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지마 메구미가 잠수 탔다가 복귀하더니 오다이바에서 라이브를 한답니다.
갈까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저번에 토야마 나오 라이브에서 사귄 진성 카논빠 일본인 친구가 밥 한끼 하잡니다.
광천김 선물로 보내줬더니 무진장 좋아하더군요. 사례를 하고 싶답니다.
... 광천김보다 EMS 송료가 더 비쌌습니다만.
신오오쿠보에서 한국 김을 팔기는 하는데, 세상에 네상에 이렇게 맛있는 김은 먹어본 적 없었답니다.
... 그래서 갔습니다.
이번에도 다녀오면 또 밀린 일에 치여서 죽을똥 살똥 하겠지.
열심히 티켓팅을 했습니다
... 그리고 실패했습니다.
나카지마 메구미는 6년만의 라이브라고 경쟁율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꿩 대신 닭 나노라이프.
이 티켓 대행 업자는 티켓을 시킬때마다 예약자명이 계속 변합니다.
뭐여 조직이여?
--- 4월 6일 금요일 ---
오후 비행기로 넘어간터라 현지 도착시간이 이미 6시를 넘었는데, 나리타 입국수속이 매우 엄합니다.
뭐여 나 금 밀수 안했어.
짜증나 죽겠는데 네팔인지 인도인지에서 온 스님들이 입국심사대마다 한명씩 붙잡혀서 온갖 시간을 다 잡아먹고 있습니다.
짜가 스님들이 불법입국하는 일이 많다는 모양입니다.
입국검사하는 언니가 내 벨트속으로 손을 넣어 허리춤을 만지작거립니다.
저번에 왔을땐 이런거 없었는데?
아니 내가 그렇게 범죄형 얼굴인가... 이쁜 언니면 쾌감을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억지로 시간을 냈더니 첫날 숙소 선정에도 실패했습니다.
4월 초순 금요일이라고 비싸기도 비싸고 다 만실이네요.
난생 처음 캡슐호텔 신세를 집니다.
퍼스트캐빈 아키하바라.
비행기 퍼스트클래스칸을 흉내냈다고 하는데 그런거 없습니다.
그냥 탈의실같은 칸막이에 침대 한대 뉘여놓은 겁니다. 캡슐호텔 주제에 가격도 비싸요 5400엔.
문은 안잠기지, 차음성은 전혀 없지, 좌우칸에서 스테레오로 코를 골아대는데 아주 죽는줄 알았습니다.
이 캡슐호텔은 객실은 개판이지만 프론트 디스플레이는 유명합니다.
아키하바라스럽게 만들어 놨네요.
유명한 곰탱이 상자입니다.
피규어는 퀄이 그닥 ...
청소를 똑바로 안해서 먼지가 앉아있습니다.
이미 호텔도착 시점이 21시를 넘긴 상황이라 뭘 하러 다닐만한 시간도 아니고 체력도 바닥이라 맛있는거 찾으러 다닐 기력도 없습니다.
그냥 가까운 코코이치방야에서 카레나 먹고 돌아오는데 호텔 진입로의 포장마차에 인간이 끓어넘치네요.
술먹고 길바닥에 퍼져자고 지들끼리 싸우고 프라이데이 나이트 피버를 즐기는 모습에 일본애들의 음주문화도 우리 못지 않구나 하고 부랄을 탁 칩니다.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여자가 구석자리에서 우리말로 쌍욕을 하더니, 마침 부랄을 치며 지나가는 내 뒤로 숨습니다.
"아저씨 도와주세요. 혼술하는데 저 색휘가 끼어들어서 내 몸을 막 더듬어요."
내가 좀 한국인스럽게 생기긴 했지만 여행 와서 이게 뭔일이여...
나도 당황해서 어버버버 하고 있는데 트렌치코트의 그녀는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빛의 속도로 도망가버렸습니다.
꽐라 성추행범이 내 멱살을 잡고 쌍욕을 하는데 아... 답이 없음을 깨닫습니다.
꽐라 발을 힘껏 밟아서 멱살을 풀고 뒷차기로 상대를 날려버린 후 튑니다.
4월 6일 아키바 뒷골목 포차에서 만난 트렌치코트의 한국인 여성분, 덕분에 운동 잘 했습니다.
... 그런데 술값은 내고 튀셨나요?
일부러 먼길로 돌아서 호텔로 돌아온 후 스테레오 코골이를 버티며 그냥 잤습니다.
그날 꿈 속에서는 관광와서 폭행죄로 경찰서 신세를 지는 제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 너무 리얼해서 이거야 원.
--- 4월 7일 토요일 ---
일어나서 씻으며 "내가 다시 캡슐호텔에서 자면 장을 지진다" 를 다짐합니다.
도쿄는 수돗물 성질이 우리나라랑 달라서 거품이 잘 안지고 미끌거립니다. 아 좋지 않아요.
내가 좋아하는 동네, 칸다역으로 갑니다.
큰 기대없이 예약한 싸구려 비지니스 호텔에 체크인부터 합니다. 그래도 캡슐호텔보단 낫겠지.
칸다 뉴 센트럴 호텔. 정문은 밤에 찍은 사진 밖에 없군요.
프론트에 오오이즈미 요 (사나다마루에서 노부유키역) 을 닮은 직원이 있습니다.
앞모습은 똑같더군요.
방은 허름합니다. 싱글 토일월 3박 2만2천엔.
이 근방에서 가장 저렴한 비지니스 호텔입니다. 비수기엔 1박 5800엔이라는군요.
까짓거 호텔은 씻고 잘 수만 있으면 됩니다. 1박에 10만원 이상 하는 호텔이 무슨 필요가 있어요.
욕조와 샤워가 없습니다. 그래도 비데는 달렸네요.
대신에 우리동네 목욕탕보다 훌륭한 대욕장이 있습니다. 대욕장은 하루 두번 잘 이용했습니다.
각 층마다 있는 무료 음료대. 유즈차가 아주 맛있습니다.
살짝 싼마이 맛이 나는 달달함이 아주 중독성 있어요.
프론트의 센스를 한번 떠보려고 근방에 어디 아침 먹을만한데 없냐고 물어봅니다.
이런데를 안내해 주는군요.
식당이라기 보다는 찻집입니다.
프론트의 노부유키가 나에게 제일 어울리지 않는 곳을 안내해 줬군요!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 어울리지 않는 메뉴를 먹습니다.
난 한국에서도 이런데를 가 본 적 없다구요.
비싸긴 또 왜이리 비싸. 총 840엔.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니 이미 11시입니다. 라이브는 14시부터고 시간이 애매하여 어디 멀리 가긴 그렇군요.
... 시간이 어설플 때는 아키바입니다.
아키바까지 걸어갑니다. 까짓거 10분 밖에 안걸립니다.
어차피 윈도쇼핑만 할 생각이니 라디오 회관으로 들어갑니다.
나는 이제 본격적 관광 시작인데 죠 형님은 이미 하얗게 불타셨네요.
요즘들어 돌피드림에 입덕해볼까 하는 생각이 소록소록 듭니다.
아으 이쁜이들.
관광객 티를 팍팍 내면서 사진을 팍팍 찍고 라디오 회관을 나오니 웬 줄이 보입니다.
궁금한건 못참으니 또 줄 선 사람한테 물어봅니다.
... 소드아트 온라인 신작 선행 상영회군요.
하얀모자 영감님의 싸늘한 표정이 참...
교차로에서.
풀메탈패닉 게임판 광고를 하고 있군요.
소프맙으로 들어갑니다.
역시 넨드로이드는 마물입니다.
만인의 단백질도둑 특별전.
강등환이 무서워서 예술품에 일부 삭제처리를 했습니다.
시간이 좀 남아서 예술작품 구경이나 더 해 볼까 하고 상시 화보 전시회를 하는 곳으로 갑니다.
저번에 왔을 때는 체크성애자 선생의 화보전이 있었는데, 오늘은 카로리 선생 특별전이군요.
이 건물 4층입니다.
평소에는 브로마이드나 화보집 등을 파는 곳인데, 가게를 절반 정도 나눠서 상시 화보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 크기도 크고 출력 퀄리티도 좋아서 꽤 만족스러운 곳입니다.
... 보기만 하는 거면 돈도 안들고.
오늘 14시부터 fhana 의 라이브이벤트가 있습니다.
저는 관광지에는 별 관심없고 가수만 쫓아다니는 인간이기 때문에 아키바 구경은 그만하기로 합니다.
... 구글맵을 보니 20분 밖에 안걸리네요. 또 걸어갑니다 도쿄돔.
오늘은 라이브를 두 탕 뛸거에요. 내가 가진건 튼튼한 두다리 밖에 없어요.
걸어가다 보니 칸다묘진 뒷문이 나오네요.
으음... 이런데 뒷문이 있었군.
과연 와시노미야와 일본제일을 다투는 덕스러운 신사답게 뒷문에서도 덕내가 풀풀 납니다.
평소엔 사람도 별로 없군요.
2월달에 왔을 때는 사람에 치여 죽는줄 알았는데...
유명한 에마가 아직 걸려있습니다.
덕스러움을 좀 빼려고 그러는건지 그냥 더러워져서 세탁하느라 그런건지,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고치우사가 없어졌네요.
이거 말입니다. 이거.
칸다묘진은 덕냄새 난다고 비웃어주려고 다시 찾아갔었는데, 덕냄새가 많이 빠진 광경에 실망하고 다시 도쿄돔을 향해 뽈뽈뽈 걸어갑니다.
... 음? 이건 또 뭐야
오챠노미즈 종이접기 회관.
어차피 돈 안드는데니까 또 들어가 봅니다.
꼬맹이들이 아주 좋아하더군요.
다 좋은데 관내 조명이 영 침침합니다.
도쿄돔 근방의 학교입니다.
그러고보니 입학시즌이군요.
교문 안쪽으로는 학생들이 2열 종대로 쫙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쿄돔시티.
야구를 싫어하며 인간이 많은건 더욱 싫어하는 나와는 인연이 없는 곳이지요.
덕질을 하자니 좋든 싫든 세상 밖으로 끌려나오는군요.
fhana 의 새 앨범 발매 기념으로 하는 30분짜리 행사인데, 관람무료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란티스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닙니다.
출입금지 줄 쳐놓은 옆에 부스를 만들어놓고 앨범 현장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앨범을 사면 무대 앞쪽에서 공연을 관람하게 해 주는군요.
... 호구는 호구답게 순순히 앨범을 샀습니다.
원형으로 음식점들이 늘어선 곳의 야외무대입니다.
척봐도 사운드가 개판이겠군요
앨범을 사니까 주변 음식점에서 뭐라도 사먹으면 서비스를 주는 쿠폰을 주길래 베스킨 라빈스에 들어갔습니다.
아이스를 사면 칼라스프레이를 공짜로 준다길래 샀는데...
아이스크림 위에 얹힌 것들이 칼라스프레이군요.
350엔. 또 호구잡혔습니다!
사실 난 촌놈이라 베스킨라빈스도 처음이에요!
오늘 하루종일 인터내셔널 호구 인증을 하고 있지만, 특별석은 특별석답게 시야가 아주 좋군요.
저는 3열째인데, 어차피 앞에 있는 꼬꼬마들과 저는 머리 한개 정도 차이가 납니다.
호구 잡히기를 거부한 사람들은 저렇게 선 밖에 서서 봅니다.
솔직히 밖에서도 다 잘 보이는데, 그냥 토와나 얼굴 좀 또렷하게 보려고 잡힌 호구입니다.
이런저런 라이브를 다니다보면 가수에 따라서 팬층의 변화가 감지됩니다.
여기가 도쿄돔시티라서 그런지 fhana 가 원래 패셔너블한 팀인지, 여태 다녀본 라이브 중에 제일 덕냄새도 적고 여성팬도 20프로 정도는 있는 것 같고 그렇네요.
공연 자체는 뭐...
예상했던대로 내 라이브 직관 인생 최악의 개판 사운드였습니다.
토와나 보컬 스타일상 허름한 앰프가 오늘 터지네 내일 터지네 하고, 허접한 스피커가 고무줄 찢어진 팬티를 훔쳐쥐고 있는 듯한 사운드?
내가 뭐하자고 외국까지 와서 호구잡혀 앨범 사고 소음공해를 듣고 있나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사운드에 있어서는 할말 많은 오디오파일입니다.
클래식은 잘 안듣고 2채널 북셀프로 아키바팝을 주로 듣는 소수파인데, 고지식한 부분이 있어서 fhana 같은 구성의 밴드는 밴드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 밴드는 밴드인데 드럼도 없고 베이스도 없네?
..... 이건 사도여 사도!
.................................... 그래도 음악은 좋네.
총 4곡을 들었는데, 샘플러 케빈 형씨가 워낙 춤을 재롱스럽게 춰줘서 fhana 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현장 앨범 구매자들에게만 fhana가 직접 브로마이드를 나눠줬는데,
쩝... 토와나가 아니라 사토 쥰이치 형씨가 나눠주네요.
멤버가 줄 서서 브로마이드를 나눠줄거면 앨범 구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라든지, 관객 상대로 할말이 많을텐데 그냥 묵묵부답...
fhana 는 다 좋은데 쇼맨쉽이 영 없고 서비스 정신도 없고...
제 차례에 브로마이드 받고 "한국에서 관광차 왔다가 보러 왔습니다. 케빈 형씨 최고에요" 라고 한마디 했는데, 반응이 어째 영 신통찮습니다.
표정들이 어째 그냥 너무 놀라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 "히익~ 오타쿠" 하는 표정 같기도 하고, 싸~해요.
........ fhana 는 혹시 혐한인가? 하는 억측도 들 정도로.
싸한 분위기에 말도 없고 케빈 형씨만 아 그래요? 하고 웃어 주네요.
------------ 2/3 퍼플소프트 라이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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