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마지막 날을 이틀 앞둔 시점에 갑작스레 휴가를 받아서 정신없이 예약하고 간 여행입니다.
연말에는 어느 곳을 가도 온천료칸이 만원이라서 전국을 대상으로 숙박할만한 곳을 검색한 결과, 군마쪽에서 겨우 찾게 되었어요.
그러면 방문 루트를 소개해봅니다.
다카사키역에서 렌트카를 빌린 후 만자 온천, 미나카미 온천에 숙박하며 돌아다녀본 일정입니다.
원래는 이카호 온천이나 쿠사츠 온천마을에 숙박하면서 여유롭게 온천가 나들이나 하고 싶었지만 방이 단 하나도 없어서 포기했어요;
만자 온천은 겨울에 어떤 상황이 될지 뻔히 알고 있었지만 강렬한 유황천의 유혹에 못 이겨 가게 됐습니다;
그리고 날씨가 좋다보니 보너스로 니가타현의 키요츠쿄와 미인림도 다시 방문해봤는데 너무 아름다운 설경을 보고 왔네요.
이번 여행의 자세한 이동 루트는 구글 개인 지도(링크 클릭)을 참고하세요.
이번 여행은 중국에서 일을 하는 도중에 일본으로 직행한 관계로 나리타 공항으로 입국했습니다.
그래서 첫날은 도착시간이 늦은 관계로 군마현으로 향하는 신칸센역의 거점이기도 한 우에노에서 머물기로 했어요.
매우 오랜만에 이용한 나리타 공항은 여전히 중국인&한국인들로 북적거리더군요.
사진은 공항에서 스카이 라이너 열차를 타고 빠르게 케이세이 우에노역에 도착한 후 역사 주변을 둘러본 풍경입니다.
케이세이 우에노역을 나와서 숙박예약을 해둔 스이게츠 호텔 오가이소를 향해 걸어갑니다.
그리고 가는 도중에 우에노 공원과 벤텐도라는 사당이 보이길래 잠시 들려봤어요.
지나가는 길에 불빛을 밝히며 영업중인 노점상들에 둘러쌓인 벤텐도(辯天堂)라는 사당이 보이길래 들려봅니다.
사당의 주변은 시노바즈노이케(不忍池)라 불리는 연못이 펼쳐져 있는데 겨울철이라 시들어서 을씨년스러운 연꽃들로 채워져 있네요.
도쿄 내에서 최대 규모의 연꽃 군생지라는데 꽃이 피는 7~8월에는 장관일 것같습니다.
1625년에 자안대사 텐카이(慈眼大師 天海)가 연못의 중심에 있던 섬에 칸에이지(寛永寺)라는 사원을 건립하였는데
벤텐도는 사원의 가람을 구성하던 사당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당시에는 배를 통해서만 방문할 수 있었는데 이후에 돌다리가 세워져서 누구나 방문할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옛 건물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공습으로 불타버렸고, 1958년에 철근 콘크리트로 재건된 것이 현재의 모습입니다.
사당의 앞에는 노인의 머리를 가진 뱀의 석상이 놓여있습니다.
사당에서는 장수와 예능의 수호자인 변재천이라는 칠복신을 모시는데 이것은 그의 화신인 우가진(宇賀神)의 형상이라고 하네요.
칠복신은 전국적으로 퍼진 중국 유래의 민간신앙에 나오는 일곱 신인데 도쿄에서는 별도로 야나카 칠복신(谷中七福神)이라 불립니다.
도쿄 내에는 그 외의 여섯 신을 모시는 사원이 있기때문에 칠복신 순례라는 풍습도 존재한다고 해요.
사당의 내부는 조그맣습니다.
천장에는 금룡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데 저 커다란 등 때문에 가려져서 보지못하고 뒤늦게 알게 됐네요;
우에노 공원쪽에서 내려다본 벤텐도의 모습입니다.
도쿄의 빌딩들과 대비되는 사원의 풍경이 이채롭네요.
찬 바람이 쌩쌩 부는 우에노 공원이지만 통행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늦은 시간이라 다른 건물들은 폐관했지만 도쿄도 미술관은 야간 개관중이라 많은 방문객들이 보입니다.
이 날은 뭉크의 전시회 기간이었는데 그 때문이었을까요.
오늘 숙박하게 될 스이게츠 호텔 오가이소(공식 홈페이지)입니다.
겉으로 봐서는 호텔처럼 보입니다만 료칸입니다;
이 료칸의 방이 딱 하나 남아 있길래 잽싸게 예약했지만 제일 안좋은 방만 남아 있었네요;
내부는 비즈니스 호텔과 비슷했어요.
오가이소의 건물 구조입니다.
숙박동은 입구에서 보이던 비즈니스 호텔 형태의 동관과 실질적인 료칸인 전통 화실 형태의 본관&신관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리고 료칸의 기원에 해당하는 마이히메노마(舞姫の間)라 불리는 장원인 오가이소가 건물들에 둘러쌓여서 존재합니다.
그래서 저는 반쪽짜리 숙박을 한 셈인데 애초에 1인 숙박자는 동관에서만 묵을 수 있어요;
온천은 본관의 2층에 위치한 관계로 연결통로를 따라 건너편 건물로 향합니다.
연결통로의 우측편으로 마이히메노마가 존재하는데 저녁 식사 후에 견학해 봤어요.
온천은 2개의 탕으로 나뉘는데 하루 단위로 남녀탕이 바뀌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요.
숙박한 날에는 옻칠한 노송나무(=히노키) 욕실부터 이용했는데 이 탕이 공인된 도쿄 최초의 천연온천이라는군요.
참고로 당일치기 입욕도 가능하지만 1,650엔이라는 무시무시한 금액을 지불해야 합니다;
...숙박요금 자체도 비싼 편이지만요.
내부는 내탕 욕조 하나와 샤워시설이 전부입니다.
온천에서는 희미한 염소 소독 냄새가 났는데 탄산거품이 살짝 떠다녔고, 물빛은 약간 어두운 빛을 띄었습니다.
수온은 뜨거웠고 미끌거리는 감촉은 없었지만 미세한 탄산기포가 달라붙는 것이 좋았네요.
천질관리를 봤을 때 가온, 가수, 소독을 하고 있지만 원천 흘려보내기 형태로 운영되서 도쿄에서는 그나마 좋은 수질에 속해요.
온천의 천질은 pH 8.3의 탄산수소염천으로 주요성분은 나트륨 93.7 mg, 탄산수소 315.2 mg, 메타규산 61.7 mg 입니다.
애초에 빌딩숲 천지인 도쿄에 이런 온천료칸이 존재한다는 것은 크나큰 복이죠~
저녁식사는 신관 1층의 식당에서 카이세키로 진행됩니다.
무난한 기본 반찬인데 대부분의 음식들은 식은 상태로 나오더군요.
톳과 버섯, 채소 등이 들어있는 국인데 아삭한 채소의 식감과 해조류 냄새가 풍겨서 좋았네요.
회와 타타키(겉만 살짝 익히는 요리)는 평범했어요.
토란, 죽순, 유바 등의 조림인데 유바는 오뎅 식감이 나서 맛있게 먹었네요.
생선구이와 겨자를 바른 연근인데 생선은 살짝 탔고, 살도 매우 퍽퍽해서 별로였어요.
연근도 상당히 퍽퍽한 식감이었네요.
새끼 은어, 다시마 말이, 해파리의 초절임입니다.
은어는 쓴 맛이 많이나서 별로였어요.
돼지고기 전골...당연하게도 냉동육이지만 삼겹살 부위라서 약간 퍽퍽한 정도였네요.
고기, 야채 조각을 넣고 지은 밥과 강된장국이군요.
밥맛은 평범했고, 국물은 많이 묽었습니다.
디저트로 과일 몇 조각이 나오는군요.
다만 귤과 파인애플은 매우 달달했습니다.
도쿄라서 비싼 물가는 어쩔 수 없다지만 숙박비에 비해서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못한 식사군요.
식사 후에는 마이히메노마라 불리는 전통 장원, 오가이소를 견학해봤습니다.
원래는 540엔의 입관료를 받는데 식사 & 입욕 방문객은 216엔에 견학할 수 있고, 숙박객은 무료 관람입니다.
다만 이곳에서 저녁식사를 별도로 할 수 있는 플랜이 있는 관계로 손님이 없을 때만 들어갈 수 있어요.
오가이소는 메이지 시대의 문호, 모리 오가이(森鷗 外)가 살던 저택입니다.
1890년에 그의 대표작품인 마이히메(舞姫)를 집필했던 방이라 하여 마이히메노마라고도 부르죠.
내부는 큰 방 하나와 작은 방들로 꾸며져 있는데 사진과 같은 작은 방에서 별도의 식사가 가능합니다.
런치타임 한정으로 4,000엔, 카이세키가 15,000엔이라 호화롭게 나오는 모양이에요.
(이 료칸의 총요리장이 현대의 명공이란 표창을 받았다는군요)
이 방이 마이히메노마입니다.
메이지 시대의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는 고풍스러운 방이군요.
반대방향으로 바라본 모습입니다.
장원의 앞쪽으로는 작은 정원도 꾸며져 있습니다.
300년 묵은 비자나무, 200년 이상된 먼나무 등이 심어져 있다고 하네요.
다음날 아침에는 남탕으로 바뀐 또 다른 탕인 후쿠노유에서 입욕해봅니다.
이쪽은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는데 가수를 많이 했는지 색깔도 옅고 탄산기포도 생기지 않더군요.
아침식사는 반 뷔페식으로 진행됩니다.
특이하게도 식사시간이 6시 30분부터로 빨라서 혼자서 여유롭게 식사했어요;
테이블에 기본적으로 차려진 요리들입니다.
특별할 것은 없는 맛입니다만 밥과 국 빼고는 전부 식은 상태였어요.
뷔페식으로 가져올 수 있는 음식들입니다.
딱히 특이할 것은 없는 아침이었네요.
본격적인 군마현 여행은 다카사키역에서 시작되기때문에 JR 우에노역으로 향해서 열차를 타고 가게 됩니다.
가는 도중에 우에노 공원을 통과하기때문에 잠깐 둘러봤어요.
먼저 공원 내에 위치한 우에노 동조궁을 들러봅니다.
이 곳은 1627년에 건립되었는데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신으로 모시는 신사입니다.
닛코 동조궁이 대표적인 그를 모시는 신사는 전국적으로 많은 곳에 세워지게 됐죠.
불행히도 입장시간이 9시부터인 관계로 문 너머로 보이는 건물만 찍어봤습니다.
누가 동조궁이 아니랄까봐 이곳도 닛코처럼 황금색으로 번쩍번쩍거리는군요.
다만, 본래의 건물은 수차례 불타버린 관계로 현재의 건물은 2013년까지 보수공사를 한 후에 공개되었습니다.
동조궁의 옆쪽으로는 1631년에 건립된 오중탑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 탑도 2차 세계대전 때 불타버렸는데 그로 인해 내부에 4개의 불상을 발견하게 됐고, 현재는 도쿄 국립박물관에 안치되어 있다는군요.
우에노 공원에는 동물원, 박물관, 미술관, 스타벅스(!) 등 다양한 문화시설들이 점재해 있습니다.
이른 아침시간이라 어디도 방문할 수 없었지만 넓은 산책로나 광장도 마련되어 있어 죠깅이나 산책을 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이렇게 간단한 구경을 마치고 JR 우에노역에서 열차를 타고 군마현의 다카사키역으로 향한 것으로 첫날 일정은 마무리짓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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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여유롭게 다녀온 여행이에요. | 19.02.22 20:4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