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역 구분으로 대충 8개 지역이 구분되는데
동쪽으로는 에치고 산맥, 서쪽으로는 일본 알프스로 둘러쌓인 광대한 산지로 둘러쌓인 군마, 나가노, 니가타 지방을 통틀어 '조신에츠'지방이라고 부릅니다.
각자의 현의 과거의 이름(군마-조슈, 나가노-시나노, 니가타-에치고)의 앞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죠.
이 지역은 지역 구분으로는 간토, 주부, 호쿠리쿠, 도호쿠 지방에 각각 속해 있지만
위에 써있듯 일본에서 가장 큰 산맥들로 둘러쌓여 있다보니 다른 지역과는 미묘하게 차이나는 독자적인 문화가 있는 것이 특징이죠.
일본 산악 지방의 문화를 볼 수 있는 꽤 특색 있는 지역이라 이번에 여행을 도전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여행은 비행기에서부터 산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 산은 이시카와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하쿠산. 후지산, 다테야마와 함께 일본 세계 문화유산에도 등재된 유서 깊은 산이죠.
일본의 3천 미터가 넘는 고봉들은 구름 위에서도 보이고 6월에도 눈이 녹지 않습니다.
그렇게 두번째로 오게 된 도야마.
에어서울이 취항한 이후, 다테야마를 구경하기 위한 관광객을 중심으로 호쿠리쿠의 관문 역할을 톡톡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그래봤자 취항지는 한국, 중국, 대만의 노선 하나씩이라 국제 공항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탑승구도 두개 뿐.
사진에 보이는 건물이 공항의 전부일 정도로 언제 봐도 참 작고 귀여운 공항입니다.
6월 이맘때면 공항에 도착하고 도야마에 오면 딱 해가 지는 시간이군요.
도야마역 앞 횡단보도에서 기가막힌 석양을 볼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도착하기 직전까지 비가 왔었는데, 운이 좋게도 도착하자마자 구름이 걷히고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군요.
사실 도야마에 도착하는 첫날은 할 것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비행기가 내리고 시내에 도착하면 6시 쯤인데
이쯤 되면 주요 관광지는 다 문을 닫고, 작은 도시라 밤에 놀 거리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죠.
이럴 때 가기 좋은 것이 칸스이 공원의 스타벅스입니다.
과거에는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 슬슬 큰 의미는 없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곳에서만 파는 엄청 특별한 메뉴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밤에 보는 칸스이공원의 경치는 분명 아주 좋습니다.
칸스이 공원의 상징인 아치 다리.
과거에 운하로 쓰였던 곳을 공원으로 조성해서 지금은 운하의 느낌을 찾기 힘들지만
그 때 배가 지나갈 수 있게 아치형으로 만든 이 다리는 스타벅스와 함께 공원의 상징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다리 위에도 올라갈 수 있는데 올라가면 도야마 현립 미술관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도야마는 정말 작은 지방 도시이지만 의외로 미술관같은 예술 관련 전시관이 정말 많습니다.
전반적으로 전시 수준도 높고 설명도 잘 되어 있어서 좋습니다(라고 하는군요)
칸스이 공원의 전경. 저기 보이는 나무들이 다 벚꽃 나무라 봄에 오면 벚꽃을 보기에 엄청 좋을 것 같습니다.
공원 입구는 체육관, 운동시설, 문화 시설 등이 밀집해 있어서 시민들이 와서 많이 이용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도시는 작지만 이래저래 알차고 살기 좋게 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다리 위에는 이렇게 반대편의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종이컵도 있습니다.
친구가 있는 인싸라면 가서 한번 해보세요.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으니까요.
이래저래 상징적인 건축물도 있고, 그거 아니어도 밤에 가볍게 산책하기 참 좋은 곳입니다.
이거 아니면 딱히 할 것이 없기도 하고요. 역에서 살짝 거리가 있는 것이 흠이지만 목표가 산책이니 크게 상관도 없습니다.
다음날 아침. 사실 도야마에는 올 때마다 눈이 오던 비가 오던 날씨가 안좋았는데, 드디어 날씨 좋은 도야마 시내를 볼 수 있네요.
당연하지만 이런 지방 도시에서는 높은 빌딩은 없고 다 고만고만한 건물들만 있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들러보는 도야마시청. 도시 규모답지 않게 시청의 규모는 꽤 큰 편입니다. 텅 비어서 훨씬 커 보이는 설계가 돋보이는 곳이기도 하죠.
물론 무슨 관공서 업무를 하려고 여길 온 것은 아니고...이곳에는 높지는 않지만 나름 전망대가 있습니다.
도쿄도청도 그렇고 군마현청도 그렇듯 관공서에 있는 전망대는 공짜이기 때문에 시간이 남으면 들러도 손해는 아닙니다. 역에서 멀지도 않고요.
이 전망대가 유명한 이유는 바로 일본 알프스 산맥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온 비 때문에 연무가 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도시 너머로 흰 눈이 쌓인 알프스의 고봉들이 보입니다.
일본 북알프스는 3000미터 가 넘는 연봉들이 줄지어 있는 엄청 거대한 산맥인데, 바닷가인 도야마에서도 보일 정도로 바다와 가깝습니다.
그래서 도야마 해안가로 가면 바다에서 설산이 보이는 절경을 감상할 수 있죠.
어제 미술관도 있었고, 시내에 도야마 유리 미술관도 있지만, 도시 전체가 참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은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거리마다도 조각 아니면 미술 작품들이 전시가 되어 있거든요.
시청 맞은편에 있는 문화회관에서도 곧잘 미술 전시회를 하고, 제가 미술에 관심이 없어서 아쉽지만 동네 규모를 생각하면 참 인상적이에요.
시청 맞은 편에는 도야마 성터 공원이 있습니다.
일본의 성 하면 나무로 된 천수각 아니면 콘크리트로 된 성을 생각하기 쉽지만 그런 복원도 오사카 나고야같은 대도시나 하는거고
이런 지방의 도시들은 천수각이 보존된 운 좋은 성이 아니면 대부분 이렇게 성터만 남아있고 복원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그래도 모든 성의 시설들이 소실된 것은 아니기에 남은 시설들을 이용해 공원으로 조성하고 있죠.
성터만 남은 공원은 보통 입장료가 무료거나 비싸지 않기 때문에 산책하기 나쁘지 않습니다.
도야마 성터의 경우 시내 한복판에 있기 때문에 지나가면서 잠깐 들리기 괜찮은 곳이기도 합니다.
별 의미없는 도야마 시내를 돌아다닌 이유는 기차 시간이 여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뼈저리게 느끼게 되지만 일본 지방의 배차 간격은 어마어마하거든요.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아이노카제 도야마 전철을 탑승합니다. 애초에 이번 여행은 쓸만한 패스가 없어서 전부 티켓을 사고 다녀야 하는데
이 아이노카제 도야마 전철은 애초에 JR도 아니고 지방 사철입니다. 정확히는 원래는 JR이었지만 민영화된 제3섹터 전철 중 한 곳이죠.
보통 신칸센이 들어서면서 이용자 수가 줄어든 JR 로컬 노선을 지방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경우인데, 이곳 역시 호쿠리쿠 신칸센때문에 민영화된 곳입니다.
평소같이 JR 패스를 사고 다니면 이런 곳을 못 가서 아쉽겠지만, 이번에는 어짜피 패스란게 없으니 별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시간 쯤 열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구로베역. 사실 여기서 10분을 더 걸어서 덴테츠 구로베역까지 걸어가야 합니다.
아이노카제선이나 도야마지방전철선이나 둘 다 같은 지방 사철인데, 배차 간격도 애매하고 환승도 안되는 애매한 위치에 있어서 괜히 걸어 가야 합니다.
날씨가 좋으니 망정이지 JR의 민영화는 참 이래저래 불편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10분을 걸어가야 덴테츠 구로베역에 도착합니다.
이제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구로베 협곡 철도를 타기 위한 일정이 시작됩니다.
구로베 우나즈키 급행 전철. 급행이래봤자 낡고 오래된 2량짜리 열차입니다.
이 열차가 이곳 구로베 역에서 우나즈키역까지 직행으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사람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든 산속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분실물로 보이는 우산들이 참 귀엽네요.
그렇게 우나즈키 온천역에 도착하면 바로 환승을 준비합니다.
우나즈키 온천 역시 도야마 지역에서는 알아주는 온천 마을이지만, 오늘은 그저 기차를 갈아타는 환승역에 불과합니다.
보시면 열차가 매우 작고 독특합니다.
사실 우나즈키 온천에서 게야키다이라까지 운행하는 구로베협곡철도는 원래 승객을 운반하기 위해 만들어진 철도는 아닙니다.
구로베 협곡을 따라 지어진 수많은 소형 수력 발전소들을 건설하고 운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화물용 철도였죠.
공사가 끝나고 할 일이 없어진 철도를 관광용으로 개조한 것이기 때문에 저렇게 작고 아담합니다.
그래서 열차도 양쪽이 탁트인 토롯코 열차로 운행이 됩니다.
애초에 화물용으로 설계돼 있어 편한 의자를 많이 넣을 수도 없을 뿐 더러 속도도 느리기 때문에 창문이 없어도 그다지 위험하지 않죠.
무엇보다 협곡의 경치와 공기를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습니다.
열차에서 보는 구로베 협곡의 규모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합니다.
일본의 3대 협곡이기도 하고, 협곡 철도로는 일본에서 가장 알아주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죠.
이 계곡이 산을 거슬러 올라가면 다테야마 알펜루트의 구로베댐까지 이어지는 것이죠.
이곳은 칼슘이나 알루미늄을 함유한 물이기 때문에 물도 에메랄드같이 파란 색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한창 산의 눈이 녹아서 내려올 시기이기 때문에 수량도 어마어마하죠.
동해를 접한 호쿠리쿠 지방은 여름에도 비가 많이 오고 겨울에도 눈이 엄청 오기 때문에 연중 습윤한 기후를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산을 오를수록 협곡의 규모는 점점 거대해집니다.
깍아지를 듯한 절벽이 계속 이어지죠. 저 계곡을 지나는 다리는 겨울철 기차가 운행하지 않을 때 발전소 인부들이 이용하는 통로입니다.
이곳은 홋카이도를 넘어선 전세계에서 알아주는 다설지이기 때문에 겨울에 기차 운행은 물론이고 사람이 지나갈 수 없을 정도라 저렇게 터널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협곡을 따라 댐들이 여러개 보입니다. 아무래도 협곡이 엄청 가파르다보니 댐을 만들어도 그 위에 생기는 호수가 엄청 크지는 않습니다.
호수가 얼마 가지 못해 바로 평범한 계곡이 되어버리니까요. 이렇게 정상까지 4~5개의 댐이 있습니다.
계곡을 오르다보면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을 볼 수가 있습니다.
특히 가네츠리 역 맞은 편에 있는 눈덩이들은 그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8월이 지나서도 녹지 않아 사실상 1년 내내 존재하는 만년설이기도 합니다.
이미 해발 고도가 꽤 높아지기도 했고, 협곡이 가파라서 그늘이 지는 시간이 길고, 협곡의 바람이 매우 강해 눈이 잘 녹지 않기 때문이죠.
산 정상의 눈들이 1년 내내 녹지 않는 것도 신기한데, 이런 산 중턱에도 여름에 녹지 않는 눈이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네요.
그렇게 종점인 게야키다이라역에 도착합니다.
원래는 여기서부터 구로베 협곡을 트래킹을 하려고 했는데, 현재 유지 보수로 인해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꽤 서두르면 구로베 댐까지 갈 수 있는 경로고, 일본 알프스를 가장 깊숙히 느낄 수 있는 곳인데 참 아쉽네요.
하지만 이곳에서 보는 협곡의 경치 또한 압도적입니다.
얼어붙을 것 같이 푸른 계곡의 물과 깍아지를 듯한 절벽들, 그리고 산을 뒤덮은 나무들과 저 멀리 보이는 설산까지
그냥 보고 있기만 해도 탁 트이는 멋진 풍경이죠.
여기서 좀 더 산으로 들어가면 계곡 뿐 아니라 온천도 나오기는 합니다.
물론 오늘은 온천을 할 계획은 없으니 엄청난 돌 길을 가볍게 산책해보기로 합니다.
일본의 산은 늘 곰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도 여름엔 먹을 것도 많아서 굳이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는 나오지 않지만요.
하지만 곰은 안나오고 뱀을 만나는군요. 야생에서의 뱀은 태어나서 처음 봅니다.
코가 뾰족하지 않고 사람을 보면 도망치는 뱀은 독뱀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위험하니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습니다.
사실 콘크리트 벽에 있어서 이도저도 못하는 것 같아서 불쌍하지만 그래도 건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죠.
다시 산을 내려와서 우나즈키 온천역에 도착합니다.
우나즈키온천역에서 보이는 이 세개의 다리가 인상적입니다. 빨갛고 아치 다리거든요.
깊은 계곡에 새파란 강물 위를 지나가는 빨간 다리는 일본의 산 속을 돌아다니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죠.
원래같으면 다시 열차를 타고 구로베역까지 가서 다시 기차를 갈아타겠지만, 위에서 청송세월 보내다 시간을 놓쳐서 이런 애매한 위치에 있는 역에서 내렸습니다.
당연히 안에서 일하는 사람은 없고 주변에도 집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건물만 있는 애매한 위치. 여기서 버스를 타야 한다고 구글 맵이 알려줬으니 일단 그렇게는 가는데
정말 버스가 있습니다. 심지어 쌉니다. 이런 시골 버스는 쫌만 지나가도 순식간에 5천원 7천원인데, 종점까지 2000원밖에 안한답니다. 이런 행운이?
게다가 버스 안에서 보는 경치도 끝내줍니다. 푸른 논밭 너머로 보이는 알프스 설산이 보이는 경치라니.
다시 아이노카제 도야마선을 타고 가는 것은 아니고, 토마리역에서 니혼카이 히스이선으로 갈아탑니다.
사실 아이노카제선이나 히스이선이나 둘 다 제3섹터 민영화 노선이지만, 토마리 너머부터는 도야마현이 아닌 니가타현이기 때문이죠.
위에서 말했듯 기존 JR 노선을 지자체가 사들여서 운영하다보니 현이 다르면 노선도 달라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니혼카이히스이선이라는 이름답게 동해안에 딱 붙어서 달리는 해안 철도입니다. 물론 바다가 보이는 시간은 길지 않고 대부분 터널을 지나긴 합니다만
그렇게 니가타현에 첫발을 디디게 됩니다.
니가타현은 한국에서는 인지도는 많이 떨어지는 동네지만, 일본에서 가장 긴 현이기도 합니다. 현의 길이가 250km가 넘습니다.
길이만 따지면 서울에서 대구보다 멀고 광주랑 거의 비슷한 거리죠. 현의 끝자락인 이곳에서 꽤 멀리 떨어진 나오에츠까지도 여전히 현의 남부일 정도에요.
길고 긴 터널을 지나 오야시라즈역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숙소가 있는 곳이죠.
사실 여기서 첫번째 고난이 있었는데 표를 살 때 오야시라즈랑 이토이가와가 햇갈려서 이토이가와로 표를 끊었거든요.
그래서 200엔 정도 더 나왔는데 표를 산 곳이 도야마다보니 현재 자기들이 있는 니가타에서는 표 교환이 안된답니다. 세상에 민영화
역에서 내렸지만 어짜피 무인역이라 마찬가지로 환불을 할 수는 없는 환경. 그래서 그냥 숙소까지 가기로 합니다.
숙소까지의 거리는 약 4km고 주변에 대중교통이 있을 만한 곳도 아닌지라 걸어가기로 합니다.
걸어가는 길에 바닷가로 그 유명한 호쿠리쿠 해안 고속도로가 보입니다.
이곳 오야시라즈 주변은 바닷가를 따라 엄청난 절벽이 이어지다보니 고속도로를 아예 바다 위로 이어지게 만들어버렸습니다.
다른 일본 어디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숨은 비경이기도 하죠.
문제는 이제 시작됩니다. 대충 2km 걸어올 즈음, 갑자기 인도가 사라져버립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절벽 도로가 시작되는 구간인데 말이죠! 분명 구글지도는 걸어서 갈 수 있다고 했는데
마을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마을은 지나간 지 오래고, 주변엔 그 흔한 편의점도, 공중전화도 없고 데이터도 터지지 않고 숙소 연락처도 모릅니다.
해안 터널이라 차도 간선도 거의 없다시피한데 다니는 차는 거의 대부분이 거대한 화물 트럭들 뿐이고
도저히 터널을 지나갈 수 없을 것 같아서 둘러봤더니 과거에 운행한 터널로 보이는 것이 보였습니다...만
길이도 수백미터에 바닥도 진흙뻘이라 도저히 지나갈 수 없는 상황
결국 저 계단을 타고 터널 위를 걸어서 지나오게 됩니다(...)
네 그것도 엄청 위험한 짓이죠. 저 터널 밑은 높이 수십 미터는 되는 절벽이니까요.
지금까지 나름 일본 시골을 열심히 다녔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시설이 없는 시골은 저도 처음 와보는거거든요...
이후에도 해안터널은 몇 개 더 있었지만 그래도 길이가 길지 않아 차가 지나가지 않을 때 호다닥 뛰어가는 식으로
그렇게 3km를 목숨을 건 행군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고난의 행군 중에 보이는 노을의 경치는 그야말로 최고였습니다.
이렇게 깨끗하게 바다 너머로 떨어지는 태양을 본 적이 언제였을까요?
하늘도 시뻘겋게 물들어서 힘들고 죽을 수도 있는 고행이었지만 눈은 요기를 한 이상한 상황이네요.
길 가다 전망대가 있어서 오야시라즈 전경을 찍었습니다.
바다 위에 있는 작은 바위 위로 떨어지는 태양의 구도가 엄청나네요.
저 멀리 보이는 절벽이 바로 오야시라즈입니다.
예전에는 저 절벽 밑 해안가에 길이 있어서 거기로 사람들이 다녔는데, 엄청난 파도와 잦은 낙석으로 엄청 위험한 길로 소문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 그 파도에 두 자녀와 어머니가 휩쓸리고, 그 두 아이가 바위가 된 것이 위에 보이는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도 있습니다.
그 전설에 따라 이 절벽의 이름이 오야시라즈가 된 것이죠.
그리고 저 절벽 위에 있는 건물이 바로 제가 묶기로 했던 호텔입니다(...)
결국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도착한 호텔.
물론 이 호텔 뒤에도 계속해서 자동차 전용 해안 도로가 쭉 이어집니다.
그래서 갑자기 제가 나타나서 체크인 하자 사장님이 깜짝 놀라더라구요. 여길 걸어오는 (미친) 사람은 처음 봤다면서...
문제는 이 날 아침부터 한 끼도 못 먹었는데, 호텔 주변에는 당연히 편의점이나 마트는 존재하지 않고
제가 도착한 시간은 식당도 문을 닫은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그냥 자판기 맥주를 마시고 일찍 잠들기로 했습니다.
이정도로 고생을 하다보니 맨날 늦잠 자는 편인데도 바로 잠들 수 있더라구요.
그래도 뭔가 낡고 오래된 호텔이지만 목욕탕의 전망만큼은 끝내줬습니다.
탁 트인 창문을 넘어서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거든요. 당연히 숙박한 사람도 없어서 혼자 마음껏 씻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처음 보는게 참 많은데, 이런 돌려서 전화 거는 전화기도 또 처음 보네요.
정말 얼마나 오래 된 호텔인지...
저 멀리 호쿠리쿠 해안 고속도로가 보입니다.
그나저나 저런 길을 걸어서 오다니... 확실히 그때의 저는 미쳐 있었죠... 아무튼 제 여행 인생에서 영원히 기억에 남을 끔찍하고 엄청난 경험이었습니다.
아무튼 아침 식사 시간은 좀 남아 있기 때문에 주변을 좀 더 둘러봅니다.
사실 그전까지는 호텔이 있는 곳이 오야시라즈 절벽 근처에 있는 호텔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냥 오야시라즈 절벽 바로 위에 있는 곳이더라구요.
오야시라즈가 유명한 것 중 두번째가 바로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을 만드는 것이 엄청난 난공사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워낙 침식이 잦은 해안 절벽이다보니 관리가 안되는 지금은 저렇게 침식과 침강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 낙석도 괭장히 많기 때문에 도저히 교통로로는 쓸 수 없어서 새 도로를 터널로 뚫어버리고, 구도로는 이렇게 관광 산책로 정도로 쓰고 있죠.
산책로를 좀 걷다 나타나는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갑자기 왠 터널이 나타납니다.
어제 올 때 봤던 그 터널이 생각나기도 해서 갑자기 오싹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옆에 벤치도 있고, 관광 가이드도 있는걸 보면 유적지라는 뜻이죠.
게다가 입구 한켠에는 손전등? 이 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켜지는 내부의 조명들.
어제의 그 터널과는 달리 이 터널은 관광객들이 다닐 수 있는 터널인 것입니다.
이 터널은 1907년, 그러니까 무려 112년 전에 만들어진 철도용 터널입니다. 지금은 좀 더 안쪽으로 안전한 새 터널이 생겼지만
이제는 흔적만 남은 이곳을 이렇게 관광지로 남겨둔 것이죠.
터널 내부에는 백년 전에 터널을 만든 방법, 터널의 종류와 역사 등에 대한 소개가 잘 되어 있습니다.
겁나 무서운 것만 빼면 말이죠...
어제 그 터널도 바닥의 진흙도 진흙이지만 불과 10미터 정도만 가니까 앞뒤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의 공포가 엄청났거든요.
지금 이 터널도 비록 조명이 켜지기는 했지만, 터널 중간쯤 되니 습기가 차서 안개가 되어 앞뒤로 시야가 전혀 보이지 않게 됩니다.
카메라 야간모드로 찍어서 좀 밝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명 근처 아니면 반대쪽 벽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커먼 상황
터널 입구에 비치된 손전등도 큰 의미가 없습니다. 게다가 여길 지나가는 사람이 오직 저 혼자뿐...
그렇게 한 600미터를 걸어서야 겨우 반대편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근데 나오고 보니 바로 호텔 밑이네요... 걸어나오니 다시 조명은 꺼집니다. 터널 안쪽에 있는 저 작은 점이 들어온 입구죠
반대편에는 이 터널과 이어지는 또 다른 터널이 보입니다. 물론 한눈에도 이제는 갈 수 없다는 것이 보이네요.
산과 절벽, 협곡이라는 장벽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는 이 지역 사람들의 애환이 한눈에 보이는 유적지였습니다.
터널을 나와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 작은 해변이 보입니다.
절벽밖에 없는 오야시라즈에서 정말 희귀하게 바닷가를 갈 수 있는 오야시라즈 해변입니다.
자갈과 돌로 된 아주 작은 해변가입니다.
사실 오야시라즈가 있는 이토이가와는 일본에서 몇 안되는 옥 산출지이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옥돌을 줏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전 옥이 뭔질 모르니 봐도 모르겠고, 돌만 있는게 아니라 쓰레기들도 참 많아서 뭘 찾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요.
누가 이렇게 귀엽고 깜찍하게 돌에 스마일을 그리고 갔네요
거의 이틀만에 먹는 제대로 된 식사
낫토 나오고 계란후라이에 베이컨까지는 그냥 평범한 호텔 조식인데 한치회랑 생선 말린거 구워서 주는거가 재밌네요.
이 지역 향토 음식이라고 합니다.
아침을 먹고 나니 사장님이 다음 목적지인 이토이가와역까지 태워다주신다고 합니다.
원래는 오야시라즈역까지만 태워다주시는데... 정말 감사하고 고마우신 분이었죠.
가는 길에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눠서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사장님은 일본 지방에 젊은이들이 줄어드는게 걱정이시라고 하시더라구요.
한국도 그래요... 하면서 해안도로의 멋진 경치를 감상하면서 갔습니다.
그렇게 사장님이 태워다주신 이토이가와역.
호쿠리쿠 신칸센도 지나가고, 오이토선의 종점이기도 한 니이가타 남부의 교통의 요지 중 한 곳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 지역은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옥 생산지이기도 합니다.
역 옆에 있는 히스이왕국(옥왕국)에서는 다양한 옥 가공품과 함께 옥을 가공하는 시설을 보여주고도 있습니다.
근데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새파랗고 투명한 옥은 말도 안되게 귀한 것이고, 대부분은 약간 좀 파란 돌 정도의 느낌이더라구요.
이토이가와역의 남쪽 신칸센쪽에 가면 열차 디오라마 전시관이 있습니다.
근데 제가 다음에 탈 열차가 10시 출발인데 오픈이 10시더라구요. 아쉽구나.. 하고 돌아가려는데
제가 돌아가는 것을 본 담당자분이 헐레벌떡 뛰어오시고서는 보고 가시라고 문을 열어주신다고 하시더라구요.
이 때가 거의 50분이라 그리 오래 보지도 못하는데 뛰어오시다니... 괜히 고맙고 감동적이더라구요.
내부에는 이렇게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디오라마에서부터
이토이가와 시내를 완벽하게 재현해낸 철도 디오라마가 엄청난 규모로 있습니다.
어지간한 철도 박물관에서도 보기 힘든 규모의 디오라마들이 여러개 있습니다.
재밌게도 움직이는 철도모형 앞에 작은 카메라를 달아 이렇게 마치 운전하는 것처럼 조작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컨트롤러도 완벽하게 철도처럼 동작하지는 않지만 나름 조작하면 실제 모형이 움직입니다.
열차 시간때문에 잠깐 보고 나와야 했지만 작은 공간에 생각보다 알차게 꾸며져 있어서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는... 뜬금없이 지하철역이냐고요? 아닙니다. 이곳은 엄연히 기차역입니다.
11km가 넘는 쿠비키 터널의 한복판...에 있는 기차역 츠츠이시역입니다.
어제 본 오야시라즈에서 보듯 동해안에 인접한 해안가는 말이 해안가지 절벽과 산이 잔뜩 있는 곳이라 철도 노선도 터널이 엄청 많습니다.
근데 그 터널이 너무 길어져서 기차역을 세울 수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터널 한복판에 기차역을 만들어버린거죠.
문제는 이곳이 40미터 지하에 있다는 것이죠... 아침에 갔던 그 터널 뺨찌는 어두운 계단을 260개를 넘게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왼쪽에는 나중에 에스컬레이터라도 지을 생각이었던 것 같지만... 이 이용객 수를 보면 답이 없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저밖에 없습니다. 내리는 사람도, 이용하려고 들어오는 사람도 없습니다.
진짜로 힘들게 260개의 계단을 걸어 올라오면 드디어 밖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터널에서 열차가 지나가면 엄청난 바람이 불기 때문에 이렇게 바람을 막기 위한 문도 있습니다.
밖으로 나와봤자 뭐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민가 한두개와 이게 진짜 기차역인가? 싶을 정도로 대충 만든 간이 건물이 츠츠이시역입니다.
안내판을 봐도 주변에 뭐가 있기는 하지만 아주 작은 어촌이 있는 것이 전부입니다.
바닷가로 내려가는 어촌에서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길도 없고, 산 위로 올라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기차역과 해안가를 따라 다니는 호쿠리쿠 고속도로 외에는 이곳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한 완전한 오지죠.
밖에는 와이파이는 고사하고 자판기조차 없고 엄청 덥기 때문에 굳이 밖에 있을 필요가 전혀 없으니 다시 플랫폼으로 내려옵니다.
그래도 지방철도 주제에 단선이 아닌 복선 터널입니다. 하지만 반대편으로 가려면 계단을 타고 올라가서 반대편으로 가야 합니다.
물론 저 반대편에도 아무것도 없는 것은 마찬가지고요.
가장 큰 문제는 배차 간격입니다. 다음 열차가 오는 시간이 1시간 40분 뒤라는거죠.
단 한명도 돌아다니지 않고 와이파이도 안되고 전기 콘센트도 없고 바람은 엄청 부는 이곳에서 1시간 넘게 혼자서 기다려야 하죠.
물론 중간에 반대편에서 오는 열차가 있긴 했지만 당연히 아무도 내리지 않습니다.
만약 이곳을 오실거면 돌아가는 기차를 타고 간다면 그래도 한 30분 정도만 죽치고 계시면 됩니다.
저처럼 가던 길로 그대로 가면 1시간 40분동안 정말 여기서 가만히 있어야 하죠.
그래도 내부의 환경은 쾌적합니다. 지하다보니 1년 내내 16도로 일정하거든요. 땅속이라 습도가 좀 높은 것이 흠이지만요.
그렇게 1시간 40분을 밑에서 멍하니 있으면 열차가 옵니다.
근데 열차 안내 소리가 좀 많이 무섭습니다. 지하라 엄청 울리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계단이 엄청 길다보니 내려오는 사람한테 확실히 알려줘야 하겠죠.
그렇게 겨우 츠츠이시를 탈출해 다음 목적지로 갑니다.
그 다음 목적지는 조에츠시 나오에츠역.
사실 목적지까지는 아니고 원래 여기서 니혼카이 히스이선에서 호쿠호쿠 익스프레스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여기도 다음 열차까지 시간이 1시간 50분 넘게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볍게 주변을 돌아보려고 하는데 보시다시피 그야말로 깡촌입니다.
그래도 나름 니혼카이선과 신에츠선, 묘코선, 호쿠선이 만나는 니가타 남부 교통의 요지인데 말이죠.
근데 불행 중 다행으로, 여기에 불과 작년 세워진 수족관이 있다고 하는군요.
일본의 지방에 있는 수족관은 대부분 버블 시대에 만들어졌다가 이제 손님이 없어서 골골대는 곳 밖에 없는데
지금 와서 생긴 수족관이라니 호기심이 발동되는군요. 걸어서 15분 거리니까 시간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이름은 조에츠 아쿠아리움 우미가타리. 바다이야기(?)네요
이곳의 상징 중 하나인 돌고래쇼. 저는 돌고래쇼는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바닷가를 배경으로 풀이 있다보니 마치 동해 바다에서 돌고래 쇼를 하는 듯 한 착각을 일으키는 구조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 지어진 수족관이다보니 내부 인테리어가 엄청 깔끔하고 세련되어 있습니다.
여기는 위에 있는 돌고래 쇼가 펼쳐지는 풀장의 아래인데, 저렇게 느긋하게 쉬다 갈 수 있게 한 구성이 매우 인상적이에요.
사실 대부분의 구성은 그렇게 특별할 것은 없었습니다. 일본 지방 수족관 어딜 가던 볼 수 있는 구성이었죠.
오히려 메인 대형 수족관에 으레 있을 법 한 큰 상어나 가오리같은 것이 없어서 뭐지? 싶었는데
여기는 독특하게도 메인 풀장에 수천마리의 정어리 떼가 돌아다닙니다.
말과 다큐멘터리로만 보던 수천마리 정어리 떼가 마치 한 생물처럼 떼지어 움직이는 장면은 정말로 절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닌다.
항상 큰 물고기를 보고 감명 받다 이런 작은 물고기를 보는 것도 신선하고 재미있네요.
그리고 펭귄 떼들도 잔뜩 있습니다.
사실 펭귄들이 살기엔 좀 더운 동네가 아닌가도 싶지만... 또 겨울에는 눈이 엄청 오는 곳이니 겨울에는 참 좋아할 것 같네요.
그래도 수족관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한적하고 조금은 낙후되고 약간 쓸쓸한 동네입니다.
뭔가 장사는 안돼도 사람 많고 철도선 따라 계속 항구가 이어지는 남쪽 동네와 달리
북쪽은 해안가도 단조롭고 어항도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좀 더 조용하고 사람도 적은 것 같네요.
그렇게 기차를 타고 또 다시 도착한 곳은 또 다시 땅 속.
네 여기도 츠츠이시역과 마찬가지로 터널 한복판에 생긴 지하철역, 미사시마역입니다.
그래도 복선이었던 츠츠이시역과는 달리 이곳은 단선이라 터널 내에 플랫폼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던 츠츠이시역과는 달리 여기는 그래도 지하가 훨씬 인간적입니다.
대합실도 있고, 안에 만화책같은 것도 있고 말이죠.
그리고 깊이도 츠츠이시역만큼 무지막지하지는 않습니다. 대충 8~10미터 정도만 올라가면 바로 지상이죠.
하지만 그 8미터 밑인데도 아래는 엄청 시원하고, 위는 찌는듯 덥습니다.
위로 올라온 역도 적어도 여기는 건물로써의 역할은 하고 있습니다.
콘크리트와 목조로 꾸며져 있고 다양한 안내문과 장식들도 있으니까요.
그 밖에도 지역 홍보 자료와 꽤 편하게 쉴 수 있는 대합실, 화장실까지.
오히려 어지간한 무인역들보다 훨씬 시설이 잘 되어 있더라구요. 물론 저말고 다른 사람은 없지만요.
여전히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것은 똑같습니다만, 그래도 간이역이었던 츠츠이시역보다는 상황이 훨씬 나아보입니다.
최소한 여기는 지나가는 사람정도은 있더라구요. 그리고 안에서 기다리는데 이곳을 관리하는 것으로 보이는 분이 와서 청소도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여기는 놀랍게도(정말로) 와이파이가 됩니다.
배차 간격은 아까 츠츠이시역보다도 더 안좋은 2시간이지만, 덕분에 딱히 할 것도 없는데 쾌적한 지하에서 편하게 인터넷을 하면서 기다릴 수 있었죠.
호쿠호쿠선이 나름 알짜 관광지 위주로 노선이 짜여져 있다보니 각종 서비스가 잘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래는 여전히 삭막한 분위기입니다.
특히 전동문이 두개가 있는데, 이 두 문은 절대 동시에 열리지 않습니다. 한쪽이 열리면 한쪽은 절대 열리지 않는 구조죠.
왜냐면 이곳은 명색이 특급선이라 열차가 엄청난 속도로 다니기 때문에 그로 인해 발생하는 풍압이 다른 역에 비할 수준이 아닙니다.
그래서 문이 열려있으면 밖에 있는 창문이고 집기들이 바람에 박살이 날 수가 있죠. 그래서 전동문으로 바람을 막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마저도 저 터널로 가는 문은 열차가 올 때가 아니면 열리지도 않고요.
이제 다음 목적지를 향해 달립니다. 계속해서 엄청난 절벽이 있는 해안가만 다니다, 간만에 전형적인 시골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물론 저 멀리 에치고 산맥의 위에는 하얀 눈이 남아있지만요.
다음 숙소가 있는 에치고 유자와 역에 도착합니다.
도쿄 인근에 있는 가장 유명한 스키장이면서 온천 휴양지입니다만, 두개의 특성상 완전 겨울을 위해 존재한다고 봐도 무방한 곳이죠.
그만큼 여름인 지금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숙소를 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곳은 신칸센을 타고 올 수 있어서 더욱 인기가 있어진 곳인데요
확실히 신칸센의 규모는 어마어마한 것 같습니다. 더욱이 여기서 신칸센이 분기해서 갈라 유자와역이라는 종점까지도 존재합니다.
겨울에 여기를 찾는 손님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것 같네요.
그러다보니 여름에는 호텔 로비에 직원이 자리를 비울 정도로 장사를 대충 합니다.
전화를 하고도 20분 가까이 기다려야 오긴 했지만, 어짜피 딱히 할 것도 없으니까요.
길거리는 당연하지만 한적 그 자체입니다. 문 닫은 가게가 대부분이고요.
손님도 거의 없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사진에 보이는 사람이 전부일 정도죠. 뭐 애초에 여름에 온천욕을 올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온천에 왔으니 온천욕을 즐겨봅니다.
평소같으면 예약이 빽빽하게 되었을 노천탕도 당연하지만 저 혼자 쓸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만난 고양이
심술궂어 보이지만 엄청 착하고 순한 녀석이었어요.
유자와 온천역에서 버스를 타고 약 20분. 키요츠 협곡에 도착합니다.
위에서 기차를 타고 갔었던 구로베 협곡과 함께 일본의 3대 협곡 중 하나인 키요츠 협곡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시고쿠에 있는 이야협곡인데, 거기도 언젠가는 가야겠죠.
하지만 큰 돈 주고 버스를 타고 왔지만 또 거기서 한참을 걸어가야 합니다.
거의 3km 가까이 되는데 당연히 버스도 없습니다. 애초에 여기까지 오는 버스도 배차 간격이 3시간 넘게 있는걸요.
첫차는 7시 10분인데, 도착하면 7시 30분쯤 됩니다. 그리고 협곡까지 걸어가면 8시 쯤 되죠. 근데 협곡이 8시부터 개장입니다.
첫 차를 타면 나름 딱 맞춰서 관람이 가능합니다.
그렇게 30분 가까이 걸어가면 드디어 키요츠협곡 입구에 도착하게 됩니다.
조신에츠 국립공원 한복판에 있는 키요츠 협곡. 조신에츠 국립공원은 니가타와 군마, 나가노 경계에 있는 산지입니다.
이번 여행의 테마인 조신에츠 지역을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죠.
하지만 협곡을 가려면 그림과 같이 터널로 들어가야 합니다.
키요츠 협곡은 일본 3대 협곡에 꼽힐 만큼 엄청난 경치를 자랑하지만 그만큼 자연적 가치가 높기도 하고, 또 동시에 낙석의 위험도 큰 곳입니다.
그래서 자연을 보호(?)하고 여행객도 보호하기 위해 아예 협곡에 터널을 뚫어버렸습니다.
터널 뚫는게 엄청난 자연 피해일텐데... 참 아이러니하네요
터널 내부는 꽤 독특합니다. 빛을 주제로 중국인 건축가가 꾸미다보니 형형색색의 조명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터널 길이는 약 800미터 쯤 되는데, 편도라서 왔던 길로 다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대충 1500미터 정도 걸어야 합니다.
한번 둘러보는데는 한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군요.
이렇게 터널 중간중간에 협곡쪽으로 구멍을 뚫어서 협곡을 구경할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밖을 보면...
그야말로 처음 보는 광경. 엄청난 주상절리 사이로 계곡물이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흐르고 있는 풍경입니다.
비단 물가 뿐 아니라 계곡 위 전체가 거대한 주상절리 그 자체입니다.
이런 주상절리는 바다쪽 말고는 볼 일이 없었는데, 이런 내륙 깊숙한 협곡에서 보게 되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 다음 전망대는 이렇게 꾸며져 있습니다. 터널에는 총 4개의 전망대가 있는데 각 전망대마다 각자의 테마로 꾸며져 있죠.
계곡 뿐 아니라 터널 자체도 꽤 볼 만한 구성입니다.
그야말로 절경, 비경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풍경입니다.
주상절리를 보는 일도 잘 없는데 계곡 전체가 육각 기둥 형태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으니까요.
계곡 꼭대기까지 이어져 있는 바위의 기둥들은 실제로 보면 더욱 위압감이 느껴집니다.
계곡 아래에는 먼 과거 실제 관광객들이 이용했던 구 등산로가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절벽이 이모양이니 확실히 낙석 사고가 빈번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터널의 마지막 전망대는 계곡을 정면에서 볼 수 있는 위치이면서 이렇게 바닥에 물을 채워놨습니다.
물에 반사된 계곡의 경치는 가뜩이나 멋있는 계곡의 풍경을 더욱 독특하게 볼 수 있게 합니다.
물이 차 있지만 가장자리는 이렇게 아주 얉게 되어 있어서 물 위를 걸어서 좀 더 가까이서 계곡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관광객도 오기 시작하면서, 물 위에는 계곡 뿐 아니라 사람들도 비치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걸어다녀서 아까처럼 거울같이 반사되는 계곡이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이 수면에 반사되는 모습은 계곡만큼이나 신비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다음 버스 시간표를 찾아봤는데 절망적인 배차시간 3시간... 다음 버스는 12시가 넘어야 도착한답니다.
8시 30분 첫 입장 하고 정말 넉넉하게 여러번 돌아다녀서 이제 10시인데 말이죠... 주변에 카페같은 것도 없는데 말이죠.
뭔가 상점가가 있긴 하지만 밥을 먹기엔 애매해서 그냥 와이파이 되는 입구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계곡 직원 분이 오후에 비가 올 수 있다며 우산이 없으면 하나 가져가라고 하시더라구요.
막상 당일은 비가 오지는 않았지만 그 다음날 비가 엄청 와서 이 우산이 없으면 진짜 큰일날 뻔 했거든요.
뭔가 니가타에서 첫날 숙소에서부터 이토이가와 전시관, 그리고 여기까지 뭔가 사소해보이지만 잊지 못할 친절함을 받아서 괜히 더 기분이 좋아지네요.
그리고 일본에 온천 아닌 곳이 어디 있겠냐만은 당연히 이곳도 온천이 나옵니다.
그래서 계곡 입구 옆에 이렇게 족욕탕이 있습니다. 버스 시간표가 안드로메다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한번쯤 들러도 좋을 것 같네요.
아니 정확히는 여기 안들르면 할 게 전혀 없지만요.
버스 시간이 가까워지니 이제 다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갑니다.
네 다시 30분 가까이 걸어가야 하죠. 하지만 오던 길 말고 살짝 돌아가보기로 합니다.
물론 그래봤자 평범한 농촌 시골 마을이지만, 이런 시골 마을의 풍경은 누가 봐도 마음이 편해지죠.
날씨도 해가 쨍하긴 했지만 산속이다보니 땀이 뻘뻘 날 정도로 더운 것도 아니고 적당히 걸어갈 만한 기분 좋은 날씨니까요.
정말 산 속에 폭 쌓여있는 작은 시골마을이었습니다.
엄청 걷기는 했지만 그래도 재밌는 시간이었네요.
이제 다시 유자와역으로 와서 기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갑니다.
사실은 오자마자 간 것은 또 아니고, 또 여기서도 2시간 넘게 기다리다 기차를 탔습니다.
배차 간격이 여유로운 니가타쪽과 달리, 군마쪽은 배차 간격이 2~3시간이거든요.
어지간한 일본 시골은 가보고 끔찍한 배차 간격은 많이 경험해봤다 했지만, 이정도로 연달아 2~3시간 기다려야 했던 적은 거의 없었네요.
앞으로 가는 일본도 계속 이런 시골일텐데 일정 관리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작은 기차역에 도착합니다. 이제 시골에서 이런 기차역에 내리는 것은 이상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건물로 들어가서, 제가 탄 군마 방향이 아닌 니가타 방면으로 가는 플랫폼을 향해 가다보면
뭔가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고작 반대편 플랫폼으로 가는 것 뿐인데 이렇게 많이 걸어야 하나요?
심지어 강도 건넙니다. 건물은 갈수록 낡아지고, 안쪽에서는 음산한 바람만 불러옵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절망을 뛰어넘은 압도적인 공허함만 보이는
바로 일본 최고의 두더지굴, 도아이역이 바로 이곳입니다.
이전의 츠츠이시역, 미사시마역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저 끝이 분명 보이지만 얼마나 오래 걸릴 지 가늠도 되지 않는 절망의 터널이죠.
여기도 츠츠이시역처럼 뭔가 에스컬레이터가 지어질 계획인 것 처럼 보이지만, 당연히 지어질 기미도, 지어질 가능성도 없습니다.
여기를 걸어 내려가면, 다시 걸어 올라와야 합니다.
계단에 저 숫자가 보이십니까? 430. 최소한 400개가 넘는 계단을 걸어야 저 아래까지 갈 수 있습니다.
한 200개 쯤 갔을 때, 계단 중간에 뜬금없이 벤치가 나옵니다.
이런 곳에 왠 벤치가...라고 생각한 것은 나중에 올라올 때 깨닫게 됩니다.
진짜 딱 이 벤치 쯤에 올라올 때 힘들어 죽을 것 같더라구요. 올라올 때 반드시 쉬고 갈 수밖에 없는 배려의 벤치입니다.
그렇게 400개가 넘는 계단을 걸어 내려가 마침내 도착한 도아이역 니가타 방면 플랫폼.
단선으로 운행하는 미사시마, 복선이지만 양방향 모두 같은 터널에 있던 츠츠이시역과 달리, 여기는 상행은 지상에, 하행은 지하에 있는 구조입니다.
그 고저차는 무려 80미터. 거기다 직선 거리로도 수백미터는 더 걸어가야 할 정도로 막장 구조죠.
당연하지만 사람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그래도 다른 두 역보다는 터널 내의 조명이 엄청 밝게 잘 되어 있기는 한데, 오히려 이 큰 시설에 혼자밖에 없으니 무서움이 더 증폭됩니다.
물 떨어지는 소리, 바람소리가 무서움을 훨씬 증폭시키기도 하고요.
게다가 안에 있는 대합실과 창고는 묘하게 사람이 쓴 흔적이 있어서 괜히 더 무섭습니다.
그래도 쓸 수 있는 화장실이 있습니다.
솔직히 밑에서 기다리다가 갑자기 신호가 왔는데 화장실이 지상에 있으면 이건 답이 없으니까요.
좌변기지만 수세식인게 어디인가요 진짜로
아무래도 두더지역 중 가장 깊기도 하고, 그나마 수도권에선 가까운 편이다보니, 다른 두 역에 비하면 진짜 그나마 찾는 사람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방명록도 은근히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자 이제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사실 상식적으로는 여기를 와서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일정이 보통입니다. 그러면 올라가던 내려가던 한번만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저는 저 멀리 니가타로 한바퀴 빙 돌아서 군마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힘들게 내려오고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즉 대충 500개에 가까운 이 계단을 다시 걸어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죠.
죽을 힘을 다해서 460개의 계단을 걸어 올라서, 음침하고 무섭기까지 한 터널을 지나면
"수고하셨습니다 (계단 462개)"
"개찰출구까지는 앞으로 143미터"
"2개의 통로에 24계단이 더 있습니다"
"힘내세요"
...
그렇게 마저 24개의 계단까지 더 올라... 486개의 계단을 걸어 드디어 출구로 나갑니다.
죽을 힘으로 뛰었더니 대충 5분 걸렸네요... 왜 이런 짓을 했지
역시 역 내부는 이전의 두 역에 비하면 훨씬 크고 규모도 있습니다만 당연히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대합실도 잠겨져 있고, 그래도 여긴 자판기는 있네요. 내부에는 별 시설은 없고, 심지어 표를 확인하는 시설도 없습니다.
그냥 양심에 맡기고 이용해야 하죠.
뭔가 기록을 쓰는 칠판같은게 있어서 저도 괜히 한번 써봤습니다.
1주일동안 찾아오는 사람이 고작 3팀... 하지만 진짜 올 일이 없는 곳입니다.
근처에 스키장이 있어서 겨울에나 좀 올 만 하고, 이런 여름에는 이 역 자체를 구경하려는거 아니면 올 필요가 없는 곳이죠.
그 외에 도아이역의 각종 기록과 역사에 대해 설명하긴 하는데, 자기들도 여길 만든게 막장같은 짓인걸 잘 알고 있으니 다행이네요...
외부의 전경은 멀쩡해 보이지만, 무인역이 되고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자세히 보면 참 허름하고 처참합니다.
주변에도 건물이 있긴 한데 다 허물어지고 폐허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뭔가 휴게소같이 생긴, 과자 만드는 가게같은 것도 있긴 한데, 영업중이라고는 나오는데 가보니 문이 닫혀 있습니다.
솔직히 이런데서 장사가 되는 것이 더 이상하죠.
지하 플랫폼으로 가는 다리... 계단에서 막 나와서 나온 그 음침하고 무서운 곳이 바로 이 다리군요.
왠만하면 다음 목적지까지 가는 기차를 기다리겠지만, 이곳의 열차 배차 간격은 무려 세시간
그렇게 둘러보고도 두시간 넘게 기다려야 다음 열차가 도착합니다. 여기서? 두시간을? 절대 답이 없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지나가는 버스가 있습니다. 게다가 조금만 기다리면 오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다음 역으로 가기로 합니다.
근데 그와중에도 차를 타고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꽤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여기는 기차역이지만 기차 타고 오는 것은 멍청한 짓입니다. 차라리 차를 빌려서 타고 오세요.
그렇게 버스를 타고 도착한 미나카미역. 도아이역에서는 불과 두 정거장 떨어진 곳입니다.
겨우 두 정거장인데 왜 굳이 버스를 타고 왔냐 하면, 그나마 여기부터는 군마 현 내로 가는 열차편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일단은 니가타까지 가는 조에츠선이지만 실상은 이곳이 종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무려 도쿄 광역 철도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무려 수도권이라는 뜻이죠
지금까지 편의점에서 계산할 때 말고는 전혀 쓸모가 없었던 스이카도 드디어 쓸모가 생겼습니다.
기차만 타고 다녔는데 여행 시작 3일만에 처음으로 스이카를 쓰게 되다니...
아무튼 그렇게 처음으로 오게 된 군마현. 일본에서는 '마계'로 통하는 동네이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어느 마계처럼 사람이 살기 힘든 아수라의 동네는 아니고, 수도권치고 낙후되고 산지와 오지가 많기 때문이죠.
대충 우리나라로 따지면 동두천 연천 대충 이정도의 위치라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지나가는 거리의 풍경은 멋있기 그지없습니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도착한 군마현의 현청소재지 마에바시. 근데 현청소재지 역 치고는 좀 많이 소박합니다.
도야마는 고사하고 돗토리도 이렇게 소박하지는 않았는데 말이죠.
그래도 지난 며칠간 진짜 말도 안되는 시골에만 다니다 버스가 다니고 빌딩이 있는 곳에 오니 뭔가 감회가 새롭습니다. 문명인이 된 기분이에요.
하지만 길거리는 좀 많이 썰렁합니다. 나름 금요일 저녁인데요. 밤 10시 11시 아닙니다. 6시 반의 중심 상가의 모습입니다.
정말 할게 없어서 결국 현청 건물까지 걸어갑니다.
현의 규모 치고는 쓸데없이 크고 웅장한 현청 건물입니다만, 위에서도 말했듯 관공서가 높으면 보통 전망대가 있고, 그 전망대는 공짜입니다.
이런 할거 먹을거 없는 동네에서 야경이라도 보러 올라가야죠.
밤이라 건물 조명 보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지만, 저멀리 지는 석양을 배경으로 산들이 보입니다.
군마현의 명산 중 하나로 불리는 하루나 산입니다. 하루나산도 산 위에 호수도 있고 산의 경치도 뛰어난 명산이라는 정보를 봤습니다.
나중에 군마에 다시 온다면 가볼만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수도권에 있는 도시라 도야마보다는 조금 더 도시같은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좀 큰 빌딩들도 많이 보이고요.
다음날은 아침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다음 목적지인 요코가와로 가기 위해 환승역인 다카사키역에 옵니다.
근데 현청소재지인 마에바시보다 다카사키쪽이 훨씬 크고 상점가가 잘 되어 있군요... 여기는 신칸센도 지나가고 말이죠.
만약 군마에 올 일이 있으시면 숙소는 다카사키쪽에서 잡으시는걸 추천합니다. 역시 애니메이트 있는 동네가 더 큰 동네란 말이죠.
다카사키에서 신에츠선을 타고 종착역인 요코카와역에 도착합니다.
사실 노선 이름인 신에츠선을 뜯어보면 나가노에서 니가타로 가는 노선이라는 이름인데, 정작 노선은 군마에서 시작해 군마에서 끝납니다.
원래는 이 노선은 이 요코카와역에서 산을 타고 올라가서 가루이자와에서 나가노를 통해 니가타로 가는 신에츠선의 일부였습니다.
지도에서 봐도 마치 지우개로 지운 것 같이 요코카와와 가루이자와 사이가 지워져 있습니다.
왜냐면 호쿠리쿠 신칸센의 개통으로 다카사키에서 가루이자와까지 직행 노선이 생겼기 때문이죠.
보통은 이러면 기존 노선은 배차 간격을 늘리거나 민영화를 해서 제3섹터로 바꾸게 마련이지만
이곳은 엄청난 경사의 우스이 고개를 넘기 위해 아프트식(레일에 톱니바퀴를 이용해 산을 올라가는)으로 운영을 하다보니
아프트식으로 인해 생기는 막대한 비용과 유지비용, 비효율을 감당하지 못해 아예 노선을 없애버린 것이죠.
대신 기존의 철도시설들을 없애지 않고 관리해서 철도 박물관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아프트식 철도는 지금도 오이카와선 같은데서 관광용이기는 하지만 실제 운행중이지만
이곳은 철수한 아프트식 철도의 시설과 역사, 정보 등을 잘 모아서 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기존의 철도 유지 보수 시설들을 그대로 보존해서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예 유지보수를 하던 공간 자체를 보존하다보니 현장감이 엄청납니다.
원래는 주변의 묘기산의 멋진 풍경과 우스이고개를 걸어서 넘으려고 한건데 비가 와서 무산돼 좀 우울해 있었는데 이렇게 꽤 멋진 볼거리가 있어서 재밌었네요.
아프트식 철도에 사용된 톱니들은 역 주변의 배수구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소한데서 재밌게 구성이 되어 있네요.
다음 목적지인 가루이자와를 향해 버스를 타고 갑니다.
사실 요코가와에서 가루이자와로 가는 우스이 고개는 철도 시설이나 아치 다리 등 볼 거리가 꽤 많은 괜찮은 등산로인데
비가 오니 별 수 없죠. 하지만 우스이 고개의 경치는 비가 와도 정말 끝내줬습니다. 구불구불 고갯길을 오르는 재미도 쏠쏠하구요.
그렇게 도착한 가루이자와. 근데 비가 옵니다. 망했어요.
원래 가루이자와는 고산지대에 위치해 1년 내내 서늘한 기후라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고 알아주는 휴양지거든요.
수많은 팬션과 호텔 뿐 아니라 오래 된 카페나 건물 등 볼거리도 많은 곳인데 비가 오면 갈 수 있는 곳이 없죠.
워낙 좋기로 유명한 곳이라 이 글을 쓰는 지금 G20 행사가 열리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은 날씨 좋으니까 멋진 풍경들을 보고 계시겠죠.
하지만 비가 오는 이상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원래는 자전거를 빌려서 돌아다니려 했지만, 이렇게 됐으니 그냥 바로 다음 목적지로 달려갑니다.
과거 신에츠선이었지만 마찬가지로 호쿠리쿠 신칸센의 개통으로 제3섹터가 된 시나노선을 타고 도착한 나가노현의 현청소재지 나가노입니다.
근데 역 건물이 정말 엄청 이쁘지 않나요? 나가노가 산속이라 목재로 유명한 곳이라 역 지붕과 기둥을 나무로 꾸몄는데
현대와 전통의 절묘한 조화가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멋진 기차역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이곳의 온도는 한낮인데도 고작 19도. 길거리에 반팔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습니다.
시원하다를 넘어서 바람 불면 춥기까지 하네요.
나가노도 나름 교토나 다카야마처럼 전통으로 유명한 동네이기도 합니다.
유명한 전통보존지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을 자체가 젠코우지라는 절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마을이다보니 불교 테마로 된 건물을 쉽게 볼 수 있죠.
이 건물도 고층 아파트 빌딩인데 1층은 전통 양식으로 만든 것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나가노시의 중심에 있는 젠코우지. 일본 전역에 있는 전광사의 총본산이기도 하죠.
절 앞에 있는 아수라가 지키는 문이 정말 인상적이네요. 가까이에서 보면 그 위압감이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전광사 건물입니다. 생각보다 엄청 큰 목조 건물입니다. 내부에 들어가면 시커멓고 어두운 통로를 지나가는 곳이 있는데
제가 갔을 때에는 슬프게도 끝났더라구요. 5시면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참 뭐든 일찍 닫는게 일본이에요. 어딜 가려면 항상 부지런해야 해요.
저녁에 해가 지고 난 뒤의 나가노역의 모습.
저녁이 되고 나니 나가노역의 매력이 한층 더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 등불들이 저렇게 이쁘게 켜질 줄은 몰랐거든요.
그리고 역 내부에도 지역의 특산 음식들과 쇼핑몰, 식당 등이 있어서 늦은 시간에 갈 곳이 없을 때 들르기 좋은 곳이기도 하죠.
역 주변에 백화점, 쇼핑몰 등이 몰려있기도 하고요.
밤이 돼서 다시 한번 전광사 주변에 가봤습니다. 역시 상점가는 다 문을 닫았지만
그래도 밤일 때 이런 전통 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정말 좋습니다. 다리는 죽을듯이 아프지만요.
다음날 숙소에서 역까지 가는 길에 올림픽 기념 탑이 있습니다.
사실 주변 사람들에게 나가노는 대부분 1998년 동계 올림픽으로 기억을 하시더라구요.
물론 일본 사람들에게도 나가노는 산속, 숲 아니면 스키같은 동계 스포츠로 기억되는 동네이기도 하고요.
아침에 꽤 일찍 일어나서 버스를 타러 왔는데, 벌써부터 줄이 엄청납니다. 다들 할아버지 할머니이긴 하지만
이번에 가려는 곳은 토가쿠시 신사. 나가노에서 북쪽에 있는 묘코 국립공원 안에 있는 유명한 신사입니다.
당연히 이곳도 곰을 조심해야 합니다.그래서 일본에서 산을 오를 때는 종을 매달고 갑니다.
종소리같은 쇠소리를 곰이 싫어하거든요. 저처럼 종이 없으면 박수를 치고 다니셔야 합니다.
아침 이른 시간이고 비까지 오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다닙니다.
거대한 도리이를 지나고
악귀를 막는 크고 빨간 문을 지나면
인간이 한없이 작아지는 그곳. 도카쿠시 신사 삼나무길이 펼쳐집니다.
수령 수십 수백년 된 삼나무들이 수십미터 높이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걷고 있으면 어느새 나는 없어지고 그냥 자연 속을 지나가는 것 같아집니다.
이미 죽은 나무들은 속이 텅텅 비어 그 안에 사람 두세명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고
두 나무의 뿌리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뒤틀려 꼬여 있는 곳입니다.
이 삼나무 길을 1km 정도 걸어 올라가다보면
산 중턱에 작은 신사가 나옵니다. 이곳이 바로 '상' 도가쿠시 신사.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훨씬 아래에 마을 근처에 있는 '중' 도가쿠시 신사를 이용합니다.
꽤 효엄이 좋기로 유명한 신사라 비단 삼나무 길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 뿐 아니라 순수하게 신사에 참배하기 위해 오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마치 만화에 나오는, 신이 사는 성스러운 곳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곳입니다.
더욱이 비가 와서 살짝 어두침침하고 바닥이 젖어있다보니 그 분위기가 극대화되는 것 같아요.
사실 여기는 일부러 비가 올 때 오고 싶었는데, 어제 비가 온 건 영 아쉬웠지만 오늘은 비가 와서 정말 다행이었네요.
아까 그 문에서 살짝 옆으로 돌아서 샛길로 돌아갑니다.
그러면 이 근방의 숲속을 산책할 수 있는 목도가 나옵니다.
다만 관리가 썩 잘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 길 중간중간 구멍이 나기도 합니다.
아니 구멍이 아니라 아예 길 중간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여기도 또 지나가는 사람이 한명도 없이 저 혼자라서
혹시 곰이 나오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조금 하다보니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숲 속에는 동그랗게 자라는 고사리류의 식물들과 조릿대가 엄청나게 자라고 있습니다.
정말 동그랗게 자라서 신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조금 괴기하기도 한 숲입니다.
원래 이곳은 4~5월 즈음 수파초 꽃들이 새하얗게 자라 숲을 가득 채우는데, 조금 살짝 늦게 온 것 같아요.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다보면 드디어 호수가 나옵니다.
호수 주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새들을 찍고 있습니다.
확실히 나뭇가지를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엄청 많은 새들이 있습니다. 길을 걸어올 때도 수많은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렸기도 했고요.
호수 옆에는 수목원 박물관이 하나 있습니다.
지역 은행인 팔십이 은행이 운영중인 수목 박물관입니다. 입장료도 무료라 가볍게 둘러보기는 좋습니다.
하지만 버스 시간이 바로 다음이라 오래 있지는 못합니다. 여기도 배차 간격이 한시간이라 한번 놓치면 또 시간이 많이 비거든요.
버스를 타고 다시 산을 내려갑니다. 저 멀리 나가노 시내가 한눈에 보이네요.
사실 원래는 이 날도 나가노에서 묶으려고 했는데, 이 날 하필 래드윔프스 공연이 나가노에서 있어서
숙소가 전멸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다음 방향인 나오에츠 쪽에서 숙소를 잡으려고 하다가 그쪽도 숙소가 영 싸지를 않아서
계산을 해보니 나오에츠에서 가는거랑 마츠모토를 거쳐서 마츠모토에서 숙소를 잡는거랑 가격이 큰 차이가 없더군요?
그래서 갑자기 계획에 없는 마츠모토를 향해 가기로 합니다.
나가노에서 마츠모토까지는 시노노이선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중간에 큰 언덕을 지나는데, 그 언덕을 오르다보면 이렇게 나가노 도시권이 한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사실 일본의 대도시 대부분은 해안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산으로 둘러쌓인 분지 생활권은 비교적 드문 편입니다.
그래서 분지에 있는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경치가 의외로 보기 힘들죠.
시노노이선은 중간에 한번 스위치백(열차가 한번 후진하고 다시 직진해서 고저차를 극복하는 방법)을 하는데
그 때 들르는 역인 오바스테 역에서는 이 나가노 도시권이 한눈에 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아예 역에서 보라고 의자까지 준비해뒀네요.
그렇게 1년만에 오게 된 마츠모토. 근데 그때는 없었던, 낮익은 자전거들이 보입니다.
이 자전거들은 올해 초 다카마츠(다카마츠 여행기)에서 이용했던 헬로 싸이클링입니다.
일본에서 점점 퍼지고 있는 공유 자전거들인데, 전기자전거라 다카마츠에서 꽤 편리하게 이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이미 회원가입과 결제 절차도 다 해놨기 때문에 여기서도 별도의 절차 없이 편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도착한 곳은 마츠모토성. 마츠모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죠.
물론 작년에 와서 멋있는 경치를 실컷 봤지만, 이번에 아침 일찍 온 이유는 바로 성 안으로 들어가보기 위해서입니다.
일본의 성을 상징하는 것은 단연 천수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이 천수각이 제대로 보존된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14개밖에 없죠.
성 중에 가장 유명한 오사카성과 나고야성은 콘크리트로 공사한 성이니까요.
제대로 전통 기법 그대로 목조로 보존된 천수각은 고작 14개인데, 그중에서 큰 규모인 성은 마츠모토성과 히메지성, 구마모토성 3개 뿐입니다.
그마저도 구마모토성은 3년 전 규슈 대지진으로 박살이 나 버려서... 이제 멀쩡하게 남아있는 큰 성은 마츠모토성과 히메지성 두 곳 뿐이네요.
근데 마츠모토성은 사진처럼 시커먼데 비해 히메지성은 기와까지 희게 칠해서 뭔가 대비가 되는 느낌입니다.
사실 성들은 참 많이 보러 다녔지만, 실제로 들어가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실 들어가봤자 별거 없다는건 이미 잘 알아서 그 긴 줄을 기다릴 필요까진 없을 것 같아서 안 간 것이지만, 이번엔 사람이 없으니 그 호기심을 확인해보기로 합니다.
그래도 성 내부는 생각보다 알찬 구성입니다. 성의 역사와 성을 만드는 법 등에 대해 잘 소개가 되어 있거든요.
그 외에도 재밌게도 총의 역사들도 잘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계단이 정말 가파릅니다. 예전 사람들은 이런데를 매일 올라갔다 해야 한걸까요? 참 고생이다...
정말 힘들게 천장에 도착했습니다. 생각보다 사람이 정말 많네요.
계단이 정말 사람들이 몰려서 조금만 늦었어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을 뻔 했네요. 성 가면 왜 천수각 가는데 줄이 그렇게 긴 지 이제 알 것 같네요.
마츠모토는 나름 나가노현의 남부의 중심지이긴 하지만, 나가노도 큰 도시가 아닌데 마츠모토도 도시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성 위에 올라가서 봐도 볼 게 뭐 있는건 아닌데, 그래도 마츠모토는 저 멀리 히다 산맥의 고봉들이 보이거든요.
하지만 오늘은 구름이 끼어서 뭐가 보이질 않네요. 그리고 덤으로 역시 성은 들어와도 별게 없다는 것도 배우고 갑니다.
나가노현의 캐릭터가 뭔가 되게 인상깊게 생겼습니다. 귀여운 것도 귀여운건데
저 묘한 시선처리가 중독성이 있달까요? 또 현 여기저기 기차역같은데 가면 보이기도 하고요.
이제 마츠모토에서 오이토선을 타고 도야마로 돌아갑니다.
저 멀리 안개가 산 속에 피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뿜어내네요. 평소였으면 저 뒤에 있는 다테야마를 보지 못해 아쉬웠겠지만
비온 뒤에 산에 연하게 안개가 깔리는 그 분위기도 전 너무 좋거든요.
사실 지금까지 그렇게 기차를 타고 다니면 이제 슬슬 눈치 채겠지만, 잘 기차를 타다가도 현이 넘어가면 같은 노선도 한번 갈아 타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이토선도 나가노에서 니가타를 잇는 노선이지만, 미나미오타리역에서 갈아타야 합니다.
문제는 '또' 여기도 다음 열차 시간이 2시간 뒤라는 점이죠. 게다가 여기는 진짜 진짜 관광지도 뭐도 아닌 진짜 아무것도 없는 곳이란거죠.
진짜 할게 없어서 결국 저는 촌정 사무소까지 가보기로 합니다. 그냥 볼 거 없어서 간건데 놀랍게도 와이파이가 되는군요.
근데 촌사무소 앞에 인상깊은 표지판이 있었습니다. 바로 마을 주변의 산사태 주의 정보들이었죠.
아시다시피 작년 이맘때 일본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생긴 산사태로 사상 초유의 인명 피해가 일어났거든요.
그 이후로 이렇게 폭우시에 산사태 등의 인명 피해에 대한 대비책을 새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재난에 대해서는 엄청 열심히 준비하는 것이 일본의 특징인 것 같아요.
길을 걷고 있는데 산사태 대비 옹벽을 설치하는 공사를 하고 있네요.
정확히는 길거리에서 저런거 하고 있는 것에도 관심을 쓰게 될 만큼 이곳은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요
근데 지나가다 꽤 독특하게 생긴 건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말 그대로 이곳의 향토 박물관입니다. 아니 왜 이런 곳에?
물론 박물관 관리인 분들도 놀란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왜 이런 곳에 한국인이?? 그러게요.
내부는 작은 규모 치고는 의외로 꽤 알차게 되어 있습니다.
뭔가 임팩트 있는 공룡은 사실 공룡 발자국 화석이라 생각보다 별게 없습니다.
오히려 이 주변의 생활 양식들이 전시된 것들이 훨씬 인상깊었습니다.
이곳은 아무래도 겨울에 엄청 눈이 많이 오고, 산은 가파르고 문명이 닫기 힘든 오지였으니까요.
산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설명과 도구들이 꽤 자세하게 전시되어 있어서
정말 뜬금없이 열차 환승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돌아다닌 동네 치고는 나름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2시간의 시간을 기적처럼 흘려보내고, 이토이가와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역에 가는데
와 이렇게 작은 기차는 일본 와서 진짜로 처음 봤습니다.
한량짜리로 운행하는 열차야 많이 봤지만, 그래도 확실히 이것보다는 더 길거든요.
문도 자동으로 열리는 것이 아니라 승객이 직접 밀고 당겨서 열어야 하는 방식.
사실 위에서 가루이자와에서 나가노까지 가는 시나노선 철도도 수동이긴 하지만 거긴 그래도 좌우로 열리는 슬라이드 도어였거든요.
비록 여기서 이토이가와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지만, 열차의 상태로 보면 아시겠지만 정말 천천히 다닙니다.
심지어 엇그젠가 폭우로 인해 선로에 이상이 생겨서 그것때문에 더 늦게 가기도 하고요.
그런데 정말 신기한 풍경을 보기도 했습니다.
분명 저 뒤에 있는 산인데, 구름이 낮게 끼면서 아래쪽이 가리면서 마치 하늘 위에 떠있는 것 처럼 보이는 산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이토이가와에서 다시 아이노카제선을 타고 도야마로 돌아옵니다.
저 멀리 구름 속으로 다테야마 연봉이 보이기 시작했네요. 이제는 괜히 반가워지기까지 합니다.
도야마를 떠나서 정말 있는 고생 없는 고생 다 하고 왔으니까요.
물론 그 그리움과는 별개로, 마지막날의 도야마는 정말 할 것이 없는 동네이기도 합니다.
동네 규모의 한계때문에 쇼핑을 할 만한 것도 많지가 않고, 상점가도 그렇게 많이 열지는 않거든요.
그래도 도야마 유리 미술관이나 현립 미술관은 상당히 전시 내용이 알차기로 유명해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주 좋습니다.
이미 가본 사람들이 또 가기에 애매하다는 큰 약점이 있지만요.
그렇게 이번에는 진짜로 말도 안되게 다사다난했던 조신에츠 지방 여행이 끝났습니다.
뭔가 지금까지 했던 여행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스팩터클하고, 신기하고, 무섭고, 이상하고, 그래서 더욱 재밌게 느껴진 여행이었습니다.
물론 제 이상한 취향이 가득 들어간 여행이라 아직은 다른 사람들에게 조신에츠 지방 여행을 추천하기에는 인프라 등이 많이 부족하지만
어쩌면 가장 날것의 일본을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도 생각합니다.
혹은 한여름에 찌는듯한 더위에서 뭔가 시원하고 싸늘하고 오싹한 여행을 하고 싶어도 되게 괜찮을 것 같지 않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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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우리 인식과 다르게 실제로 땅이커서 자연환경이 정말 버라이어티해서 매력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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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땅으로 유명한 군마현을 루리웹에서 다녀오신분은 처음 봤습니다 ㄷㅅㄷ 생각외로 되게 좋은 곳 같아서 잘 구경하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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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읽다가 어느순간 어울리겠다 싶어서 유튭에서 히사이시 조의 서머를 틀어놓고 봤네요. 일본의 시골이란 이런 모습인가 싶고 참 재밌는 여행 하신 것 같아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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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엄청나군요 다녀오신 코스로 저도 와이프랑 둘이 다녀오고 싶네요 물론 렌트카를 빌려서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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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도아이말고도 저런 땅굴역이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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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19.06.17 13: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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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현도 계획에는 있는데 벌써부터 막막하네요 ㅋㅋ 고생 좋아하는 편인데 점점 오지로 가니까 슬슬 한계가 오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는 렌트카가 필수가 되겠네요 ㅜㅜ | 19.06.17 14: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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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때는 적당한 시골까지는 그래도 기차로 커버가 되는데 이것도 한계가 있네요.... | 19.06.18 19: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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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봤다기보단 처음 써봤어요 ㅋㅋ ㅜㅜ | 19.06.25 13: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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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리는 전화기중엔 다이얼 없이 옆에 돌리는 레버만 있는것도 있죠. | 19.06.25 16: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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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우리 인식과 다르게 실제로 땅이커서 자연환경이 정말 버라이어티해서 매력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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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하나만 넘어도 기후 지형 문화가 전혀 달라지는게 신기하더라구요 | 19.06.25 13: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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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도야마 이토이가와쪽은 jr도카이 소속이고 나가노 니가타쪽은 jr동일본 소속이라서요... 도야마 빼고 니가타 나가노쪽만 가신다면 도쿄로 가서 쓸 수 있는 패스는 있어요 | 19.06.25 14: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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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JR전국패스로 양쪽 다 사용 가능하지 않나요? 이전에 사용했었는데, 신칸센 노조미/미즈호 및 일부를 제외하고 큐슈부터 서일본, 도카이, 동일본, 홋카이도까지 JR붙은건 다 사용했었는데, 방문하신 지역도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19.06.25 22: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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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은 물론 가능합니다! 근데 제가 저렇게 비효율적인 동선으로 쓰는데 20만원정도 들고 중간중간 이용한 사철 중 일부는 jr이 아니라 패스가 안되는 경우도 있고 해서 효율적으로 쓰려면 일정을 자세하게 알아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 19.06.25 22: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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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감사드립니다 | 19.06.25 22: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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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쿠호쿠선은 니가타패스로 가능 | 19.06.26 09: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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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무식하게 다 다니시지는 마시고 가고 싶은 곳 골라서 다니시면 될 것 같아요 ㅋㅋ | 19.06.25 16: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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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도로는 베터리가 부족했고 터널같은데는 폰카라 어두운 곳 동영상이 아직 부족하네요 ㅜㅜ 찍어봤는데 결과물이 그다지... | 19.06.25 18: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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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엄청나군요 다녀오신 코스로 저도 와이프랑 둘이 다녀오고 싶네요 물론 렌트카를 빌려서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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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땅으로 유명한 군마현을 루리웹에서 다녀오신분은 처음 봤습니다 ㄷㅅㄷ 생각외로 되게 좋은 곳 같아서 잘 구경하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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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읽다가 어느순간 어울리겠다 싶어서 유튭에서 히사이시 조의 서머를 틀어놓고 봤네요. 일본의 시골이란 이런 모습인가 싶고 참 재밌는 여행 하신 것 같아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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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도아이말고도 저런 땅굴역이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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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때는 고생길이지만 그래도 역시 이런 여행이 추억에 남는거같아요 ㅋㅋ | 19.06.26 21: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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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아드님도 고생은 하시겠지만 분명 좋아할거에요! | 19.06.26 21: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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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BUGS™
이번에는 기차역들은 그냥 무슨 노선 어디쯤에 있다는 것 정도는 확인하고 갔지만 기본적으로는 무계획이에요 열차 잘못 탔으면 그냥 이거 어디 가니까 어디 가보자 이런 식으로... ㅎㅎ | 19.06.26 21: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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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특가로 10만원인가 했고 교통비 30만정도 숙소 40만원 식비 20만원정도 해서 다 합치면 100만원 정도 들었을 것 같아요 | 19.06.26 22: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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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갔다오셨네요 아 너무 부러워요... | 19.06.26 22: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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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두더지굴로 유명한 세 곳 가보고 싶었거든요 ㅋㅋ 그리고 츠츠이시랑 도아이 둘 다 가려면 중간에 있기도 하구요 근데 개인적으로는 두더지굴이란걸 체험해보는게 목적이면 꼭 가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도아이나 츠츠이시중에 접근성 좋은 곳으로 가시면 될 것 같아요 | 19.06.29 19:2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