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출장을 위해 아버지와 함께 대만에 다녀 왔습니다.
사실 학회 출장은 핑계고, 등록하고 포스터만 걸어놓고 나서는 째고 놀러만 다녔죠.
일본은 일어 사용에 불편함이 적은 편이라 자주 갔었지만, 대만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어서 나름 장기간 준비했네요.
일본 빼고 처음 간 다른 나라였기 때문에, 말도 안통하고 문화도 다른 곳에서 과연 여행 스케쥴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생각보다 훨씬 좋은 곳이었습니다.
브로큰 잉글리쉬라도 말은 대충 통했고, 가끔은 일본어도 되는 현지인들도 있어 여행 기간 동안 의사소통 문제로 여행에 방해를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귀국한지 근 1주일이 되어가지만 지금까지도 여행의 여운이 남아있네요.
처음 간 곳이지만 참 좋은 여행지라고 생각합니다. 여행기간 내내 지긋지긋하게 내린 비만 아니었다면 말이지요......
완전히 잊어버리기 전에 추억을 형태로 남길 겸, 앞으로의 여행을 위한 복기도 할 겸, 처음으로 루리웹에 여행기를 올려볼까 합니다. 혹시 여행을 계획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겠네요 ㅎㅎ
그럼 시작합니다.
[사전 준비]
항공료 : 25만원, 학회 자체를 좀 급하게 등록한지라 비행기표에서 금액이 좀 나갔습니다.
숙소 : Airbnb를 이용해서 7박 8일 시먼 근처에서 잡았는데 총액 40만원 정도였군요. 숙소 퀄리티는 영....
와이파이 : klook으로 하루 1900원에 14,400원 현지 수령했습니다. UNITED TRAVELLER라고 공항철도 이용하러 가는 길목에서 와이파이, 유심 등을 파는 곳이더군요.
그 외 여행자보험, 공항철도 왕복권이랑 타이페이 펀패스 1일권/2일권 각각 1장씩 구매하고, 지우펀 아메이차주관 예약과 타이페이101 입장권까지 전부 klook 앱으로 예약했습니다. 미리 예약하는게 현지에서 결재하는 것보다 금액이 조금씩은 덜 들더라구요. 일정을 변경하고 싶은데 미리 예약해놓은 것이 있어 제약이 있지만, 되도록 미리 예약할 수 있는 것은 예약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환전 : 미리 한국에서 90%우대받고 US달러로 환전하고, 타오위안 공항에서 대만 달러로 2중 환전했습니다. 한화로 직접 하는 것보다 수수료에서 유리합니다. 시내에서 더 바꿀까도 했었는데 생각보다 현지에서 돈을 쓰지 않아서 돈이 남았고, 공항 환율이나 시내 환율이나 크게 다를 것 없더군요. 저는 세관 검사 이후에 있던 부스에서 환전했는데, 세관 검사 끝나고 나오니까 환전할 수 있는 곳이 많아서 약간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그냥 할 일 다 끝내고 기차나 버스 타러 가기 전에 환전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온라인 입국신고서 : 대만 가실 분은 이거 꼭 작성하세요. 이거 작성하고 나서 타오위안 공항 입국할 때 e-gate를 등록하면, 인천공항에서 하는 것과 똑같이 대만 현지인들과 같은 라인에서 자동출입국심사가 가능해집니다. 대면 입국심사 줄이 꽤 길었던 것을 봐서는 확실히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됩니다.
[1일째]
13:30 무안공항을 통해 타오위안 국제 공항까지 날아갑니다. 무안공항은 4번째 이용하는데, 이용할 때마다 만족하네요. 비행기 편수도 적어서 사람이 북적이지도 않고, 주차비가 무료라서 가외 비용도 안들고...사실 양심이 있으면 주차장인지 풀밭인지 모를 정도인데 주차비 받을 생각하면 안되죠 ㅎㅎ 처음보다는 좀 더 관리가 되는 것 같긴 합니다만...
오후 3시 좀 넘어서 도착한 다음 입국심사 전에 위에서 말씀드린 자동출입국 등록을 하러 갑니다. 사진이 없는데, 공항 약도를 보시면...
위의 빨갛게 표시한 쪽에 자동출입국등록센터가 있습니다. 현지 와이파이나 유심이 없더라도 공항 와이파이를 통해 출입신고서 작성을 할 수 있게 가이드가 되어 있으니, 사전에 작성을 못하셨다면 여기서 작성하고 나서 바로 등록하면 됩니다. 등록은 지문 스캔하고 얼굴 사진 찍고 패드에 사인하면 2분 이내에 끝납니다. 등록하자 마자 바로 자동출입국심사 기계를 이용할 수 있더군요.
입국심사를 완료하고 나서 환전하고 와이파이 에그를 빌립니다. 결재한 카드를 달라고 하던데, 사전에 이런 공지가 없어서 당황했더니 사진이라도 괜찮다고 하더군요. 이전에 카드 앞뒷면 사진 찍은 것이 있어서 다행히 잘 해결되었습니다. 평소에는 이런 일이 있을까봐 온라인 예약할 때 쓰던 카드를 가지고 다니는데, 지갑을 이번에 바꾸면서 빠진 모양입니다. =ㅂ= 여튼 이러저러한 끝에 와이파이를 겟또. 근데 쪼~~~금 느린 편이네요. 시내에서 사용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는데, 나중에 보니 조금만 외곽지역으로 나가도 속도저하가 심하더군요. 나중에 다시 올 때는 USIM을 사는게 더 나을지도.
이제 공항철도(MRT라고 부르더군요.)를 타고 타이베이로 직행합니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기차 탈 때까지 걸린 시간 약 30분.
타이베이 메인역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공항철도역에서 바로 시먼으로 갈 수도 있긴 한데, 타이베이 메인역이 크다고 해서 구경 한 번 하고 가려고 일부러 방향을 틀었죠. 넓긴 넓더라구요. 저 넓은 중앙광장에 앉을 곳 하나 없어 행인들이 다 바닥에 앉아서 쉬고 있더군요. 들은 바로는 노숙자들 때문에 의자를 싹 치워버렸다고.....실제로 북문쪽 가보니 서울역만큼은 아니지만 노숙자들이 몇몇 있긴 하더라구요.
타이베이역에서 버스를 탈까 하는 생각에 대만 교통카드를 편의점에서 구매하고 길을 나섭니다. 이지카드라고 하는 건데, 100달러에 사서 거기에 금액을 충전하는 식입니다. 일본의 SUICA와 똑같은데, 야시장이나 외곽지역에서는 현금만 받는 경우가 많아 결국 동전이 많이 남더군요.
타이베이역에서 두 블럭 정도 떨어진 곳에 베이먼(北門)이 있길래 잠시 걸어서 사진 한 방. 이 때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하루 종일 내렸습니다. 이 때만해도 여행 기간 내내 비와 함께 할 줄은 생각도 못했죠......
숙소를 시먼역에 잡아놔서 버스를 타고 갈 예정이었지만, 찍어놓은 맛집이 베이먼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있기도 하고, 배도 고프고 해서 좀 이른 저녁을 먹기로 합니다.
푸홍뉴러우멘이라는 곳인데, 100달러(3800원) 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맛나게 먹었네요. 나이드신 아버지 입맛에도 잘 맞는지 엄지척.
비오는 시먼 거리를 걸어서 숙소에 향합니다. 만년상업대루 근처에서 찍은 걸로 기억하는데......네 많이 파세요.(...)
숙소 바로 앞에서 찍은 시먼 밤거리의 풍경. 사이버펑크2019.....같지는 않군요. 찍을 때는 느낌있다고 생각했는데...(-_-)
숙소 체크인하고 밤에 시간이 좀 남아서 용산사로 향합니다. 걸어서 1키로 좀 넘었던 걸로 생각되네요. 뭐 기본적으로 걷는 여행인 경우가 많아서, 이 정도야 뭐...
용산사 사진은 DSLR로 찍었는데, 비바람 덕분에 포커스가 다 나갔......ㅠㅠ 처음 가지고 나간 데세랄인데 망했네요. 그냥 비올 때는 폰카로 찍고 다니기로 합니다. 용산사 근처 화시지예 야시장 구경 좀 하고 숙소로 돌아갑니다. 동서로 꽤 긴 시장이었는데,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할 것 같은 시장이었네요.
숙소에 도착한 후에도 시간이 좀 남은 관계로, 숙소와 같은 블럭에 마침 만년상업대루가 있어 잠깐 덕질 좀 하다 왔습니다. 생각보다 프라모델 가격이 비싸지 않더군요. 일본 현지 가격 정도? 그 중 일본보다도 더 싸게 나온 프라 몇 개 집어옵니다.
만년상업대루 4층 오락실 구석에서 흘러간 옛 추억을 노래하는 노병들을 목격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여러가지 안 좋은 일도 있었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노부부가 생각나는 광경입니다. 훈훈하네요.
뭐 여행 첫날은 오후에 도착하면 대충 이런 식이죠. 다음날부터 빡센 일정이 기다리고 있는 관계로 일찍 자기로 합니다.
[2일째]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을 보급하러 갑니다. 대만에서 처음맞는 아침부터 편의점은 뭔가 아니다 싶어, 대만 사람들이 아침식사를 하러 간다는 곳을 찾아갔지요.
'용허또우장'이라는 곳입니다. 중화권 요리가 볶고 지지고 기름쓰는 요리가 많고, 또 대만은 기후가 습하다 보니 집안에서 요리를 잘 안해먹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우리나라로 치면 김밥천국같은 곳에서 식사를 해결한다고 합니다. 대만은 물가도 싸서 여행기간 내내 만족스럽게 식사를 해결했습니다.
메뉴입니다. 저기 써있는 숫자에 곱하기 38~9를 하면 한국 가격이 되는데, 약간 닝닝한 두유에 달달함을 약간 더한 듯한 또우장이 1000원, 밥에다가 계란후라이, 고기 등 이것저것 넣은 밥말이가 1200원 정도해서 한 끼에 2500원 미만으로 해결할 수 있었네요.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여행에 나섭니다.
단수이까지 순간이동....은 아니고, 전철을 이용했습니다. 미리 사둔 타이베이 펀패스 1일권을 이 날 사용했는데요. 오늘 일정은 대만의 북해안을 따라 이런저런 명소를 방문한 다음 마지막으로 예류지질공원에서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단수이는 대만의 슈퍼스타 주걸륜의 영화 말할수 없는 비밀이 촬영된 장소로도 유명한데요, 단수이 관광은 날씨가 영 구려서 나중으로 미루고, 오늘은 단수이역에서 출발하는 북해안선 투어를 할 예정입니다. 투어버스나 택시를 예약해서 다닐 수도 있지만, 시간만 잘 맞으면 유명관광지를 연결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게 압도적으로 싸게 먹히죠. '하오싱 버스'라고 해서, 다른 버스 정류장을 들리지 않고 대만 각지의 유명 관광지만을 찍고 다니는 노선이 있습니다. 위의 버스는 하오싱 노선 중 '황관북해안선'이라고 하는데, 펀패스로 탑승이 가능해서 주로 이 버스를 이용해서 대만 북서해안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버스시간표는 이렇네요.
https://www.taiwantrip.com.tw/upload/phpBR0Equ.pdf
버스를 타고 첫 번째 목적지로 가는 도중 石門婚紗廣場을 지납니다. 대만 사람들이 결혼사진 찍으러 많이들 찾는다고 하더군요. 유게이답게 저랑은 상관 없는 이야기라 차 안에서 사진만찍고 시크하게 지나갑니다.
시먼역에서 40분 정도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부귀각등대(富貴角燈塔). 대만 최북단에 위치한 곳이라는군요. 버스에서 내려서 한 1.5키로 걸어서 도착했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비바람이 세차게 들이치기 시작해서 여기 도착할 때 쯤에는 흠뻑 젖었습니다. 뭐 현지인들도 다들 비슷해서 버스탈 때 눈치는 안 보이더군요.(...)
날씨가 좋았으면 더 예쁘게 나왔을텐데, 아쉽네요. 커플들이 사진 찍으러 오는 장소로 최근 유명해졌다고 해서 그런지, 커플 두 쌍이 비바람 맞아가면서 사진 잘 찍고 있더군요. 역시 유게이답게 저랑은 상관없는 이하생략.
등대를 보고 나오는 길에 라오메이 해변으로 가는 길이 있어 내려갑니다. 사실은 제대로 나무바닥이 있는 해변 산책로인데 모래로 묻힌 거에요. 모래 무게에 못이겨 난간이 구부러져있더군요. 그래도 이게 더 예쁘니까 그냥 놔둔 듯.
(참조 사진 : 구글 이미지)
4~6월달에 돌이끼가 위와 같이 해변가에 피어나서 장관을 연출한다고 하는 라오메이 해변. 저도 기대했는데요.......
......기대는 배신하라고 있는 거죠. 네......잘 보시면 파도 밑으로 녹색이 보일 겁니다.(...) 비바람에 밀물까지 들어와서 망했네요.
나오는 길에 미로를 꾸며놨더군요. 숲 속에 덩그러니 저거 하나만 있는데, 나름 재미있는 뷰였습니다.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도중 한 컷. 반대쪽 정류장은 의자에 비 피할 곳이라도 있는데 이 쪽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우산에 의지해서 10분 정도 기다렸네요. 아무래도 대만 최외곽을 따라서 이동하다 보니 10분 정도 버스 기다리는 것은 예사입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소품들이 어우러져 나타내는 엑조틱한 풍경을 눈요깃감 삼아 얌전히 기다.....리다가 버스가 예정된 시간인데도 오지 않아 3km 거리를 걸어가기 시작한지 1분, 다시 버스가 오는 것을 보고 전속력으로 여기까지 뛰어와서 탑승에 성공합니다. 이거 못타면 1시간 동안 기다려야 하는데, 역시 존버가 답이에요.(...)
3정거장을 1정거장처럼 불의 전차와 같이 달려 도착한 곳은 쓰먼동(石門洞)입니다. 구글맵에서는 시멘동이라는데 현지 발음은 이렇더군요. 허허벌판에 아치 하나가 저렇게 관문처럼 남아있습니다. 여길 지나서 보는 해변 경치가 일품이더군요.
라오메이 해변에서 못 본 물이끼들을 여기서 봅니다. 나중 이야기지만 대만 북해안선을 따라 쭈욱 이런 광경이더군요.
위 사진에 나온 구름다리를 넘어서 바라본 동중국해 바다. 이 방향이면 아마 한국 쪽이겠네요.
쓰먼동을 지나 찐샨에 도착합니다. 온천과 오리고기로 유명한 곳이라고 하는데, 사실 해안가에서 밥먹을 만한 번화가가 여기밖에 없어서 내렸네요. 슬슬 점심때가 되어 간단히때울까 합니다.
일본 여행 때는 동선을 따라 타베로그를 뒤져가면서 계획을 철저히 짜는 편인데, 여기는 오로지 구글신의 도움을 받아 그 때 그 때 먹을 곳을 찾아가거나 그냥 길가에서 보이는 곳으로 닥돌하는 식으로 식당을 정했네요. 獅子林當歸麵 이라는 오리고기 국수나 탕을 하는 곳인데, 제 입맛에는 약간 느끼하긴 했지만 아버지께서는 세세한 면발이랑 약간 한약st 스멜이 마음에 드셨는지 잘 드셨네요. 위와 같이 주문하고 120달러, 한국돈 5천원 받더군요. 가격에 행복해진 맛이었습니다.
양안관계가 시끄러워질 때마다 중국 지점들이 털린다는 85도씨 카페. 대만의 카페베네 정도 되는 브랜드라는데 여기서 처음 마셔보네요. 소금커피랑 라떼였던 것 같은데 소금커피 맛이 좀 특이했던 걸로 기억나는군요. 125달러. 여기도 커피는 밥값보다 더 비쌉니다.
여기 어촌마을에 신비해안이라는 곳이 있어 찾아가는 길, 마을 살림집 창문에 갑자기 분위기 도라에몽.(...) 장사하는 곳도 아니었는데 그냥 저 집이 치명타 형님 과였던 걸로.
도라에몽이 미키 형님 집안이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저작권법은 무섭지요.
카페에서 약 2키로 정도 걸어서 도착한 신비해안. 왜 신비해안인고 하니...
전경 사진 왼쪽 구석에 어둑어둑한 곳을 가면 이렇게 동굴이 나옵니다.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들도 있는지 친절하게 화살표까지 그려놨네요.
시공의 폭풍으로 빨려 들어간다아아아아
짧은 터널을 통과하자 마자 탁 트인 해변가가 반겨줍니다. 가히 숨겨진 비경이라 할 만 하더군요.
비바람 몰아치는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웨딩사진 촬영 중인 커플이 있어 명복을 축복을 빌어주었습니다.
앞으로도의 여정에서 많이 보게될 들개 무리들. 길 한가운데서 쿨시크하게 쉬고들 계시더군요. 길고양이보다 길개를 더 많이 목격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 마침 딱 맞춰서 다음 목적지까지 타고 갈 하오싱 버스가 도착해서 시간 로스 없이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습니다.
자리에 앉는데 운전기사랑 제 뒤쪽의 여행객 사이에 뭔가 말이 안통해서 답답한 분위기가 감돌길래 잠시 참견했더니, 일본에서 온 여행객한테 버스 시간표나 다음 행선지 등에 대한 도움을 주고 싶은데, 운전기사님도 간단한 영어밖에 안되고 그 영어마저도 못 알아듣는 상황이더군요. 덕분에 한국인이 대만 사람이랑 영어로 대화하고 일본어로 통역해주는 아쌀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여행 기간동안 두어 번 더 있었네요. (=ㅂ=)
화기애매한 분위기를 뒤로하고 내린 곳은 예류지질공원. 뭐 대만 여행 하면 꼭 들려야 한다는 유명한 장소죠. 실제로 지금까지는 거의 못봤던 한국 관광객들을 여기서 다 보게 되더군요 ㅎㅎ. 실제로는 예류보다는 이예ㄹ류같이 발음하는 듯.
사암이 풍화되어 위의 현무암질이 남아 독특한 광경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4월 말에 야간 라이트업을 했다고 하는데,그 때 왔으면 더 좋았을 거 같네요.
그런데 공원 건너편 절벽도 절경이더군요. 버스 타고 오는 해안도로가 절벽을 끼고 돌던데, 감탄하면서 왔습니다. 오키나와 나하에서 나고시로 가는 해안도로에도 비슷한 절경이 있어 감탄했던 기억이 있는데, 여기가 더 좋네요. 남쪽이라서 녹음이 더 푸르러서인지 대비가 확실한게 사진보다 실제가 훨씬 더 좋은 절경입니다.
이 곳의 시그니쳐 랜드마크인 여왕의 바위입니다. 잘 보면 목 부분에 크랙이 있는데, 십수년 내로 부러질 거라고 하더군요. 자연의 흐름에 거스르지 않는다는 의미로 복구는 안할거라던데, 여왕의 목이 떨어지는 날 레볼루숑!!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할 거 같네요. 왕의 시대는 가고 공포 정치의 시대가...
원래라면 여기서 바로 타이베이로 가는 버스가 있는데, 이 버스는 타이베이 펀패스가 적용되지 않는 버스라서 추가비용이 나갑니다. 그래서 추가비용 없이 갈 수 있는 기륭 역으로 가서 기차로 타이베이로 향하기로 합니다. 어차피 타이베이에 떨어지는 시간을 따지면 거기서 거기더군요.
기륭 시는 할리우드같이 저렇게 산기슭에 영문 패널을 세워놓은 것으로 소소하게 유명하지요. 이번에는 일정상 기륭 시는 다음 여행에서 놀러오는 것으로 하고, 기차로 타이베이에 향합니다. 여기까지 교통비 제로.
타이베이 서쪽에서 출발해서 비이이이잉 돌아 타이베이 동쪽 쑹산역에 내렸습니다. 쑹산역에서 바로 보이는 저곳은 쑹산츠유궁(松山慈祐宮)이라 해서, 도교에서 바다의 여신으로 추앙받는 천상성모를 모시는 사원이라네요. 타이베이를 관통하는 지룽강 중류쯤 되는 곳인데 바다를 모시는 사원이 있는 것을 봐서는 이 지역이 한국으로 치면 옛 마포나루 쯤 되었던 모양입니다. 물론 제 뇌피셜입니다. (=ㅂ=)
츠유궁 입구 바로 왼쪽으로 랴오허제 야시장이 있습니다. 4대 야시장에 들어가는 곳이어서인지 사람들로 북적북적 하더군요. 마침 저녁때라서 허기를 해결하고자 사람들이 많이 줄서있던 음식점으로 들어왔습니다. 北海魚翅羹 이라는 곳인데, 세트메뉴에 대만소세지를 추가해서 시켰더니 저렇게 나오는군요. 다해서 가격이 230달러. 한국돈 9천원 정도네요. 아주 만족스럽게 먹고 나왔습니다.
지룽 강가를 가로지르는 레인보우 브릿지에서 잠시 강변 경치를 구경합니다. 이놈의 LOVE는 어디에나 있군요. 유게이답게...(이하생략)
비오는 날의 시먼홍러우를 지나치며 숙소에 골인했습니다. 기껏 숙소를 시먼 번화가에 잡았는데 시먼 구경은 시작도 못했네요 ㅎㅎ. 시먼 번화가 구경 대신 만년상업대루에서 덕질에 골몰하며 내일 일정을 준비합니다.
처음 쓰는 여행기인데 이거 시간을 꽤 잡아먹는군요. 여행의 경험을 공유해주신 이전 작성자 여러분들의 노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존경스럽네요.
월급루팡질도 정도껏이라 남은 일정은 일 좀 하고 와서 이어 써야겠네요. 일단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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