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당호로(糖葫蘆: 탕후루) 이야기를 읽었는데 과일도 있겠다, 생각난 김에 만들어 봅니다.
과일은 어떤 종류를 사용해도 되지만 가급적이면 껍질 채 먹는 과일이 당호로를 만들었을 때 좀 더 오래가는 듯 합니다.
딸기나 키위, 바나나 등은 만들 수 있기는 한데 설탕과 접촉하면서 물이 생겨서 상대적으로 금방 녹는 듯 하네요.
이번에 준비한 과일은 청포도, 블루베리, 귤, 딸기입니다.
딸기는 꼭지를 자르고 귤은 껍질 벗겨 한 조각씩 나눠놓고 포도는 포도송이에서 떼어낸 후 블루베리와 함께 깨끗하게 씻어줍니다.
키친타월 등을 이용해서 물기를 바짝 말린 다음 나무 꼬치에 꿰어서 준비합니다.
원조 당호로는 신 맛이 나는 산사나무 열매를 이용하는 것이 정통입니다.
애초에 그 유래부터가 중국 황제가 총애하던 후궁이 병들어 그 약을 구하는데, 온갖 비싼 약이 다 소용이 없다가
떠돌이 의원이 어쩌다 보고는 "산사나무 열매에 붉은 설탕을 넣고 졸여 식사하기 전에 복용하시면 됩니다"라고 내린 처방을 따르니 병이 씻은듯이 나았다는 데서 비롯되었거든요.
하지만 산사나무 열매를 구하기 힘든 건 둘째치고 요즘 과일에 비하면 별로 맛이 없다는 평이 지배적인지라 그냥 구하기 쉽고 더 맛있는 과일들로 만들어 줍니다.
설탕 두 국자, 물엿(혹은 올리고당) 두 국자, 물 두 국자를 넣고 가열합니다.
이 가열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일단 설탕이 결정화가 되는 온도 (120도 전후)까지 가열해야 합니다.
중간불로 가열하다가 설탕이 다 녹으면 불을 줄이고 계속 졸여서 온도를 맞춰줍니다.
너무 강한 불로 하다가는 순식간에 태워먹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주 만들다 보면 거품이 올라오는 모양만 보고도 적정 온도인지 파악할 수 있다는데,
그런 기술은 없으니 그냥 젓가락으로 찍어서 찬 물에 한 방울 떨어트려 곧바로 딱딱하게 굳는지 확인해 봅니다.
끓인 설탕을 과일에 코팅시키는 방법도 여러가지인데, 대량 생산을 할 경우엔 그냥 푹 담갔다가 빼서 말리면 됩니다.
하지만 집에서 만들 경우에는 국자나 커다란 스푼으로 끼얹어 주게 됩니다.
과일꼬치의 길이가 길지 않다면 설탕 용액이 담긴 팬을 기울인 다음 과일 부분이 살짝 닿게 해서 꼬치를 한바퀴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코팅시킬 수도 있습니다.
사실 사진의 설탕 용액은 막바지에 찍은 거라 갈색으로 변해 있는데, 이럴 경우는 설탕이 너무 두껍게 코팅되곤 합니다.
갈색으로 변하지 않게 적정 온도 되면 바로 약불로 줄이고 재빨리 만들어 주는 게 얇고 바삭한 설탕코팅을 하는 비결이지요.
다 굳을 때까지 잠시 매달아 둡니다.
이렇게 매달아 두니 중국 여행갔을 때 북경 왕푸징 거리에서 당호로를 처음 봤던 때가 생각나네요.
포장마차 노점들이 주욱 늘어서서 갖가지 모양의 꼬치를 팔고 있었는데,
그 중의 한 가게에서 설탕 바른 과일 꼬치를 주렁주렁 매달아놓고 있었지요.
그 때 오리지널 당호로를 한 번 사 먹어 볼 것을, 해외 여행 처음 나간 탓에 객기 부려서 왕굼벵이 꼬치를 선택한 기억이 납니다.
성인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의 굼벵이를 꼬치에 꿰어서 불에 구으니 꿈틀대다가 퍽퍽 터지면서 푸르딩딩한 속살이 삐져나오는데..
그 맛이 참...뭐랄까... 번데기를 믹서기에 곱게 갈아서 소세지로 만든 느낌이랄까요.
게다가 더욱 더 뒷맛이 안 좋았던 건, 한 개 5위안이라고 해놓고 막상 돈 주니까 "꼬치 한 개가 아니라 굼벵이 한 개당 5위안"이라며 거스름돈 안 주던 아줌마 때문일 겁니다.
하긴, "새우 38위안(7천원)"이라고 써놓고 한 접시 먹으면 "한마리당 38위안이니 한 접시에 1500위안(28만원)" 받아먹은 식당도 있다고 하니 그보다는 나은가요.
완성된 당호로. 설탕 코팅이 얼음같다고 해서, 혹은 설탕물이 녹지 않는 겨울에만 판다고 해서 얼음 빙자를 붙여 빙당호로(冰糖葫芦 삥탕후루)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무협 소설 등을 읽다보면 아이들의 간식으로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그 맛을 궁금해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맛 자체만 놓고 보면 (당연하게도) 설탕 뿌린 과일 맛입니다.
다만 단순히 설탕이 아니라 결정화된 사탕 코팅인지라 바삭바삭 깨지면서 속의 과즙이 나오는 것이,
단순히 단 맛이 더해진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어릴 때 먹은 달고나의 맛과도 비슷하네요.
하긴 둘 다 태운 설탕이니 그 맛이 비슷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트램플린(동네에 따라서는 퐁퐁, 방방) 하나 설치해 놓고 그 옆에서 달고나(뽑기) 만들어 팔던 할아버지도 생각나고,
그러다 보면 어머니가 "뭘 그런 걸 돈 주고 사먹냐"고 하시면서 국자에 기름 바르고 설탕에 베이킹소다 섞어서 아예 집에서 만들어 주시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집에서 만들어 먹던 달고나는 찍는 틀이 없었기에 그냥 되는대로 기름종이 위에 부어서 식혔는데,
그 색이나 모양이 어딜 봐도 화장실에서 볼 법한 물건을 연상시키는지라 '똥과자'라고 부르면서 먹기도 했지요.
이상하게도 집에서 만들면 가장 맛있는 부분은 항상 국자 휘젓던 젓가락.
똥과자 붙은 젓가락 쪽쪽 빨며 집을 나서면 세상 아무것도 부럽지 않았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칼로 잘라보면 겉의 사탕껍질이 바삭거리며 깨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건 가장 처음에 코팅한 거라 괜찮은데, 마지막에 코팅한 당호로는 설탕이 너무 끈적한 상태에서 바르는 바람에 코팅이 좀 두껍게 되어버렸습니다.
깨물어 먹는 데는 문제가 없는데, 깨진 사탕 단면이 날카로워서 다칠 수도 있다는 게 문제지요.
조심조심 먹거나, 아예 녹여먹는 편이 좋습니다.
먹다 보면 과거의 추억이 떠오르기는 하는데... 입맛이 바뀐건지, 더 맛있는 걸 많이 먹어봐서 그런지 막 맛있는 느낌은 아닙니다.
어떤 음식은 추억 보정을 받아 더 맛있게 느껴지는 반면, 또 어떤 음식은 세월이 지나며 내가 변한 것을 깨닫게 해 주는 거지요.
"전 어렸을 때 빙당호로를 무척 좋아했어요. 달콤하고 바삭바삭해서 가끔씩 먹으면 색다른 기분이 들게 아주 맛있었거든요.
아버지께서는 더럽다며 못 먹게 하셨지만 그럴수록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마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평소에 늘 먹는 연꽃떡도 좋았지만 빙당호로가 최고였어요.
그러던 어느날 마침내 빙당호로를 먹을 수 있게 되었죠. 그때 제가 어땠을까요, 십황자님?
실망했어요. 완전히 실망했죠! 한순간, 이건 먹을 게 못 된다, 연꽃떡보다 맛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략)
나이를 먹으면서 입맛도 변했다는 것을 모른 채 지난 날의 기억을 고집스럽게 붙잡고 있었던 거예요.
저 자신의 기억에 속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거지요."
- 동화(桐華), "보보경심(步步驚心)" 중에서
(IP보기클릭)211.246.***.***
중국 왕징에 있는 이상한 꼬치들은 중국인들도 안먹어요 ㅋㅋㅋ 그냥 관광객 전용이라고 할까? 중국친구랑 같이 갔더니 자기도 이런거 못 먹겠다고~ 그리고 당하신 것처럼 사기꾼이 많아서 그냥 구경만 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IP보기클릭)61.37.***.***
지금까지 게시글중에 난이도가 가장 낮아보이는 요리네요 그리고 그와중에 중국인 장사꾼 마인드가...
(IP보기클릭)125.183.***.***
아마 링고아메 인가 하는 걸거에요 막대기에 사과하나를 저렇게 코팅한 것이죠 먹어봤는데 전 마음에 들더군요
(IP보기클릭)221.162.***.***
이분의 음식은 단편소설과도 같다
(IP보기클릭)210.178.***.***
삥땅쿨러~ 원 이름은 빙당호로 였군요. 먹어보고 싶었는데...... 추천 하나 박고 갑니다.
(IP보기클릭)121.164.***.***
(IP보기클릭)165.230.***.***
그냥 설탕으로 만들어도 됩니당 ㅎㅎ | 17.03.25 07:11 | |
(IP보기클릭)219.241.***.***
(IP보기클릭)175.126.***.***
(IP보기클릭)125.188.***.***
(IP보기클릭)183.98.***.***
(IP보기클릭)180.230.***.***
(IP보기클릭)61.37.***.***
지금까지 게시글중에 난이도가 가장 낮아보이는 요리네요 그리고 그와중에 중국인 장사꾼 마인드가...
(IP보기클릭)122.32.***.***
(IP보기클릭)183.105.***.***
(IP보기클릭)125.183.***.***
루리웹-1335011149
아마 링고아메 인가 하는 걸거에요 막대기에 사과하나를 저렇게 코팅한 것이죠 먹어봤는데 전 마음에 들더군요 | 17.03.27 19:50 | |
(IP보기클릭)59.171.***.***
링고아메이고, 딸기나 다른 과일들도 마찬가지로 팝니다 | 17.03.27 22:05 | |
(IP보기클릭)211.246.***.***
중국 왕징에 있는 이상한 꼬치들은 중국인들도 안먹어요 ㅋㅋㅋ 그냥 관광객 전용이라고 할까? 중국친구랑 같이 갔더니 자기도 이런거 못 먹겠다고~ 그리고 당하신 것처럼 사기꾼이 많아서 그냥 구경만 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IP보기클릭)211.202.***.***
(IP보기클릭)210.178.***.***
삥땅쿨러~ 원 이름은 빙당호로 였군요. 먹어보고 싶었는데...... 추천 하나 박고 갑니다.
(IP보기클릭)222.65.***.***
실제 중국발음은 빙탕후루~입니다 bing tang hu lu | 17.03.27 14:19 | |
(IP보기클릭)219.255.***.***
(IP보기클릭)110.45.***.***
(IP보기클릭)175.204.***.***
(IP보기클릭)221.162.***.***
이분의 음식은 단편소설과도 같다
(IP보기클릭)122.35.***.***
(IP보기클릭)112.152.***.***
(IP보기클릭)61.41.***.***
(IP보기클릭)205.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