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괴담도 아니고 진짜 제 할머니 얘기입니다.
제가 태어났을 때 계셨던 조부모는 친할머니가 전부였습니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신지 오래되셨고 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도 안계셨죠.
할머니는 첫인상이 별로 안좋습니다. 어머니도 처음 시집와서 할머니를 뵙고는 강건한 인상에 앞으로 고되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고 하셨으니까요.
제 기억에도 할머니의 웃는 얼굴은 잘 기억이 안납니다. 항상 담배를 피시면서 인상을 쓰시던 진한 눈썹이 아직도 제 머리속에 할머니로 그려집니다.
하루는 구정 때 가족들이 모두 할머니댁에 모였습니다.
아버지 형제분은 모두 6명인데 서울이며 지방에 뿔뿔히 살고 있어서 다 모이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멀리서 올라온 친지분들은 좁지만 어쩔수 없이 할머니댁에서 자고 가기로 했죠. 그런데 유독 둘째 큰아버지만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억지로 집에 가겠다고 하는겁니다. 제가 어린나이에도 기억이 날만큼 이상해보였죠.
어쩌피 다음날은 휴일이고 아침에 천천히 가면될것을 어렵게 아침에 모여놓고는 당일날 밤에 구지 다시 돌아가겠다고 하니 친척분들은 자고가라면서 계속 권유를 했죠. 어쩔 수 없이 둘째 큰아버지는 자고 가기로 했지만 할머니댁이 아닌 근처 여관으로 향했죠.
그리고 그날 밤에 왜 그토록 둘째 큰아버지는 할머니를 어려워하는지 알게 됬습니다.
아니 바꿔 말하면 할머니를 무서워했던겁니다.
둘째 큰아버지가 어렸을 때 그러니까 중학생 정도 였을 때 하루는 천둥이 치고 비가 엄청 쏟아지는 날이였답니다.
그 날 어찌하다보니 둘째 큰아버지는 할머니와 아직 애기였던 작은고모하고만 집에 남아있게 됬는데 아무래도 60년대 지방시골마을이라 불도 없던 시절 비도 오고하니 일찍 잠에 들었답니다. 얼마를 잤을까 천둥이 하도 많이 쳐대서 잠에서 깨났는데 앞에선 할머니가 흰색 소복을 입고는 등을 돌리고 앉아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둘째 큰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뭐하시는거냐고 계속 물어봤지만 대답이 없었고, 결국 앞으로 엉금엉금기어가서 뭘 하는지 봤는데 가만히 허리를 세우고 앉아서 먹을 갈고 있더랍니다. 아니 밤중에 촛불도 안키고 간간히 쳐대는 천둥에만 살짝살짝 비추는 시커먼 먹을 갈고 있으니 너무 무서워서 큰아버지는 다시 돌아가서 자는척을 했답니다.
자는 척을 하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할머니는 글도 쓰고 읽을줄 몰라서 붓한번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오밤중에 할아버지 먹을 갈고 있으니 갑자기 소름이 확 솓아서 도저히 잠을 잘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몇분이 흘렀나 먹가는 소리가 끝나고는 할머니는 아무말도 없이 갑자기 흰치마폭을 쭉 펼치더니 붓을 들고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한문과 한글을 막 써내려갔답니다. 천둥에 간간히 보이는 할머니 모습은 예전에 보아왔던 얼굴이 전혀 아니였고 마치 어떤 기풍넘치는 남자의 모습이 곂쳐보였다고 하네요.
그 모습을 보고 기절하다시피 잠에 들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 땐 이미 할머닌 다른 옷을 갈아입고 집에는 글을 썼던 흔적도 먹을 갈았던 흔적도 전혀 안보였다고 합니다.
그 날 뒤로 아무리 그것을 물어봐도 할머니는 모른다는 말만 하셨지만, 그 밤이 실제인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점 하나는 이후로 배운적도 없는 글을 읽고 쓰신다는 겁니다.
확실히 할머니는 지방중에서도 완전 시골출신이시라 소학교도 나오지 못한걸로 아는데 그 연세에도 신기하게도 모든 한자와 한글을 보고 쓰신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화가 있었다는 걸 알고 많이 놀랬습니다.
둘째큰아버지는 할머니가 무서워서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바로 집을 나와 상경을 했다고 하는데 나이 50이 넘어가는 지금까지도 그 날이 잊혀지지않아 아직도 할머니가 무섭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할머니와 대화하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도 하시는 말씀이 할머니가 실제로 배운적도 없는 한글을 어느날 갑자기 쓰기 시작해서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그 일에 관해서는 모르고 계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둘째큰아버지는 제일 큰 고모와 첫째 큰아버지 그리고 자기까지 그렇게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부랴부랴 집을 떠난 이유가 한가지씩 할머니와 무서운 에피소드가 있어서 그런거라고 하면서 얘기를 마쳤습니다.
이번 얘기는 이걸로 줄이겠습니다.
괜찮으면 내일 다른 에피소드를 꺼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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