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너무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1편은 [스압] 새해에 세토 내해를 한바퀴 (1) 타카마츠, 오카야마 <- 여기입니다.
대체로 여행은 혼자 다니는 편이지만, 이번 여행은 아마도 거의 처음으로 친구들과 다녀온 여행이기도 합니다.
친구 중 한명이 온천광이라 거의 처음으로 온천을 위한 숙소에 가봤습니다.
저는 딱히 온천에 그렇게 관심은 없는지라 잡았던 숙소가 알고보니 온천인 정도였지 온천을 하러 찾아간 적은 거의 없었거든요.
우리가 간 온천은 히메지 북쪽에 있는 유메사키 온천입니다.
로비에 가야금? 그런 소리가 나길래 브금이구나... 했는데 알고 보니 사람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계시던거였네요.
하루 종일 무릎 꿇고 악기 연주하면 다리 아프지 않으실까 하는 걱정과 대단함이 동시에 느껴지네요.
료칸에 왔으면 가이세키를 먹어야죠. 사실 가이세키에서 이른바 메인 요리라고 할 수 있는 요리는 보통 게 아니면 소고기가 나오는 법인데
여기는 둘 다 나오는게 신기하더라구요. 물론 게요리도 소고기도 둘 다 아주 맛있었습니다.
효고현에 위치했다고 고베규가 나오진 않고... 그래도 나름 유명한 편에 속하다는 히메지규를 먹었습니다.
근데 사실상 동네마다 무슨규 무슨규는 다 있던데... 사실 소고기 자체는 다 맛있는 것 같긴 한데 말이죠.
다음날 아침. 료칸에서 보이는 유메사키 마을의 모습. 산 속에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애초에 일본 여행은 대부분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 가다보니 온천도 대부분 춥지 않을 때 가는데, 추울 때 온천을 가보니 온천의 매력을 알 것 같습니다.
차가운 공기로 몸을 식힌 상태에서 따뜻한 온천에 들어갈 때의 그 짜릿함이 은근히 중독성이 있더라구요.
히메지에 왔으니 히메지성을 가야죠. 정확히는 히메지는 히메지성 말고는 갈만한 곳이 없지만요.
일본 성들은 하나같이 볼 것이 없기로 유명하지만 그래도 저는 히메지성만큼은 정말 좋아합니다.
시멘트 떡칠 없는 성중에서는 가장 규모도 크고 일단 하얀색으로 꽉꽉 채운 그 색감이 너무 이쁘거든요.
물론 이날도 히메지성은 정월이라고 천수각 내부는 문을 닫습니다.
그리고 뭔가 제작년에 왔을 때보다는 지붕의 회칠이 좀 벗겨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땐 진짜 눈이 온 것 같이 새하했는데 말이죠.
언제나 사람이 북적이는 곳이지만 연초다보니 한적하고 조용한 느낌입니다. 연초의 일본은 이런 조용한 느낌이 매력이죠.
히메지는 그냥 히메지성의 이미지만 있는 동네지만, 사실 알고보면 항구가 있는 항구도시입니다.
물론 오사카쪽으로 가면 고베항을 이용할 것이고, 그 반대쪽으로 가면 오카야마항을 이용할 것이기 때문에 여객항으로서의 이미지는 옅지만
아무튼 항구가 있는 덕분에 저는 굳이 고베로 더 가거나 오카야마로 돌아갈 필요 없이 배를 탈 수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배를 타고 갈 곳은 쇼도지마. 사실 히메지에서는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이 쇼도지마 뿐입니다.
아무튼 쇼도지마는 다리가 연결되지 않아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섬 중에서는 세토 내해에서 가장 큰 섬입니다.
쇼도지마에 가는 항구만 해도 6곳이고, 쇼도지마에 도착해서 내릴 수 있는 항구도 6개나 됩니다.
2개의 시정촌으로 이루어져 그렇게 큰 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카가와현에서는 다카마츠 다음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죠.
배 안은 여느 페리처럼 가운데 음식을 파는 상점이 있고 그 주변에 좌석이 있는 형태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승객이 많아서 혼자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없을 정도네요.
이 쇼도지마는 올리브로 유명한 섬이다보니, 배의 외관 장식도 그렇고 내부 인테리어도 올리브 색으로 치장이 되어 있습니다.
히메지 항구 공업지대를 벗어나 세토 내해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다지 좋지 않았던 날씨도 조금씩 개이고 있네요. 쇼도지마의 여행이 긍정적이게 됩니다!
선내 스낵바에는 이것저것 팔기는 하지만, 어느 페리를 가도 가장 인기인 메뉴는 역시 우동입니다.
얼마나 인기가 많으면 줄을 서서 주문을 해야 할 정도죠. 그 외에 이런 저런 과자도 팔고 맥주도 팝니다만 가볍고 부담없이 먹기엔 우동만한 메뉴가 없죠.
당장 섬에 들어가서도 한동안 이동을 해야 하니 가볍게 우동을 먹기로 하죠.
우동의 성지인 카가와현에 와서 굳이 이런 인스턴트 우동을 먹을 필요가 있느냐 싶지만 이런 우동은 또 이런 우동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잘 아는 우동은 분명 이런 스타일의 우동이죠.
면이 쫄깃하다는 느낌은 없고 뚝뚝 끊어지만 그래도 부드럽고 잘 씹혀서 소화하기 좋고 가츠오부시 우동은 시치미 살짝 뿌리면 얼큰한 맛이 안정적이죠.
섬에서 밖으로 출퇴근하는 분들이라면 출출한 퇴근길을 달래주는 소중한 메뉴이기도 합니다.
히메지에서 쇼도지마로 가는 가운데에는 니시지마라는 섬이 있습니다.
지도에 보면 꽤 큰 섬인데도 이 섬으로 가는 선박 하나가 없어서 참 의아했는데 이렇게 보니 섬 전체가 하나의 광산인 지역이군요.
약 한시간 가량 배를 타고 가면 쇼도지마의 북쪽 마을인 후쿠다항에 도착합니다.
산의 동쪽면이 깎아진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산사태가 나거나 공사중인 것이 아닙니다.
이곳 쇼도지마의 돌은 질이 좋기로 유명해, 과거 오사카성을 복구할 때 이곳의 돌을 쓴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때의 채석장이 바로 저기죠.
후쿠다는 쇼도지마의 북쪽에 위치한 작은 항구 마을입니다.
섬의 주요 지역은 대부분 다카마츠와 가까운 남쪽에 있다보니 볼거리라던지는 사실 많지 않은 곳입니다.
항구 앞에 있는 관광 안내소에서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섬 내에 버스가 많지는 않고 한바퀴를 도는 버스가 거의 노선의 대부분입니다.
쇼도지마는 산 위를 오르는 스카이라인 드라이브가 꽤 유명해서 보통은 렌트카를 빌리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버스를 타고 해안도로를 타면서 섬의 남쪽으로 달려갑니다.
섬의 날씨는 워낙 종잡을 수가 없어서 비가 오다가 눈이 오다가 또 갑자기 맑아지기도 합니다.
버스를 타고 남쪽의 마을인 야스다에서 내립니다.
생각보다 숙소가 없어서 섬의 동쪽에 있는 항구마을인 사카테쪽에 숙소를 잡았는데 후쿠다에서 직행으로 가는 버스가 없습니다.
이곳에서 갈아타면 되는데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라 이곳에서부터 천천히 걸어가보기로 했습니다.
별거 한거 없는 것 같은데 벌써 해가 질 시간이네요. 해가 지는 항구 마을의 모습이 참 이쁩니다.
이 날은 아침에 나와서 히메지성 잠깐 둘러보고 배 타고 이동한 것이 거의 전부라 이대로 끝나기엔 뭔가 아쉬운 하루가 될 뻔 했는데
쇼도지마에서 보이는 노을은 참 이쁘기 그지없네요.
야스다에서 사카테로 가는 길에 시커멓게 생긴 인상적인 건물들이 있습니다.
바닷가는 물론 길 양쪽으로 계속 이어진 공장 비스무리한 곳이죠.
이곳은 바로 간장 공장.
과거 쇼도지마의 콩은 질이 좋기로 유명해서 이곳에서 생산한 콩으로 간장을 만드는 공장이 있는 것이죠.
마치 간장 색이 물든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건물 전체가 시커멓습니다.
사실은 견학도 할 수 있고 박물관도 있는 곳인데 당연하다면 당연하다는듯 새해라 문을 닫았습니다
숙소인 게스트하우스에 왔는데 갑자기 우박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눈도 오고 비도 오고 맑다가 구름이 끼더니 이제 우박까지 경험하네요.
사카테항에서 본 노을 지는 모습입니다. 사실 노을은 다 져버리고 그야말로 황혼의 시간이죠.
사카테항은 고베에서 오는 페리를 탈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본토에서 쇼도지마로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을 거쳐서 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 페리마저도 끝나고 모든 마을이 문을 닫는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입니다.
이런 섬마을은 식당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게스트하우스에서 주는 저녁을 먹기로 합니다.
잠귀가 너무 밝아서 취직한 후에는 어지간해선 호텔에서만 자는데, 정말 오랜만에 게스트하우스를 오니 또 색다른 재미가 있네요.
도쿄 교토 오사카 등등 전국 각지에서 오신 분들과 어설프게나마 이야기를 하는게 참 재밌습니다. 아무튼 일본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아침 역시 게스트하우스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토스트와 샐러드를 먹습니다.
사실 이날은 그냥 버스 타고 섬의 중심지인 올리브 타운과 토노쇼 쪽으로 간 뒤에 다카마츠로 가거나 데지마를 가볼까 했는데
게스트 하우스 주인분께서 직접 칸카케이 케이블카까지 태워다주신다고 했습니다.
너무 친절하셔서 감동이었어요.
그렇게 차를 타고 올라온 칸카케이 로프웨이.
칸카케이 계곡을 한눈에 보면서 오를 수 있는 로프웨이입니다.
사실 꼭 로프웨이를 탈 필요는 없고, 이곳에서부터 시작하는 등산로도 존재합니다.
여기를 따라 오르면 칸카케이 18경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만... 이날따라 무릎이 좋지 않아 등산은 포기했습니다.
날씨가 풀려서 산이 푸르러지면 정말 이쁠 것 같더라구요.
오르는 로프웨이에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저와 할머니 두분이 전부였네요.
로프웨이 밑에서 보는 칸카케이 협곡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일본은 아무래도 섬이 화산섬이다보니 암반이 노출되고 깎아내릴 듯한 절벽과 거대한 악산은 보기 힘든데
이곳은 일본의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 펼쳐지죠.
로프웨이의 위쪽 역시 장관입니다. 절벽이 끝없이 이어지는 협곡 그 자체죠.
겨울의 산은 아무래도 나무들이 앙상해 멋진 풍경을 보기 어려운데, 그럼에도 이곳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이 인상적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악산같은 하나하나가 거대한 바위는 아닙니다.
자세히 보면 흙과 모래와 돌들이 뭉쳐서 굳은 절벽일 뿐입니다.
그래서 그 웅장함보다도 이런 지형이 만들어진 경위가 궁금할 정도로 신기할 따름이죠.
아마 대부분 화산이 나오면서 생긴 쇄설류일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쌓인 모래와 돌들이 훗날 굳어서 화강암 지형이 되겠죠.
로프웨이를 타고 산 정상에 오르면... 굳이 로프웨이를 탈 필요도 없다는 듯 많은 차들이 보입니다.
사실 쇼도지마 스카이라인은 산 정상까지 이어져있거든요. 세토 내해를 보면서 시고쿠, 혼슈를 모두 볼 수 있는 꽤 인상적인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물론 혼자 와서 렌트카까지 예약하기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만약 다음에 동료와 함께 온다면 아마 렌트카를 할 것 같네요.
산 위의 전망대에서 보는 칸카케이 협곡과 우츠쿠시하라 고원의 모습.
산 위에서부터 올라가면서 저 풍경을 볼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날씨 좋을 때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이었어요.
역시 전망대에서 보는 쇼도지마 남쪽의 전경.
어제 지나왔던 야스다 마을이 섬 가운데에 위치합니다. 저기 보이는 섬에서 톡 튀어나온 반도 끝에는 인기 영화인 24개의 눈물의 촬영장소가 있기도 합니다.
저 멀리는 시고쿠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사진으로는 찍히지 않았지만 왼쪽 저 멀리에는 나루토 대교가 정말 희미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이날 내내 날씨가 영 좋지 않았는데 그래도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는 순간은 햇빛이 들어와서 조금은 만족할 수 있었네요.
쇼도지마에 왔으니 올리브 관련된거 하나 먹어봐야지 하고 올리브 차란걸 샀는데 엄청 쓰네요.
몸에 좋다고는 하는데 생각보다 엄청 쓴 맛에, 아니 다 마시긴 마셨지만요.
사실 이거 아니면 올리브유를 사서 마실 것도 아니고 올리브가 메인이 되는 요리 재료는 아니니까요.
쇼도지마는, 사실 쇼도지마 말고 그냥 다카마츠 시내에도 있는걸 보면 아마 카가와현에서 제휴한 것 같지만
헬로 사이클링이라고 공유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습니다.
비단 이거 말고도 섬 안에 다양한 렌탈 자전거샵이 있고, 섬 자체도 자전거를 타기 좋은 곳이라고 홍보를 많이 합니다.
특히 헬로 사이클은 자전거가 대부분이 전기자전거라 오르막길이 많은 섬 안에서도 힘들지 않게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죠.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작은 댐이 있습니다.
댐 안에 작은 섬이 또 있는 것이 꽤 인상적입니다.
로프웨이에서부터 야스다까지는 완만한 내리막길이고 차도 없어서 정말 시원하게 자전거를 타고 내려올 수 있죠.
사실 정확히는 바람도 차고 해서 장갑 없이는 자전거를 타기 어려울 정도였지만요.
섬 아래로 내려오면 타일로 된 자전거 도로가 바닷가를 따라 이어집니다.
길을 따라 여유롭게 자전거를 타다보면 섬의 정 반대인 토노쇼까지 갈 수 있습니다.
만약 산 위의 휴게소에 자전거가 있었다면 산을 타고 내려올 수 있었을텐데 참 아쉬워요.
바닷가를 따라 달리다보면 모래사장에 도착합니다.
그 이름하야 올리브 해변. 저 멀리 시고쿠 다카마츠도 보입니다.
이곳이 올리브해변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별거 없고 이 해변 주변에 올리브 밭이 있기 때문이죠.
해변가 뒤에 있는 언덕을 오르면 아마 쇼도지마와 관련된 이미지 중 가장 유명한 풍차를 볼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지중해식으로 만들어진 이쁘고 뭔가 효율은 안좋아보이는 풍차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앞에서 빗자루를 들고 폴짝 뛰는 포즈로 사진을 열심히 찍더라구요.
아마 무슨 광고나 뮤비 등에서 나왔던 연출샷인 것 같아요.
쇼도지마는 일본에서 최초로 올리브를 키우는 것을 성공한 곳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쇼도지마 뿐 아니라 일본 곳곳에 기후가 맞는 곳이면 올리브를 키우고 있는데 그 발원지가 바로 이곳 쇼도지마입니다.
근데 사실 올리브란게 뭐 나무가 이쁘거나 꽃이 이쁘거나 과일 자체가 맛있는 그런 과일은 아니라
올리브가 자라고 있구나... 하는 정도의 감상정도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중간에 자전거 베터리가 다 되어서 자전거를 바꿔야 하는데 와이파이가 되는 곳이 없어서...
이케다에서부터는 버스를 타고 드디어 섬의 서쪽 끝이자 섬의 중심지인 토노쇼시에 도착합니다.
현청소재지 다카마츠와 가장 가깝고 가장 자주 페리가 다니는 곳이면서 쇼도지마의 경제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죠.
토노쇼는 단순히 경제적인 중심지일 뿐 아니라 관광지로도 이것저것 볼것이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저 멀리 뭔가 둥근 형태의 구조물이 있습니다.
마치 일본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하천처럼 보이는 이곳은 토노쇼 해협. 놀랍게도 바다입니다.
쇼도지마와 카시마 사이를 나누는, 세계에서 가장 좁은 바다죠.
가장 좁은 것으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토노쇼 해협. 좁은 구간은 9m밖에 되지 않아 안내 문구가 없으면 그냥 하천이라고 보고 지나칠 법 합니다.
사실 쇼도지마에 오려던 계기가 바로 이 토노쇼 해협이었습니다. 이런 별거 없는데 뭔가 의미는 있는 지형을 좋아하거든요.
물론 정말 길어야 3분이면 다 보는 아주 짧고 좁은 해협입니다. 그래도 이런거 보면 참 신기하니까요.
토노쇼 해협에서 한 20분 정도 더 동쪽으로 걸어가면 이곳의 또다른 명물, 앤젤 로드에 갈 수 있습니다.
앤젤 로드라고 천사 날개 모양으로 오미쿠지를 접은 모습이 재밌습니다.
앤젤로드도 사실 크게 별건 없고 작은 섬과 해안가가 모래로 이어진 가늘고 긴 모랫길입니다.
모랫길 건너편의 섬은 무인도라 접근도 제한되어 있고요.
그래도 언덕 위에서 보면 그 풍경이 제법 이쁜 것도 사실입니다.
어짜피 입장료도 무료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곳이죠.
저 멀리 다카마츠의 야시마가 한눈에 들어오네요.
그렇게 쇼도지마의 관광을 마치고 다시 다카마츠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곳의 명물이 소면이라는 말을 듣고 또 안먹고 갈 수가 없죠.
항구 근처에서 소면을 먹을만한 곳이 어디있나 해서 살펴보니 항구 옆에 소박한 페밀리 레스토랑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은 스나미.
레스토랑 안은 그야말로 복고미가 넘치는 작고 소박한 페밀리 레스토랑입니다.
일본의 7~80년대를 상기시키는 인테리어와 소품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조금은 낡았다고 생각도 들지만 또 그런 매력이 있는 곳입니다.
할머니 한분이 운영하시는 여유가 흐르는 곳이기도 하죠.
일본 소면은 정말 우리나라의 소면과 똑같습니다. 다만 소면을 얼음물에 차게 하고 양념 간장에 찍어먹는 스타일이죠.
면 자체는 밀가루 잡내가 전혀 안나고 쫄깃하고, 양념 간장도 너무 짜지도 않고 적당히 달콤한 맛입니다.
가격도 저렴해서 배가 오기 전에 간단하게 먹기에 딱이었습니다. 물론 특산물이라고 해서 사누키 우동처럼 놀라움?이 느껴질 정도의 대단함은 아니지만요.
토노쇼 항구의 전경. 사실 엄청 큰 항구는 아닙니다. 이곳은 타카마츠와 우노, 데시마로 가는 페리를 타는 곳.
건너편에는 신오카야마항구로 가는 페리항구가 또 있습니다.
히메지에서 탔던 것과 비슷하게 생긴 페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배 안도 왔을 때와 큰 차이는 없지만 부담스러운 초록색은 아니고 좀 더 신식입니다.
여기도 우동을 팔기는 하는데 방금 소면을 먹기도 했고 해서 갈 때는 빈속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토노쇼에서 타카마츠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고요.
이쪽은 좀 더 신식 배라 그런지 배 내부에 USB 충전이 바로 가능한 콘센트가 있기도 합니다.
또 히메지에서 탔을 때보다 사람이 적어서 훨씬 여유롭게 앉아서 올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쇼도지마 안에서는 거의 자전거만 타고 다니다보니 폰을 충전시킬 여유가 없었거든요.
오늘도 멋진 해가 지는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저 멀리 세토 대교가 보이네요.
항상 편하고 느긋하게 쉬면서 이동할 수 있어서 기차를 좋아하는데, 배도 그런 면에서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며칠만에 다시 돌아온 다카마츠. 다카마츠항은 다카마츠역과 바로 붙어있기 때문에 항구에서 다카마츠역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날은 1년의 마지막인 12월 31일. 일본 최대 명절 정월 바로 전날이죠.
평소라면 퇴근하는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일 다카마츠 칫코역도 시간대에 맞지 않게 한산한 분위기입니다.
지난번에는 그래도 사람들이 북적였던 다카마츠의 아케이드가 정말 사람 한 명 안보일 정도로 한산합니다.
메인 상점가는 사실상 연 가게가 거의 없을 정도로 다들 문을 닫고 정월을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평소라면 이런 한적한 분위기를 즐기면서 천천히 걸어다니겠지만, 저녁을 당장 먹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즐거운 상황은 아닙니다.
다행히 술집들이 몰려있는 라이온도리 쪽의 술집들은 정월 전날인데도 문을 열고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저녁을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카가와의 또다른 명물이라는 혼네츠도리를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먹을 수 있는 통닭다리 구이가 바로 혼네츠도리입니다. 간장양념을 살짝 해서 숯불에 구운 요리죠.
이런걸 특산물이라고 해야 하나... 싶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일본에서 이런식으로 다리를 구워서 주는 요리가 그렇게 많지는 않더라구요.
닭으로 만든 요리는 어짜피 무조건 맛있습니다. 나름 바쁘게 돌아다닌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가장 좋은 요리였습니다.
정월의 위기는 다음날 찾아옵니다. 정말 진짜로 아침에 연 가게가 없네요.
그 수많은 우동집은 물론 UCC나 도토루같은 카페마저도 문을 열지 않는 대참사가.
그나마 역 앞에 있는 메리켄야가 문을 열었습니다. 저 연중무휴라는 단어가 이렇게 반가울 때가 없죠.
이번에 먹은 것은 자루우동.
판소바처럼 판 위에 올라온 우동을 츠유에 찍어먹는 가장 간단한 우동입니다.
냉우동처럼 사누키 우동의 쫄깃함을 최대한 살리는 우동이죠.
사실 이거 말고도 너무 많은 종류의 우동이 있어서 우동을 다 먹지 못하고 온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다음엔 진짜 농담이 아니라 우동만 먹으러 다시 다카마츠를 가야 할 것 같네요.
다카마츠역에서 동쪽으로 가면 키타하마 앨리라는 곳이 있습니다.
과거 북항의 창고로 쓰이던 시설을 요즘 유행하는 방식으로 신세대 감각 넘치는 상점가로 리모델링한 곳이죠.
낡아보이는 창고에 푸른 나무들이 있고, 창고 안에는 다양한소품과 의상 등을 파는 가게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슬프게도. 정월이라고 문을 연 곳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침보다는 밤에 오는 것이 이쁠 것 같아요.
다카마츠역 바로 앞에 있는 다카마츠 성터를 정비해 만든 타마모 공원.
사실 천수각과 일부 건물만 불타 없어졌을 뿐 해자와 성곽 등은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바닷가에 있는 성터답게 해자가 바닷물로 되어있는데
잘 보면 해자에 무려 '복어'가 살고 있습니다.
보통은 금붕어나 잉어 정도만 사는 것이 해자인데, 다른 바다 물고기도 아니고 복어가 살아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죠.
정월이라 좀처럼 문이 연 곳이 없는 것이 연초 일본 여행의 단점이지만, 그래도 장점이 있는데 정월이라고 일부 관광지가 무료 개방합니다.
물론 타마모공원은 입장료가 200엔이라 무료가 아니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지만, 그래도 무료면 좋은 것은 전세계 공통이죠.
정월이라고 공원 안에 있는 사실상 본건물이라 할 수 있는 히운가쿠도 특별 공개를 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특별한 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면 들어가기 힘든데, 참 운이 좋은것 같네요.
건물 내부에서는 사진전을 열고 있습니다. 주제는 다카마츠성터네요.
사진에는 천수각이 보이는데 다카마츠성은 천수각이 없어서 성터라고 부릅니다. 보면 아무리 다른 성 구조물이 잘 남아있어도 천수각이 없으면 성터라고 하더라구요.
다카마츠시에서도 천수각을 복원하고 싶어하는데 요즘은 오사카성이나 나고야성처럼 시멘트로 대충 복원하다간 욕먹기 십상이라 전통 방식으로 복원해야 하는데 그럼 비싸죠.
개인적으로 바닷가에 있는 성들을 좋아해서 다카마츠성도 복원되면 참 좋을텐데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같습니다.
복도에는 일본의 다양한 성들의 사진들이 걸려있습니다. 이미 없어진 성들, 없어졌다가 복원된 성들까지
개중에는 이미 가본 성도 있고 가보고 싶은 성도 있고, 두번다시 가볼 수 없는 성들도 있죠.
일본의 성이 취향을 타서 사람에 따라서는 별 흥미가 없는 경우도 많지만, 전 그래도 일본의 성이란 건축물을 꽤 좋아합니다.
히메지성같이 크고 화려한 성도 있는가하면, 이곳 다카마츠성처럼 소박하고 시민들에게 공원의 역할을 하는 성들도 있으니까요.
과거 타카마츠성의 모습입니다. 그 때는 해자에 물은 없고 다카마츠성의 천수각은 5층 높이로 우뚝 서 있었네요.
복원될 가능성은 낮지만, 그래도 복원이 된다면 그때는 다시 다카마츠로 와서 구경하고 싶네요.
지금은 없는 성과 별개로, 다카마츠 성터를 개조한 타마모 공원의 내부는 아주 멋있습니다.
잘 꾸며진 정원이 창문 너머로 잘 보이죠.
다카마츠라는 이름답게, 리츠린 공원처럼 이곳도 소나무가 참 많지만, 좀 더 아기자기하게 공원을 꾸며놓았죠.
복도의 창살 사이로 비치는 타마모공원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건물 안에서 보는 정원의 모습은 항상 밖에서 보던 정원의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이죠.
평소에는 보기 힘든 이쁜 풍경이라 볼 수 있을 때 눈 안에 담을 수 있을 때까지 보고 왔습니다.
소나무의 마을답게 마을에 솔방울을 모아서 트리? 비슷한 것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공원 곳곳에도 솔방울이 떨어져있으면 주워서 담아달라는 안내가 있을 정도입니다.
사실 천수각만 없이 다카마츠성은 성으로써의 필요한 구조물은 다 갖추고 있습니다.
바다를 향해 서있는 망루도 있지요. 이 망루가 다카마츠성에서는 가장 높은 건물이기도 하고요.
이 바깥쪽 해자는 물이 비어있는데 물이 차있을 때 온다면 정말 멋있을 것 같습니다.
공원에는 동백꽃?이 조금씩 피기 시작했습니다. 이날은 좀 쌀쌀했지만, 아무래도 남쪽에 있는 동네다보니 꽃이 일찍 피는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정원과 성의 구조물, 그리고 건물의 조화가 아주 훌륭하게 된 좋은 공원이었습니다.
원래 정원에 큰 관심이 있는게 아닌데, 우연찮게 리츠린 공원, 고라쿠엔, 타마모 공원까지 공원 위주로 다니는 여행이 되었네요.
오카야마성, 히메지성과 다카마츠성까지 성도 세 곳이나 다녀온 것도 재밌는 점이고요.
과거 천수각이 있던 성터입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목조 다리를 통해 천수각 터의 위로 올라갈 수 있죠.
터만 남았지만 그 터도 규모가 꽤 크기 때문에 천수각이 복원된다면 정말로 멋질 것 같습니다.
다카마츠역 주변 빌딩들과 그럴싸한 조화도 이룰 것 같고요.
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기 전 상가에서 본 다카마츠 현의 지역 캐릭터인 '우동뇌'
다소 엽기적으로 생긴 캐릭터입니다. 우리가 생각이 없는 사람을 보고 농담삼아 뇌에 우동사리가 있냐고 놀리는데, 이 캐릭터는 문자 그대로 뇌가 우동입니다.
일본의 지역 캐릭터들은 단순히 귀엽고 멋진 이미지가 아니라 이런 엽기적이고 괴짜스러운 캐릭터들도 있어서 참 재밌습니다.
잘 보시면 다양한 우동 토핑으로 뇌가 찬 것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다카마츠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다카마츠 공항으로 돌아갑니다.
그래도 이렇게 보면 그렇게 작지만은 않은 나름 알찬 공항입니다.
공항 내부는 작은 규모에 비해 편의시설과 매장이 참 많은 알차고 실속있는 공항입니다.
당연히 우동집도 있어서 우동도 먹을 수 있습니다. 만약 다카마츠에서 먹은 우동이 아쉽다면, 여기서 먹고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죠
아무튼 그렇게 길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새해의 다카마츠 여행을 이렇게 끝냈습니다.
조금은 즉흥적으로 결정된 여행이라 다카마츠나 오카야마에 대한 사전정보가 많이 부족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은 여행이었습니다.
겨울에 새해라는 악조건임에도 만족스러웠던지라 날씨가 풀리면 꼭 다시 가고 싶은 곳이었네요.
에어서울이 주 7회, 사실상 매일 운행하다보니 일정의 부담도 적고, 어디든 짧고 가볍게 다녀올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도 맛있는 우동도 먹으면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가 필요하다면 카가와현 다카마츠는 좋은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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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19.02.22 00: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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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같은 날에 쇼도시마에 갔었는데, 갈데가 거기가 거기인 섬이라 마주쳤을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겨울말고 바다바람 좀 덜찰 때 와야될 것 같은, 올리브 아이스크림보다는 소금 아이스크림이 맛있는 동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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