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의 도시 나고야.
나고야 하면 보통 미소카츠나 히츠마부시, 테바사키가 떠오르시겠지만, 요번엔 조금 다른 음식을 들고 와봤습니다.
여기 카페들 특징이, 커피하나만 시키면 따로 시켜야만 할 법한 음식들이 공짜로 딸려 나온다는 것인데요, 여기도 처음에는 그런 식으로 영업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요새는 찾아보면 여기서 죄다 괴식을 먹은 후기밖에 없네요.
아무튼 저도 나고야 여행을 온 김에, 그 괴식을 한번 체험해보자 해서 왔습니다.
"카페 마운틴"
메뉴판 사진을 좀 찍었어야 했는데, 여긴 사진메뉴판/영문메뉴판이 없더라구요.
제가 일본어를 듣고 말할준 아는데 정작 읽는건 잘 못하는지라, 어쩔수 없이 일본어 메뉴판을 알바생한테 부탁해서 하나씩 읽어달라 해서 주문을 했습니다.
알바하는 친구는 옆에서 땀 뻘뻘흘리면서 수십개가 되는 메뉴를 하나씩 읽어주고 있는데 그걸 사진 찍는건 뻔뻔함을 넘어서 진상짓인것 같아서 사진을 차마 못찍었네요.
다시 괴식 메뉴 이야기로 돌아가서..
워낙 이런 저런 매체에서 스파게티 괴식의 대표적으로 딸기 파스타(스파게티)를 꼽는지라 딸기 파스타를 주문하려 했는데
이게 또 계절 한정 메뉴라서 3월 31일까지만 판매를 한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여길 방문한건 4월 1일 인지라, 아쉽게 못먹게 되었습니다.
꿩대신 닭으로 주문한 메뉴는 메론 스파게티입니다.
주문하고 잠깐 기다리면, 주방에서 무언가 불안한 냄새가 퍼져옵니다. 사실 가게 들어가면 이미 여기저기 불안해 보이는 음식들이 보이는데,
그걸 자기가 주문하고 조리되는 냄새를 맡으면 그 불안감이 배가 되더라구요.
그렇게 나온 물건이..
메론 스파게티(세금포함 820엔) 입니다.
...
녹색 필터를 씌운게 아닙니다.
딱 저 색깔입니다. 아주 선명한 메론 색깔이 납니다.
아마 세상에 녹색이란 개념이 사라지고 난 다음에도, 저 색깔을 딱 보여주고 이게 녹색이라 하면 알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한 녹색입니다.
토핑으로도 삶은 메론들이 올라가 있고, (달고 뜨뜻합니다.) 위에 올라가 있는것도 크림카레우동에 올라가있는 그런 크림이 아니라, 겁나 단 생크림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저게 따끈따끈해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상태라는 것인데요.
생각 해보면, 차가운 수박은 몹시 시원하고 맛있습니다만, 그 수박을 삶아서 내놓는 순간 그건 이미 수박이 아니라 ㅅㅂ.. 인것처럼,
멜론 역시 냉장고에서 막 꺼낸 그 차가운거를 아삭아삭하게 씹는 순간 상큼한 단맛이 팍 하고 입 안에 퍼지는 맛으로 먹는건데
저 뜨뜻하고 뭉그적한 멜론을 약간 심이 씹히는 파스타 면과 함께 한입 딱 씹는순간, 은하계의 끝이 보이고 주마등이 턱 하고 스칩니다.
진리의 문을 열면 아마 메론 스파게티가 있을거에요.
맛을 좀더 자세히 표현 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심이 살짝 씹히게 잘 익힌 스파게티 면(메론맛)이,
뜨뜻하면서도 뭉그적한 메론과 함께 씹히며(당연히 메론맛)
이후에 생크림 특유의 단맛(그리고 메론맛)이 후추 향(메론 향이 아니어야 하지만 체감상 메론향) 과 함께 올라와서 혀부터 뇌까지 싹다 농락하는 맛입니다.
지금 이 순간 만은 미각신경이 그냥 없었으면 좋겠다 싶은, 그런 맛이었습니다.
...
가게 주인장께서는 저 괴상한 음식들을 먹는것을 "등산"이라고 표현하십니다.
무사히 등산에 성공할 수 있는가 (저걸 무사히 먹어치움)
아니면 등산에 실패하고 물러날 것인가 (중간에 포기함)
최악의 경우로, 등산을 하면서 다칠 것인가 (먹다가 탈이남)
세 가지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난 그게 동네 뒷산일줄 알았지 에베레스트일준 몰랐지요..
동네 뒷산일 줄 알고 운동화 신고 청바지 입고 왔는데, 한입 딱 넣는순간 K2 광고가 머릿속을 스치네요. 아, 난 아직 멀었구나.
... 여기서 더 올랐다간 정말 고산병으로 죽을 것 같아서 두 입먹고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이대로 아무것도 안먹고 820엔을 지불하고 나가긴 억울한지라 일반적인 미트소스 스파게티도 하나 시켰습니다.
이게 세금포함 500엔 짜리 미트소스 스파게티입니다.
함정 같은건 없어요. 에베레스트 등산 같은게 아닙니다.
평범하게 고기랑 토마토소스 베이스로 만든 미트소스 스파게티입니다.
최소한 따뜻한게 어울리는 소스가 따뜻하게 잘 데워져서 나온, 정석적으로 맛있는 스파게티입니다. 뜨뜻하고 뭉그적한 멜론같은건 없어요.
... 주방에서 요리 하시는 분이 요리를 못하는게 절대 아닙니다. 정말 요리 잘하시는 분이에요.
잘못은 메론스파게티에 있는거지, 사람에겐 잘못이 없단걸 깨달았습니다.
비교샷입니다.
스파게티 두개 가지고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볼 수 있을 준 몰랐습니다.
결과적으로, 미트소스 스파게티는 맛있게 잘 먹었고 메론 스파게티는 딱 두입 먹고 포기했습니다.
그 이상 먹었다간 앞으로 남은 인생에 메론 공포증이 생길 것 같아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네요.
음식 사진 꼴랑 세장 올려놓고 말이 길어졌습니다.
그래도 저런 이색 음식을 먹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 정도는 기념으로 가볼만 한 곳인 것 같네요.
제가 괴상한 음식을 먹어서 그렇지, 저거 말고도 특이하고도 맛있는 음식을 납득가는 가격에 파는 곳이다 보니 한번쯤 방문해보시는것도 괜찮지 싶어요.
구글 맵 주소를 링크해놓고 갑니다.
위치는 나고야 시영 지하철 츠루마이선 이리나카 역에서 걸어서 10분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
나고야 가실일 있으시면 한번쯤 "도전" 해 보시는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조만간 일본 여행 다녀왔던 사진들을 정리해서 여행갤에 올릴 예정입니다.
거기서 다시 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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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건 참좋은겁니다. 전미트소스스뽜게뤼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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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정신은 갖다 버리고 나폴리탄 먹을래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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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치킨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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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나고야 도쿄나 오사카에선 못먹어본 음식이 많긴 했는데, 제 식성에도 그다지 잘 맞지는 않았습니다. 미소카츠는 굉장히 기대를 하고 갔는데, 그냥 그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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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생각나네요.. 어릴 때 호기심에 먹어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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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정신은 갖다 버리고 나폴리탄 먹을래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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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웃기다 | 18.04.28 16: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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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게티다 닝겐아 | 18.04.28 18: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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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나고야 도쿄나 오사카에선 못먹어본 음식이 많긴 했는데, 제 식성에도 그다지 잘 맞지는 않았습니다. 미소카츠는 굉장히 기대를 하고 갔는데, 그냥 그랬네요. | 18.04.22 15: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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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미소된장에 춘장섞은 느낌이라 좀 실망했습니다 ㅋㅋㅋ | 18.04.27 22: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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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라 생각하고서 좀 식힌 뒤 먹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네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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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생각나네요.. 어릴 때 호기심에 먹어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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