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최근방문 게시판

[자작] 84. 주말의 소울푸드, 버터밀크 프라이드 치킨 [29]





[광고]

IMG_2348 copy.jpg

 

마트에서 닭다리만 살까 하다가 복습도 할 겸, 아예 통닭을 한 마리 사서 해체를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닭 손질하는 방법을 배우긴 했어도 학생 한 명당 대여섯마리, 


그것도 여러가지로 방법을 바꿔가며 손질하기 때문에 반복해서 숙달하기란 쉽지 않거든요. 


기회가 될 때마다 복습을 해야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다른 학교에선 조별로 한 마리만 주고 단체 실습을 시키거나, 


아예 셰프가 손질하는 걸 구경만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 정도면 양반입니다.


허벅지와 다리를 분리하고, 날개는 어깨 부분에서 잘라냅니다. 


몸통뼈는 냉동실에 얼려뒀다가 모이면 육수를 만들기 위해 남겨두다보니 수프림컷도 아니고 8등분컷도 아닌, 이상한 방식으로 자르게 되네요.


하지만 이것 또한 직접 손질하는 것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내가 원하는 조건에 맞춰서 마음대로 자를 수 있거든요. 이렇게 손질한 닭고기 중에서 튀김하기 좋은 다리, 허벅지살과 날개를 사용합니다. 가슴살은 나중에 갈아서 치킨버거를 만들 생각이니 따로 남겨둡니다. 

 

IMG_2350 copy.jpg

 

한국인의 소울푸드라고 하면 역시 프라이드 치킨입니다.


소울푸드가 원래는 미국의 흑인 요리를 의미하는 단어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영혼의 음식 정도로 해석되면서 뜻의 차이가 생겼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이 프라이드 치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기인 닭고기를 정육점에서 버리는 돼지 기름에 튀겨서 만든, 흑인 노예들의 애환이 섞여있는 소울푸드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사람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대표적인 영혼의 양식이 프라이드 치킨이니까요.


그 옛날 몸보신을 위해 삶아먹던 백숙에서, 월급날 아버지 손에 들린 종이 봉투 속의 통닭을 거쳐, 오늘날의 다양한 프라이드 치킨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많은 변화를 거쳐왔습니다. 그래서 수 많은 프라이드 치킨들이 자신만의 특색을 내세우며 팔리고 있지만, 의외로 미국식 오리지널 프라이드 치킨을 먹어 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은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인지라 진짜 제대로 만든 프라이드 치킨과는 좀 차이가 있거든요.


제대로 만든 미국식 프라이드 치킨 요리는 버터밀크에 닭을 푹 담궈두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흔히들 닭고기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우유를 사용하는데, 버터밀크가 고기 재워두는 용도로는 좀 더 좋은 듯 합니다. 우유에서 버터를 만들고 남은 유청을 발효시킨 게 버터밀크인데, 약간은 시큼한 요거트 비슷한 느낌입니다.


여기에 소금, 후추, 타라곤, 그리고 벨 시즈닝을 넉넉히 뿌려서 닭을 재워둡니다. 


벨 시즈닝은 닭이나 오리 등을 마리네이드 할 때 항상 들어가는 향신료입니다. 다른 회사에서도 가금류 시즈닝을 팔고는 있지만 벨 브랜드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거의 다시다 수준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요. 


저녁 때 재워두고 다음 날 점심 때 튀겨먹으면 딱 좋습니다. 

 

IMG_2358 copy.jpg

 

밀가루에 소금, 후추, 그리고 올드 베이 시즈닝을 넉넉하게 뿌립니다.


올드 베이는 원래 해산물 요리 할 때 빠지지 않는 향신료인데, 의외로 닭 튀길 때도 사용되네요.


좀 덜 매운 라면 스프의 풍미입니다. 


튀김이라고 하면 보통은 SBP (Standard Breading Procedure)라고 해서 밀가루, 달걀물, 빵가루의 3단계를 거치는 게 일반적인 반면, 


이 버터밀크 프라이드 치킨은 그런 거 없이 그냥 마리네이드만 얼추 털어내고 시즈닝 된 밀가루를 덮어버립니다.


지금까지 튀김이라고 하면 SBP 아니면 걸쭉한 튀김옷 반죽을 사용하기만 해서 이래도 되나 싶네요. 


뭐, 이래봬도 CIA 교과서에 실려있는 레시피이니 별 문제 있겠나 싶어 그냥 넘어갑니다.

 

IMG_2361 copy.jpg

 

밀가루를 뒤집어 쓴 닭고기는 170도 (화씨 350도)로 가열한 기름에 튀겨줍니다. 


튀김요리는 두 번 튀기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처음 튀기면서 안쪽의 재료에서 빠져나오는 습기가 튀김 껍질을 눅눅하게 만들 수 있으니 완전히 익기 전에 한 번 빼서 습기를 날려주고 다시 튀겨서 바삭함을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책에는 한 번 튀긴 후 오븐에서 마저 조리하라고 되어 있는데, 이 경우엔 오븐팬과 맞닿은 아래쪽이 눅눅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초벌 튀김 – 오븐 구이 – 레스팅 – 서빙 직전 마지막으로 짧게 한 번 더 튀기는 단계를 거치곤 하지요.

 

IMG_2366 copy.jpg

 

이왕 기름을 끓인 김에 감자도 좀 튀겨보기로 합니다.


예전에 감자 고프레 만든 것을 보고 알려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와서, 이번에는 감자 고프레를 튀겨봅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만돌린이라는 도구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채칼 내지는 슬라이서로 불립니다. 대패로 밀듯 요리 재료를 슥슥 밀면 칼날이 얇게 썰어주는 요리 도구지요.


이 칼날을 지그재그 형태의 크링클 컷 칼날로 바꿔 준 다음 감자를 45도 각도로 방향 바꿔가며 슬라이스 하면 끝입니다.


감자의 요철 부분이 서로 만나며 구멍을 뽕뽕 뚫어주는 셈입니다.


구멍 사이로 기름이 끓으면서 짧은 시간에 바삭한 감자칩을 만들 수 있지요. 다만 한눈 팔다간 그대로 태워먹을 수 있다는 위험성도 존재합니다.

 

IMG_2370 copy.jpg

 

치킨과 감자튀김만으로는 왠지 좀 허전한 거 같아서 치즈 누룽지도 재빨리 구워줍니다.


정식 명칭은 치즈 튀일인데, 파마산 치즈를 강판에 갈고 틀을 이용해서 모양 맞춰 팬 위에 얇게 깔아 준 다음 오븐에 바삭하게 구워내기만 하면 됩니다.


예전에 사이드 메뉴로 한 번 만들었는데, 짭짤하고 바삭한 게 맥주랑 먹으면 맛있겠다 싶었지요.


갓 구워낸 치즈 튀일은 굳기 전에 모양을 잡아 먹을 수 있는 그릇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별다른 재료나 기술이 필요 없으면서도 바삭하고 짭짤한게 노력 대비 성능비가 훌륭한 간식입니다.

 

IMG_2372 copy.jpg

 

오븐에 미리 넣어서 따뜻하게 데워 둔 무쇠팬에 프라이드 치킨과 감자 고프레, 치즈 누룽지를 함께 담아줍니다.


이렇게 담아놓고 보니 딱 맥주 모듬안주네요. 맥주도 한 병 따서 잔에 부어놓습니다.


맥주를 따를 때는 거품이 손가락 한두개 정도 두께가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거품이 너무 적으면 금방 사라져서 맥주의 향을 잡아둘 수가 없고, 마셨을 때 탄산이 너무 과하게 발생합니다. 반면에 거품이 너무 많으면 김빠진 맥주가 될 뿐 아니라 잔을 기울여 마시려고 해도 거품만 끝없이 입에 들어오게 되지요.


맥주를 한 잔 가득 따르고 갓 튀겨낸 치킨과 안주들을 담아 놓으니 한국인의 소울푸드, 치맥이 완성되었습니다. 


치킨은 우리가 흔히 먹는 맛과는 좀 다른, 독특한 풍미가 살아있습니다. 이게 의외로 너무 짜지도 않으면서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육즙이 가득합니다. 고소한 치킨이 감자 튀김과 치즈를 부르고, 짭짤한 안주를 먹으니 맥주가 당기고,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넘기니 다시 치킨을 찾게 되는 무한 루프가 완성됩니다.


그리고 어느 새 정신을 차려보나 접시 위에 닭 뼈만 남기고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빵과 소금이 몸을 지탱하는 음식이라면 닭과 와인은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고 했던가요. 주말의 치맥은 역시 평일에 먹는 밥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제대로 푹 쉬었다는 만족감과 함께,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할 몸과 마음의 연료를 보충받는 기분이거든요.

 

 



댓글 | 29
1


(4278695)

112.221.***.***

BEST
사진도 좋지만 글도 맛깔나는 사만킬로님
19.01.04 23:10
BEST
댓글 이미지 입니다. 이미지를 보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정말 침샘을 자극하네요
19.01.07 13:09
(3359282)

114.204.***.***

BEST
저에겐 공포의 통풍 듀오긴하지만 맛은 진짜 좋죠 글도 사진도 잘 봤습니다 :)
19.01.04 23:17
BEST
겉바속촉
19.01.07 17:14
(858444)

220.119.***.***

BEST
한식대첩에 음식박사 백주부가 있다면, 루리웹엔 40075KM가 있지!
19.01.08 20:12
(4278695)

112.221.***.***

BEST
사진도 좋지만 글도 맛깔나는 사만킬로님
19.01.04 23:10
(3359282)

114.204.***.***

BEST
저에겐 공포의 통풍 듀오긴하지만 맛은 진짜 좋죠 글도 사진도 잘 봤습니다 :)
19.01.04 23:17
(5115250)

220.93.***.***

치킨과 함께 이 글을 본다면 군침 두배!
19.01.05 10:51
댓글 이미지 입니다. 이미지를 보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힘들게 먹는 치킨 당신은 추천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19.01.05 12:24
(1394728)

116.84.***.***

가슴살 가능하신분?
19.01.07 13:07
BEST
댓글 이미지 입니다. 이미지를 보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정말 침샘을 자극하네요
19.01.07 13:09
BEST
타임투플레이더게임
겉바속촉 | 19.01.07 17:14 | | |
가슴살이 왜케 크지?
19.01.07 14:56
이분 글 보면 시집가고 싶어짐! TS 해서 시집가야지~
19.01.07 15:00
결혼해주세요!!
19.01.07 17:16
(1355099)

202.31.***.***

배트밀크 후라이ㄷ....아...아무것도 아닙니다...ㅎㅎㅎ 치즈누룽지 만들어보고싶네요 ㅎㄷㄷ
19.01.07 22:13
캬..
19.01.07 23:11
(1642785)

210.178.***.***

The Art and Science of Brewing 도 들으셨나요? Garrett Oliver 는 사랑입니다.
19.01.08 00:03
닭 속살도 뜯는 모습 보여주시면 더 좋을듯요 ㅎㅎ 맛있겠다 ㅜㅜ
19.01.08 00:50
(1249088)

116.47.***.***

미래 아내분한테 사랑받으실듯.
19.01.08 01:22
파무쵸
그런게 존재한다면 말이지 | 19.01.08 11:19 | | |
우리나라에서 버터밀크 파는곳이 있나요? 버터밀크 치킨 맛있는데 자주 해먹고싶어도 우리나라에선 버터밀크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아쉽습니다 아쉬운대로 크림 사다가 분해해서 만들긴 했는데 너무 번거롭고 비싸더라구요..
19.01.08 11:12
(3057387)

100.40.***.***

루리웹-3729525481
저는 미국 거주중이라 ㅎㅎ 마트에 가면 항상 있더라구요. | 19.01.08 18:12 | | |
(3408517)

175.198.***.***

국내에서는 버터밀크 치킨을 접하기가 힘들죠... 그마나 유사하며, 접근성이 좋은곳이 kfc의 오리지널 치킨. 먹고시퍼영...ㅜ
19.01.08 11:12
(1216206)

121.146.***.***

댓글 이미지 입니다. 이미지를 보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 : 새로운 닭 요리법은 배우고 갑니다
19.01.08 13:08
(5035865)

218.156.***.***

부자웹에 골목식당 ㅎㅎ 나 혼자 못산다 ㅎㅎㅎ
19.01.08 13:21
(5035627)

211.53.***.***

만다린 제품명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국내 제품에는 감자를 저렇게 만드는 제품이 없는거같아서요
19.01.08 13:30
(3057387)

100.40.***.***

영혼상자
OXO 1155700 Good Grips V-Blade Mandoline Slicer 입니다. 크링클컷 칼날 달고 좀 힘줘서 밀어야 나오기 때문에 고프레를 많이 만드시려면 두께 조절이 좀 더 자유로운 만돌린을 구입하시는 것도 좋습니당.. | 19.01.08 18:11 | | |
(5149197)

110.14.***.***

배고파요~ 먹고 싶네요 ㅠㅜ
19.01.08 15:26
(1305592)

221.150.***.***

올드 베이 시즈닝이 조금 덜 매운 라면스프의 풍미라는 설명에, 오뚜기 진라면 순한맛 느낌이 연상되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모르겠네요. 궁금해집니다.
19.01.08 17:57
(858444)

220.119.***.***

BEST
한식대첩에 음식박사 백주부가 있다면, 루리웹엔 40075KM가 있지!
19.01.08 20:12
(1904200)

114.204.***.***

고든램지에서 본거같은 레시피내요
19.01.08 21:56
(54980)

61.74.***.***

예전에 어떤 유튜브에서 보기로는 원래 흑인들은 돼지기름을 썼다면서 상온에서는 젤같은 상태인 기름(라드인지?)을 놓고 쓰더라구요 미국에섭 쉽게 구할수있는 재료인가요?
19.01.09 14:16
맥주 한 병 땡기게할 정도로 맛있어 보이는 요리의 글이다.
19.01.09 15:59


1


댓글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글쓰기
공지
스킨

글쓰기 150790개의 글이 있습니다.


1 2 3 4 5 6 7 8 9 10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