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크리스마스에 케익 하나 만들어서 올렸었던 놈입니다.
혹시 관심있는분들께선 이쪽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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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발렌타인데이였습니다. 다들 동료들 및 연인에게 초콜렛을 많이들 주고 받으셨나요?
작년에는 연구실에서 챙겨주는 거라도 있었는데, 올해는 휴학하고 자택경비원 상태다 보니까 제가 어머니께 몇개 드린거말곤 아무것도 없네요.
그래도, 기념일을 이대로 보내버리긴 너무 아까워서 직접 초콜릿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요즘 세상이 워낙 좋아져서 마트만 가면 수제 초콜릿 만들기 킷트같은걸 팔더라구요.
옛날 생각이 납니다. 옛날엔 초콜릿 만들고 싶으면 카카오부터 재배했던것 같은데... 좀 많이 옛날로 갔네요. 아무튼, 상당히 많이 쉬워졌습니다.
마트에서 사온 오천원짜리 수제 초콜릿 만들기 키트입니다. 큐원? 에서 나온거던데, 아무튼 별로 비싸지도 않고 먹을만 합니다.
제품 개봉하면 초콜릿 믹스랑 카카오 파우더가 있습니다.
먼저 초콜릿 믹스를 우유 40mL랑 섞습니다.
여기서 또 쓸데 없는 응용정신이 생겨서, 마침 집에있는 코코아를 좀 넣으면 어떨까 하고 코코아를 세스푼 넣고 우유를 80mL로 늘렸습니다.
맛있는거에다가 맛있는거를 섞었으니까 아마 더럽게 맛있을거에요.
지옥구덩이 건설현장의 초콜릿 믹스입니다. 이후 녹을때까지 잘 섞어주면
초코우유같은 비쥬얼이 나옵니다. 위에 하얀건 마시멜로입니다. 밭에서 따왔습니다.
이후 렌지에 1분 30초 돌려주고, 색이 시꺼멓게 될 때까지 저어주면
팥죽이 나옵니다. 위에 하얀건 새알심입니다. 저것도 밭에서 따온걸로 합시다.
일단 설명서에 나온거랑은 비쥬얼이 똑같으니까, 그냥 넘어갑시다.
이후, 락앤락 용기에 비닐을 깔고 잘 부어줍니다.
그러면 도토리묵이 나옵니다. 위에 하얀건 청포묵인걸로 합시다.
... 분명 초콜릿을 만들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비쥬얼이 많이 정겹습니다.
이 상태로 냉동실에서 2시간 이상 굳히면 된다 하는데, 저는 13일날 저거까지 해놓고 14일날 밤에 다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냉동고를 열어보면 잘 굳어있습니다. 이제 접시 위로 옮기면
진흙 지점토가 나옵니다. 이젠 어디부터 잘못된건지 감도 잡히질 않습니다.
코코아파우더를 섞은게 문제였을까요, 제대로 굳질 않아서 약간 몽글몽글한.. 뭐랑 비교하면 비슷할까요
야채류를 일주일정도 먹지 않은채 화장실가서 배출한 그거랑 대충 비슷한 색깔, 질감을 갖고있습니다.
음갤에 올리기엔 많이 더러운 비유인걸 압니다만, 그거말곤 생각나는게 없네요.
원래는 여기서 칼로 자르고, 코코아파우더를 잘 묻혀줘야 합니다만 칼로 잘리지가 않아요.
그야, 진흙을 칼로 자르려면 잘릴리가 없지요. 초콜릿만들기가 실패했다 하면 슬프니까, 그냥 처음부터 진흙케익을 만들고 싶었던걸로 합시다.
아무튼, 그냥 이대로 한입씩 떠먹는, 그러니까 떠먹는 진흙케익 초코로 노선을좀 바꾸기로 합니다.
피자도 떠먹는데 초콜릿이라고 못떠먹을 일 있나요.
노선 변경 전에, 우선 기념을 위해서 위에다가 그녀의 이름을 적어줍니다.
코바야카와 사에, 라고 초콜릿 펜으로 적었습니다.
도토리묵 위에다가 이름 써서 올리는 것 같긴한데, 일단 맛도 냄새도 전부 초코입니다.
아무튼, 이것만 올리기에는 뭔가 낭만적인 발렌타인보단 토속신앙 같은지라.. 뭐 하나 그녀가 좋아하는걸 더 추가해보기로 합니다.
그렇군요,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흑설탕 시럽을 올려먹는걸 좋아한다고 합니다.
마트가서 조안나를 얼른 하나 사오고(하겐다즈는 너무 비싸니까), 흑설탕은 집에 없는지라 그냥 하얀 설탕을 가열해서 만든 시럽을 올리기로 합니다.
그리고 다 만들었으니까 조공을 해야지요.
츄라이 츄라이, 마 팅기지말고 함 무바라!
비쥬얼이 많이 별로입니다. 선물이라고 하기엔 좀 혐오스럽네요.
그래도 만들어준 정성이 있으니 좀 웃으렴
옳지 잘한다.
이제 좀 행복해 보이네요! 만든 보람이 있어요!
사진 찍고 남은 초코와 바닐라 아이스는 제가 맛있게 잘 먹으려고 했는데, 인간적으로 초콜릿은 너무 답니다. 혀가 녹을거같아요. 혈당이 막 올라가는 맛입니다.
그래도 오천원짜리 쓰레기를 만들 순 없으니 하루 한두개씩이라도 먹어치워봐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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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비록 인형에게 초콜릿 올리고 조공하는 신세지만,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난 후에는 메이드로봇이 초콜릿을 주는 날이 오리라 믿어요.
그때까지, 열심히 일해서 메이드로봇을 살 돈을 모아놔야겠습니다.
다음 이벤트는 3월 14일, 화이트데이입니다. 그때도 또 사랑을 담아서, 무언가 괴상한걸 만들어서 갖고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발렌타이들 되셨기를, 그리고 즐거운 구정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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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보고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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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에겐 받고 애인에겐 선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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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이네요. 영원히 영원히 이쁜 사랑 하시길!!!!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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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데 먹지못하는 그 유명한 그여친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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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무라는 요새 신작이 안나와서 좀 접어두고 있습니다 | 18.02.15 12: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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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를 두배쯤 넣어서 우유도 두배넣었는데 계량을 좀 잘못한거같네요. 한 60mL만 넣을껄 그랬나봐요. | 18.02.15 12: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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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 제빵쪽은 계량 잘못하면 그걸로 이미 망합니다. 이쪽 할려면 정확한 계량 컵 스푼 저울은 기본으로 마련하시는게 좋음.. | 18.02.15 13: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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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 가루를 포함한 2배인가요 아니면 초콜릿 믹스만 2배인가요? 코코아가루가 아니라 초콜릿 믹스가 2배라면 우유도 2배이겠지만 코코아가루가 2배가 된들 우유섞은 코코아가 80ml들어갈 뿐이니 액체 비율이 늘어난건 차이가 없습니다. 또 계량 잘못했다고 반드시 실패하는건 아닙니다. 앱등으로 똑같은 제과래시피를 검색하면 같은 음식도 상당히 다르게 나오거든요. 예를들어 브라우니를 만들때 우유량을 조금 더넣으면 촉촉해진다던가 덜넣으면 퍼석하다던가의 차이정도가 되겠죠. 계량을 해야하는 건맞지만 반드시 지킬 필요는 없습니다. (계량을 아예안하시는 경우는 반죽의 점도로 모든게 결정나는 연유초콜릿 정도의 난이도로 모든 제과제빵이 가능하신 영역에 들어서시면 됩니다. | 18.02.16 03: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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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과언이었을 지도 모르지만 연유초콜릿은 반눅만들태 가루의 양이나 연유를 추가해도 결과물은 유사한걸로 알고있습니다. | 18.02.16 03: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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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말에 동의합니다 우유를 너무 많이 넣으셨네요. 저도 저 믹스를 이용해서 만들어보았는데 저렇게 초코우유가 된다기보다는 초코칩 굽기전 반죽모양이 되더군요 | 18.02.18 01: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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