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쉬 드 노엘(https://blog.naver.com/40075km/220913018364)을 구운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벌써 일 년이 또 지나갔네요.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계절에 걸맞게 여러가지 장식이 집안을 꾸미기 시작합니다.
크리스마스 트리, 반짝이는 전구, 선물 욕심을 반영하는 커다란 양말까지.
그리고 또 하나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진저브레드 (생강과자) 집입니다.
진저브레드 하우스를 하얀 아이싱으로 조립하고 그 위에 다양한 색깔의 초콜렛이나 사탕으로 장식하곤 하지요.
하지만 생강과자를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집 한 채 분량의 생강과자는 너무 과한 느낌입니다. 먹다보면 질리게 된달까요.
그래서 만드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는데 유명한 제과회사인 페퍼리지 팜에서 자신들의 제품으로 쿠키 하우스를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발표한 덕에 한 번 도전해 봅니다.
페퍼리지 팜에서 출시하는 클래식 쿠키 컬렉션 한 박스, 진저 패밀리 한 박스, 보르도와 체스맨 각각 한 봉지씩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접착제 역할을 할 아이싱이나 데코레이션 용도로 쓸 초콜렛이나 사탕 약간도 준비해야 합니다.
금붕어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별도로 골드피쉬 크래커와 아이스크림 먹을 때 쓰는 슈가콘을 추가로 준비합니다.
가장 먼저 과자 박스를 붙여서 집 모양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클래식 컬렉션 박스와 진저 패밀리 박스를 뜯어서 과자를 꺼낸 후, 두 상자를 테이프로 붙여줍니다.
각 모서리마다 바닥에서 5.5인치 되는 부분을 표시한 후, 열려있는 박스의 네 모서리를 표시된 부분까지 잘라줍니다.
넓은 면을 안쪽으로 비스듬하게 접어 우유팩 모양이 되게 만든 후 테이프로 고정시킵니다.
회사 레시피에는 이 박스를 알루미늄 호일로 감싸라고 되어있는데, 그럴 경우 쿠키 사이가 너무 번쩍거려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나중에 쿠키를 떼어먹을 것을 감안하면 유산지로 감싸주는 편이 좋습니다.
다만, 유산지 특성 상 테이프로 잘 안 붙을 수도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스에서 쿠키를 꺼내면 하얀 상자에 담겨있습니다.
하얀 상자 두 개를 펼쳐서 테이프로 붙인 다음, 가로세로가 각각 6인치, 11인치가 되도록 잘라줍니다.
그 위에 체스맨 쿠키를 4개씩 아이싱으로 붙여서 지붕을 만들어 줍니다.
개인적으로 페퍼리지 팜 쿠키 중에서 밀라노 다음으로 좋아하는 체스맨입니다. 아주 그냥 냄새부터 맛까지 버터버터하지요.
다 붙이고 나면 최소 30분 이상 움직이지 말고 굳혀줍니다. 이 굳히는 시간 때문에 제작 시간이 최소 서너시간은 잡아야 합니다.
바쁜 마음에 일찍 움직였다가는 쿠키들이 다 흘러내리는 대참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자 옆면에는 보르도 쿠키를 가로로 두 개씩 세 줄 붙입니다.
그런데 왠지 공간이 많이 남아보이는 게 허전해서 쿠키 세 개를 세로로 한 번 더 붙여줬네요.
쿠키 이름이 보르도라니 왠지 좀 웃기는데, 페퍼리지 팜은 쿠키를 크게 두 개의 브랜드로 나눠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클래식 라인은 전통적인 방식의 쿠키들로 레몬 쿠키, 쇼트브레드 쿠키, 건포도 쿠키, 딸기잼 쿠키 등이 해당됩니다.
반면에 창의력을 섞어 만든 독특한 쿠키들은 유럽의 도시 이름을 따서 붙였는데 브뤼셀, 밀라노, 보르도, 제네바 등이 있습니다.
타히티 쿠키를 반으로 자르고 아래쪽에 사탕 지팡이 (Candy cane)를 잘라붙여서 창문을 만들어 줍니다.
사탕 지팡이는 나무젓가락 부러트린다는 생각으로 필요한 만큼 길이를 맞춰 두 손으로 잡고 힘을 주면 쉽게 부러집니다.
이 사탕 지팡이 역시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과자 중의 하나입니다.
속설에 따르면 기나긴 성탄절 행사 중에 성가대 아이들이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시끄럽게 수다를 떨까봐 걱정하던 지휘자가 긴 사탕을 나눠주면서 이 전통이 시작되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중에 긴 사탕의 끝을 구부려서 예수 탄생을 경배하던 목동의 지팡이를 형상화 했다고도 하고, 예수(Jesus)의 J를 본따기 위해 이런 모양으로 만들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래서 캐롤을 부르는 아이들이 방문하면 나눠주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식으로 걸어두기도 하는 사탕입니다.
옆면을 다 붙이면 뒷면을 먼저 붙여줍니다.
앞면에는 현관을 붙여줘야 하기 때문에 맨 마지막에 작업해야 합니다.
보르도 쿠키를 세로로 2개씩 세 줄 붙이고, 마지막 줄의 쿠키는 삐져나온 부분을 가위 등으로 잘라줍니다.
마음에 드는 쿠키를 붙여서 창문을 만들어 줍니다.
앞면에는 밀라노 쿠키와 보르도 쿠키로 현관문을 만들고, 그 위에는 브뤼셀 쿠키 등을 붙여서 창문을 만듭니다.
사탕 지팡이를 붙여서 기둥으로 삼고 미리 만들어 둔 지붕을 올리면 완성!...이지만.
너무 색깔이 밋밋한 게 이래서야 숲 속에서 길 잃은 어린아이들을 유혹할 수 있겠나 싶어서 추가로 초콜렛도 좀 붙여주고 쿠키도 지붕 위에 더 얹어줍니다.
실제로 생강과자로 집을 만드는 것은 그림형제의 동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되었다고도 하지요.
"헨젤과 그레텔은 길 끝에서 조그만 집을 발견했습니다.
그 집의 벽은 빵으로 만들었고, 지붕은 케이크로 덮혀있었습니다.
그리고 투명한 설탕이 유리창을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 그림 형제, "헨젤과 그레텔" 중에서
하지만 생강과자 자체는 그림형제의 동화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십자군 전쟁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가져온 중동 지방의 향신료 중에 생강이 포함되어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빵이나 과자를 구울 때 생강을 넣어서 굽기 시작한 거지요.
이렇게 생강을 넣어서 구운 빵이나 과자는 맛도 더 좋을 뿐 아니라 보관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17세기 경에는 모든 산업이 길드 중심으로 돌아갔는데, 이는 제과제빵도 예외는 아니어서 생강과자는 오직 허가를 받은 장인만 만들어 팔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 년 중 딱 두 번 예외가 있었으니, 바로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이었지요.
이 두 날만큼은 일반 가정에서도 마음껏 생강과자를 구워 먹을 수 있었고, 그 덕에 생강과자는 아직까지도 크리스마스를 떠오르게 하는 과자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진저 패밀리 쿠키는 페퍼리지 팜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파는 시즌 특별 상품입니다.
아빠와 엄마, 아이들을 두 개씩 겹쳐서 아이싱을 발라 붙이고, 체스맨이나 보르도 쿠키 위에 세워줍니다. (한 개만 붙여서 세우려고 하면 계속 쓰러집니다.)
슈가콘에 골드피쉬 크래커를 삥 둘러가며 아이싱으로 붙여서 크리스마스 트리도 만들어 줍니다.
가게에서 파는 과자들만으로 완성한 쿠키 하우스입니다.
평소에 요리를 즐겨 하는 편이고, 어지간한 건 다 만들어 먹는 주의이기도 합니다만
이렇게 다양한 과자를 직접 굽는 건 아무래도 못할 짓인지라 공장제 양산형 쿠키에 감사를 하며 집을 짓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만든 쿠키 하우스는 진저브레드 하나만으로 만든 집에 비해서 뜯어먹는 재미가 있다는 게 장점이지요.
온 가족이 둘러앉아 과자로 집을 짓고, 또 우유 한 컵 옆에 놓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해체작업을 하면서 크리스마스 기분을 만끽합니다. 마침 창 밖에는 눈도 내리겠다, 겨울 분위기가 물씬 나네요.
하지만 한 조각을 따로 남겨두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산타클로스 접대용 쿠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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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조각을 따로 남겨두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산타클로스 접대용 쿠키니까요." 이분 글은 정말 실력도 실력이지만, 되게 동화적이고 몽환적이게 글을 쓰세요, 마치 따스한 난로 곁에서 음식을 먹으며 할머니가 해주는 동화를 듣는 느낌입니다. ㅊㅊ누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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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음겔의 별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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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과자집이다! 저 물고기 트리가 눈이가네요 ㅋㅋㅋ 귀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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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싱입니다. 슈가파우더랑 머랭을 섞어서 만들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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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당...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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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조각을 따로 남겨두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산타클로스 접대용 쿠키니까요." 이분 글은 정말 실력도 실력이지만, 되게 동화적이고 몽환적이게 글을 쓰세요, 마치 따스한 난로 곁에서 음식을 먹으며 할머니가 해주는 동화를 듣는 느낌입니다. ㅊㅊ누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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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 문구 읽고 심쿵했네요 | 18.04.16 13: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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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싱입니다. 슈가파우더랑 머랭을 섞어서 만들면 됩니다. | 17.12.15 22: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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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화이트초코나 그냥 초코 녹이셔서 쓰셔도 될거같네요 | 17.12.16 00: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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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감사합니다~!! | 17.12.19 12: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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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할아버지는 한조유저에게 선물을 안주신대요 | 17.12.18 02:4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