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 시대, 회색 안개로 뒤덮힌 세상은 아직 나누어지지 않았고
잿빛 바위와 거목, 그리고 고룡만이 존재하였다.
그러나 어느순간 최초의 불꽃이 일어나
세상이 분열되기 시작하였다.
열과 냉기.
삶과 죽음.
그리고 빛과 어둠.
마지막으로 한가지 주제에 대한 이론을 정리해서 작성해둘 생각입니다. 예전부터 줄곧 생각해왔던 다크소울 세계관의 순환과정에 대한 것이죠.
다크소울 3편은 몇개월 내로 완전히 종결됩니다. 두번째 DLC에서 유저의 뒷통수를 치며 다크소울 4편을 예고하지 않는 이상, 정말로 끝이 납니다.
그래서 이론을 끄적여볼 기회가 지금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두번째 DLC가 발매되면 제가 생각한 이론은 맞지 않을 확률이 아주 높기 때문이죠.
그냥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구나. 라는 식으로 어디까지나 재미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중요한건 미야자키가 앞으로 풀어낼 이야기니까요.
- 무엇이 다크소울 세계관을 순환하도록 만드는가? -
다크소울의 이야기는 무의 시대로부터 시작됩니다. 아직 최초의 불꽃이 타오르지 않은 시점이었고, 이 시절에는 오직 거대한 바위 덩어리와 수많은
거목들, 그리고 고룡밖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순간 최초의 불꽃이 일어나며 무의 시대는 완전히 종결되었고, 새로운 시대를 장식하는
불의 시대의 주역들이 세계를 개척해나갑니다. 최초의 불꽃으로부터 왕의 소울을 발견한 태양빛의 왕, 그윈과 그의 일가들이 대표적이었죠. 하지만
최초의 불꽃은 세월이 흐를수록 시들어갔으며, 불의 시대 또한 무의 시대와 마찬가지로 종결을 맞게 될 위기에 처합니다. 이 과정에서 태양빛의 왕
그윈은 자신의 몸을 최초의 불꽃에 내던져 장작의 왕이 되었지만, 생각보다 소울이 잘 타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불의 시대를 아주 조금 연장시키는
것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습니다. 그윈은 선천적으로 불의 연료로써 가장 중요한 것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죠. 최초의 불꽃에 들어있던 소울
중에서 가장 작은 찌끄레기에 불과했던 것. 그윈이 왕의 소울을 가져가던 도중에 흘려버린 그것을 한 이름 없는 난쟁이가 주워서 간직하였고, 후일
난쟁이의 후손인 인간에게까지 전해집니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인간성,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정체불명의 원기. 그것은 곧 어둠의 소울이었죠.
다크소울은 대체 무슨 이유에서인지 불꽃을 더욱 잘 타오르게 만드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안 그윈 일가와 프램트는 다크소울 1편의
주인공인 선택받은 불사자를 장작의 왕으로 만드는 것을 성공하였고, 불의 시대는 좀 더 긴 시간동안 무난하게 유지되어 갔습니다. 이것은 훝날 다
크소울 3편의 시점에선 "최초의 불의 계승" 으로 불리우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강대한 소울과 인간성을 가진 선택받은 불사자로 만든 불꽃이더
라도 세월의 흐름을 이겨내지는 못하였으며, 최초의 불꽃은 다시 사그라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강자들이 장작의 왕을 자처하며 자신의
몸을 불태워갔죠. 하지만 인간들 중 몇몇은 작지만 아주 결정적인 의구심을 품게 됩니다. 과연 불의 시대를 존속시키는 것이 옳은 것일까? 라고
말이죠. 아시다시피 최초의 불꽃 자체는 상당히 자연스럽게 발화했습니다. 마치 이제 때가 되었다는 느낌으로 어느순간 자연스레 피어올랐고,
그로부터 생겨난 새로운 생명체들이 세계를 장악했죠. 실제 지구에서도 한 시대의 강자들이었던 생명체들이 각종 격변을 이겨내지 못하여 멸
종하거나 쇠퇴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무의 시대의 고룡들이 이 역할에 속했다고 볼 수 있죠. 불의 시대를 이끌어나간 거인들은 현실의
저희 인간과 같이 발전된 문명을 만들어낸 인간이라고 볼 수 있구요. 하지만 영겁의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강한 종족일지라도 자연의 힘, 세
상의 섭리를 이겨내지 못하여 자연스레 멸종하거나 잊혀지게 됩니다. 다크소울 1편 시점에서 최초의 불꽃이 꺼져가기 시작할 무렵이 바로 그
런 시점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장작의 왕, 그윈과 선택받은 불사자는 그것을 원치 않았고 자연적으로 발생한 최초의 불꽃을 자신들의 힘으로
인위적으로 발화시켜 유지하는 행위를 저지르고 맙니다. 비록 그것이 엄청난 스케일의 희망고문일것 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도 못하고 말이
지요. 무의 시대가 최초의 불꽃을 맞아 끝나게 되었듯이, 불의 시대 또한 언젠가 최초의 불꽃이 사그라들어 자연스럽게 종결되는 것이 다크소
울 세계관의 진정한 순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불꽃을 계승하여 강제로 수명을 늘리거나, 불꽃을 자신의 것으로 찬탈하는 행위는
오히려 그런 순리를 부정하는 것과도 같았던 것이 됩니다.
이런 사실을 알았던 인간은 단 두명이 존재했는데 첫번째는 원죄의 탐구자, 안 딜이었고 두번째는 법왕 설리번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다시 무로 돌아가
거목만이 존재하는 무의 시대가 오는 것만이 진정한 세계의 순리일 것이라 믿고, 두 인물은 각자 자신의 힘을 총동원해 무의 시대를 맞이할려고 합니다.
안 딜은 다크소울 본연의 능력을 좀 더 연구하던 와중에 인간이 언젠가 맞이하게 될 진정한 인간의 모습인 거목과도 같은 형태로 변해버립니다. 다크소
울 2편과 3편에서 다크소울을 가진 이들이 나무로 변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데, 무의 시대를 이루는 거목을 만들어 내는 것은 다름아닌 다크소울을
가진 생명체들이기 때문입니다. 다크소울은 최초의 불꽃의 연료이기도 하며, 동시에 거목을 만들어내는 비료와도 같습니다. 현실세계에서도 불의 연료로
사용되는 것은 나무인데, 다크소울의 연료로써의 역할 또한 나무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의 시대를 맞아 인간의 모습을 잃게 되면 다시
다크소울의 본래 능력 중 하나가 발현되어 나무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안 딜의 경우엔 굉장히 다양한 실험으로 자신의 거목화를 가속시켰
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불탄다는 점과 인간의 형상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고목으로 되돌아간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
계관 내에서 요왕 오스로에스나 고룡의 길을 걷는 자들처럼 무의 시대의 고룡을 목표로 정진하는 불사자들을 목격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어떻게 보면 무의
시대의 또 다른 모습인 고룡으로 회귀하려고 하는 행동으로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다만 본래 소울이던 다크소울이던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고룡들
인지라, 무엇으로부터 태어나는 것인지 출신이 불분명한데... 제 생각으론 불사자가 거목으로 변할경우, 고목으로부터 자연스레 꽃이 피어나듯이 하나둘씩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짐작을 하고 있습니다. 법왕 설리번은 안 딜과는 달리 좀 더 극단적인 방법을 취했는데, 다크소울이고 뭐고 불의 계승과 불의 찬탈에
대해 호의적인 세력들을 전부 즉결차단하면 무의 시대 또한 자연스레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실제로 그가 이용하거나 죽인 인물들은 과거 불의
계승을 돕는 역할이었던 그윈돌린과 불꽃을 찬탈하여 심해의 시대를 맞을 생각만 가득했었던 엘드리치 등의 인물이었죠. 실제로 저 두 인물을 제외하면 나머지
장작의 왕이나 자질을 가진 이들은 딱히 불을 계승, 혹은 불의 찬탈을 시도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윈돌린과 엘드리치만이 전신과 전장작의왕으로써
특정 목표를 가지고 있었죠. 론돌의 세력 또한 찬탈의 의지를 가지고 있었으나, 중간부터 설리번의 의지를 눈치채고 적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설리번도
무의 시대를 목표로 하는 인간답게 안 딜처럼 나무와 관련된 상징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첫번째로 설리번의 출신 자체가 회화세계의 한 나무 여인으로부터 태어
났다는 것이고, 두번째로 그가 두르고 있는 왕관은 나뭇가지가 얽혀있는 모양이며, 세번째로 2페이즈시 등에서 돋아나는 나뭇가지로 이루어진 날개 등이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이야기로부터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다크소울은 불의 시대를 여는 최초의 불꽃의 연료이자, 무의 시대를 이루는 거목의 비료이며 이것을
가진 인간들은 불의 시대가 끝나고 무의 시대로 넘어갈때 무의 시대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물려받았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거목이 되어 온 세상을 받쳐나가며
긴 시간동안 아무 생명체도 없는 무의 시대를 조용히 보내게 되는 것이지요. 다크소울 3편의 엔딩 중 하나인 "불의 계승의 끝" 은 그저 자연스럽게 불꽃을 꺼트리면서
무의 시대가 다시 도래함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의 시대 또한 언젠가 다시 끝나게 될것이고, 또 다시 작은 불꽃이 피어나 불의 시대는 다시 막을 열게 되겠죠.
결론을 말하자면 다크소울 세계관을 순환시키는 원동력은 우리들 인간이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인간성, 다크소울 입니다. 유독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불사의 저주, 나무로 변하는 현상 등이 무의 시대의 거목으로 되돌아감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불사의 저주를 거쳐 나무로 변하기 시작하면 동물로서의 본질
을 완전히 잃고 식물으로써 살아가게 되는 것이죠. 거목의 수명은 거의 무제한이라고 볼 수 있는데, 불의 시대가 예상보다 한참 진행된 다크소울 3편에서도 그것을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의 몸을 얻게 되는 대신 이성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은 이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식물, 거목으로 다시 회귀함을 의미하는 것이죠.
억지로 자신의 시대를 계승하여 이어나가거나, 인간만이 살기 위해 이기적인 찬탈을 시도하는 것은 세상의 순리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불의 계승의 끝"
엔딩이 진정한 다크소울 시리즈의 최종 결말에 걸맞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이 조금 길어졌고 앞뒤가 영 안맞는 부분이 많지만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저도 만족할
것 같습니다. 부디 마지막 DLC로 미야자키 사장님이 다크소울 시리즈를 깔끔하게 완결시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에레미어스 회화세계라는 설정을 좋아했던
저로써는 아리안델 회화세계 DLC가 역대급으로 나오길 바랬지만... 결국 나온건 영 어정쩡한 물건이었죠. 프롬의 성격상 이걸 고쳐주지도 않을것 같으니 남은 것은 이제
정말 하나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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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에서 나무로 변하고 있는 망자들도 있고, 드래곤으로 변하고 있는 망자들도 있으니, 다시금 불이 다 꺼지고 거목과 거룡만이 남는 잿빛세계가 도래. 이후 다시 태초의불꽃이 살아나 생명들이 탄생하여 대순환 하는 것은 기정사실화 되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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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닼소3를 모오두 클리어하고 나면 다시 닼소1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세계도 돌고 플레이어도 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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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에서 나무로 변하고 있는 망자들도 있고, 드래곤으로 변하고 있는 망자들도 있으니, 다시금 불이 다 꺼지고 거목과 거룡만이 남는 잿빛세계가 도래. 이후 다시 태초의불꽃이 살아나 생명들이 탄생하여 대순환 하는 것은 기정사실화 되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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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1편 어둠의 왕 엔딩에서도 그저 불이 순리에 맞게 스스로 꺼지게 내버려두는것 만으로도 무의 시대가 아닌 어둠의 시대가 열린거 생각하면.. | 17.01.17 10: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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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어둠의 시대 엔딩이 론돌의 세력들이 불을 찬탈하여 이루어 지는 엔딩인 걸 보면, 불의 시대가 너무 길어져서 뭔가 문제가 생겨 자연스럽게 어둠의 시대가 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어둠의 시대가 와도 나무화나 용화의 다발 발생 등으로 무의 시대로 빠르게 넘어가거나, 엘드리치가 대비하던 심해의 시대(깊은 물의 시대)라는 다른 것이 기다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17.01.17 12: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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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돌 출신 캐릭터들이 가만히 냅두기만 해도 꺼질 불을 굳이 찬탈하라는것 보면 단순히 꺼지는것 만으로는 뭔가 부족한게 있는것이지요 찬탈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어둠의 시대에서 자연스럽게 다시 무의 시대로 넘어가버린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 17.01.18 01: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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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닼소3를 모오두 클리어하고 나면 다시 닼소1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세계도 돌고 플레이어도 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