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중앙역에서 숙소가 있는 역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렸습니다. 뮌헨역에서 숙소 잡는다고 스타벅스에서 시간 보내고 움직이는게 한 시간 정도였던것 같은데 그 사이 해가 완전히 넘어가버렸네요. 독일의 겨울은 해가 참 짧습니다.
이 때 시간이 다섯시를 좀 넘겼습니다. 하지만 느낌은 자정이네요.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숙소 앞입니다. 연말이라 불꽃놀이를 많이 하더군요. 독일의 신년풍습이 불꽃놀이를 즐기는 것인지 정말 온동네가 나와서 불꽃놀이를 합니다.
숙소까지 오는 길은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어두운데 안개까지껴서 을씨년스럽습니다. 숙소까지 가는 길이 공장지대인지라 혼자 다니기엔 좋지 않더군요. 앞서가는 여행객으로 보이는 여성 두 분을 보며 그래도 혼자가 아님에 안심했습니다.
이 호텔은 무인체크인 시스템이 되어있고 열쇠도 도어락으로 대신해서 이렇게 손쉽게 체크인 할 수 있었습니다. 대신 비밀번호 까먹으면 큰일난다는거!
호텔 내부입니다. 제법 아늑합니다. 뮌헨에서도 외진 곳에 있는 호텔이지만 관광객을 위한 태블릿 컴퓨터도 비치되어 주변 관광정보를 손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역 레스토랑을 자세히 안내해줘서 좋았습니다.
제가 오늘 저녁을 보내기로 마음먹은 레스토랑은 숙소에서 1.7km 정도 떨어져있었습니다. 가는 내내 이런 길을 뚫고 갔습니다.
이 레스토랑이 제가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곳입니다. 마침 신년파티행사를 한다니 가지 않을 이유가 없죠. 레스토랑 이름을 나중에 사전으로 찾아보나 비행이라는 뜻이었습니다.
레스토랑 전경입니다. 큰 주택같은 느낌이네요.
어두운 와중에 레스토랑 간판만은 환히 빛나네요.
레스토랑 이름에 맞춰서 내부도 비행과 관련된 장식들이 많았습니다.
이 레스토랑은 바도 운영해서 맥주와 와인을 비롯한 다양한 주류를 취급합니다. 듣도 보도 못한 술도 꽤 있었습니다.
아직 파티가 시작할 시간이 아니라서 잠시 레스토랑 밖으로 나와 걷던 중 찍은 사진입니다. 길거리에서 저렇게 불꽃놀이를 엄청 합니다. 가끔 자던 와중에 폭약소리가 들려서 테러인가 걱정했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익숙해져서 별 생각이 안들었습니다.
핸드폰 베터리가 다 되서 찍지는 못 했는데 과장 좀 보태서 신년이 되는 순간 이 어두운 거리가 저렇게 불꽃놀이하는 사람들 때문에 환해집니다.
다시 레스토랑으로 돌아왔습니다. 천장에 걸린 항공기들입니다. 제법 크고 꽤나 실물같아서 멋있습니다.
신년이라고 바 테이블에도 잔장식이 되어있네요.
우선 생맥주부터 한 잔!
지금도 쓰는 기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양조기도 전시되어있습니다.
화장실 앞에서 본 담배자판기입니다. 한국에선 없어진지 30년이 넘었을텐데 이 동네는 아직도 버젓이 있네요.
벽에 걸린 상어 인형이 귀엽습니다.
술이 다양하게 구비되어있으니 잔도 종류별로 다양하게 준비되어있습니다.
주방은 안에 있지만 바도 또 하나의 주방 역할을 합니다. 주류 서빙은 모두 여기서 나가기 때문이죠.
칵테일을 제조하는데 사용되는 리큐르들과 에스프레서 머신에 예거밤을 위한 레드불 냉장고까지!! 이 레스토랑은 없는게 없습니다.
파티는 8시부터 시작이고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차는건 8시 반 정도부터였습니다.
스피커에도 레스토랑 이름을 붙어있습니다. 이 날 선곡목록은 제 취향을 저격했는지 스콜피온즈같은 구세대 락밴드들 노래들이 나왔습니다. 사장이 비교적 젊어보이던데 본인의 취향대로 음악을 틀었나봅니다. 연말파티에 어울리는 선곡은 아니었던것 같지만 저는 좋았습니다.
파티 코스는 4코스와 6코스가 있었는데 저는 4코스로 주문했습니다. 4코스에 맥주도 몇 잔 마셨는데 60유로가 안되더군요. 먹는 물가는 확실히 독일이 좀 더 싼 느낌입니다. 4코스 중 첫 요리인 고기완자를 곁들인 스프입니다. 스프맛은 진한 고깃국을 쑥처럼 생긴 채소가 깔끔하게 잡아줘서 좋았고 고기완자도 부드럽고 짜지 않아 좋았습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전채치고는 묵직한 맛을 내는 것이 이게 바바리안 다이닝의 스타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두 번째 코스인 버섯요리입니다. 큰 양송이 버섯위에 채소볶음과 치즈를 얹어서 구운 요리입니다. 버섯과 채소의 조화가 좋고 옆에 뿌려둔 오일을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통후추를 써서 마무리를 했는데 간이 쎄지 않은 대신 통후추가 자극적인 맛을 주어 좋았습니다. 이 때까지 전반적으로 레스토랑 분위기도 음식도 확실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을 끝으로 제 신년은 끝이 납니다. 다른게 아니고 배터리가 다 되어버렸습니다. 숙소에 여분의 배터리를 두고 오는 바람에 2016년의 마지막과 2017년의 처음은 오롯이 제 머릿속에만 남았네요. 이후 서빙상의 실수로 제 메인이 디저트보다 나중에 나와버리긴 했지만 맛있어서 넘어갔습니다. 디저트는 정석적인 초콜릿 수플레였습니다. 정말 정석적으로 맛있어서 뭐라고 더 표현하기가 그렇습니다. 초콜릿 향이 정말 진하고 식감도 진득하게 달아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디저트 뒤에 나온 메인은 사태스테이크와 파스타였습니다. 스테이크 굽기정도를 정하지 못하고 일괄적으로 서빙되었지만 익힌 정도는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스테이크와 파스타의 조합이 저로서는 듣도 보도 못한 방식이었습니다. 스테이크와 파스타가 같이 서빙된겁니다. 스테이크를 먹고 남은 데미그라스 풍의 소스와 파스타를 함께 먹는건데 의외로 엄청 맛있었습니다. 물론 고기에 간은 되어있었지만 과하지는 않았습니다. 파스타 면도 예전에 프랑스에서 먹었던 납작한 스파게티면인데 면이 쫄깃하여 식감이 좋았습니다. 그 날 사진을 찍지 못한 걸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즐겁게 잘 먹었는데 이제와서 보니 정말 아쉽네요.
식사가 끝나고 자정이 되자 사장이 스파클링와인잔은 수십개를 꺼내 와인을 따르고 손님들을 밖으로 안내했습니다. 그러자 손님들은 하나 둘 화이트와인을 한 잔씩 들고는 밖으로 나가 불꽃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사는가 싶었던 동네가 갑자기 일순간 불꽃놀이로 시끌벅적한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저도 사장이 건내줘서 폭죽을 하나 터뜨렸네요. 그 때 빌었던 소원이 올해 꼭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아쉬운 점은 있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어 뮌헨에 다시 올 때 이 식당을 꼭 다시 들릴 것 같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 일어나보니 간밤에 눈이 온 모양이네요. 눈꽃이 핀 들판 너머로 해가 뜨려는게 정말 멋집니다.
뮌헨이라는 대도시 외곽에 이런 넓은 평원이 여전히 있다는게 한국인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잘 안가는데 덕분에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었네요.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하고 중앙역으로 가는 길입니다. 뮌헨에 와서 안개가 걷히는 꼴을 봇 보네요.
뮌헨에서 i30를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안개가 가장 심한 지역은 이 정도였습니다. 독일 날씨가 좋지 않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습니다. 파리에선 입지 않던 내복을 독일에선 입고 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
구글맵이 없었다면 이 안개를 뚫고 어떻게 역에 도착할 수 있었을까요? 옛날 배낭여행자들은 무슨 모험가라도 된답니까?
열차가 눈 앞까지 오지 않으면 오는지 안 오는지 알 도리가 없을 정도의 시계입니다.
호텔이 다 좋은데 조식을 제공하지 않더군요. 때문에 중앙역에서 버거킹에 들려 식사를 떼웠습니다. 와퍼는 어디서든 와퍼입니다. 독일이라고 특이할 것은 없더군요.
역사 캐비넷은 언제나 편리합니다.
짐을 캐비넷에 두고 이제 퓌센으로가는 기차를 탑니다. 퓌센으로 가는 이유는 그 유명한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보러가기 위해서입니다. 퓌센은 뮌헨에서 기차로 세 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퓌센역에 내리면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가는 버스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여기 오는 사람들은 99%가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냥 사람들 따라다니면 됩니다.
뮌헨은 미스트 촬영장이더만 여기는 샤이어네요. 햇살도 제법 따스합니다.
독일의 건물들은 전반적으로 담백한 맛이 있네요. 제 취향은 파리보단 독일쪽이네요.
퓌센에도 호텔이 있습니다. 하지만 퓌센은 ICE가 다니는 동네가 아니라는 것을 감안해서 숙소를 잡을 필요가 있겠네요. 게다가 여긴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보는 것 말고는 묵을 이유가 딱히 있을까 싶은 동네입니다.
퓌센은 산이 많습니다.
덕분에 경관이 좋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는 광경도 제법 멋있습니다.
성에 다 왔는지 호엔슈방가우 성이 보이네요.
유럽의 좀 유명하다는 관광지는 어김없이 기념주화 자판기를 비치해두었습니다. 동전을 압축시켜 기념주화를 만드는 기계인데 쓸데없는 동전을 기념주화로 만들어 가는것도 나쁘지는 않겠네요. 저는 한 푼이라도 모아서 써야할 입장이었어서 패스했습니다.
이제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보입니다.
성뿐만이 아니라 산도 그 자체로 멋있습니다. 유럽의 산은 한국의 산과는 많이 다르네요. 돌 모양부터 차이가 나는게 한국과는 돌의 종류가 다른 모양입니다.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호엔슈방가우 성이 있습니다. 충분히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굳이 마차를 탈 필요는 없습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지은 루트비히 2세가 어린 시절을 보낸 성은 이 곳입니다. 건너편에 너무 유명한 성이 있어서 그렇지 이 성도 멋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더군요. 성 아래 기념품점도 문을 닫았고 이상하더군요.
아침 일찍부터 오길 잘 했다고 느끼는게 햇살이 좋으니 성뿐만이 아니라 주변 산세의 멋도 뚜렷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걸어 올라가기엔 제법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마차를 타기로 했습니다. 마차 가격은 인당 6유로입니다.
노이슈반슈타인아 내가 간다.
마차는 노이슈반슈타인성에서 좀 아래에 내려줍니다. 여기서부터는 걸어서 올라갑니다.
일부 복원공사를 하는 중인가보네요.
성의 규모는 베르사유에 비하면 작지만 대신 탑을 높이 세웠고 산 위에 세운데다가 궁궐 내부도 화려하게 장식했을테니 이 성 때문에 바이에른의 재정이 휘청일 수 있겠네요.
지난번에 본 하이델베르그 고성이나 산 아래의 호엔슈방가우 성과 비교해보면 정말이지 실용성이라고는 전혀 없이 무작정 높인 탑입니다. 덕분에 멋은 있는데 그게 다네요.
노이슈반슈타인스 성에 오면 좋은 점 중 하나는 퓌센의 멋진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날이 흐리면 꽝이겠지만 저는 운이 좋았네요.
엽서사진을 스위스에서만 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아... 신년엔 내부 개방을 하지 않네요. 호엔슈방가우 성과 기념품점이 닫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군요.
베르사유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로 잰듯한 반듯한 모습이 위압감을 주네요.
소소하게 들어간 장식이 눈에 띄네요.
이 쪽이 테라스인가 봅니다. 여기서 바라보는 퓌센 전망은 정말 멋지겠네요. 들어가면 볼 수 있으려나요?
이런 산중 역사유적지에 재떨이가 있네요. 담배 비싼거 빼곤 흡연자 친화적인 곳이 유럽같습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에서 바라본 호엔슈방가우 성입니다. 나름대로 고지에 있는 성인데 여기서 바라보니 레고처럼 아담하네요.
제가 찍은 사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멋진 사진이네요. 비록 안에 들어가지는 못 했지만 여기 온 걸 후회하지는 않게 해주는 경관압니다.
마리엔 다리로 가는 길은 휴관일이라 닫힌 듯 보였지만 충분히 돌아갈 수 있었기에 너나 할 것 없이 돌아서 산을 탔습니다. 저도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여기까지 왔지만 휴관이라 헛걸음한 마당에 마리엔 다리까지 포기할 수는 없지요. 산길 한 쪽은 경사가 급한 절벽이었지만 길이 정비가 잘 되어있어서 등산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전혀 문제 없이 마리엔 다리까지 갈 수 있습니다.
저기가 마리엔 다리입니다. 사람들이 제법 모여있네요. 휴관일이 아니라 사람들이 더 모여드는 상황이었다면 정말 복잡하겠네요. 여기서 또 다시 제 난간공포증이 재발했습니다.
몇 차례 실패한 끝에 간신히 건진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전경입니다. 이렇게 보니 성 앞에서 보이지 않던 엄청난 규모의 기초공사도 보이네요. 하지만 저는 도저히 난간에 매달려 구경할 정신이 없어서 수구려서 이동하다가 사진만 찍고 빠지기를 반복했습니다. 이렇게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그 때 겁을 먹어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네요.
내부를 보지 못 해 아쉬웠지만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내부관광을 하러 다시 와보고 싶네요.
이제 다음 목적지를 향해 열차를 탑니다.
열차를 타기 전 편의점에서 산 프링글스와 맥주입니다. 맥주가 제법 싸서 놀랐습니다. 지역 맥주인 모양인데 부드럽고 고소해서 맛있게 잘 마셨습니다. 유럽은 기차여행을 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유로패스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편히 여행하고 다닐 수는 없었겠네요. 1등석 네 자리를 오롯이 혼자 쓰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제 뮌헨에서 다음 목적지인 빈으로 이동할 차례입니다. 제가 5시 경에 도착해서 빈으로 가는 열차를 예약했는데 5시 20분 차를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파리발 프랑크푸르트행 열차만 이상하게 수요가 높았던겁니다.
오스트리아 고속열차를 타고 갑니다. 퓌센은 아예 국경을 접한 도시고 뮌헨도 국경지대의 도시이지만 그 지방은 오스트리아 동쪽이고 빈은 오스트리아 서쪽 끝입니다. 긴 여정이 되겠네요.
저녁시간이 되어 식당칸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유럽에서 가능하면 와인을 최대한 많이 맛보려고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와인을 시켰습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작은 병에 담긴 와인입니다. 와인은 과일향이 진했지만 맛은 시큼했습니다.
저녁으로는 까르보나라를 주문했습니다. 한국처럼 크림소스 스파게티가 아니라 정석적인 까르보나라가 나오는게 제가 유럽에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기차에서 나오는 요리다보니 식당처럼 바로 만들어서 주는 것이 아닐텐데도 제법 맛있었습니다. 고기와 까르보나라 소스에 치즈가 얹어져서 조금 느끼할 수 있었는데 그걸 시큼한 와인으로 행궈가며 먹다보니 더 먹고 싶은데 없어서 못 먹게 되더군요.
식사를 마치고 책을 읽다가 잠을 청하다보니 빈에 도착했습니다. 10시가 넘어서 그런지 어두운데다 안개가 끼었네요. 여기도 독일어권이라 이건가요? 그래도 드디어 독일을 벗어나 네 번째 나라 일곱 번째 도시에 도착했습니다. 제 여행기도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네요.
연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