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게,여행갤, 음갤에서 활동하는 유저입니다.
처음 뵙는 분들도, 그렇지 않은 분들도 모두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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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에 하루 밖에 없는 10월 18일이 왔습니다.
사에쨩의 생일입니다. 뭔가 해야겠지요.
생일이니까 케익을 만들까 하고 생각을 해보니 이미 지난 크리스마스에 직접 만들었고, 발렌타인데이에는 초콜렛도 만들었네요.
(혹 궁금하신분이 계시면 작성글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뭔가 이번엔 다른걸 만들어보자 하고서는 과거 데이터를 찾아보니..
2014년 9월 22일 모바마스 로그인 보너스 화면입니다. 이때 테마는 가을의 미각이네요. 제가 15년 9월부터 모바마스를 했으니, 제가 플레이 하기도 이전이에요.
스크립트를 읽어보니 교토의 밤 양갱과 차를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밤양갱은 흔히 만들 수 있는 그 양갱이지 싶고, 차는 교토부 우지시 특산물인 녹차를 말하는 것 일테지요.
2014년 9월 22일이면 4년하고도 한달쯤 전이니까, 49개월 정도 전이네요.
49개월, 짧다면 짧은시간이고 길다면 긴 시간입니다.
2014년 9월 22일이면 아직 제가 학부 2학년 2학기를 다닐때고, 사에쨩이 누군지도 몰랐을 때인데 그 때부터 줄곧 먹고 싶었다는 것이겠지요.
기억은 잘 나지 않습니다만 49개월 전의 저 또한 먹고 싶었던 것이 분명 있었을 터입니다.
다만, 49개월 전의 저는 먹고 싶은 음식을 돈주고 사먹었을 것인지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밤 양갱을 사먹지 못한 사에쨩은 여전히 그때 먹지 못했던 밤 양갱이 기억에 남아있겠지요.
49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매 가을마다 밤 양갱을 기다리고 있었을거에요.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산사람 소원은 물론 화면 속 사람 소원이라고 못들어주겠습니까?
까짓거 한번 만들어봅시다.
치히로씨가 준 견본품은 대략 이렇게 생겼습니다.
우선 밤 양갱에 들어가는 재료부터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몸으로 치면 피가 되어줄 팥 앙금, 그리고 그 사이 폐, 심장, 간 마냥 박혀있을 밤, 그리고 뼈대가 되어줄 한천까지, 세 개가 가장 필수적인 재료가 되겠네요.
그리고 양갱의 달달한 맛을 내기 위한 설탕, 올리고당 정도가 부가적으로 필요하겠습니다.
사실상 구하기 어려운건 앙금, 통조림 밤, 한천가루겠네요.
베이킹 재료를 파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세 개를 전부 구매하려 했습니다만, 통조림 밤은 동네 마트에서 파는 맛밤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하고 앙금을 사려고 보니 친구가
"기왕 양갱이를 만들거면 니가 직접 앙금부터 쒀야 의미가 있는거 아니냐? 이거 순 날로먹는구만"
이라고 도발을 해서, 제가 앙금부터 직접 쑤기로 했습니다.
이제 한천만 구하면 됩니다.
이거 30g짜리 구하자고, 두 시간동안 동네 식료품 마트 두 개와 이마트 에브리데이 두 개를 돌아다녔습니다.
의사선생님이 퇴원 후 한달정도는 무리하지 말라했는데.. 죄송합니다 선생님.
아무튼 다 구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앙금을 만들어 봅니다.
농협에서 사온 국내산 팥 500g, 노브랜드 맛밤, 그리고 힘들게 구해온 한천가루 입니다.
시중에서 앙금으로 파는 것들은 팥 함량을 보면 중국산이 대략 70%정도 비율을 차지하고 그나마 나머지도 30%에도 상당 분량이 설탕이던데,
교토의 뼈대있는 집안 따님에게 이런걸 줄 순 없지요. 선물 주고도 뺨 맞습니다.
우선 물을 어느정도 붓고, 팥이 물러질때까지 삶습니다. 한 두 개씩 슬금슬금 뜨는 팥들은 속이 빈 것들일 가능성이 높은지라 건져냅니다.
10분정도 끓이면 본격적으로 팥들이 끓어오르기 시작합니다.
25분쯤 끓였습니다. 물도 꽤나 끓어 없어졌고, 팥도 만져보면 뭉글뭉글할 정도로 익었습니다.
조금 더 끓이면 팥물에 색깔이 묻어납니다. 붉은 빛이 진하게 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초코렛 색깔에 가깝네요.
어느정도 익었다 싶으면, 이제부터 노가다 시작입니다. 찬물을 조금씩 부어서 미지근 한 상태까지 만들고, 직접 손으로 껍질을 벗겨냅니다.
껍질은 들어가면 텁텁하고 쓴맛만 나는지라, 알맹이만 빼내서 부순 후 앙금으로 쓸겁니다.
대략 30분간 껍질을 벗겨냈습니다. 대충 여기쯤부터 내가 뭘 하고있는건가, 싶더군요. 나는 그냥 양갱을 만들려 했을 뿐인데 왜 팥을 삶고있는가..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팥물입니다.
이대로 하루간 두면 앙금은 밑으로 침전되고, 팥물은 상층액으로 분리됩니다.
대략 10시간 후 상층액인 팥물은 따내서 팥죽을 끓여서 아침/점심/저녁 세끼를 떼웁니다. 저녁에 찍은 팥죽 사진이다보니 그다지 썩 이쁘진 않네요.
침전된 앙금을 따로 분리해냅니다. 슬쩍 맛을 보니 이 과정까지 설탕은 전혀 안들어갔는데도 제법 달달하면서도 꼬소한 찐빵 앙꼬 맛이 납니다.
무엇보다 시중에서 파는 앙금에 비해서 팥 특유의 향이 진하게 나네요.
여기까지가 16일 밤 ~ 17일 오전까지 작업한 내용이고, 17일 저녁에 나머지 작업을 이어하기로 합니다.
대략적인 섞는 비율은 물 300mL에 앙금 500g, 한천 12g, 밤 120g 정도입니다. 대략 4%짜리 묵이 되겠네요.
저는 60%쯤 증량해서, 물 480mL, 앙금 800g, 한천 20g, 밤 200 g의 비율로 만들기로 합니다.
한천가루를 20분쯤 물에 불리다 보니 아파서 지금 잠깐 휴학중인 연구실 생각이 납니다.
연구실에서 백날 만드는게 아가로스 젤 이다 보니 양갱 만드는것도, 그냥 젤 만든다는 느낌입니다.
DNA의 크기 대신 사랑의 크기를 확인한다는게 가장 큰 차이입니다.
한천을 다 불려놓은 후에는 중불로 저으면서 앙금을 섞습니다.
한천이 녹아서 투명해질 정도면 됩니다. 한천이 투명해지면 불을 잠깐 끄고 설탕, 올리고당을 넣습니다.
이후, 불을 중불로 다시 킨 후 계속 저어 주면서 걸쭉해지면 준비한 밤을 넣고 약불로 5분정도 더 끓입니다.
어째 사진이 죄다 다이나믹하게 나왔네요. 실제론 그냥 설렁 설렁 눌러붙지 않을정도로만 저어주시면 됩니다.
다 되면 준비한 용기에 담습니다. 딱히 비닐 안깔아도 알아서 잘 떨어져 나오니까 그냥 넣으시면 됩니다.
뭔가 길게 적었지만, 간단히 말해서 점성이 생길때까지 다 때려넣고 저어주는게 끝입니다. 간단하지요.
연구실에서 젤을 굳힐때는 찬물로 식힌 후 몰드에다가 넣고 실온에 두면 10분만에 다 굳는데
그건 50mL 기준이고, 이건 그거보다 10배도 넘게 많으니까 대략 두 세시간은 걸리지 싶죠.
위에 생긴 기포들을 이쑤시개로 적당히 제거 해주고, 실온에 대략 한 시간쯤 방치한 후 자러가기 직전에 냉장고에 넣어둡니다.
"이게 너의 생일선물인 뭐야 왜 안 굳었어요 란다."
"양갱"
어느정도 식으면 냉장고에 넣어두고 자러갑니다. 꿀잠.
다음날 아침 다 굳은걸 확인 합니다. 도토리 묵마냥 이쁘게 잘 됐네요.
이제 보기좋기 썰어줍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에쨩이 차도 먹고 싶다 했으니, 2015년 일본 여행때 우지에 들러서 사온 녹차를 준비합시다.
마지막으로 주문제작한 사에쨩이 새겨진 컵에 담아서 마무리합니다.
해피 버스데이! 탄죠우비 오메데또!
양갱은 어머니와 함께 맛나게 나눠먹었습니다. 생각보다 덜 달고 팥맛이 더 짙어서 녹차와 잘 어울립니다.
하와와 여고생들보단 어르신들이 좋아할 것 같은 맛이 나네요. 다음번에는 좀더 설탕과 올리고당의 비율을 높여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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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퇴근하고 케익에 초 꽂는게 전부였는데, 올해는 잠시 쉬는김에 좀 더 정성을 들여 봤습니다.
지금은 비록 구체관절인형에다가 양갱을 선물하는걸로 끝났지만, 세월이 지나면 안드로이드 로봇에게 양갱이든 소일렌트 그린이든 선물하는 날도 오겠지요.
그때까지 열심히 일해서 안드로이드 로봇을 살 돈을 벌어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이벤트는 아마 크리스마스 일 듯 싶은데, 그때는 제가 복학을 했을터인지라 무언가 또 괴상망칙한 이벤트를 벌일 수 있을지 확신이 없네요.
저의 시간, 체력 그리고 주인님.. 아니 지도교수님께서 허락을 하신다면 또 무언가 재밌고 쓸데없는걸 만들어서 들고 오겠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날이 많이 쌀쌀해졌네요.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다음에 또 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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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힘은 대단하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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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에항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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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단하십니다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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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하실때 밤을 설탕에 따로 졸여서 식힌 후에 넣어보세요. 원래 저런거 할때 전체 음식의 간을 높이는 것보다 들어가는 고물의 간을 더 강하게 하는게 맛있어요. 포인트가 되게. 졸이면서 식감도 더 부드러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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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닉행불일치... 여튼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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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단하십니다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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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이상한데요 | 18.10.18 17: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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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힘은 대단하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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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안감독
짤이 넘귀여워요 | 18.10.21 08: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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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닉행불일치... 여튼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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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거요... 찰지고 말랑말랑...... 어흑 | 18.10.19 17: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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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에항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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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본 뒤로는 양갱 그러면 자꾸 이게 떠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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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양갱 판매량은 6배인가 늘었대요ㅋㅋㅋ | 18.10.21 07: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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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하실때 밤을 설탕에 따로 졸여서 식힌 후에 넣어보세요. 원래 저런거 할때 전체 음식의 간을 높이는 것보다 들어가는 고물의 간을 더 강하게 하는게 맛있어요. 포인트가 되게. 졸이면서 식감도 더 부드러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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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 감사합니다. 조만간 연구실에도 하나 만들어갈 생각인데, 그때 참고하겠습니다! | 18.10.19 23: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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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난 양갱을 좋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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