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안개로 자욱한 길거리. 전날 밤, 하늘에서는 서울 시내에 간만의 눈이 내릴 것이라는 기상 예고를 했었다. 눈이 내릴 것만 같은 불안감에 막힐 도로상황을 걱정하며 불편한 밤을 지새우고는 일어난 아침. 눈보다는 비에 가까운 차디찬 빗방울이 눈 대신 하늘에서 내려왔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무난히 흘러간 점심의 시간 동안 배가 주려와 먹을 것이 필요했기에 점심으로는 배달음식을 시켜 먹기로 하였는데 눈에 띈 것은 어느 한 배달앱 에서 진행하고 있는 50% 할인 행사였다. 보통 50% 할인 이벤트였더라면 최대 할인 금액을 2~3천 원으로 책정하여 실망을 안겨다 주기 마련이었지만, 이번에는 그 액수가 만원 대나 되었기에 배에 기름진 것을 채워넣고 싶다는 욕구가 없었음에도 치킨을 시켜 먹기로 하였고, 약간의 독특한 선택을 하게 되었다.
이색치킨으로 잘 알려진 멕시카나. 평소에 멕시카나를 시켜서 먹을 일이 없었다. 그럴만한 게, 이 치킨집은 이상하다. 치킨 자체의 퀄리티, 치킨의 상태도 그렇게 좋은 편이라고는 말 못 하는 치킨집이 독창성으로 승부를 보려 하는 것인지, 사람들이 생각만으로 그치는 이상한 조합의 치킨들을 정말로 내놓는다. 과거에 유명 먹방 개인 방송 BJ마저 먹는 것을 포기하게 만든 삼색 신호등 치킨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치킨집에서는 다른 치킨집들과는 달리 도전정신을 가지고서 음식을 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이곳에서 시켜 먹을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만 원 이상의 할인쿠폰은 잠들어 있던 도전정신에 불을 지폈고, 무엇모를 도전의식에 시켜보기로 하였다.
멕시카나의 김 치킨이다. 처음 치킨을 받아들이고 풍겨온 냄새는 과거 김치 라면을 먹었을 때와 똑같은 냄새가 났다. 치킨 박스를 열어젖히니, 치킨 위에는 4개의 김 주먹밥 튀김이 올려져 있고, 다른 블로거들의 설명으로는 종갓집 김치를 따로 배급해주는 것 같았지만, 김치 조각이 약간씩 양념과 함께 치킨에 버무려져 있었다. 냉동 주먹밥 튀김과 김치 라면스프를 뿌려놓은 양념에 버무려진 치킨의 맛은, 볶은 김치를 치킨에 얹어 먹는 맛이었다. 김치 치킨으로서는 꾀나 성공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멕시카나 치킨들과 똑같이, 이걸 굳이 먹어야 하는가 싶은 생각은 여전하다.
글이 뭔가 짦은 감이 있기에 더 작성해보기로 하였다.
평소 식도락 여행을 자주 다니지 않기에 주변에 있는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들을 지나치고, 갈팡질팡 먹을데를 찾아헤매는 경우가 있고는 했다. 이번에 가게 된 식당이 그러하다. 집 주변은 아니지만, 자주 다니는 상가에 위치해있는 은행골의 분점이 그러하다. 옛된 디자인의 간판과 내부 인테리어로 아재감성을 물씬 풍기는 이 가게는, 아는 지인의 추천으로 인해 들르게 되었다. 과거의 향기가 고스란히 안치되어있는 이 가게는 생각한 것 이상으로 아저씨스러웠다. 소개를 해준 사람 부터가 나이 지긋한 아저씨였기에 이러한 매장을 좋아하는지... 2000년도 초, 내가 마침 초등학교에 다닐시절에 처음 맛본 초밥집의 초밥맛이 딱 이러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맛이 났다.
평범한 그릇위에 올려져있는 두툼하게 쥐어진 초밥들. 배합초가 많이 들어가 식초의 향이 물씬 풍겼으며, 올바름 쥠으로 초밥을 쥐었음에도 밥알이 간장에 한번 적셔 먹을 때 마다 밥알이 스르르 흐트러졌다. 밥 적게, 생선 가득을 선호하는 젊은세대의 입장으로서는 별로 좋은 인상이 들지는 않았다.
후식으로 안겨다 준 우동.
다른 초밥집의 가쓰오 국물 베이스로만 우려낸 우동들과는 달리, 왠지모르게 술이 땡기는 어묵 육수로 이루어진 우동이다. 이래서 그 아저씨가 추천했나 싶다는 생각이 든다... 추천과 동시에 '술 한잔 마셔야지!' 라고 하셨던 말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이곳은 나같이 솔로민족이 갈 곳이 아니라, 퇴근길에 오른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참치와 함께 술 파티를 열면서 어묵 우동을 한가득 들이마시면 속이 시원하게 끓어오르는 기분을 느끼기 위한 장소였던 것 같다.
서울의 한 유명한 텐동집. 골목식당으로 유명세를 타, 화재가 되고있는 온천텐동 집을 보고는 먹고싶어서 찾게 된 텐동집이다. 이곳의 위치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설날이 다가오는 대목날 여유롭게 술 한잔 걸치며 하루를 보내보기 위해 찾아봤었다. 4시 30분 쯤 이른 시각에 도착했음에도 줄이 널쩍히 퍼져있었다. 인스타그램이 얼마나 위대한 지는 모르겠지만, 업로드를 위한 젊은 청년들이 추운 날씨에도 줄을 서 가면서 찾아먹을 정도니 이정도면 자영업자들에게는 위대한 존재나 다름없는듯 하다.
줄을 서 있던 찰나, 5시 부터 대기자 명단을 작성하는 명부에 이름을 기입하라기에 그곳에 이름을 작성하고 오픈 시각인 5시 30분이 되기 전 까지 주변 탐방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설을 앞두고 있었기에 시장 내부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다섯가지 맛 이상의 고로케를 넓게 깔아놓고 팔고있는 고로케집 부터, 새로운 방식으로 구워내 새로운 맛을 선사한다고 광고하고 있는 고깃집. 아름답게 성형된 떡들과 시장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맛의 소스로 승부수를 보고있는 닭강정 집. 위의 저 사진은 그 닭강정 집에서 팔고 있는 시장치킨이 새하얗게 튀겨진 모습이 예뻐서 찍어본 사진이다.
시간을 정확히 파악하며 시장을 둘러보고는 인적이 드문 골목을 통해 본래 목적이었던 텐동집으로 향하였다.골목에는 사람이 적기는 하였지만, 젊은 사장님들의 패기가 느껴지는 다양한 컨셉의 식당들이 비치해있었다. 소규모 레스토랑, 수제 막걸리 전문점, 덮밥만을 판매하는 식당과 청년을 주제로 삼고있는 식당. 전부 한번쯤 가보고 싶은 장소들이었지만, 이번의 목적은 텐동이었다.
텐동집은 특이하게 ㄱ자로 테이블이 이어진 매우 작은 매장이었다. 손님이 어디에 앉아있든지 간에 주방 내부가 훤히 보이는 구조였기에 튀겨지는 모습을 고스란히 구경할 수 있었다. 밀가루에 튀김 재료들을 버무리고, 다시 튀김반죽을 묻혀 튀겨나가는 모습을. 끝이 뭉툭하여 튀김 반죽이 한가득 묻어 떨어트려 꽃을 입히는 작업을 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하나 둘 씩 튀겨져나가는 시간동안, 주방을 보조하고 있는 분이 맥주와 장국 및 밑반찬을 준비해주었다.
튀기는 사람이 혼자였기에 음식이 나오는 시간은 한 그릇당 4~5분 정도 소요됬으며, 테이블에 앉아있는 순서대로 가장 안쪽부터 텐동을 배분해주기 시작했다.
내 앞에 놓여진 텐동. 장어, 새우, 오징어, 연근, 가지, 단호박, 꽈리고추, 온천계란, 김 등이 포함되어있는 가장 비싼 스페셜 텐동이었다. 유명세를 생각하고 간 것 치고는 평범했다. 잘 만들어진 텐동, 요란법석을 떨며 먼 발걸음을 제촉하면서 까지 먹을 음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받은 텐동은 오징어는 완벽히 튀겨졌지만, 온센 타마고가 오버쿡 되어 맛이 절감되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맛은 앞서 말했듯이 잘 만들어진 텐동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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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항... | 19.02.19 21: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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