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평소 루리웹을 눈팅하는 기획/개발자입니다.
벌서 600일이 되었네요.
새로운 게임을 출시해서 회원님들께 소개드리고자 찾아왔습니다.
<뜬금없는 회상 시작>
중딩 시절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친한 친구가 저를 휴일 아침 일찍 자기 집에 초대했습니다.
그 집에는 패밀리, 즉 패미컴이 한 대 있었죠. 그 친구가 한 말이 저는 아직도 기억납니다.
“재미있을 것 같은 게임이 있는데 하는 법을 모르니까 니가 도와줘.”
그 게임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전략 게임 장르와 제 인연이 시작되었죠.
그 후 저는 (친구의)패미콤에서 “SD 건담 가챠퐁 전사 4 뉴타입 스토리”, (친구의)슈퍼패미콤에서 “4차 슈로대”, “마장기신 LOE” 등을 즐기면서 라이트한 밀덕 & 오덕 & 역덕 & 건덕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우주세기의 모든 스토리를 집대성한 게임이었죠. 절묘한 밸런스와 난이도의 그리프스 전역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아니 이제는 희미하네요 orz]
그러다 집에 어영부영 PC가 생깁니다.
처음으로 구매한 쥬얼 아닌 박스 패키지는 “랑그릿사 3” 였고 대학교 입학 전까지 제일 즐겼던 게임은 “은하영웅전설4EX+” 였습니다.
[양 웬리로 시작해 밤새 무능한 동맹 수뇌부를 설득해가면서 전격전으로 발할라 성계를 함락시킨 후 새벽을 맞을 때의 카타르시스는 정말 대단했었죠.]
그리고 그 아이는 지금 30대 후반의 개발자가 되었습니다.
<회상 종료>
저는 전략, SRPG, TRPG 기반의 RPG 등의 게임을 만들고 싶어 개발을 공부했고, 2007년 졸업과 동시에 기획자 및 개발자로서 모바일 게임업계에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약 6년여의 첫 회사 생활을 마치고 그 후 3년 동안은 기획자로서 두 회사에서 근무하며 대표님들이 만들고자 했던 게임을 만들어드리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그 두 회사의 대표님들이 하시는 말씀은 하나같이 다음과 같았지요.
“이번에만 성공하면 다음 프로젝트는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줄게.”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 이미지는 굳이 첨부하지 않았습니다.
역시나 그 다음은 찾아오지 않았죠.
그렇게 두 곳의 회사가 경영악화로 인해 사라지고 난 뒤 백수가 된 저는 그동안 떠나있던 개발의 욕구도 충족시킬 겸 1인 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6개월 여의 시간을 들여 2016년, 제 첫 전략 게임인 “제국의 여명”을 글로벌 원빌드로 출시합니다.
[씬클라이언트 구조를 가진 정통적인 전략 게임이었습니다. 운좋게 흥하려던 순간 유저의 매크로 테러와 감자(aws t2.nano) 서버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제국의 여명”은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그 이상으로 한계를 보였고, 저는 다시 회사에 들어가 두 곳의 회사에서 두 개의 프로젝트를 런칭했습니다.
하지만 두 회사에서도 여러 사정 상 오래 있지는 못했고, 다시 나와서 두번째 1인 개발로 SRPG를 만들게 되었죠.
그렇게 4개월이 지나 2018년 4월 말, 두번째 게임인 "택틱스로드"를 국내에 출시합니다.
[리얼타임 카드 SRPG. 모험적인 전투 시스템으로 나름 독창성에 대해서는 평가받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두번의 1인 개발 및 출시를 하면서 판단한 문제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아트가 너무 약하다!
2. 뭘 할려고 해도 돈이 없다!
…치명적인 문제였죠.
카드 SRPG는 카드를 사야 하는데 카드가 어디서 본 그저 2000년대 초반 수준의 이미지들로 채워져 있으니 누가 사겠습니까?
지금부터 공부해서 스스로 그려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림은 샤프로만 TRPG시트에 대충 그리는 절망적인 실력인지라 빠르게 단념하고 맙니다.
어쨌건 그 후 택틱스로드의 해외 출시를 위해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빌어 번역하고 있었지만 사실 지지부진했습니다.
그러면서 취업 준비를 병행했고, 현재 회사의 대표님이 연락을 주셔서 사당의 한 커피샵에서 면접 자리를 갖게 됩니다.
[커피샵 미팅이라 사실 별 기대는 갖지 않았습니다만...]
…만나서 들어본 제안 역시 사실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대표님은 퍼즐 류의 캐쥬얼 게임을 만들고 싶었으며 가용자금은 많지 않았지요.
그 예산으로는 최소한도로 개발팀을 꾸려도 7~8개월이 고작이었습니다.
해당 장르의 시장이 블러드오션화 된 데다가 유저 수 확보를 위한 비용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솔직히 무리였습니다.
하지만, 연봉 제안만은 솔깃했습니다.
[사실 이 정도는 절대 아닙니다.]
위에서 강조했듯이 대표님의 제안이 위 이미지를 쓸 정도로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었던 저에게 있어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기존 회사에서 봐왔던 상급자들처럼 월급 받아먹으면서 헛된 프로젝트로 회사를 망하게 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저는 "제국의 여명을 발전시킨 전략게임"을 대표님께 제안해 드렸습니다.
사실 “제국의 여명”과 “택틱스로드”는 유저 수 대비 결제지표는 생각보다 괜찮았고, 여타 상용 캐쥬얼 게임 평균보다는 확실히 나았습니다.
"그렇다면 거기에 좋은 아트를 끼얹고 홍보가 되어 유저 수를 확보한다면 먹고는 살수 있지 않을까?"
라는 것이 제 생각이었죠.
그것을 대표님이 받아들이시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시작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세번째의 전략 게임 도전이었고, 드디어 아트와 자본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018년 7월 1일, 사무실이 만들어지고 제가 그곳에 출근하면서 오자크 소프트가 출범합니다.
물론, 저는 그저 고용인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제 자취방에서 전철을 세 번 갈아타서 한시간 이상 가야 도착하는 수내역에 사무실을 마련하는데도 군말없이 따른거죠.
[회사 사무실입니다. 전망은 나름 괜찮지만...]
아 참 인원은? 한 팀 꾸리기엔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 않았나요? 어디서 금괴라도 나왔나요?
당연히 그럴 리 없지요.
답은 제가 최대한 많은 일을 맡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PD, PM, 외주 및 아트 컨펌, 기획, 서버 개발, 클라 개발, 이후 GM, 웹디까지 모두 제가 맡게 되었죠.
그래도 매달 월급이 나온다는 것에서 감사함을 느끼면서 제작에 착수했습니다.
[별점을 3점 이상만 주셨다면 만들고 있다고 답글을 달아드렸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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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9개월이 지나, 게임이 하나 출시되었습니다.
“킹덤 오브 레기온”은 “제국의 여명”의 정신적인 후속작이며 다섯 왕국을 탈환하고 경영하는 전략게임입니다.
다른 전략게임과 달리 아바타가 존재하고, 영웅 중심의 경영 / 전투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전투에서는 진형과 병종 상성이 중요하고 영웅간 전투에 따라 전투의 결과가 달라집니다.
영웅들의 부상 일러스트는 재정적인 한계로 인해 현재 캐릭터 중 일부만 지원되고 있고 추후 업데이트 해 나갈 생각입니다.
스킨 역시 추후 지원할 생각이고요.
원래는 화끈한 노출(…)을 원했지만 생각보다 담당 아티스트 분들이 노출을 잘 안 시켜 주더군요.
그래도 제 전작들에 비하여 좋은 그래픽과 좋은 서버를 기반으로 씬클라이언트 구조의 전략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메인 컨텐츠 외의 유저 컨텐츠는 현재 빈약하지만 차츰 업데이트 해 나갈 예정입니다.
만약 예전에 칠용전설이나 부족전쟁 같은 전략게임을 좋아하셨다면 흥미를 느끼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오픈은 4월 초에 했습니다.
프레 오픈, 클베, 오베, 사전예약도 회사 사정 상 안하기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일단 열어놓고 유저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응해 나갈 생각이었습니다.
예상대로 오픈 직후 여러 문제가 발생했고 해당 문제들을 비교적 빠르게 수정하여 현재는 서비스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어 있습니다.
이제 물만 들어오면 되는데 가뭄이라 노를 젓기는 커녕 필사적으로 물을 대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상황이고요.
들어오는 물 받을 양동이는 비교적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여기까지 읽으시고 혹시라도 게임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아래 링크의 홈페이지를 참조해주세요.
https://main.ozaakgames.com/kol-home/main.html
긴 글 읽어주신 점에 대해 감사드리고
모쪼록 행운 가득한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