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목~일 4일간 세텍에서 열린 서울 카페&베이커리페어에 가봤습니다.
이런 페어를 한 번 가보고 싶어서 인터넷 리뷰를 보면 평이 그리 좋지는 않았고
(한 번은 몰라도 여러 번 갈만한 건 안된다, 매번 보이는 것만 있다, 가격도 별로 안싸다 등등...)
입장료도 있는데다, 사전 예약 할인도 매번 깜빡하고, 덜컥 취업까지 되어부려서 그냥 회사나 열심히 다녀야지 했는데
회사 바이어 자격으로는 바로 전날에도 무료등록이 되네요. 그래서 휴일에 넙죽 다녀왔습니다.
1관은 기계기술 계열, 커피, 차류.
2관는 디저트 및 식품 진열과 판매.
3관은 카페 디자인 용품이 메인이었습니다.
커피는 잘 안마셔서 1관은 한 번만 들리고 2관 구경과 3관에서 열리는 대회를 중심으로 봤습니다.
주루룩 정돈된 디저트들을 보면 사진이 찍고 싶어집니다.
요즘 카페들을 보면 디저트가 참 다양해져서 신기했는데
개인이 만드는 곳도 있겠지만, 이런 업체들에서 납품을 받을 수도 있구나 알았습니다.
냉동 생지부터 아예 완제품까지 다양하게 있더라고요.
여러 제품을 시식하며 돌아다녔지만 구매한 건 요 둘입니다.
마카롱이나 머랭쿠키, 마들렌같은 빵류는 요즘 파는 곳도 많고, 행사장 가격도 비슷한 수준이라 제외.
순두부 아이스크림은 이전 페어들에도 자주 참가했다는 업체인데
그냥 우유 아이스크림같이 사르르 녹다가 마지막에 남는 두부맛이 담백하니 좋았습니다.
녹차 파우더 뿌린 걸로 하나 싹싹 비웠습니다.
말렌카 케이크는 퍽퍽하게 생긴 것이 별로다 싶어 그냥 가려던 걸 시식해봤다가
입에서 펼쳐지는 신세계를 감상하고 바로 한 팩 질러 먹었습니다. 그리고 이 케이크 때문에...
2관에서 가장 핫했던 에그타르트 부스입니다.
부스 앞에 줄을 세우는 게 아니라, 따로 벽에 줄을 세워 받을 정도.
학여울역부터 시작해 행사장 전 구역에 노란 봉투를 든 사람이 넘쳤습니다.
갓 구운 에그타르트는 맛있겠지만, 기존 알던 맛에서 그렇게 다를까 해서 저는 일찌감치 포기.
3관에서는 라떼아트 챔피언십(KLAC), 커피인굿스피릿(KCIGS) 대회가 열렸습니다.
토요일에는 라떼아트 대회만 열렸는데 참 보는 맛이 있었습니다.
한 주제에 맞춰 3종의 라떼아트를 2잔씩, 총 6잔을 만들어내는데
그 와중에 소개 프레젠테이션까지 해야하더라고요.
그런데도 10분을 안넘긴다는게 대단했습니다.
사진은 가장 인상깊었던 참가자 분의 시연입니다.
'한국'과 '어머니의 정'을 주제로 인삼, 장닭, 왜가리 3종을 그려내셨는데
입담도 좋으시고, 그리는 속도도 매끄러워서 어느 분이신가 했더니
2016년 '월드' 라떼아트 챔피언십 우승자셨습니다.
세계 3대 라떼아트 대회를 전부 휩쓰셨다는데 무슨 빠요엔...
어제 관람 후 돌아왔지만, 오늘 다시 돌아온 이유. 위의 말렌카 케이크입니다.
겉보기에는 퍽퍽해보이지만 한 입 씹는 순간 흘러넘치는 꿀 때문에 퍽퍽함이라곤 없습니다.
파운드케이크같은 빵이 진한 꿀과 어우러져 입 안에서 촉촉한 반죽이 됩니다.
동글동글한 너겟은 꿀크림이 더 많고 더 달달합니다.
'꿀빵'이란 걸 처음 알았을 때 저는 이런 빵을 기대했거든요. 현실은 꿀코팅 견과류 팥도넛이었지만요.
이제야 꿈꿔왔던 그 '꿀빵'을 만났습니다.
토요일에 10개들이 너겟 2박스를 사들고 돌아왔는데
행사장에서 만오천원에 팔던 800g 케이크팩 인터넷가가 2만원 중후반인걸 보고 후회하다
바이어 티켓은 또 가도 무료잖아해서 오늘 또 갔습니다.
혼자 먹기에는 너겟으로도 됐겠지만, 어무니께서 생각보다 좋아하시더라고요.
부스분께서 또 오셨네요 웃으셔서 저도 웃으며 한팩 집었습니다.
덕분에 라떼아트 결승도 봤습니다.
디자인은 전날과 같은데, 결승에는 마지막 패턴에 컬러를 하나 넣는 것 같더라고요.
위 참가자 분은 역시나 결승까지 오셨고 겁나 섬세한 왜가리를 그리셨습니다.
처음에 하얀색으로 끝낼 때는 뭐지? 했는데
노란색과 추가작업이 들어가니 물고기 잡는 왜가리가 짠.
추가로 보여주신 '커플'.
기본 아트로 하트를 그리시더니, 딱 10초만에 저렇게 만드십니다. 참 쉽죠?
오늘은 결승 시연을 끝내신 참가자분들이 옆 이벤트 부스에서 추가 시연을 하셨는데
저 분 라떼아트 한 잔 받고싶어 줄을 섰더니 줄은 긴데 한 사람당 시간이 그렇게 안길더라고요.
중간에 KCIGS 참가자분 시간으로 바뀌어서 라떼는 입에도 못대봤습니다. 으엉...
적어도 라떼아트 줄이랑 칵테일 줄은 따로 뒀으면 좋았을텐데요.
전리품. 집에 그득 쌓인 말렌카 케이크.
코믹월드 갔을 때는 겁나 넓게 느껴지던 회장이 이렇게 작았나 싶었습니다.
부스 면적이 커진 만큼 수는 적어져서 두세시간이면 전 회관을 다 돌아보겠더라고요.
라떼아트 대회 다 보고 뭐 더 볼 게 없어서 결과 발표 전 일찍 돌아왔습니다. 결과는 인터넷에도 뜨겠지요 뭐.
요즘 개인 카페가 많아지는데 그런 창업자 분들과 일반 관람객을 둘 다 노린 것 같았습니다.
볼 거리도 꽤 있고, 먹을 거리도 그럭저럭 있고.
다만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아서 일반 관람은 한두번 가보면 더 갈 건 없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