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이 기상한 토요일
밀린 빨래를 마치고 옥상에다가 전부 널어놓고 나니 슬슬 허기가 집니다
이번달부터는 편의점 음식 최대한 줄이자고 마음먹었지만 나른한 주말엔 잘 안되네요
집에서 1분거리 GS25를 갔더니 출시했다는 소문만 들어온 완전크닭이 하나 남아있었습니다
매장이 크고 손님도 많아서 신제품 도시락은 손에 넣기 힘든데 운이 좋다고 느끼면서 하나 집었습니다.
비쥬얼은 정말 살때부터 느낀거지만 최고네요 때깔만으로도 자취하는 남자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시식평은... 굉장히 실망스럽습니다.
원래 인터넷에서 유난히 찬양이 많은 상품들은 어느정도 경계할 필요가 있는데
얘는 워낙 비쥬얼이 좋다보니 꽝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았는데 단단히 꽝이었습니다
꽤나 짜고 기름진걸 좋아하는 제 입맛에도 굉장히 간이 세고 느끼했습니다
간으로 치자면 정말 여기서 조금만 더 짰으면 목구멍으로 넘기기 어려울정도로, 판매되는 상품으로는 한계까지 짭니다
특히 짰던게 저 닭과 볶음밥인데 보시다시피 가장 많은 부피를 차지하고 있어서 사실상 한끼 식사가 전부 짠거죠
닭의 소스 컨셉이 나쁘다고는 생각 안하는데 일단 너무 짜니까 대충 씹고 목구멍으로 넘기기 바쁩니다
메인 고기요리가 이렇게 짜다면 밥이 좀 삼삼해야하는데 볶음밥도 그에 지지않을만큼 짭니다 밸런스가 영 안맞아요
소세지와 맥앤치즈, 튀김은 무난한 수준이었습니다
닭 이야기를 좀 더하자면 간이 너무 센거 빼고도 실망스러웠는데 보통 저런 부류의 훈제 레토르트 닭다리는 진공포장된 채로 편의점에 진열되어있습니다
마니커나 하림에서도 생산하는 스모크 치킨류 제품들이 대표적인데 그냥 훈제 맛만 나는 것도 있고 매콤한 양념 묻혀 파는 것도 있죠
진공포장 뜯고 전자렌지에 돌리는게 참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괜히 그걸 하는게 아니더라구요... 도시락의 닭은 출하되고나서 몇시간동안 밀폐되지 않은 용기에
방치되는 것과 같다보니 전자렌지에 돌렸을때 씹는 느낌과 감칠맛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차라리 싸구려 도시락 하나 사서 다른 스모크 치킨 하나 사다먹는게 나을정도
아무튼 이렇게 아점에 실망하고 있으니 오후쯤에 택배가 도착합니다
일전에 루리웹 핫딜게시판에 고기 핫딜이 떴을때 알게된 사이트가 있는데 구경해보니 제 눈에 더 좋아보이는 딜이 있어서 주문했습니다
냉동 항정살과 갈매기살 세트였는데 이런 부위의 냉동고기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도 해서 주문해봤습니다
마트에서 사도 특별한 세일 없으면 백그람에 이천칠팔백원씩 하는 몸값 좋은 부위들이니 반절정도 가격으로 구매해서 일단 메리트는 확실히 있었습니다
자취생이 싼 가격에 혹해 냉동고기를 살 때 범하는 가장 큰 실수가 해동을 제대로 안하고, 심지어 냉동된 고기를 그대로(!) 후라이팬에 굽는 짓입니다
저도 처음 자취했을때 냉동 삼겹살을 냉동채로 후라이팬에 올리고 반 이상 버렸던 기억이 나네요
제일 좋은건 냉장고 해동이지만 저녁에 바로 먹고싶어서 상온 해동을 했습니다 어차피 싼 고기니... 하면서요
상온 해동을 할때 고기가 담긴 비닐봉투를 후라이팬에 올리고 그위에 금속제 냄비를 올려주면 열전도열 어쩌고의 이유로 더 빨리 녹는다네요
고기가 해동되고 나서는 소금 후추와 아주 약간의 허브가루,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로 간을 해서 30분 이상 놔둬봤습니다
저렴한 수입산 소고기 사다가 스테이크 구워먹을때 미리 해주는 작업인데 갈매기살은 돼지고기면서도 소고기스럽기도하고..
그냥 먹었을때 싸구려인만큼 너무 냄새가 많이나지않을까 두려워서 안하던 짓을 했던 것 같습니다
오락 몇판 하고 고기가 좋은 느낌으로 말랑말랑해지면 달궈진 팬에 그대로 굽습니다
서래같은 양념 갈메기살 전문 가게에서 불판에 구울때도 느끼는 거지만 갈매기살은 적절하게 굽기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고기가 썰려 나온 모양과 고기 자체의 특성상 구우며 자르다 보면 삼겹살처럼 넓적한 판 모양으로 자르기 어렵고 덩어리 경향으로 자르게 되는데요
이경우에 모든 면을 균일하게 구우려면 집게로 계속 돌려줘야합니다
그럼에도 약간 탄거같네요 실제로는 그렇게 탔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않았습니다
반신반의 하며 한 점 씹어먹었는데 만족스럽게 입 안에 퍼지는 육즙과 냄새가 이게 갈매기살이라고 확실하게 주장하네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맛있어서 맥주 한캔이랑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실패를 대비해서 맥스 한캔만 사왔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맛있는 맥주로 큰걸로 두캔 살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가게스럽게 양념에 재워뒀다 구워서 먹어도 좋을 것 같네요
해동만 잘 하면 싼 값에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다음엔 수입 갈매기와 먹는 감각이 완전 다르다는
국내산 갈매기살도 먹어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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