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녀석이 떠난지 3년이 안된 2018년 2월 22일 둘째 또롱이가 형을 따라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습니다.
자기 잊지 말라는 듯 기억하기 쉽게 둘째 또롱이는 2월 22일에 가버렸네요.
저희 둘째는 2002년 겨울에 저희 이모 집에서 태어난 요키 형제 중에 둘째였고 남아를 원했던 저희 아버지에 의해
저희집으로 간택되어 그렇게 제 둘째 동생이 되었습니다.
유별난 성격이라 늘 화를 내는듯 하면서도 놀아달라 인형 물어오고 절대 저와 같은 이불을 안덮겠다는 의지를 표하면서도 날이 추운 겨울엔
제 품안으로 파고드는 츤데레 견이었습니다.
또 겁이 많아 작은 소리와 몸짓에도 흠칫거리기 일쑤면서도 아버지를 따라 용감히 바다에 망설임 없이 뛰어드는가 하면
산책길에 만나는 자기보다 몇배나 덩치 큰 댕댕이들 한테 절대 안꿀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매력덩어리였죠.
저희집 세형제 중에 가장 건강하고 먹성 좋던 녀석이 2015년 당뇨에 걸려 힘들어 하다가 그렇게 하릴없이 떠나버렸네요.
당뇨 이거 정말 고약한 병입니다. 좋아하는 먹을 것 맘대로 못먹고 매일 두차례 칼로리 적은 맛없는 식사가다에
식사 후에는 싫어하는 여러 약과 인슐린 주사까지... 당뇨 후유증으로 백내장이와 두눈이 멀어버린지는 벌써 오래고요.
그래도 서울대병원에서도 당뇨걸리면 보통 6개월에서 1년이라고 했는데 2년 훌쩍 넘게 잘 견딘 대견한 동생이었습니다.
처음엔 그리 아파하던 주사도 나중엔 그냥 찌르나 보다 하며 아무렇지 않게 맞고 비록 앞이 보이진 않아도
동생이 짖기라도 하면 마치 회춘한듯 더 크게 짖어대던 녀석이었고요.
그러나 당뇨와 노환은 녀석의 근육과 장기를 천천히 못쓰게 만들어갔고 몇주전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힘들어해
급기야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루동안 링거 수액과 약물 치료를 받긴 했지만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고
좁은 케이지 안에 갖혀있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보내더라도 집에서 보내자 생각에 하루 더 입원시켜보라는 말을 뒤로하고
집으로 데려왔드랬습니다. 병원에서도 장기들이 너무 안좋은 상태긴해서 연명치료가 별 의미 없다는 듯 말을 하기도 했고요.
금방이라도 갈것처럼 몸도 못가누던 상태라 화장터 알아보고 마음의 준비를 했드랬습니다.
저는 결혼 후 분가해서 부모님 댁 근처에 사는지라 그렇게 녀석을 두고 저희 집으로 향했고 하루가 지나 전화를 해보니 아직 별일 없다 하시더군요.
그렇게 사흘 정도가 더 지났는데 녀석이 다시 걸어다니고 밥도 잘 먹고 한다는게 아니겠습니까.
직접 보니 살이 빠져서인지 달고 살던 기침도 많이 잦아지고 오히려 건강이 더 좋아진듯 보일 정도 였습니다.
덕분에 다시는 저희 집에 못놀러 올 줄 알았던 녀석이 그 후 두번이나 저희 집에 놀러 올 수 있었네요.
주말에는 부모님들 쉬시고 놀러도 다니시라고 제가 동생 녀석들을 저희 집으로 데려오는 생활을 했었는데 하필 입원하기 바로 전주에
이녀석이 하도 잠도 안자고 밥도 잘 안먹고 해서 제가 막 혼을 낸지라 마음이 너무 안좋었거든요.
그 혼낸게 저희 집에서 마지막 추억이 되면 어쩌나 했는데 마치 제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 벌떡 일어나서 다시 저희 집에놀러오니 불편 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그리고 무지개 다리 건너기 전에 저희 집에서 제가 직접 만들어준 저녁식사를 깨끗이 너무나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줘 그 모습이 저희집에서 마지막 기억으로
남게 해준 기특한 녀석이었습니다.
그러다 어제 아침에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셔서 피곤한 목소리로 애가 이틀동안 아무것도 못먹고 소리 지르고 너무 아파한다며 제가 들러서 보고
안락사를 생각해보자 하시더군요.
부모님 댁에 서둘러 가보니 녀석은 아버지 품에 안겨서 처음 듣지만 처음 들어도 아프다는 소리라는 걸 바로 알 수 있는 소리를 내며 바들바들 떨고 있었습니다.
어제 밤새도록 이 상태라 너무 가여워 안되겠다고 하시는 어머니 말씀에 평소 안락사는 진짜 최후의 수단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저도 이게 최후의 떄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안락사 시켜야 겠다는 결심이 서더군요.
이제 살아생전 마지막 쓰다듬일 수 있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형이야 하니 희한하게도 녀석이 신음소리를 멈추더군요.
그리고 아버지한테서 녀석을 건네받아 안아주었습니다. 일요일보다 훨씬 가벼워진 몸, 이 가벼움이 낯설다 느끼기도 전에
곧 녀석이 머리를 떨구더니 숨이 서서히 잦아지더군요. 가슴에 손을 대보니 심장 박동이 확연히 느려지는걸 알 수 있엇고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흘러 나왔습니다.
'엄마 또롱이 지금 가려나봐' 라며 울먹이며 녀석을 방석위에 누이니 이제 심장이 거의 뛰지 않더군요. 그리고 또롱이는 '이제 형까지 봤으니 됐어' 하듯이
자기가 사랑했던 또 사랑받았던 엄마, 아빠, 형 앞에서 떠나갔습니다.
분명 숨이 멎었는데 자듯이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게 현실 같지가 않더군요. 금방이라도 꽥하고 짖으며 헥헥 거리며 돌아다닐 것 같은 녀석이
아무런 미동없이 차갑게 굳어가는 모습에 하릴없는 눈물만 흘렀습니다.
첫째 녀석 보내며 다음번엔 그래도 낫겠지 했는데 어림없더군요. 사랑하는 이들을 보내는데 익숙함이란건 없는 모양입니다.
첫째 보냈던 장례 업체에 예약을 하고 회사에 연차를 내고 녀석과 부모님을 제 차에 태우고 화장터로 향했습니다.
화로에 들어가기전 마지막 모습에 또 한번 터져나오는 눈물, 약 30여분 후 뼈만 남은 모습에 또 울었습니다.
만 16년간 우리 가족으로 지내던 녀석을 보내는데 고작 한시간 정도밖에 안걸린다는 사실이 죄스럽기까지 하더군요.
이제는 한줌의 재가 되어 항아리에 담겨 다시 집에 돌아온 녀석을 보며 다시 울었고 아마 당분간은 계속 눈물 고일 것 같네요.
이 글을 쓰면서도 계속 눈물이 맺혀 글을 제대로 쓰기가 힘드네요.
또롱아~ 부디 무지개 다리 잘 거너가 똘똘이 형이랑 다시 재미있게 놀면서 우리 가족들 기다리고 있으렴.
형이 많이 미안했고 또 많이 고맙고 진심으로 사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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