유일합니다. 이는 엘드리치의 영향이리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엘드리치의 휘하 주교들은 마술촉매로 화염구를 날리는, 이자리스 시대의 화염마술을 부분적으로나마 구현할 수 있는 자들입니다. 즉, 엘드리치로 인해 실전된 마술을 구현할 수 있을만큼 마술 체계를 뒤틀 수 있었고, 이에따라 본래 '어둠'에 가까워야 했을 암술을 '심연'에 더 가깝게 만든게 아닐까 싶습니다.
1편부터 심연은 검푸른 빛을 띄었습니다. 소울의 빛이 그러했고, 끈적하고 검푸른 액체가 그들이 잠식한 땅을 적셨죠. 인간성의 폭주로 심연의 주 마누스가 태어났다는 점에서 어둠(인간성)=심연이 아닐까 싶을 수도 있습니다만, 무수한 인간성을 받아들인 화방녀들의 혼 역시 푸른 빛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즉, 순수하게 어둠이 몰려들어 변이를 일으킨 것은 3편의 노예기사 게일 쪽, 마누스는 그 과정에서 모종의 변질이 일어난 케이스라고 봅니다.
물론 어둠과 마찬가지로, 심연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론돌의 종사였던 엘프리데 역시 인간성의 무색 어둠을 다루고, 마술과 무관한 타 암술계의 빛 역시 무색이라는 점에서 '깊은 곳', 즉 '심연'은 완전한 어둠과는 거리가 있는 듯 합니다.
어둠은 불의 그림자. 카아스가, 그리고 론돌이 말하는 '어둠의 왕', '망자들의 왕'은 이러한 어둠, '최초의 불꽃'에서 비롯한 '다크 소울'에 의한 어둠입니다. 그 형태는 반대일지언정, 그 속성은 불에 근원을 두고 있다는 의미죠.
심연은 오히려 깊은 물, 끈적하고 섬뜩한 검푸른 액체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특성을 가지고, '어둠'을 찾아 헤매다 잘못 길을 들어선 이들을 집어삼키는 함정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군요.
마치며.....
솔직히 이번 글은 어거지에 가까운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유독 마술계의 암술만이 전작들과 전혀 다른 주문들로 구성되었다는 점, 그리고 마찬가지로 마술계 암술만이 흑백이 아닌 암청빛을 띈다는 점에서 프롬뇌가 빙빙 돌더군요 :)
이상으로 정신없는 글은 마치겠습니다. 모두들 태양만세~!
(IP보기클릭)122.46.***.***
(IP보기클릭)119.206.***.***
검푸른색이던가요? 음... 제사장에서 봤을땐 흑백으로 보였는데 검푸른색이었군요..... | 17.04.15 18:22 | |
(IP보기클릭)223.62.***.***
제가 자주썻었는뎇검푸른색 이었던것같아요 | 17.04.15 19:49 | |
(IP보기클릭)119.56.***.***
(IP보기클릭)119.206.***.***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립지요 후후후후후 | 17.04.16 17:3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