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위치.
작년 11월에 방문했습니다.
작년에 주목받았던 두 곳의 신생 파인다이닝이 있습니다.
제주 해비치 호텔의 밀리우를 이끌었던 박무현 셰프의 무오키와 안성재 셰프의 모수 서울.
둘 다 이력으로 주목받은 것이 없지 않은데 모수의 경우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슐랭 1스타를 획득하자마자 문을 닫고 서울로 넘어온 점,
그리고 아시안 컨템포러리 분야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는 곳 중 하나인
3스타 ‘베누(Benu)’ 의 색채가 묻어나온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은 바가 있습니다.
실제로 안성재 셰프가 프렌치 런드리나 베누에서 경력을 쌓은 것이나 후기를 찾아보면서 그런 이미지가 겹쳐 보이는 점에서 기대를 많이 했었고
인스타에서 고평가가 줄줄이 나오다보니 원래같으면 오픈 초기에는 방문을 꺼리지만
가고싶단 맘이 퐁퐁퐁 솟아 덜컥 예약을 하고 말았습니다. 간만에 심드렁함 없는 뉴페이스라고나 할까요.
직접 겪기 전엔 다른 사람의 감상과 사진을 통해 한정적인 정보밖에 얻을 수 없지만
그간 서울에서 접하지 못한 독특한 스타일이라는 확신을 저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가졌던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확실히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레스토랑임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그분들 중에 직접적인 방문까지 한 사람이 많지는 않았던 건 접근성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 보는데
일단 점심 없이 저녁만 하며 240,000원의 단일코스만 운영한다는 점이 꽤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부가적으로 일, 월요일이 휴일이라는 것 또한 있긴 하지만
갓 문을 연 곳이 파인다이닝 시장 전체에서 봐도 높은 가격에 해당하는데다 오로지 하나의 코스만 운영하다보니
심리적인 부담이 아예 없지만은 않았을거라 보는게 맞겠죠. 일단 저부터가 그랬으니…
가격만큼의 기대치가 생기는 건 당연했고 그만큼 평소보다 기준을 높여 보다 깐깐해지고 솔직해졌던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이보다도 훨씬 높은 가격의 식당에서 감흥은 커녕 처절함을 경험한 적이 최근에 있어서
이제는 뭐 가격이 수준을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건 당연히 깔고 들어가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쉽게 말해 기대가 아니라 불안부터 안고 들어가야 상실감이 적다는 것...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들이 많아 내부 전경을 제대로 사진에 담진 못했지만
오픈 키친에 멋지고 탁 트인 인테리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애초에 건물 자체가 커다랗고 해서 2층에까지 테이블을 꽤 두는 등 규모가 제법인데
CJ 제일제당의 투자를 받았다고 하니 그런 금전적인 부분이 작용한 면도 있겠지요.
옆옆 테이블에 방송을 통해 얼굴을 여러번 비췄던, 지금은 그만두고 오스테리아 오르조 등 여러 곳에서 요리를 하고 있긴 하지만,
전 스와니예의 수셰프였던 김호윤 셰프가 가끔씩 들락날락하며 보는 블로거와 함게 동석해 있었는데
이상하게 이분은 예전 스와니예에 몇 번 갔었을 땐 한번도 본적이 없더니 다른 식당에서 여러번 마주치게 됩니다.
몇달 전 오프레에서도 한번 보고… 사실 쓸데없는 이야기긴 합니다.
앞서 말한대로 코스 가격은 240,000원에, Half 와인 페어링을 따로 주문했습니다.
4잔 정도가 나오는데 하도 페어링에 대해서도 언급을 많이 하니 궁금증이 도져 잘 안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7잔이 나오는 Full 페어링이 130,000원에 Half 페어링은 70,000원.
여담이지만 이 곳의 김진범 소믈리에는 16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우승 경력이 있습니다.
서비스는 대체적으로 좋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담당해주신 서버분도 적절히 소통을 하려 하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응대해 주신 편이었고
몇몇 디쉬를 요리사 분들이 직접 서빙하고 설명해주시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다들 서비스에 관해서는 별말없이 칭찬을 하시는 듯함.
웰컴 드링크
오메기술과 샴페인을 블렌딩했다는 설명.
입안을 돋우기 위한 산미로 무난하게 스타트를 끊습니다.
우엉, 파티믹스, 발효버터
독특한 비주얼의 첫 요리가 나오셨는데
우엉을 바짝 건조하는 등의 처리를 거쳐 흡사 나무껍질 같은 외견의 고소한 칩 형태로 만들어냈습니다.
손으로 부숴서 밑에 숨어있던 말린 케일 등을 넣은 버터 믹스를 떠먹는 방식인데
어떠한 특별함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 고소함과 감칠맛의 병행입니다.
어떻게 보면 식전빵을 좀 미니멀한 스타일로 먹는 느낌도 나는 것 같습니다.
Georges Laval Cumieres Premier Cru Brut Nature NV
첫번째 잔은 샴페인입니다.
오세트라 캐비어, 무슬린 다시 소스
흔히들 3대 진미… 라고 부르는 재료들 중에서 유일하게 진가라고 할 만한 무언가를 느껴보지 못했던게 캐비어입니다.
집착을 해서 찾아 먹은 적도 없고 그 동안 레스토랑에 접했던 것들도
소량 정도로 약간의 풍미만 더 하는 식으로 올려주던게 전부였다보니
무슨 맛인지는 확실하게 알고 있지만 직관적으로 ‘맛있다’ 라고 느껴본 적은 사실 없습니다.
그리고 이날 넉넉하게 담아내 준 덕에…. 그 맛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약간의 비릿함과 짠맛, 그리고 미묘한 감칠맛이 한데 뭉쳐서 어우러진 복잡한 맛이
여러번 음미할 수 있는 양으로 이어지니 그 여운이 참 대단합니다.
‘아. 이런 맛에 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단번에 들었는데 여러모로 중독성 있는 복잡한 맛이라 표현하고 싶네요.
물론 이는 다시 육수를 넣어 감칠맛을 배가한 두께감 있는 버터 계열의 무슬린 소스가 잘 뒷받침해준 탓도 있습니다.
기억 속에 자리잡을 요리가 이렇게 또 생깁니다…
호사스러우며 단순하고, 맛있었습니다.
새우 쉬폰, 샐러리악 퓨레, 홀스래디쉬
연어알, 감자무스, 김
한입거리에 해당하는 아뮤즈 부쉬 격의 요리들이 나옵니다.
새우 쉬폰은 공교롭게도 새우 맛이 좀 더 강한 교꾸라고 밖에 설명을 못하겠고.
김의 텍스쳐가 정식당의 구절판 김의 뉘앙스가 살짝 떠오르는
부각스러운 바삭함을 지닌 가운데 연어알의 선도가 굉장히 좋습니다.
하이엔드급 스시야에서 볼 수 있는 급까진 아니더라도
그 바로 밑 수준에 준할 수 있는 정도. 괜찮았습니다.
전복 타코, 홀그레인 머스타드, 감태, 시소, 유바
금태, 백다시마
재료들을 한데 유바로 감싸 타코의 형태를 취했습니다.
이 날 방문을 기점으로 딱 한 두 달 전쯤엔가 부산에서 요리 공부하시는 분이 이곳을 다녀오시고
기승전결의 맛이 있다기보단 풍미가 한데 척척 달라붙어 있다고 평을 해주셨는데 이게 딱 그렇습니다.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시소와 감태의 조합에서 나오는 염도를 업은 향과 맛이 다소 강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전복의 조리도 잘 됐고 균형적인 면에서도 그리 나쁜 건 없었습니다.
주연이 조금 가려지는 편은 있었던 것 같지만요.
말린 백다시마를 금태 위에 얹어냈는데
금태의 조리가 좋다고 단정지어 말하기엔 애매하고 온도가 조금 낮았습니다.
Pieropan, Soave Classico La Rocca 2014
도미, 청귤 간장, 양하, 순무, 시소꽃
오크통에 숙성해서 만들었다는 청귤 간장의 좋은 산미, 묘가라고도 불리는 양하와
순무로 만든 피클과 함께 향의 포인트를 넣어주는 시소꽃. 그리고 예쁜 비주얼까지.
근데 꼭 도미였어야 할 이유는 이라는 느낌?
인상이 너무 흐릿하게 남아 있어서 사실 어떻다고 말을 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흑임자 두부, 성게알, 한련화
성게알의 겉면을 차가운 두부로 정확하게 둘러 감쌌는데
정말 다 떠나서 이건 좀 신기하다고 느꼈습니다. 기술에 감탄했다고 해야할지…
성게알이 기대 이상의 좋은 단맛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와 함께 해야할 두부의 존재감이 약합니다.
블랙푸드 특유의 고소함으로 성게에 뚜렷한 풍미가 더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그러기엔 미약한 수준이라서 참 아쉽…
나중에 보니 흑임자를 참깨로 치환하기도 했던데 그건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한우 타르타르, 현미칩, 양파피클, 노른자젤리, 비프파우더
서비스 디쉬. 감칠맛의 폭탄입니다.
바삭한 현미칩과 타르타르의 식감적 대조도 좋고,
코스의 진행에서 봤을때 많이 튀는 느낌이 있긴 했지만 맛 자체는 아주 좋습니다.
조합 자체가 맛없을 수가 없는 뻔함이긴 한데 역시나 입에 꽉 들어찰 때 느껴지는 쾌감을 무시할 수는 없는…
비프 파우더가 제대로 한몫했습니다.
Brookyln Sorachi Ace
마찬가지로 함께 서비스로 페어링된 맥주.
이건 뭐 맥주 안주 하라는거죠 ㅎㅎ
대구 이리 튀김
라드, 훈연 가지, 고수잎, 하리사소스
대구 이리 → 튀김 → 게임 끝…
근데 이거는 좀 이해가 안됩니다.
훈연을 해서 겉을 벗겨낸 흐물한 가지를 또 흐물한 지방질의 라드로 감싼게
식감적인 면이나 맛의 측면에서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가지의 단맛이 잘 올라온다거나 하는 것도 딱히 느끼지 못했고
그냥 흐물한 질감의 연속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밖에는.
이국적인 풍미를 잘 뽑아낸 하리사 소스와 고수간의 조합은 좋았습니다.
이쯤되니 이런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여긴 어떤 음식을 지향하고 있는걸까.
이곳을 두고 모던한식이라고 장르를 칭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대체 어떤 부분을 보고 모던한식이라 하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맛의 측면은 재패니즈, 일식의 계열에 굉장히 가깝고 자꾸 비교하긴 그렇지만
재료 선정만 봐도 한중일의 경계를 넘나드는 베누와 달리 그러함을 느낄 수 있는데,
이게 흔히 일식당에서 기대할 수 있는, 그리고 경험할 수 있는 맛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를 않습니다.
이른바 모던하다고 불리우는 어떤 장르나 컨셉을 표방할 때 재해석이라던가 재료의 조합 등에서
창의적인 요소 등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그런 파인다이닝으로서 승화된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엿보기가 사실 좀 힘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비교대상이 프렌치~ 아시안~ 모던~ 컨템포러리~ 하는 이런 레스토랑이 아니라
동일 가격대 도는 그 이하 가격대 스시야 등, 일식당으로 옮겨지게 되는데
굳이 그 자리에 앉아있으면서 비교를 시작했다~ 라고 하면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설명을 안해도 대략 이해하실거라 생각합니다.
해외 유수의 레스토랑들이 새로움을 불어넣기 위해 아시아의 재료나 소스를 접목하고 더하는 것을 두고
‘아시안 터치를 한다, 또는 있다’ 라고들 표현하는데 터치나 퓨전이라 하기에는
음식의 단순성에서 다가오는 일식의 존재감이 너무 컸다는게 당시 모수에서 느꼈던 바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후에 나오는 음식들은 그와 동떨어져 있긴 하지만,
이미 절반 가까이 그렇게 나온 시점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를 뒤집어내기엔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북 임실군 쌀, 도토리묵, 화이트 트러플
리조또입니다.
직관적인 인상으로 맛있게 잘 먹었는데,
소복이 카빙한 송로버섯의 향이 서빙될 때부터 강하게 퍼지면서 식욕을 자극한 것도 있지만
다이스 형태로 잘라 넣은 도토리묵의 식감이 재미를 줍니다.
약간 건조된 듯한 수분이 빠진 꼬들거림이 매력인데 맛에 있어서 어떤 방점을 찍어주지는 못하는게 아쉽습니다.
코코팜, 마시멜로 언급하는 사람도 있던데 얼추 인정.
리조또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다고 말할 기억이 잘 나질 않습니다.
Lucien Le Moine, Bourgogne Blanc, 2014
사실 와인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지식도 없고 거기까지 발을 들였다간 금전적으로 위태롭기도 해서
곁들임 목적으로 한 잔만 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페어링도 정말 어쩌다 한번 하는 정돈데,
그럴 때는 와인 자체 보다도 음식과의 궁합ㅡ 소위 말하는 마리아주에 집중을 하려는 편입니다.
근데 이것도 계속 먹어본 사람이 안다고 거의는 음?음? 하다가 끝나버려서 와~ 이거구나 하는건 간혹이긴 한데 어쨌든…
와인 페어링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서빙된 와인을 조금씩 남겨 테이블 위에 잔을 쭉 늘어놓는걸 종종 보게 됩니다.
이 때쯤만 해도 아니 왜 그러지? 라는 생각이라 묘한 반발심으로 짝지어진 음식이 끝남과 동시에 벌컥벌컥 들이켜 잔을 비워댔었는데,
이게 해치워버리자는 느낌으로 대하다보니 약간 정신이 알딸딸해지는 것도 있고
나중에 들어보니 이후에 한데모아 서로 비교를 하며 테이스팅을 하기 위한 거라 해서 아차~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다른 레스토랑에서 그리 해보니 훨씬 즐겁고 재밌는 경험이 된 기억이 있어서
이게 정답이고 해야한다 뭐 그런 말을 하려는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론 좀 더 재미를 보려면 이 쪽이 꽤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듭니다.
예전엔가 루리웹 많이 본 글을 쭉 보다 해외 크리에이터가 제작한 와인에 관한 영상을 캡쳐해서 올린 글을 본 적이 있었는데
디테일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읽어보니 화이트 와인과 레드와인을 눈가리고 마시게 하면 구별이 안된다,
값싼 와인과 값비싼 와인간 맛의 차이는 사실 거의 없고 거기엔 비즈니스가 끼여 있다. 대충 이런 요지의 내용이었습니다.
대체 무슨 와인을 마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순도 백프로 와알못인 저조차 아니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는데
분명 향과 맛의 더 좋고 나쁨의 격차는 있고, 취향적인 부분을 떠나 그에 따른 가격 차이가 있음은 조금만 겪어 봐도 느낄 수 있습니다.
당장 소주나 맥주만 해도 맛의 서열을 매기는 작업이나 이벤트가 수시로 일어나는 가운데
같은 술인 와인은 왜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쉽게 결론을 내린건지 이해가 잘 안됩니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과 방대한 세계로 인한 어려운 입문벽 때문에 나온 컨텐츠라 생각 할 수 있는데
와인 자체가 가진 난해한 부분들을 전부 제쳐두더라도 보다 좋은 것을 마셨을 때
‘아 다르다, 맛있다’ 할 수 있는 경험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음이 가능하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본인에게 잘 맞는 와인이어야 하는게 중요하겠지만 어쨌든 비즈니스와 허세만으로 굴러가는 얄팍한 주류였다면
그야말로 천차만별의 가격 포지션을 가진 산업이 지금까지 어떻게 유지를 했겠으며 소믈리에는 대체 왜 있냐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찬가지로 화이트와인과 레드와인의 경우 입에 넣었을 때의 점성 등 밀도와 향의 세기에서
가볍고 무거움의 차이를 대체적으로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메추라기, 산초, 컬리플라워, 청양고추
산초와 고추를 더한 아주 강한 산미를 지닌 오일을 소스 대용으로 깔았는데
음.. 이건 썩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서의 풍미라 할 부분도 솔직하게 와닿을 정도로 느끼진 못했고…
다만 메추라기 자체는 아주 부드럽게 잘 조리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말하시길 비주얼 때문에 꺼려하는 여성 손님들이 많다는 듯.
한우 갈비, 순무 퓨레, 배, 밤, 베이비콘, 은행
앞의 캐비어 요리와 함께 가장 맘에 들었던 디쉬입니다.
마블링이 고르게 껴있는 갈비의 부드러움이나 맛 모두 훌륭했고 다양한 가니쉬로 은은한 단맛을 전체적으로 준게 마음에 듭니다.
다소 느끼하게 느낄 수 있는 고기에 담백한 순무 퓨레를 조합하여 균형을 맞춘 것 또한 좋다고 느꼈던 부분.
사실 이런 부드러운 단맛이 슬슬 좀 나왔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던지라 더욱 만족스럽게 느낀 것도 있지만…
충분히 흠잡을 부분이 없는 좋은 요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Chateau des Tours, Vacqueyras, 2008
갈비와 함께 페어링된 와인.
누군가가 이 페어링을 두고 갈비에 약주하는 느낌이라고 감상을 적은걸 봤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비스무리한 인상을 줍니다.
진한 깊음이라 해야하나… 설명하긴 힘들지만 또렷하게 그 맛이 기억에 각인되어있습니다.
이 때부터 오만 잡생각들과 함께 정신은 안드로메다로 가기 시작하고…
포도 화채, 바질 씨, 샤르추르스
디저트 시작.
샤르추르스=샤르트뢰즈. 브랜디와 약초를 섞어 만든 술이라 합니다.
맛은 화채랑 유사한데 좀 특이했던게 레이어라 해야할지
단맛의 겹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름 경험하지 못한 독특함이 있어 재밌었던 디저트.
쌀 아이스크림, 깻잎 오일, 소이카라멜, 곡물 크럼블
단짠조합에 고소함과 향을 더한 아이스크림.
깻잎을 얹은 디저트야 이젠 여러곳에서 하니깐 새로울 것 까진 없고…
프티푸르로 까눌레, 산딸기.
그리고 뭐였는지 기억 안나는 차를 끝으로
마무리.
나가는 길에 김진범 소믈리에 분이 배웅을 해주셔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안성재 셰프가 혼자 오는 손님들을 좋아한다는 것 부터해서 CJ의 투자 등 여러가지를 들었는데
미슐랭 스타를 받자마자 문을 닫고 서울로 온데는 셰프 개인의 사적인 이유가 좀 있었고,
스타일에 있어서 베누와의 차이점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는
한국인이 베누를 갈 경우 맛에 있어서 그저 한식이라고만 느끼는 경우가 여럿 있다고
그런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거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결과물이 일식에 비중을 두게 됐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요.
그 밖에 CJ는 처음에 투자만 한거고 이후의 관여나 터치는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과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왔나, 무슨 음식이 좋았다 같은 소소한 얘기를 나누고 식당을 떠났습니다.
선물받은 허브 티는 이 날 돌아가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
결론적으로 포지션이 좀 애매한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준수한 편이긴 하지만 앞서 중간쯤에 말했던 이곳이 지닌 스타일,
그리고 24만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을 생각해봤을때 과연 만족스러움을 충족했냐고 묻는다면
대안도 충분히 있고 음식의 퀄리티도 부족한 부분들이 많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조리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방문 당시가 이제 막 오픈했을 때다보니 지금은 완전히 다듬어졌을거라 보는데
아무래도 1스타를 딴 전적이 있다보니 3달 쯤 뒤에 나오는 2019년 미슐랭 가이드에서 어떤 결과가 있을지 내심 궁금해집니다.
동일한 기준으로 심사를 한다지만 각국의 현지인이 익숙함 또는 그렇지 않음으로 인해 만족도가 다 다를 수 있듯이,
환경상 서양에 위치해 있을 때와 동양에 있을 때의 평가가 사뭇 다를 수 있다는 글도 본적이 있어서
한국에서의 평가는 과연 어떻게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그간 보지 못했던 느낌의 파인다이닝이기도 하고 흥미가 완전히 가신 것도 아닌데다 여전히 좋게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올해 말 쯤에 한번 더 가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디까지나 여유가 된다면~ 이긴 하지만 말이죠…
2달 전 쯤에 한 군데를 다녀오게 되면서 서울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을 전부 다 가보게 됐는데,
포스팅을 쭉쭉 써보고는 싶지만 작년에 다녀오고 후기를 안 쓴 곳도 산더미인지라
취미삼아 쓰는건데도 뭔가 업무가 쌓이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듭니다.
시간이 안나 늦어져도 재미가 있어 하는거니 언젠간 다 쓰게 되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뭐 어찌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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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봤습니다. 작성하시면서 그 날의 기억을 더듬다보니 이런저런 이슈랄까, 여러 생각이 많으셨나봅니다. ^^ 아직 먹어보진 못했습니다만, 사진과 글을 보니 테크닉에 좀 더 무게감이 실리는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포지션이 애매하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 맛에서 뚜렷한 특색이 없으면 더 그렇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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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변 지인들은 구성도 미묘하고 가격도 미묘하다고 추천하지 않으시더군요. 이 리뷰를 보니 확실히 이유를 알겠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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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필할 수 있는 색깔이라는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는 확실히 아쉬움이 있는 곳이었어요. 언제나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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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반응하는 본인뇌가 문제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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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장르의 영향을 받은 요리를 하는 곳이다보니 모호성을 문제삼진 않는데 외견은 아시안-재패니즈 컨템포러리인데 맛은 일식 자체에 가깝다보니 거기서 나오는 재미없음이 좀 큽니다... 하드웨어 자체는 잘 갖춰진 곳이라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좀 더 지켜볼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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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봤습니다. 작성하시면서 그 날의 기억을 더듬다보니 이런저런 이슈랄까, 여러 생각이 많으셨나봅니다. ^^ 아직 먹어보진 못했습니다만, 사진과 글을 보니 테크닉에 좀 더 무게감이 실리는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포지션이 애매하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 맛에서 뚜렷한 특색이 없으면 더 그렇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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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필할 수 있는 색깔이라는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는 확실히 아쉬움이 있는 곳이었어요. 언제나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 18.08.12 14: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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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변 지인들은 구성도 미묘하고 가격도 미묘하다고 추천하지 않으시더군요. 이 리뷰를 보니 확실히 이유를 알겠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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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추천할 정도는 확실히 아니라는 느낌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18.08.12 15: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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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장르의 영향을 받은 요리를 하는 곳이다보니 모호성을 문제삼진 않는데 외견은 아시안-재패니즈 컨템포러리인데 맛은 일식 자체에 가깝다보니 거기서 나오는 재미없음이 좀 큽니다... 하드웨어 자체는 잘 갖춰진 곳이라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좀 더 지켜볼까 하네요. | 18.08.12 18: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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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서빙하시는 분이 설명을 해주십니다 핸드폰 보시며 드셔도 전혀 상관없어요 ㅎㅎ | 18.08.13 18: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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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다듬어지기만을 바래야할것같습니다.. | 18.08.13 18: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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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호기심에 방문했지만 결국 아쉬움이 좀 남게 됐네요 ㅎㅎ | 18.08.13 18: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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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소스 위에 캐비어만 올려놓은 의미에서 단순하다고 한겁니다..ㅎㅎ 제가 또 헷갈리게 적었네요 ㅠㅠ | 18.08.13 18: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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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안타깝 ㅠㅠ... | 18.08.13 18:36 | |
(IP보기클릭)114.206.***.***
홋홋아짐맛
거기에 반응하는 본인뇌가 문제인듯 | 18.08.14 08: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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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대해 논할 지식은 없고 아는 거라곤 한남 뿐인가. | 18.08.16 10: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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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거기도 조만간 가볼 생각입니다ㅎㅎ | 18.08.14 18: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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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고개를 좀 갸우뚱하게 만드는 내용이긴 했죠ㅋㅋ | 18.08.14 18: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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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는 가격이 올라갈때마다 만족도가 비례하는걸 보장받는게 힘든것 같습니다..ㅠㅜ | 18.08.14 18: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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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에는 우엉인줄 모르고 놀랐습니다ㅋㅋ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 18.08.14 18: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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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 18.08.14 18: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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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식색이 짙다해도 정말 납득할만한 수준이면 그러려니 하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다보니 부정적으로 볼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다 더 새로운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끊임없이 만족시키는 기발함을 유지하는 곳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 18.08.15 09: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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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짧아서 추천까지 할 수 있는 내공은 없지만... 선호하시는 장르를 말해주시면 최대한 아는 선에서 꼽아보겠습니다. | 18.08.15 09: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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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쪽은 아직 가본 곳이 없긴 한데 요즘 들어서는 머스트루가 유명한것 같습니다. 예전에 몇군데 추천도 받았었는데 잘 기억이 안 나네요.. | 18.08.17 18: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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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감사합니다. | 18.08.20 15:3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