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허클베리입니다.
5월의 어느 휴일 오후..
지맹이가 쪼르르 달려와 얘기합니다.
"아빠~ 형무소에 가보고 싶어!"
"뭐라고? 형무소? 무슨 형무소?"
"유관순 언니 있었던 서대문 형무소!!"
학교 수업 시간에 배웠던 곳을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고 갑자기 궁금했나 봅니다.
"서대문 형무소? 그래 가자!!"
올해가 삼일운동 100주년이기도 하고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해서
생각할 새도 없이 물과 간식을 챙겨서 출발합니다.
휴일에는 관람객이 많다고 들었는데..
형무소 앞은 한산해 보입니다.
역시... 형무소 담 안으로 들어가니 관람객들이 많이 보이네요.
의외로 외국인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매표를 하고 역사관으로 입장합니다.
왠지 모를 비장함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서대문형무소는 최초 1908년 10월 21일 경성감옥으로 개소했다고 합니다.
1987년까지 80여 년을 운영했군요.
오래된 용마루가 세월을 가늠케 해 줍니다.
수없이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수형 기록표.
옥고를 치렀던 수많은 분들의 수형기록표 속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던 지맹..
잊지 말자는 의미로 사진을 한 장 남겨 봅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간..
셀 수 없이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외마디 비명이 들리는 듯했습니다.
말없이 액자 속 사진들을 바라봅니다.
민족의 소생을 부르짖었다는 이유로 폐간된 '성서조선'
관련된 많은 분들이 옥고를 치렀다고 합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조선어학회 사건'도 되뇔 수 있었습니다.
지하 고문실로 내려가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고 섬뜩한 기운이 밀려듭니다.
거꾸로 매달아 코와 입에 물을 쏟아붓고..
강제로 수조에 머리를 집어넣어 고통스럽게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끔찍한 모습이라 지나치려 했지만...
일제의 만행을 넘겨볼 수 없었습니다.
수감자들을 묶어놓았던 족쇄, 수갑 등의 형구들과 형벌 도구입니다.
'손톱 찌르기 고문'을 어떻게 한 거지..?'
의문을 가졌었는데..
저 날카로운 꼬챙이로 손톱 밑을 마구 찔렀다고 하네요.
생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순간입니다.
일제의 흉포한 고문으로 인해 신체가 부러지고 찢기는 것은 다반사였고..
장기 파열, 흉막염, 뇌진탕 등으로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수납 장처럼 생긴 이것이 고문 도구?
궁금해서 안을 들여다보니...
날카로운 송곳이 빼곡하게 박혀 있습니다.
좁디좁은 이곳에 사람을 가두고 마구 흔들어 찔리게 했다네요.
입장할 때부터 보였던 일본인들이 있었습니다.
적어도 80대 이상으로 보이는 남성3, 여성1명..
부끄러운 자국의 죄를 참회하기 위한 방문인가..
라고 짐작만 하고 있었습니다..
지하 고문실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더니..
갑자기 박장대소를 합니다.
제가 일본어를 알았더라면 왜 이곳에서 웃고 있냐고 물어봤을 텐데..
어떠한 연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특수한 공간에서 소리 내어 웃는다는 건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네요.
지맹이가 저 멀리까지 앞서갔네요.
저도 서둘러 따라갑니다.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해 놓은 수용실입니다.
옴짝달싹할 수도 없는 좁은 곳에 갇혀서 오랜 시간 동안 서있게 하는 고문도 구입니다.
벽에 서 있는 관이라고 해서 벽관이라고 불렀다고 하네요.
관람객들이 체험할 수 있게 오픈해 놓았는데요.
제가 직접 벽관 속으로 들어가 보니 숨이 막히고 답답해서 혼났습니다.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 밖으로 나와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옆에 있는 중앙사 건물로 들어갑니다.
책상에 사람이 앉아 있어서 깜짝 놀랐는데..
일본 간수 마네킹이었네요.
바가지인가? 생각했는데 '밥 틀'이라고 합니다.
형량과 노역의 양에 따라서 밥의 양을 조절해서 배식하는 용도라고 하네요.
기결수 수인복.
재소자의 생활을 알 수 있는 시간표입니다.
작업 시간과 휴식 시간을 보면 노역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짐작이 됩니다.
수감자들이 지낸 수용실입니다.
이 작은방에서 수십 명의 독립운동가들이 지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패통은 수용실 내에서 간수에게 위급 상황을 알리기 위한 장치입니다.
문 옆 조그만 구멍 속을 손가락으로 밀면 밖으로 막대가 튀어나오는 방식이네요.
빼곡한 수용실...
2층 수용시설은 바닥이 나무로 되어 있어서 개방을 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무엇에 쓰이는 것인지.. 맞춰 보세요.
참.. 열악한 환경임을 또다시 느낀 부분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시청각 자료를 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형무소 건물에 거대한 태극기가 걸려 있습니다.
서대문형무소의 포토존인가 봅니다.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힘찬 점프샷을 남깁니다.
격벽장.
수감자들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감시하며 운동을 시킨 칸막이 격벽입니다.
여옥사. 말 그대로 여자 감옥입니다.
여옥사에 들어가니 유관순 열사의 정보들이 담긴 안내문이 걸려있네요.
이곳 8번 방에 투옥되어 무자비한 고문 후유증으로 순국하셨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관순 열사의 얼굴과는 약간 다른 모습입니다.
익히 알고 있었던 흑백사진 속의 얼굴은 고문에 의해 부은 얼굴이고..
이 모습이 복원을 한 얼굴이라고 하네요.
해가 서산에 걸릴 때쯤 서대문형무소를 빠져나왔습니다.
독립정신과 자유/평화수호 정신을 기리는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우리 민족은 일제에 의한 강제 점령이라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시기는 민족의 자존심을 훼손당하고,
민족 스스로의 발전이 중단되는 고통의 역사였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역사적 현실에 굴복하거나,
타협하지 않는 민족 독립을 향한 투쟁의 역사가 있으며,
그로 말미암아 지금 우리가 존재합니다.
이곳은 청소년은 물론 온 국민들이 순국선열들의 뜻을 기리고,
지난날의 역사를 극복하기 위한 애국애족의 뜻을 배우는 역사의 산 교육장입니다.
캠핑이나 여행도 좋지만...
우리 아이들의 역사 교육 장소로 꼭 방문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대한 독립 만세!"
- 끝-
* 딸과의 소소한 일상은
https://www.instagram.com/hyun1092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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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부녀 보고 추천 찍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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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보는 아이들에겐 적지않은 충격이겠지만 몰라서는 안되는 역사죠. 늘 잘보고 있습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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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아프지만 잊지말아야할 기억....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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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곳이지만 잊지 말아야 할 곳이기에 가족분들과 꼭 가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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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형무소를 다녀와서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를 보니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그칠 줄 몰라서 혼났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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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부녀 보고 추천 찍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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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곳이지만 잊지 말아야 할 곳이기에 가족분들과 꼭 가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 19.06.03 12: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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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보는 아이들에겐 적지않은 충격이겠지만 몰라서는 안되는 역사죠. 늘 잘보고 있습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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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형무소를 다녀와서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를 보니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그칠 줄 몰라서 혼났었네요. | 19.06.03 12: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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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아프지만 잊지말아야할 기억....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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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가슴 아프지만 꼭 기억하고 살아야 할.. | 19.06.03 12: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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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10년전 전쟁 기념관에서 결혼식을 했습니다. 장인어른께서 군인 출신인 이유도 있었고 전쟁의 아픈 상처를 추모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두고싶기도 했었지요. 결혼후 한참이 지나 딸아이와 다시 찾은 전쟁기념관은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 19.06.03 16: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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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분들과 의미있는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 19.06.08 11: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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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고 지혜있는 지맹이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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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휴일 되세요! | 19.06.09 11:3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