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돌아온 파커슨 홀. 호그와트 식당이라고도 불리는, CIA의 대표 명소 중의 하나입니다.
그간 외부 인턴쉽과 카페테리아, 지하 키친 수업을 듣다 보니 이 식당에서 먹을 일이 많지 않았는데 거의 반 년만에 다시 보게 되네요.
지금까지는 업장 형태에 따른 실습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미대륙 요리 (Cuisine of Americas)'를 시작으로 세계 각지의 요리를 배우게 됩니다.
문제는 키친에서 실습하며 만든 요리를 의무적으로 먹어야 하다보니 정작 다른 주방에서 마음에 드는 메뉴가 나와도 먹을 수 없다는 거지만요.
저녁때까지 기다렸다가 주문하면 되기는 하는데, 이래저래 집에서 공부하는 게 편하다보니 오전 수업이 끝나면 식당 포인트 받은 걸로 샌드위치나 음료 등을 사서 집으로 얼른 돌아가곤 합니다.
그래서 7월 한 달동안 주문 해 먹은 제대로 된 식사도 몇 개 없네요.
오리 가슴살 콩피(Confit). 오리 기름을 고기가 잠기도록 부어서 굳힌 후 보관하다가 다시 데워서 먹는 요리입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요리 중의 하나지요. 요리사가 좀 미숙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이 보장됩니다.
적양배추 조림과 구운 감자, 후추 소스를 곁들여서 나옵니다.
가오리 아망딘.
아몬드 버터 소스를 듬뿍 뿌린 홍어 스테이크입니다.
전통적으로 아망딘(Amandine, 미국에서는 간혹 Almondine)이라고 하면 아몬드가 넉넉하게 뿌려져 있어야 하는데
소스에 섞어넣은게 살짝 불만이긴 합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생선이 맛있으니 다 용서가 되네요.
미국도 날씨가 너무 더운데 에어컨 팡팡 틀기엔 전기세가 무서운지라 종종 카페테리아로 피서를 옵니다.
시원한 곳에서 노트북 깔아 놓고 공부를 빙자한 소셜미디어 탐방을 하다가 밥 때가 되면 곧바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거든요.
예전에 다니던 뉴저지 학교에서는 어쩌다 학생식당 메뉴로 스테이크가 나오면 학생들이 바글바글 몰려 줄을 섰는데
여기는 두툼한 스테이크 정도는 거의 일상적으로 나옵니다. 오히려 그 위에 가니쉬로 얹은 식용 꽃이 더 눈길을 끄네요.
한 학년 올라가면서 포인트로 구입할 수 있는 품목이 늘어나니 산펠레그리노 생수나 스타벅스 콜드브루 커피도 마음껏 살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오렌지 주스나 우유 정도밖에 못 샀는데 말이지요.
바베큐 치킨, 콘브레드, 감자튀김.
살짝 달달한 양념이 우리나라 양념치킨 같은 느낌이면서도 세세한 맛은 또 다른, 전형적인 미국식 바베큐 치킨입니다.
튀기지 않고 양념 발라서 오븐에 조리한 다음, 마지막으로 그릴에 구워서 바삭한 맛을 더합니다.
갓 튀긴 감자튀김은 책 보면서 하나씩 집어먹기 좋아서 배식하는 친구에게 "감자튀김 넉넉히 부탁해!"하니까 저렇게 왕창 집어줬네요.
프렌치 토스트 위에 얇은 브리스켓 스테이크를 얹고 달걀 두 개를 요청하는 대로 요리해서 얹은 저녁 식사.
써니 사이드 업으로 얹어달라고 했는데 요리하던 친구가 실수를 하는 바람에 노른자를 터뜨려 버렸습니다.
괜찮으니 그냥 달라고 하는데도 "아니야! 한 번만 더 기회를 줘!"라며 다시 제대로 만들어서 올려주네요. 장인정신이 투철한 친구입니다.
다만 음식 퀄리티와 속도는 반비례하기가 십상인지라 제 뒤로 길게 늘어난 줄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또 다른 문제지만요.
미국에서 보통 달걀 요리는 아침에만 먹는 것처럼 이야기 하는데, 카페테리아에서는 'BAD: Breakfast All Day' 코너라는 이름으로 하루 종일 달걀 요리를 제공합니다.
이미 배워서 통과한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내가 배우던 때가 떠오르며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저는 한국식 달걀말이와 일본식 오므라이스를 만들어서 잘 팔아먹었었지요.
마지막으로 고기진리교 바이블 셋팅입니다.
소, 돼지, 닭의 성스러운 삼위일체가 한 접시에 담겼습니다.
간혹 가다가 다른 건 다 제외하고 오로지 고기만 잔뜩 먹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메뉴가 이렇게 고기 잔치로 나와버리면 정신줄 놓고 고기만 잔뜩 담게 되지요.
소고기 스테이크와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차례대로 해치우며 중간중간 소시지와 닭튀김으로 밸런스를 맞춰줍니다.
이렇게 7월 한 달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만 일 년 넘게 지나다 보니 이제 어지간한 요리는 다 한 번 씩 맛 본 셈인데다가, 7월 초반부에 배운 가르드 망제 수업의 포스가 너무나도 강력했던 나머지 학생 식당 음식 사진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을만한 건 몇 장 없네요.
작년 이맘때만 해도 학생식당에서 먹는 매 끼니가 너무나도 놀랍고 새로워서 포스팅을 할 때면 수 십 장의 사진 중에서 골라내느라 고심을 해야 했는데 말이지요.
이렇게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그리고 더 높은 경지의 요리를 배우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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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가 남아요? 세상에 이런 일이... 전 소시지라는 음식은 꺼내서 조리해놓으면 저절로 사라지는 건줄 알고 있었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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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ia요원들이 괜히 세계최고가 아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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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B 후기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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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중에는 한국에서 식당을 여시겠죠? 그런 날이 오면 알려주시면 고마울것 같습니다 ㅎㅎ 사진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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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접시가 너무 눈부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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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중에는 한국에서 식당을 여시겠죠? 그런 날이 오면 알려주시면 고마울것 같습니다 ㅎㅎ 사진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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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만터우입니당. 우리나라 만두와는 다르게 속에 아무것도 안 들어간 꽃빵 비슷한 물건입죠. | 19.08.12 23: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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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남은 소시지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인데 꽃빵에 싸먹으면 되겠군요 ㅎㅎ 감사합니다. | 19.08.12 23: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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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가 남아요? 세상에 이런 일이... 전 소시지라는 음식은 꺼내서 조리해놓으면 저절로 사라지는 건줄 알고 있었음요. | 19.08.13 00: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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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다 보니 그렇게 되드라구요. 쏘야 해도 밥을 안 해먹으니 조금씩 하기도 귀찮고 해서 부식으로 대충 먹을 거릴 찾는 중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 19.08.13 00: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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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피 만들기도 해봤는데 냄새 완전 끝내줍니다. 침 쥘쥘 흘러요... | 19.08.13 00: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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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댓글 보기 전까진 진짜 중앙정보국에서 요리 수업도 하나...? 라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 19.08.20 20: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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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분이 그냥 그렇게 느끼시라고 따로 설명안해놓는것 같음 | 19.08.21 03: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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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 글 저도 봤습니다.;;;; 근데 이번 글에는 '급식'이라고 적혀있어서 저번과는 달리 진짜 흔히들 알고있는 그 CIA의 본부 급식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요리학원인가보군요. ㅠ_ㅠ | 19.08.21 11: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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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고 오리 가슴살 콩피 맛이 궁금하네요. ㅜㅜ | 19.08.20 19: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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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라는 이름 자체가 요리학교 이름인데 뭘 어그로고 노리고 말고가 있어요 | 19.08.22 13: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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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를 떠올렸을때 요리학원이 먼저 떠오르나요????? 열에 아홉은 미국 국가정보기관이 떠오른다고 할텐데 구글에 CIA쳐보세요.... | 19.08.22 14: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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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건 님사정이고 글쓰는분이 cia라는 요리학교 다니면서 거기 7월급식코스 써서내놨는데 대체 뭐가 어그로라고 난립니까 저분이 cia안다니는것도 아니고 cia가 요리학교인거도 아니고 그렇다고 급식관련 내용이 없는거도 아닌데 어그로 운운한건 걍 님이 cia나 이 글에 관심없어서겠죠 아니면 캬 어그로일침 좋았어 하고 자뻑했던가 | 19.08.22 15: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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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클릭했는데 그게 요리학원인지 아닌지 어찌암?? 제목보고 글 투시됨??ㅋㅋㅋ존웃 | 19.08.22 16: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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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어그로일침 좋았어 " 이런구절 써논거보니까 평소에 많이 생각하나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또웃고감 | 19.08.22 16: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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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대단하시네요 네글안읽고 글제목 어그로 일침넣는 꼬라지 대단하십니다 설령 몰라도 글보다보면 아는걸 굳이 제목어그로라 다는 거보면 뭐 읽지도않는사람한테 참 많은걸 기대하네요 | 19.08.22 18: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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