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생일에 다녀온 압구정 이타카입니다. 생일을 맞아 헝가리에서 어렵게 온 여자친구(헝가리인입니다)와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자 다녀왔습니다. 내일 올려야지 하며 미루다가 해를 한참 넘겨버렸네요.
이타카는 자연주의 레스토랑으로 주요 식재료들을 친환경 농법을 사용하는 농장들로부터 직접 공급받는다고 하네요. 그 밖에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파인다이닝급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점과 월요일에는 콜키지 서비스가 무료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타카의 메뉴판입니다. 한 쪽에는 이타카가 식재료를 공급받는 공급처들이 적혀있습니다.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지 거리를 표시해놓은게 눈에 띄네요. 레스토랑과 가까운 곳의 식재료를 쓰고자 하는 셰프의 철학이 보입니다. 메뉴는 단일 코스요리로 메인요리만 2가지 중 1가지를 고르고 나머지는 동일합니다. 시즌별로 메뉴가 달라진다고 하니 지금은 좀 달라졌겠네요.
테이블은 ㄷ자로 생긴 바 테이블외에도 일반 테이블도 있습니다. 저희는 바 테이블로 안내해주셔서 이 쪽으로 앉았습니다.
이타카는 비교적 작은 레스토랑이라 가게 어디서나 주방을 볼 수 있습니다. 주방을 공개하는 모습에 더 믿음이 갑니다.
이타카에서는 별도의 비용으로 음식에 맞춘 주류 페어링을 하지만 저희는 직접 가져온 와인을 마시기로 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제 생일이 월요일이라 무료 콜키지 서비스를 받았네요. 이 날 마신 와인은 여자친구가 생일선물로 헝가리에서 가져온 헝가리산 와인 'Vylyani Merlot' 2015년산입니다. 한국에는 헝가리 와인이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헝가리의 대표적인 고급와인이라고 하네요. 와인을 따르고 나니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맛 또한 제가 좋아하는 드라이한 와인이었구요. 한 가지 아쉬웠던건 코스에 산뜻한 해물 요리가 많다보니 향이 풍부하고 드라이한 레드와인을 처음부터 끝까지 마시는건 조금 안어울리기는 했었습니다.
이타카의 각 코스는 코스마다 테마가 있습니다. 첫 번째 코스의 테마는 풍미와 질감입니다. 그래서 동해안산 골뱅이와 양파, 토마토로 식감을 잡고 펜넬로 풍미를 더한 전채요리가 나왔네요. 여자친구는 골뱅이가 익숙하지 않다보니 골뱅이를 남겼는데 저는 그것마저 다 먹을 정도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산뜻하면서도 신선한 채소와 골뱅이의 맛이 아직도 또렷히 기억나네요.
두 번째 요리의 주제는 가을입니다. 가을을 맞아 제철인 채소와 견과를 닭튀김과 같이 먹는 요리입니다. 제철채소로는 단호박이 주인공이 되어 퓨레와 저온으로 조리한 요리 두 가지 버전으로 제공되었고 견과는 밤과 은행이 준비되었습니다. 닭에서 향신료 향이 나고 튀김의 느끼함을 잡아주기 위해서인지 시큼한 맛이 돌았습니다. 첫 세 코스는 요리 후반부를 위해서인지 시큼한 맛을 계속 제공했던 느낌이네요.
세 번째 코스는 제주도가 테마입니다. 그래서 제주산 딱새우를 주재료로한 크림파스타가 나왔습니다. 파스타 면은 이름도 생소한 빠빠르델레로 납작하고 넓은 면입니다.딱새우 외에도 청레몬과 피스타치오가 들어가 흔히 맛보는 크림파스타의 진하고 느끼한 맛 대신 새콤한 맛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면 또한 건면이 아닌 생면을 써서 쫀득한 식감이 인상적이었네요. 다만 저는 크림파스타의 느끼한 맛을 좋아해서 기대와는 다른 맛에 조금 아쉽기도 했습니다. 제주도하면 생각나는 감귤이나 유채꽃밭과 같은 산뜻함을 표현했다면 납득이 가기도 합니다. 이후에 식간빵이 나왔는데 바로 먹어버려서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같이 나온 버터와 부드럽게 잘 어울렸던 기억이 납니다.
다음 코스의 주제는 지역입니다. 지역의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서빙하는 분이 설명 다 해주셨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제주산 은갈치와 방아와 애호박을 주재료로한 생선스튜입니다. 방아향이 독특했지만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녹색 스튜가 어찌보면 식감을 떨어뜨릴 수도 있는데 저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제 메인코스입니다. 메인코스의 주제는 동물권입니다. 저와 여자친구가 각각 다른 요리를 시켰는데 우선 제 요리는 자연농법으로 기른 돼지의 목살 스테이크와 감자에 버섯으로 속을 채운 요리입니다. 뒤에 보이는 건 금귤로 만든 머스타드 소스입니다. 목살 스테이크는 두껍지만 굉장히 부드러웠고 감자버섯은 식감이 꼭 감자떡으로 만든 피자같아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건 여자 친구가 시킨 방목시켜 키운 흑염소 요리입니다. 뒤에 보이는건 우엉튀김과 고려인 당근김치입니다. 양식 레스토랑에서 당근김치를 보게 될줄은 몰랐네요. 우엉도 마찬가지로 한국적인 식재료라고 생각했는데 얇게 썰어서 튀기는건 생각도 못했습니다. 식감도 정말 바삭하고 독특해서 이 메인코스의 주인공이 흑염소가 아니라 우엉같았을 정도였네요. 흑염소 고기는 양꼬치식으로 조리하여 맛도 양꼬치와 비슷했었습니다. 고기만 놓고 보자면 저는 흑염소보단 목살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마지막 디저트코스의 주제는 인생의 즐거움입니다. 코스의 끝을 장식하는 달달한 디저트만큼은 무거운 주제 없이 즐기라는 뜻이겠죠. 코코넛에 담겨 나온 이 요리에는 백년초가루를 뿌린 요거트폼 아래 젤라또와 카라멜튀밥과 송순젤리가 숨어있습니다. 저는 특히 카라멜 튀밥의 바삭한 식감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상의 코스는 평일 디너 1인 기준 6코스 77,000원입니다. 강남권 다른 레스토랑과 비교해보면 저렴하죠. 특히 요즘은 거의 유료인 콜키지 서비스를 월요일 한정이긴 하지만 무료로 제공해주는게 정말 좋았습니다. 대신 양이 좀 적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른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를 먹었을 땐 배부르게 식사를 마칠 때가 많았는데 말이죠. 제가 많이 먹는 편이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적었던것 같습니다.
대신 이 레스토랑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셰프의 창의성과 열정이 돋보이는 파인다이닝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을것 같습니다. 물론 창의적인 요리가 꼭 맛있는건 아닙니다. 제겐 여전히 파스타가 그냥 느끼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듯이 말이죠. 하지만 파인다이닝의 창의적인 요리는 단순히 먹는게 아니라 책을 읽듯 내 세계관을 한 차원 넓혀주는 경험을 제공해줍니다. 인당 10만원이 넘는 파인다이닝이 부담스러웠다면 이타카도 괜찮을 선택일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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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곳 셰프분의 인터뷰를 잡지와 서적으로 접하고 관심이 생겼었는데 루리웹에서 리뷰를 보게 될줄은 몰랐네요... 기회가 되신다면 종로구에 있는 주반도 추천드립니다. 마찬가지로 이타카의 김태윤 셰프가 운영하는 곳인데 아시안 기반의 요리를 하면서 좀 더 창의적인 요소가 드러나는 구석이 있습니다. 작년 가을쯤에 다녀왔는데 상당히 만족했던 경험이 있네요. 저도 이타카 나중에 꼭 한번 가볼까 합니다. 리뷰 잘봤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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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고 하다보니 아기는 못봤네요. 노키즈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방문 전 한 번 문의하시는게 좋을것 같아요. 지금 가격 확인해보니 네이버에는 디너 코스 82000원으로 5천원 올랐네요. 해가 바뀌면서 가격이 올랐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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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고 하다보니 아기는 못봤네요. 노키즈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방문 전 한 번 문의하시는게 좋을것 같아요. 지금 가격 확인해보니 네이버에는 디너 코스 82000원으로 5천원 올랐네요. 해가 바뀌면서 가격이 올랐나보네요. | 19.03.06 11: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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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고가의 식재료를 쓰는건 아니지만 비교적 흔한 식재료를 세심하게 고민하고 요리하여 높은 수준의 요리를 제공해주는게 이 식당의 장점입니다. | 19.03.06 16: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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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 19.03.06 17: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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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곳 셰프분의 인터뷰를 잡지와 서적으로 접하고 관심이 생겼었는데 루리웹에서 리뷰를 보게 될줄은 몰랐네요... 기회가 되신다면 종로구에 있는 주반도 추천드립니다. 마찬가지로 이타카의 김태윤 셰프가 운영하는 곳인데 아시안 기반의 요리를 하면서 좀 더 창의적인 요소가 드러나는 구석이 있습니다. 작년 가을쯤에 다녀왔는데 상당히 만족했던 경험이 있네요. 저도 이타카 나중에 꼭 한번 가볼까 합니다. 리뷰 잘봤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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