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의 마르티네즈 비르힐리오 (Martinez Vigilio)라는 셰프는 페루 전역을 여행하며 식재료 연구하고
이를 가져와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어냅니다. 마르티네즈 셰프는 자신의 부인과 가족과 같이 Central이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데,
이곳에서 요리들을 각 재료의 산지 고도에 따라 코스요리로 구성하여 선보이게 됩니다.
이런 특이하고 독창적인 자신만의 메뉴를 통해 레스토랑 Central은 2013년도 세계 50대 레스토랑
순위권에 50위로 첫 발을 들인 후, ‘14년도 15위, ’15, ‘16년도 4위, ‘17년도 5위, ‘18년도 6위에 자리에 오르며
끊임없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보여드리고자 하는 음식은 Central의 음식이 아닙니다.
예약을 못했거든요
실제로 Central의 경우 3개월 전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예약이 힘듭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웨이팅 리스트에 올려두기는 했지만 결국 예약에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여태껏 왜 전혀 상관없는 Central과 마르티네즈 셰프에 대해 이야기를 했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만
그게 또 전혀 관계가 없지는 않습니다.
Central 예약에 실패한 제가 노린 곳은 Kjolle라는 식당입니다.
한국어로 발음을 쓰자면 ‘코ㅎ-예’정도로 쓸 수 있겠네요
이 ‘코ㅎ-예’는 마르티네즈 셰프의 부인 피아 레온(Pia Leon)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8월 10일, 저번 달에 문을 연 따끈따끈한 식당입니다.
그리고 이 Kjolle는 Central과 같은 장소에 있습니다. 옆집도 아니고 맞은편도 아닙니다.
구글맵이 엉뚱한 위치를 찍어줘서 헤매다 왔음에도 불구하고 예약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습니다.
따로 오기로 한 일행도 아직 오고 있다고 말하니 Bar에 앉아서 잠시 기다릴 것을 권하네요.
물 한잔 마시면서 기다리고 있으니 일행이 도착하고 직원의 안내로 2층 Kjolle에 드디어 입성하게 됩니다.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조용합니다. 다른 테이블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겠다는 뜻인지 종업원들은 들리기는 하지만 약간 작다고 느껴질 정도의 목소리 톤을,
오픈 키친에서는 의사소통을 하면서 요리를 만드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함을 유지합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종업원이 ‘코ㅎ-예’의 뜻에 관해 간략하게 설명해줍니다.
Kjolle는 고산지대에 자라는 노란 잎을 가진 식물로 염료처럼 쓰인다고 합니다.
실제 레스토랑에서 사용되는 냅킨과 벽에 장식된 카펫 역시 이 Kjolle를 가지고 염색이 되었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저는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도 아니다 보니 맛이 어떻더라 재료의 조화가 하는 건 어려워서 설명을 못 드리다 보니
그냥 ‘이런 요리도 있어요!’ 정도로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설이 많이 길었습니다.
먼저 페루의 전통음료 Chicha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보라색 옥수수를 사용해 만든 빵과 카카오를 뿌린 버터, Infusion이라는 향초와 차를 달인 물로 시작합니다.
빵은 굉장히 따뜻하게 나와서 좋았지만 겉은 조금 딱딱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첫째로는 Laminas de Selva, 그날의 신선한 생선과 특제 소스에 차갑게 얼린 카카오 안에 보관한 Taperiba 가루를 얹어 먹는 요리입니다.
페루에는 생선회를 라임 즙에 무쳐먹는 세비체란 시큼한 요리가 있는데 거기에 단맛이 가미된 느낌입니다.
두 번째는 Conchas y Semillas, 관자와 작두콩의 속살을 레몬즙과 생강을 곁들여 요리한 음식입니다.
작두콩 속살의 느낌이 굉장히 신기한 요리입니다. 입에 넣자마자 녹아내리는 그 느낌이 좋았습니다.
세 번째는 Muchos Tuberculos, 안데스 팽이밥, 감자와 유사한 Olluco, 감자를 이용해 만든 파이입니다.
안데스 팽이밥은 밥이 아니고 야생초입니다. Olluco는 감자와 비슷한 노란색 덩이뿌리채소로 현지에서 보통 채 썰은 Olluco와 고기를 볶아먹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채소인데 맛이 그렇게 강하지 않았던 건 아쉬웠습니다.
네 번째는 Pato Curado, 오리고기와 오징어를 타르타르 스테이크처럼 만들어 튀긴 양파를 곁들이 후 뒤에 보이는 검은 빵에 싸서 먹는 요리입니다.
튀겨서 나온 양파의 바삭한 식감과 오징어 먹물을 가지고 만든 빵이 기억에 남는 요리였습니다.
생고기인데 비리지 않고 적당한 짠맛이 빵하고 잘 어울렸습니다.
빵이 마치 주머니처럼 생겼는데 거기에 고기를 전부 넣고 햄버거처럼 먹는 방법과
아니면 제가 먹은 것처럼 빵을 조금씩 뜯어서 고기를 싸 먹는 것 중 뭐가 맞는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죠.
다섯 번째는 Diversidad Vegetal, 야콘, 복숭아 야자, 아티초크에 커피 소스를 곁들여먹는 샐러드입니다.
의외로 커피가 샐러드에 어울리네 싶었습니다. 분명히 조리를 한 야채들임에도 아삭아삭한 식감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여섯 번째는 Asado de Tira, 구운 갈빗살 한 조각에 코코넛 페이스트, Macambo, Paico라는 식물을 곁들여 먹는 요리입니다.
처음 봤을 땐 이거밖에 안 주나? 싶었는데 천천히 많은 요리들을 먹다 보니 적당히 포만감도 있는 상태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적은 건 적은 겁니다.
일곱 번째로 Crema Helada, 본격적으로 후식이 시작됩니다. 아이스크림에 용과와 마슈아라고 하는 식물로 만든 칩을 얹었습니다.
아마 제가 살면서 먹어본 아이스크림 중에 제일 기억에 남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단맛과 고소한 맛이 잘 어울리는 느낌의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여덟 번째로 Cacao de Mil-Moray, 치리모야라는 과일과 카카오크림, 그리고 칩을 얹은 디저트입니다.
엄청나게 달달합니다. 개인적으로 단 걸 크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약간 씁쓸한 치리모야와함께 먹으니 그래도 달았습니다.
이로써 메뉴에 기재된 8가지 음식이 전부 서빙되었습니다.
는 하나 더 줍니다.
초콜릿입니다.
사실 초콜릿과 함께 허브티, 혹은 커피를 선택할 수 있는데 사진이 없네요
이로써 Kjolle에서 먹은 모든 음식들이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글을 보시면서도 이게 어떤 요리인지 이해가 잘 안 가신다고요?
네 그럼 정확히 보셨습니다.
페루 현지에서도 생소한 식재료를 사용한 요리들이라 그런지 저도 설명을 들으면서 ‘이게뭐지?’ 싶었고 글로 남기면서 ‘이게 뭐더라?’ 싶었습니다.
분명히 먹어본 음식에 대해서 떠올리는 왜 미적분을 푸는듯한 기분이 드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인당 팁 포함해서 100불 조금 넘는 비용을 지불했는데
가격에 비하면 조금 아쉽지 않나? 싶지만그래도 좋은 경험을 하고 왔습니다.
올해의 다음 목표는 Central입니다. 아마내년도 목표도 똑같을 것 같은 건 기분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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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에 올린걸 그대로 긁어왔는데 문제가 생겼나 보네요 혹시 지금은 보이시나요 | 18.09.20 07: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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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걸 긇어오거나 img src= 태그 쓰면 깨져서 안 나옵니다 | 18.09.20 08: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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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위에 여백 쳐낸다고 긁었더니 깨지더라구요.... 일단 새로 다 올리긴 했는데 이미지 수정이 안되는게 아쉽습니다. | 18.09.20 08:1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