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지난 봄 저는 태국에 장기체류를 하게 되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쉬고 싶었던것도 있었고 여차저차 복잡한일은 좀 뒤로 미루고 쉬자는 의미였죠. 예전에 한번 가본적이 있어 방콕이나 치앙마이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한국사람이 잘 없는 조용한 동네에 숙소를 잡고 이것저것 배우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이 남았던건 캇파카오 무쌉이라는 음식인데 한국말로 하면 돼지고기 바질 볶음입니다.
이렇게 생긴 음식입니다. 돼지고기와 바질을 피쉬소스와 굴소스에 볶아서 덮밥처럼 먹는 음식인데 태국고추가 들어가서 매콤하고 짭짤하니 한국인 입맛에 잘 맞습니다.
참고로 저건 제가 있었던 동네에서도 가장 비싼 레스토랑에서 시켜서 나와서 저렇게 예쁘게 나오는겁니다. 길거리에서 먹으면 아래 처럼 저것보단 바질양도 적고 단촐하게 나옵니다.
이런식으로 나오는데 가격은 보통 1200원정도? 40밧에서 ~50밧 사이입니다. 말그대로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이죠. 저는 무척 입에 잘 맞아서 일주일에 서너번은 먹은듯 합니다. ㅎㅎ
그리고 귀국하는 시점이 다가오자 자주가던 레스톨랑 주방장에게 캇파카오무쌉 레시피를 끈덕지게 물어봐서 손님으로서는 처음으로 레스토랑 주방에서 직접 주방장에게 캇파카오무쌉 레시피를 사사 받게 됩니다. ㅎㅎㅎ 30분?만에 후다닥 배울정도로 정말 간단합니다. 어찌보면 라면보다 쪼금 어려울 정도?
귀국전에 태국에서 피쉬소스를 사고 이것저것 향신료를 사서 귀국하게 됩니다. 그리고 귀국후 1주일만에 캇파카오 무쌉이 너무너무 먹고 싶어집니다. ㅠㅠ
우선 피쉬소스와 굴소스, 돼지고기 다진것 , 로추 , 태국 고추(이건 베트남건고추로 대체가능), 그리고 핵심인 타이바질이 필요 했습니다. 다른건 다 있었고 문제는 타이 바질인데.. 문제는 어디를 찾아봐도 한국에서 타이바질(홀리바질)을 파는곳은 한군대도 없더군요.
그렇게 좌절하다가.. 뭐... 없으면 내가 키우지 뭐.. 해서 홀리바질 씨앗을 찾아서 구매하고 화분과 흙 모종삽등.. 바로 농부모드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아 일반 바질(스윗바질)하고 타이바질(홀리바질)하고의 다른점은 향과 맛이 많이 다릅니다. 뭐 없으시다면 일반바질을 사용해도 무관하다고는 들었는데 홀리바질은 톡쏘는 매콤한 알싸한 맛이 있는것이 다릅니다.
씨앗뿌리고 3일인가 4일쯤 지나지 저렇게 새싹이 올라옵니다. 원래는 줄맞춰서 심을라고 했는데 씨앗이 정말 무슨 참깨만한 크기라 그냥 흩뿌렸더니 저렇게 되어 버렸어요.
어느정도 싹이 올라오고 나서 화분을 몇개 더 구매했습니다. 자리가 비좁아 보여서 분갈이?라는걸 해줘야 한다고 하더군요.. 옆에 저 시퍼렇게 있는건 양상추입니다. -_-; 어쩌다보니 기왕하는거 쌈채소도 같이 재배하게 되었어요.
어느정도 크기가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올여름이 엄청 덥고 햇빛도 뜨거웠는데 덕분에 태국이 원산지인 이놈들은 고향 만난듯 쑥쑥 자랍니다. 물도 기존에 비해서 3배이상 늘렸는데 그냥 막 자랍니다. 처음엔 무슨 잡초인줄;;; 저기 파는.. 흙대파 샀는데 냉동하기에도 양이 너무 많아서 화분에 흙넣고 심어놨더니 알아서 잘자랍니다.. 덕분에 2개월 내내 파 안사고 저기서 그냥 짤라서 먹습니다..
햇빛 방향에 따라 매번 화분을 이동시키는것도 고역이였지만 그래도 그 쬐끄맣던 놈들이 나름 꾸역꾸역 자라는게 고양이나 개 키울때와는 또다른 기쁨을 줍디다.. 이맛에 식물키우나 했습니다. ㅎㅎㅎ
어쨌든 다 컷습니다. 드디어 3개월의 기다림 끝에 타이(홀리)바질을 수확했습니다.
1인분에 약 3~50그램정도의 바질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제가 뜯어보니 한줄기에서 대략 10그램 정도 나옵니다. 50그램정도 뜯어 냈습니다.
그럼 만들어 봐야죠..
우선 마늘과 태국고추(베트남고추)를 절구에 넣어서 빻아야 합니다. 없으시면 청양고추 쓰셔도 괜찮지만 특유의 톡 쏘고 도망가는 매운맛이 나름 포인트라 태국고추 쓰는게 좋을듯 합니다. 저는 베트남고추가 마침 다 떨어져서 ㅠㅠ 할수없이 쳥양고추 썼습니다.
비율은 생마늘 5알에 쥐똥고추 3~4개(취향에따라) or 청양고추 2개
그리고 왼쪽에 작은팬에는 바질을 튀기는 중입니다. 주방장이 가르쳐 준겁니다. 바질을 튀기고 그 바질기름으로 음식을 하면 더 맛있다고!!
그런데 바질튀기기는 결국 실패였습니다.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튀겼어야 했는데 온도 조절을 잘 못했습니다. ㅠㅠ 아까워라 내 바질 ㅠㅠ
어쨌든 뭐 바질을ㄹ 조금 버리긴했지만 그래도 기름은 향이 제법 납니다. 바질기름을 옮겨답고 다진 돼지고기를 놓고 한번 볶아 냅니다~
손이 모자라서 사진을 찍지는 못했는데 돼지고기가 볶아지면 피쉬소스 0.5티스푼 ~ 1티스푼(취향에 맞게 조절) , 굴소스 2티스푼 , 로추 1티스푼 , 물 2티스푼 , 설탕 1스푼 이렇게 섞어서 볶고있는 돼지고기에 휘리릭 부어 줍니다.
고기가 어느정도 볶아주고 물기가 없어지면 준비해둔 바질을 넣고 휘리릭 볶아줍니다. 30초에서 1분정도 볶아주시면 바질이 숨이 죽는게 보이실껍니다. 바질이 숨이죽고 물기가 없어지면 넓은 접시에 밥을 깔고 덮밥만들듯이 얹어주시면 끝입니다.
아참 그리고 반숙 계란 후라이두요..
참고로 저는 성격이 급해서 ㅠㅠ(바질은 2개월을 기다려놓고) 돼지고기 간것을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서 사용한 덕에 돼지고기가 뭉쳤습니다.. ㅠㅠ 원래는 저러면 안됩니다. ㅠㅠ
그리고 완성품.. 맛있게 잘먹었습니다. 이번에 직접만든건 처음이라 설거지 거리도 많이 나오고 맛도 조금 짰어요.. 아마 피쉬소스를 너무 많이 넣은듯 한데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듯 합니다. 어쨌든 기다린 보람은 있었습니다. 완벽히 똑같진 않아도 비슷하겐 나왔거든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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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하고싶은건 해야하는 성미라서요 ㅋㅋㅋ | 17.08.18 14: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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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좋아하는 맵고 짭짤에 흰밥이니 ㅎㅎ 맛없기가 힘들지요. 한국인 입맛에 잘 맞아요 ㅎㅎㅎ | 17.08.18 14: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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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식감은 비슷하지만 향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셔도 되요. 겨자잎향이라고 해야하나요? 매콤하고 알싸한 향이 섞여 있어요. 그치만 태국고추랑 같이 조리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17.08.18 15: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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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네요 ㅎㅎㅎ | 17.08.18 15: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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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맛있어용!! 저거 ㅎㅎㅎㅎ | 17.08.19 16: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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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키워보니.. 음식점용으로 쓰실려면 대량재배는 둘째치고 기후때문에 힘드실꺼같아요. 가을 겨울에는 비닐하우스 재배 아니면 답이 없으니.. 일반 타이음식점에 없는게 이유가 있겠다 싶더라구요. 그래도 한정수량정도면 가능하실지도요 ㅎㅎ | 17.08.19 16:3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