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준비를 하는 것에 약합니다.
그래서 여행을 가는 것도 항상 어느 지역을 정해놓은 뒤 일단 도착해서 갈 곳을 정하는 편이죠.
물론 사전에 대략적인 루트는 정하지만 여행이란 것이 반드시 정해진 대로 흐르는 법은 없으니까요.
이런 식의 여행은 나만의 관광 스팟을 찾을 수 있다는 즐거움도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5할 이상은 실패합니다.
그래도 그런 실패하는 경험도 재밌기 때문에 잘 모르는 곳을 가는 여행이 재미가 있죠.
하지만 이번 여행은 꽤 공들여서 준비를 했습니다.
일단 지난 3월에 돗토리를 갈 예정이었는데 공항까지 가서 여권을 놓고 온 것 때문에 여행을 못 간 기간이 꽤 길어졌거든요.
또 그동안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어서 이번 여행은 확실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목적으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여행 루트가 대부분 이미 가봤는데 정말 좋았던 곳, 그리고 이미 유명해서 입소문이 난 곳 위주로 골랐죠.
이번 여행의 지역은 일본에서 주부지방, 그야말로 일본의 중앙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혹여 주부 지방과 주고쿠 지방을 햇갈리는 분들이 있는데, 주고쿠는 서일본 지역을 의미합니다.
나고야를 중심으로 한 일본 중부 지방은 주부 지방이죠.
그리고 제가 이용한 교통수단은 JR 센트럴에서 판매하는 관광 패스인 다테야마 알펜루트 패스였습니다.
정확하게 위에 나온 루트만을 한정으로 도야마에서 나고야, 마츠모토 사이를 연결하는 철도 패스입니다.
일본의 지역 구분은 알아두면 편하지만, 반드시 행정구역이나 노선과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제가 언급한 주부지방의 경우 호쿠리쿠라는 지역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호쿠리쿠는 일본 알프스 북쪽의 동해를 접한 지역을 의미하며, 도야마가 호쿠리쿠 지방에 포함되는데요
문제는 제 여행의 출발지인 도야마는 철도회사가 JR 센트럴이 아니고 JR 서일본입니다.
그렇다고 또 호쿠리쿠 지방 전부가 JR 서일본인건 아니고 니가타는 또 JR동일본인 식이죠.
그리고 이러한 철도 노선의 분리 운영은 이번 여행에서 꽤 저를 피곤하게 만들었습니다.
여행의 첫날. 첫날부터 안개가 꽤 심했습니다.
아직까지는 거의 항상 날씨가 좋거나 나빠봤자 가랑비 정도일 때 공항을 가서
혹시 이정도의 안개에 연착되는거 아니야? 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만
이정도의 안개까지는 비행기가 뜨는군요
그러고보니 인천 공항 제2 터미널이 개장을 했죠.
저도 땅콩항공...아무튼 스카이패스 마일리지를 가지고 있어서 2터미널을 애용할 예정이지만
일단 올해는 거의 다 저가 항공사(만 다니는 곳들만 가니까)를 이용할 예정이라 2터미널은 한참 뒤에나 갈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번에 에어서울을 처음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실은 에어서울에서 민트패스J라고 일본을 3회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꽤 쓸만한 상품을 내놓아서 재빠르게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완벽하게 자유로운건 아니고 일본 지방 공항(도야마, 우베, 히로시마, 나가사키, 시즈오카, 마츠자카, 요나고) 한정이고
월~일 출발 비행기만 사용할 수 있는 제한이 있는데, 일본 지방 위주로 다니는 저에게는 이보다 좋은 상품이 없죠.
에어서울의 첫 소감은 꽤 괜찮았습니다. 저가항공인데도 좌석도 꽤 널찍하고 디스플레이도 있습니다.
딱히 조작이 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남은 시간이랑 고도 이런걸 보여주는건 정말 괜찮네요.
약 2시간 안되는 비행을 한 뒤에 도착한 도야마 국제공항.
슬프게도 날씨는 좋지 않습니다.
도야마공항에서 보이는 일본 알프스.
5월인데도 눈이 쌓여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신기함보다도 산 정상을 완벽하게 가린 구름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사실 원래 일정은 맨 처음에 다테야마 알펜루트로 산 위를 오를 예정이었거든요.
도야마 공항은 작고 아담한 공항입니다.
국제공항이라지만 취항 노선은 중국과 한국, 대만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한국 노선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근 일본 관광객의 증가와 다테야마 알펜루트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도야마로 오는 한국인 관광객도 증가하는 추세죠.
도야마 공항에서 도야마역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합니다.
도야마도 이코카나 스이카 등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의외로 사용할 수 없는 대중교통이 많으니 너무 맹신해서는 안됩니다.
약 2년만에 다시 온 도야마역.
사실 그 때는 말 그대로 사고로 인해 도야마로 오게 된거고, 눈도 워낙 많이 와서 정말 역 주변만 구경하고 돌아갔었죠.
또 그때는 한창 호쿠리쿠 신칸센 공사로 역이 꽤 어수선했는데, 이제 공사도 끝나고 깔끔한 모습으로 재단장 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JR 분할 운영으로 인한 꽤 심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는 일반적으로 호쿠리쿠도 주부지방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당연히' JR 센트럴에서 구매한 패스를 도야마역에서 교환이 가능할 줄 알았습니다.
근데 상기했듯 도야마는 JR 서일본 관할인 지역이기 때문에 패스도 교환이 안되는 것입니다.
분명 패스에 포함되는 노선이고 핵심인 다테야마도 도야마에서 출발하는데!
당연히 원래 다음날 가려고 했던 다테야마 알펜루트는 이용할 수도 없고, 역무원 말로는 나고야까지 가서 교환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도야마에서 나고야까지 300km가 넘는데 말이 안되는 것이죠. 기차로는 10만원 가까이 나오고 버스를 타도 세시간 넘게 걸리죠.
다행히도 나고야까지는 갈 필요가 없고 JR 센트럴 소속인 다카야마까지만 가도 교환은 가능했습니다.
다카야마는 그나마 도야마에서 '고작' 100km밖에 떨어져있지 않으니 다행이죠.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6시가 넘은 시간이라 딱히 할 것도 없지만 심심하니 돌아다녀봅니다.
도야마는 현청소재지만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라 도심을 둘러보는데 반나절도 걸리지 않습니다.
그 중에 저녁 늦게까지 부담없이 갈 수 있는 곳은 시청에 있는 전망대 정도입니다.
전망대는 야경이 중요하므로 9시까지, 꽤 늦게까지 영업을 합니다.
그리고 도쿄도청과 마찬가지로 관공서에서 운영하는 전망대는 무료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관공서답게 저녁에는 문을 닫아 시청 내부는 한적합니다.
도야마성이 보이는 도야마 중심지 방향 전경입니다.
비가 오니 풍경이 결코 좋지는 못합니다.
도야마현은 도야마시가 있는 해안지역을 빼면 대부분의 지역이 해발고도가 2천미터가 넘는 높은 산지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래서 도야마 시내에서는 어딜 보든 높은 산이 배경으로 보입니다.
도야마 역 방향의 전경입니다.
도야마도 구시가지보다 역 주변이 점점 발달해가고 있는 전형적인 지방도시의 형태를 띄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호쿠리쿠 신칸센의 연결로 도쿄와의 접근성이 더 높아지면서 역 주변이 더 발달되고, 상권도 더 나빠지고 있죠.
신칸센을 통해 관광을 오는 관광객은 늘어나지만, 지방도시 입장에서는 신칸센을 통해 도쿄로 쉽게 갈 수 있으니 지방도시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이유가 점점 줄어들게 되죠.
도야마의 명물인 노면 전차.
도야마역을 중심으로 도야마 시가지와 외곽 지역을 연결해줍니다.
위에는 대도시와 가나자와, 니가타 등을 연결해주는 타카야마 버스의 광고가 있네요.
관광하는 입장에서는 노면전차는 신기하기도 하고 도시를 편하게 볼 수 있지만
따지고 보면 노면전차가 있어도 교통 정체가 심하지 않은 흥하지 못한 도시라 노면전차가 없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도야마 지역에서 운영하는 사철인 도야마전철. JR의 민영화와 함께 많은 지역 노선들이 JR이 아닌 사철로 팔려나갔는데
도야마전철도 도야마 지역의 지방 노선을 담당하고 있는 사철 노선입니다.
이번에 가게 될 다테야마선 뿐 아니라 다카야마 본선과 다카오카의 조하나 본선을 제외하면 도야마에 있는 전철은 대부분 사철로 운영됩니다.
사철로 운영되면 단점이 JR 패스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죠.
그래서 그냥 구글에서 길찾기로 노선 찍다가 중간에 사철 노선이 있으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귀찮음이 발생합니다.
다음날 도야마시의 아침 풍경입니다.
혹시나 날씨가 개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날도 흐리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일정대로는 오늘 다테야마로 오르고 그 이후에 나가노를 거쳐 나고야를 갔다가 다카야마로 돌아오는 계획이었는데
그놈의 JR 분리운영때문에 일정이 정 반대로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낼 필요 없는 다카야마까지의 기차값과 다음날 나가노에서 묵을 예정이었던 숙소 취소 위약금까지 물어야 했죠.
근데 날씨가 이모양이라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반대로 가는게 훨씬 좋았고요
도야마의 프랜차이즈인 어메이징 도야마.
도야마시만 돌아다니면 깔끔하긴 한데 약간 심심한 느낌도 들 수 있는데 돌아다녀보면 꽤 괜찮은 동네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래저래 지난번 가나자와도 그렇고 다카야마도 그렇고 호쿠리쿠지방과 추부지방에 대한 제 인식이 좋아지고 있네요.
아직 많이 유명하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훨씬 관광 오기에 좋은 지역같습니다.
도야마역 북쪽에는 수변공원이 있습니다.
과거 항구 주변에 있던 운하들 중 일부를 남겨서 공원으로 만든 것이죠.
당시 운하 운영에 사용된 시설과 다리 등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그냥 공원만 있으면 산책만 하고 가는 정도의 평범한 공원이지만
도야마에 온 사람들이 이 공원에 반드시 오는 이유는 이곳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꽤 예전 이야기고, 일본 외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무튼 이렇게 조망이 꽤 괜찮은 공원 한복판에 있는스타벅스가 신선해서는 아닐까 싶습니다.
첫날의 노선도입니다. 다카야마 본선을 따라서 도야마에서 나고야까지 가는 일정이죠.
지형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다카야마 본선은 일본에서 가장 험난한 산지를 관통하는 철도 노선입니다.
북알프스로 불리는 히다산맥을 따라 진즈가와와 히다가와를 따라 일본 남북을 관통하죠.
그래서 철도라면 으레 쭉 뻗고 올곧은 노선으로 달려야 하는데, 다카야마선은 흡사 산악도로를 보는 듯한 노선을 보입니다.
노선이 구불구불하다보니 열차의 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반노선과 쾌속특급인 히다와의 시간 차이도 크지 않습니다.
도야마역 내부. 왼쪽의 높은 플랫폼이 신칸센이 운영되는 플랫폼입니다.
항상 신칸센은 일반 노선보다 높게 플랫폼을 만들더군요.
도야마에서 다카야마까지 일반 노선으로 가려면 이노타니에서 갈아타야 합니다.
이노타니가 바로 JR 센트럴과 JR서일본이 나뉘는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나고야에서 도야마까지 직행으로 운영되는 특급 히다선을 타지 않는 한 반드시 내려서 갈아타야 하고 요금 체계도 바뀌고 스이카를 쓰면 중간에 정산도 따로 해야 합니다.
예전에 도쿄에서 누마즈 갈 때도 중간에 아타미에서 이런 귀찮은 짓을 했는데, 아무튼 JR 분리 운영은 귀찮기 그지 없습니다.
구름과 안개로 가려진 다테야마 연봉.
JR패스를 이용하지 못해 일정도 꼬이고 약 5~6만원의 손해도 봤지만
날씨만 보면 그래도 정 반대로 여행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5만원은 손해도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멋진 여행을 하게 되었죠.
진즈가와를 따라 가는 다카야마 본선의 경치는 그야말로 환상적입니다.
깊은 계곡을 따라 가면서 울창한 삼림과 푸르른 진즈가와, 그리고 다양한 계곡을 구경할 수 있죠.
이런 계곡과 산 속을 지나갈 때에는 비가 오는 날씨도 풍경을 더욱 깊이있고 운치있게 해주는 장치가 됩니다.
일본 내륙을 여행하다보면 이런 소규모 발전소를 매우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1년 내내 강수량이 고르고 많기 때문에 발전소가 안정적으로 운영이 가능하죠.
그리고 댐을 만들면 필연적으로 큰 호수가 만들어져 수몰지가 생기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산세가 험하기 때문에 댐을 만들어도 생기는 수몰지의 면적이 크지 않죠.
그래서 다카야마선을 따라가다보면 이런 소규모 발전소와 그로 인해 생기는 작은 호수들을 자주 구경할 수 있습니다.
비구름으로 인해 낮게 깔린 구름들이 높은 산들에 걸리면서 만들어지는 풍경이 참 멋있습니다.
JR 센트럴과 JR 서일본 사이에 있는 이노타니역.
정말 산속에 있는 작은 역입니다. 깊은 산 속에 있는데 비까지 오면서 경치가 정말 좋네요.
근데 보통은 여기서 IC카드를 번갈아 찍어서 환승을 해야 하는데, 이런 작은 시골 역에 IC체크가 있을 리가 없습니다.
1년만에 다시 온 다카야마.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알펜루트 패스를 교환 받습니다.
보통 JR회사들이 패스를 그냥 지방 별로 구분하는데 반해 JR 센트럴은 관광 테마로 패스를 파는 것이 특징입니다.
단순히 지역 노선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 뿐 아니라 지역 관광지를 다닐 수 있어서 생각보다 많이 유용합니다.
예전에 왔을 때에는 역 주변을 정비하는 공사가 한창이라 역을 제대로 볼 수 없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제대로 보네요.
개인적으로 지난번에 잠깐 들렀을 때 워낙 좋은 경험을 해서 꼭 다시 오고 싶었던 곳입니다.
다카야마는 애니메이션 빙과의 무대이기도 하고, 다카야마를 포함한 히다 지역은 '너의 이름은'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토모리 마을의 모티브가 되는 동네는 히다산맥 너머에 있는 나가노현이지만, 저는 그곳도 갈 예정이니까요.
아무튼 관광 안내소를 가면 빙과의 성지 순례를 도와주는 지도도 주고 있습니다.
다카야마는 일본 전역에 있는 '전통거리 보존지구'중에서도 보존 상태가 우수하고 규모도 크고 관광객도 아주 많은 곳 중 하나입니다.
대도시들은 전쟁으로 인해 전통거리를 이제 찾아보기 힘든데 반해 내륙의 도시에는 전통 거리가 비교적 잘 보존돼 있죠.
다카야마는 접근성이 아주 좋다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산속에 위치해 맑은 공기와 자연, 그리고 많은 볼거리로 관광객이 정말 많습니다.
다카야마의 또다른 명물인 미야가와 아침 시장
미야가와 강변을 따라 노점상들이 아침마다 열리는 이곳의 명물입니다.
다카야마는 특이하게도 서양 관광객의 비중이 아주아주 높습니다.
아주아주라는 것은 거의 50%정도 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날은 골든위크라 일본인 관광객이 꽤 많았지만
다른 때를 보면 정말 서양인 관광객이 많아요. 제가 가는 타이밍이 그런걸까요?
제가 다카야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특색 있는 카페와 가게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냥 길거리만 돌아다녀도 재미있는 가게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죠.
꼭 전통 거리 보존 지구를 가지 않고 상점가만 돌아다녀도 즐겁습니다.
이제 특급 히다를 타고 나고야로 갑니다.
가기 전에 미노오타에서 갈아타서 신오누마역에서 내립니다.
메이테츠선과 나란히 있는 다리를 건너면
저 멀리 강변을 따라 나고야 일대에서 나고야성 다음으로 유명한 이누야마성이 보입니다.
규모와 인지도 등은 나고야성이 월등하지만, 이누야마성은 일본에서 12개 남은 천수각이 보존된 성이기에 꽤 유명한 편입니다.
주말은 아니지만 이날은 일본의 골-든 위크 기간이기 때문에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아니 설마 이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네요.
강 옆에 있는 언덕 위에 위치한 이누야마성.
저 높이 천수각에 오르면 강변을 따라 기후현 일대가 한눈에 다 들어옵니다.
벌써 천수각 위에 있는 사람들이 보이네요.
일알못이라 이게 성까지 가는 시간이 50분인 줄 알았습니다.
보통 일본의 성들은 성 주변 해자와 공원은 입장료가 무료고 천수각을 포함한 성 내부를 들어가는데 입장료를 받는데
이곳 이누야마성은 특이하게도 성 자체를 들어가는 입장료가 있습니다.
성과 천수각의 입장료를 같이 받기 때문에 일단 들어가면 천수각까지 다녀와야 본전인 샘입니다.
그런데 맙소사, 천수각 본전을 들어가는 줄만 50분이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성 내부 규모는 밖에서도 대충 감이 왔지만 정말 작고 볼것은 거의 없습니다.
내부에서는 천수각 말고는 볼거리가 거의 없는 샘이죠.
천수각에는 관심이 없고 50분을 기다릴 근성과 베터리도 없는지라 약간 아까운 마음을 뒤로 하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언덕 아래에는 가카미가하라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전망이 보이는 가카미가하라시는 기후현이지만 이누야마성이 위치한 이누야마시는 아이치현입니다.
이누야마성의 규모는 결코 크지 않습니다.
사실 일본 3대성이라고 하는 오사카성, 나고야성, 히메지성 or 구마모토성을 빼면 그렇게 거대한 성은 많지 않습니다.
이누야마성을 뒤로 한 채 기후역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별거를 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환승도 해야 하고 베터리도 충전해야 하고 나고야에서 묵을 숙소도 알아봐야 하거든요.
무슨 숙소를 당일에 알아보느냐 싶지만 의외로 나고야에 5번이나 오면서 항상 숙소는 당일에 구할 수 있었습니다.
나고야역 주변에는 비즈니스호텔도 꽤 많고 가격도 저렴했거든요.
제가 온 이날이 골든위크의 피크 기간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만 빼면요
약 반년만에 다시 온 나고야.
나고야역은 제가 일본에서 두번째로 좋아하는 건축물입니다. 언제나 봐도 그 거대한 규모는 로망을 느끼게 하니까요.
하지만 이 날은 느긋하게 역을 감상할 시간이 없습니다. 숙소를 알아봐야 함니다. 두번다시 넷카페에서 밤을 지새고 싶지는 않습니다.
정말 가까스로 구한 나고야역 주변의 숙소입니다.
그 흔한 에어컨도 없어서 선풍기가 있고, 침대는 철제 프레임입니다.
개인 욕실이나 화장실도 없어서 공용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그야말로 잠만 자고 가라는 곳이죠.
그래도 평소에 여행을 왔으면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볼까요?
저녁은 나고야의 명물을 먹는 시간입니다.
나고야는 볼거리는 참 없지만 먹을거리는 정말 많은 곳이죠.
이날은 나고야의 명물 중 키시멘, 미소카츠, 테바사키를 콤보로 먹을 수 있는 세트를 시켰습니다.
미소카츠랑 테바사키는 워낙 자주 먹었지만 키시멘은 이날 처음 먹어봤습니다.
납작한 면이 꼭 칼국수같은데 식감은 잘 만든 우동처럼 쫀득쫀득합니다.
근데 가격도 양도 절대 혼자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네요
어제까지 그렇게 비가 온 것이 거짓말처럼, 다음날은 날씨가 확 좋아집니다.
사실 나고야는 올때마다 항상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제가 나고야를 좋아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네요.
원래 사람이 많은 나고야역이지만 이날은 골든위크라 그런지 사람이 진짜진짜 많습니다.
이날은 거의 나고야 시내만 돌아다닙니다.
어딜 돌아다니고 싶어도 이번 JR패스는 노선이 꽤 많이 제한되어 있고, 나고야는 벌써 다섯번째라 이제 지도 없이도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맑은 날씨의 나고야역.
원래는 왼쪽의 두 둥근 빌딩이 있었는데 점점 오른쪽으로 네모난 빌딩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JR중에 돈을 가장 많이 버는 JR 센트럴, 즉 도카이 뿐 아니라 일본 최대의 사철인 킨테츠, 그리고 메이테츠까지 있는 나고야역은
일본에서 가장 거대한 건축물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에 나와있는 4개의 빌딩도 하나로 연결돼 있고, 옆에는 킨테츠 플랫폼이 있는 백화점도 있습니다. 지하로 가면 그 규모는 더욱 거대해지죠.
그 다음날도 숙소를 찾기는 어려웠는데, 그나마 가나야마에서 싸지는 않지만 어째뜬 숙소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가나야마는 나고야의 두번째 교통의 중심지로, 추오본선과 도카이도 본선, 그리고 아이치 남쪽과 시즈오카로 가는 대부분의 노선이 분기하는 곳이죠.
상권도 사카에, 나고야역 다음으로 크게 자리잡고 있죠.
가나야마역 앞에는 아스날이라는 복합 상가 단지가 있는데, 아스나루(내일이 된다?)와 아스날의 언어유희가 된 재밌는 곳이네요.
나고야에 오면 당연히 코메다 커피에서 아침을 먹어야 합니다.
사실 코메다 커피가 도쿄나 다른 지역에도 진출을 많이 해서 꼭 나고야에서만 먹을 수 있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이죠.
아침에 코메다 커피에서 커피를 사면 저렇게 토스트를 주는데, 토스트에 단팥을 발라먹는 것이 이 지역의 특색입니다.
단팥 말고도 계란이나 잼 등을 주기도 하지만 먹어보면 단팥이 확실히 제일 맛있습니다.
숙소에 짐을 맡긴 뒤 도착한 곳은 아츠타 신궁.
일본 3대 신궁 하면 이세 신궁, 메이지 신궁, 헤이안 신궁이 나오지만 이곳 아츠타 신궁도 일본에서 꽤 유명한 신사입니다.
신사와 신궁의 차이가 무엇이냐,라고 하면 신궁은 신사의 총본산인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반드시 그런건 아닙니다.
총본산인데도 신사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고, 총본산이 아닌데도 신궁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냥 편하게 신사인데 엄청 넓고 크면 신궁이라고 부른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물론 신궁의 규모를 따지면 이세신궁이 으뜸이지만, 이곳 아츠타 신궁도 그에 못지 않게 넓은 규모를 자랑합니다.
예로부터 신궁은 성스러운 장소로 여겨서 보존이 잘돼있다보니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산책로도 관리가 잘 돼 있습니다.
일본 토속 신앙을 믿지 않는 우리지만 신궁은 어짜피 입장료는 무료니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어다녀도 나쁘지 않습니다.
신궁에는 이렇게 닭을 풀어서 키우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닭들도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고 사람 사이로 잘 다닙니다.
사실 키시멘 하면 가장 유명한 곳이 이곳 아츠타 신궁 내에 있는 키시멘점입니다.
신궁 내부가 꽤 크기 때문에, 돌아다니다 배가 고프면 이곳에서 가볍게 먹고 가기 좋습니다.
아이치현 곳곳에서 봉납한 쌀들.
다음 목적지를 가기 위해 메이테츠를 이용합니다.
메이테츠는 나고야를 중심으로 아이치 전역과 기후, 미에현 근교를 이어주는 사철입니다.
메이테츠를 타고 간 곳은 아이치와 미에현 사이에 있는 작은 도시인 쓰시마시.
대마도라고 부르는 쓰시마와 발음은 같지만 한자는 다릅니다.
뭔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좋아하는 마을이라고 하는데
현대에 와서는 그다지 볼거리는 많지 않습니다.
뭔가 배에 장식을 하는 축제가 유명한 모양인데 지금은 하지 않는군요.
이런 외곽 도시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한적함을 넘어 약간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주말 낮에도 문을 연 가게가 많지 않고 지나다니는 차와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이 조용하고 썰렁한 길을 걸어다니면서 일본을 느끼는 것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좋아했다는 쓰시마 신사는 큰 특징이 없는 평범한 신사입니다.
사실 이 동네에 있는 루리코지라는 연못에서 등나무 축제가 열려서 가봤습니다만
축제 막바지였고 등나무꽃도 다 져서 멋진 풍경은 볼 수 없었습니다.
원래 꽃축제들은 외국에서 즐기려면 여러 번의 시행착오가 필요한 법입니다. 꽃이 정확히 언제 피는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그래도 축제라고 많은 노점상들과 사람들이 나와있습니다.
정말 영상매체에서 흔히 보는 축제 음식들을 잔뜩 파는데, 경험삼아 먹어보는 것은 좋지만 사실 두번 세번 먹고 싶은 음식은 많지 않습니다.
동네 청년들이 전통 방식으로 북을 치는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뭔가 동네 전통 축제에서 젊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은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
크게 볼 거리도 없었지만 편한 마음으로 쓰시마시를 다녀오고 다시 나고야로 돌아오니 나고야역 앞에서 마칭밴드 축제를 하고 있습니다.
마칭밴드는 기껏해야 유포니엄 애니메이션에서만 접했지 실물로는 본 적이 없는데 이곳에서 보니 정말 박력있고 대단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세계 마칭밴드 1위라는 UCLA 대학 마칭밴드 팀도 참여를 했습니다.
연주실력과 안무, 쇼맨십이 엄청나더군요.
점심은 나고야의 유명 치킨체인점에서 오야코동을 먹었습니다.
오야코동이 나고야의 특산 음식은 아니지만, 나고야 코친이라는 브랜드는 일본에서 꽤 유명한 닭고기 브랜드입니다.
오야코동도 부들부들하면서 진한 소스맛이 정말 맛있었네요.
가게 옆에는 주니치 드래곤즈의 우승을 축하하는 쌀바구니? 같은 것이 있네요.
요즘 장노출 사진의 재미에 빠져서 나고야역 앞 로터리를 찍어봤는데 유리의 반사되는 빛때문에 쉽지가 않네요.
저녁은 역시 나고야의 명물인 미소로 만든 미소니코미 우동을 먹었습니다.
카레같아보이지만 나고야 특제 붉은 된장으로 진하게 끓인 우동입니다.
된장으로 만든거라 사실 엄청 짜기 때문에 밥 한끼로 먹기보다는 술안주로 더 어울립니다.
그 다음날 일정은 나고야에서 츄오 본선을 타고 마츠모토까지 가는 일정입니다.
츄오 본선은 다카야마 본선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 중앙알프스인 기소산맥과 기소가와를 따라 내륙 분지인 마츠모토까지 이어집니다.
중앙알프스는 일본알프스의 원조인 북알프스나 고산지대로 유명한 미나미알프스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확실히 높은 산과 깊은 협곡으로 이루어져 있죠.
추오 본선의 특급인 시나노 급행을 타고 가다보면 나기소라는 작은 역이 있습니다.
이곳 역시 크게 특징은 없는 일본의 평범한 산속 마을입니다.
하지만 마을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산 속으로 들어가면
다카야마처럼 일본 전통 거리가 보존된 츠마고 주쿠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 츠마고 주쿠는 예전부터 교토와 도쿄 사이를 이어주던 역참 마을 중 하나입니다.
역참 마을로 상업이 번창해 다양한 상업건물이 지어지고 크게 번성한 마을이었죠.
물론 철도와 도로가 생기면서 산속에 있는 역참마을들은 쇠퇴하고 발길이 끊어졌지만, 이곳은 전통 건물의 보존상태가 좋아서 현재 관광지로 많은 사람들이 오고 있죠
이제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제비들이 이 마을에는 정말 많습니다.
저도 여기서 제비는 처음 보네요.
제비를 일본어로 뭐라고 부르는지 까먹어서 할머니께 물어보니 츠바메라고 부른다고 알려주시더라구요.
생각해보니 큐슈 신칸센 츠바메의 문양이 제비 모양이었죠.
이렇게 과거 일본 산골의 생활 양식도 잘 보존되어 견학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통거리 보존지구는 그래도 도시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의 한복판에 있어서
조금만 벗어나면 다시 현대 건물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은 그야말로 과거의 일본 마을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게다가 날씨도 좋고 산 속 깊숙히 있어서 돌아다니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느낌입니다.
그런 마을에 정말 어울리지 않는 힙함이 물씬 풍기는 옷가게가 있네요
빼곡하게 자란 삼나무 숲을 걸어가면 몸도 마음도 상쾌해집니다.
이제는 도보용으로만 사용되는 오래된 다리입니다.
일본 내륙지방은 산세가 험한 지형이라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경사를 활용한 건물이 아주 많습니다.
꼭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네요.
다음 열차가 오기 전에 역 앞에 있는 카페에서 간단하게 허기를 채웁니다.
오니기리 속에는 식물 줄기로 만든 절임이 있어서 참 맛있었습니다.
근데 일본은 김을 굽는 문화가 없다보니 김이 참 질겨요.
다시 츄오 본선을 타고 도착한 마츠모토역.
나가노현은 워낙 산속에 있다보니 현청소재지인 나가노시와 이곳 마츠모토시가 큰 산으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나가노시가 나가노현의 북부의 중심지라면 이곳 마츠모토시는 나가노현 남부의 중심지죠.
닌자 차림을 한 관광 도우미 분이 마을 관광 버스를 안내해줍니다.
마츠모토성과 카이치 학교를 왕복하는 관광용 순회버스인데 역에서 마츠모토역까지는 멀지 않으므로 걸어가봅니다.
이날은 5월 5일. 일본과 한국 모두 어린이날인 시기입니다.
단 일본은 3월 3일 히나마츠리는 여자어린이의 날, 5월 5일은 남자어린의 날로 따지는 듯 합니다.
5월 5일에는 이렇게 길거리나 강가에 잉어를 달아놓고, 아이가 있는 집은 카부토(갑옷) 장식을 하기도 합니다.
마츠모토 성도 천수각이 보존된 일본의 12개 성 중 하나입니다.
천수각이 보존된 성 중에서는 구마모토, 히메지성과 함께 가장 규모가 큰 성 중 하나죠.
물론 그거 말고는 크게 특별한 성은 아니지만, 이렇게 5월초에 오면
푸르르고 화창한 날씨에 일본의 성이 보이는데 저 멀리 설산이 보이는 배경이 깔리는 독특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천수각 내부로 입장하는 것은 입장료가 있지만 주변 해자 및 공원은 입장료가 무료이니 부담없이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내륙도시라 일본에서도 서늘한 지역에 속하지만, 그래도 일본은 일본이라 5월인데도 벌써 아이들이 도시 분수에서 놀고 있습니다.
마츠모토시는 큰 도시는 아니지만, 그래도 마을이 잘 정비되어 있고 관광객도 꽤 많이 오는 것 같습니다.
중심가에는 카페거리가 있어서 많은 가게들이 다양한 디저트를 팔고 있죠.
마츠모토에서 특별히 유명한 음식은 없지만 이곳에서 나는 돼지고기가 유명한 편입니다.
산적, 즉 산돼지로 만든 요리가 마츠모토의 특산물이라고 하면 특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는 산적 하면 꼬치를 우선 떠올릴텐데 이곳은 거의 돈가스에 가까운 음식이 나옵니다. 고기가 부드러워서 맛이 좋네요.
이제 오이토 본선을 타고 좀 더 내륙으로 들어갑니다.
점점 히다산맥과 가까워지면서 설산들이 더욱 가깝게 다가옵니다.
도착한 시나노 오마치역.
시나노는 이곳 나가노 지방의 옛 이름입니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이름은 같은 지역이 많은데, 기차역의 경우 이런 중복을 피하기 위해 지역 앞에 그 지역의 옛 이름을 붙입니다.
다카야마선의 경우는 앞에 '히다'가, 이곳은 '시나노'가 붙는 경우가 많죠.
이렇게 기차를 타고 기차역 이름만 잘 보고 다녀도 일본의 옛 지명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시나노시의 중심가는 썰렁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곳은 나가노방면에서 다테야마 알펜루트의 전진기지같은 위치이기 때문에 과거에는 다테야마 관광으로 흥했지만
버블 경제의 몰락과 도쿄까지의 직행 노선과 호쿠리쿠 신칸센의 등장 등으로 인해 침체된 흔히 볼 수 있는 죽어가는 일본 지방도시의 표본입니다.
주말의 저녁이라는 가장 피크 시간대에도 마을에 지나다니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테야마 말고도 새로운 관광 자원을 만들기 위해 동네 하천에 꽃잔디를 심어뒀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분이 이곳은 참 이쁘니 꼭 가보라고 하셨는데 뭔가 최근에 만들어서 좀 엉성하긴 하지만
뒤로 보이는 히다 샌믹의 경치는 확실히 훌륭한 것 같습니다.
이곳 오마치에서 다테야마를 오른 뒤 다시 내려가서 도야마로 가는 루트를 '다테야마 알펜루트'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북알프스를 관통하고 구로베댐, 무로도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서 일본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산행 루트입니다.
이 다테야마 알펜루트를 이용하면 트롤리 버스, 케이블카, 로프웨이, 버스, 전철의 다섯가지 교통편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 티켓으로 다섯가지의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노선은 일본에서도 흔치 않죠.
트롤리 버스의 출발점인 오기자와 역까지 가는 길은 버스를 타고 갑니다.
이날은 일요일이었는데, 아마 골든위크의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이곳에서 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제 버스를 타고 본격적으로 북알프스의 품으로 들어갑니다.
지나가는 도중에 야생 원숭이를 봤습니다.
일본에서 원숭이는 처음 보는데 정말로 있네요.
트롤리 버스의 시작이자 알펜루트의 출발점인 오기자와역입니다.
마츠모토와 오마치도 이미 해발고도가 8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인데, 이곳 오기자와역은 해발고도가 1400미터가 넘습니다.
워낙 내륙이라 이곳은 아직 쌀쌀해서 벌써 녹지 않은 눈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아래에서 버스 탈 때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곳에는 제가 오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당일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통은 차를 타고 이곳까지 와서 주차를 하고 다녀오는 것 같네요.
다테야마 알펜루트 JR패스를 가지고 있으면 1번 창구에서 다이렉트로 교환을 받을 수 있으니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오기자와에서 구로베 댐까지는 트롤리 버스라는 것을 타고 갑니다.
트롤리 버스라는 것은 마치 전철처럼 케이블에서 전기동력을 받는 버스를 의미합니다.
일본에서는 여기가 유일하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워낙 고산지대다보니 주유를 하기도 어렵고, 환경 보호 차원에서 트롤리버스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 같습니다.
트롤리버스로 산길을 오르는 것은 아니고 구로베댐까지 뚤린 터널을 지나갑니다.
약 8키로 정도인 이 터널은 과거 구로베뎀 공사를 하기 위해 만든 터널입니다.
구로베댐은 워낙 고산지대에 위치해있다보니 산을 넘어서는 도저히 공사가 불가능해서 그냥 터널을 뚫어버렸죠.
구로베댐 종착역에서 220계단을 걸어가면 구로베댐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드디어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오게 되면 보이는 첫 경치는...!!
5월인데도 아직 녹지 않은 눈들, 녹은 눈들로 가득 찬 구로베 호수, 아치형의 구로베댐, 저 멀리 아직도 눈이 쌓인 설산까지
뭔가 이국적이다라는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독특하고 이색적이며 아름답고 멋있는 경치입니다.
다테야마 알펜루트의 첫 관문에서부터 왜 이곳이 일본 최고의 산악 루트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저 멀리 우리가 올라가야 할 다테야마 연봉이 보입니다.
이곳 구로베댐의 해발 고도는 그래도 아직 1450m. 하지만 저곳은 해발 고도가 2500미터가 넘는 곳입니다.
아직도 이곳에서 남산보다 더 높은 높이를 올라가야 하죠.
보통 이렇게 높은 산에 올라오면 대자연의 경이와 웅장함 같은 것을 느껴야 하는데
구로베댐에 와서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이런 산까지 올라와서 이런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어야 했던 인간의 처절함과 끈질김이었습니다.
구로베댐은 실제로도 인간승리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우리가 지나간 트롤리 버스 터널은 구로베 댐을 만들기 위해 공사용으로 만들었던 터널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계속해서 물이 쏟아져나오는 구간이 있었고, 겨우 80m를 뚫기 위해 7개월이 넘는 공사가 진행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죠.
실제로 터널에서 해당 구간을 지나갈 때에는 조명도 파란색으로 변하고, 구로베댐 건설의 역사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댐에는 한겨울 폭설로 무너지고 쓰러진 나무기둥들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저걸 다 걷어내는 것도 일이네요.
구로베댐의 나가노 방면에서 도야마 방면까지는 댐 위를 걸어가게 됩니다.
댐은 한 10분 정도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크지 않습니다.
구로베 댐은 일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가장 큰 댐이라고 합니다.
저지대에는 침수 지역의 부담도 있어서 댐을 크게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큰 댐을 만들려면 이렇게 산 속 깊숙히 지어야 하죠.
배가 산으로 갔네요?!
아직은 운항을 안하지만 날씨가 풀리면 구로베 호수 위로 유람선이 돌아다니기도 한다고 하네요.
이 유람선은 일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운항하는 배라고 합니다. 뭐 당연히 그럴 수 밖에요.
다시 댐 반대편의 땅 속으로 들어가면 이번에는 쿠로베코 역이 등장합니다.
일본에서 케이블카는 꽤 흔한 교통 수단 중 하나지만, 이렇게 지하에 위치한 케이블카는 저도 처음 보네요.
케이블카를 타고 순식간에 400미터 가까이 올라가게 됩니다.
지하에 있다보니 방해가 되는 것이 없어서 정말 빠른 속도로 올라갑니다. 일반적으로 케이블카는 좀 느린게 답답한데, 여기는 정말 엄청 빠릅니다.
케이블 카를 타면 다시 내려서 로프웨이를 탈 준비를 합니다.
이곳의 해발 고도는 1800미터지만 벌써 설경이네요.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면서 보이는 다테야마 연봉은 그야말로 절경입니다.
하얀 눈과 푸른 침엽수, 그리고 코발트색 호수와 푸른 하늘의 조화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만약 첫날 비가 오고 구름이 잔뜩 낀 날 왔다면 절대 볼 수 없었을 풍경이었겠죠.
인생사 세옹지마라고, 5만원 정도의 손해를 보고 일정을 전면 뜯어고치는 고생은 있었지만
그로 인해 맑은 날 다테야마 알펜루트에 오게 된 것은 너무나도 큰 행운이었네요.
로프웨이 아래에는 눈이 조금씩 녹으면서 흘러 내려 마치 빙하처럼 되어갑니다.
눈 속에 있는 나무들이 이곳이 여름에는 푸르른 숲이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다이칸보 역에 도착하면 해발고도는 2316미터, 이미 남한에서는 이곳보다 높은 곳은 없습니다.
이 높이를 거의 걷지 않고 교통수단만으로 올라올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하네요.
그리고 다시 다이칸보에서 트롤리 버스를 타고 오면 다테야마 알펜루트의 하이라이트인 무로도에 도착하게 됩니다.
정류장 밖은 5월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설경입니다.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서 중장비가 없으면 제설이 불가능한 수준.
벌써부터 눈에 보이는 눈의 높이만 6~7미터는 됩니다.
날씨는 맑고, 눈은 한가득이고, 사람은 많습니다.
이곳은 그야말로 천연의 스키장입니다.
사실 비단 스키를 타고싶어서 뿐만이 아니라 그냥 신발로 걸어다니는 것 보다 스키를 타고 다니는게 훨씬 효율적이기도 하죠.
이런 설국에서도 초연하게 풀이 자라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온천입니다.
일본의 산은 다 화산으로 생긴 것 같지만 의외로 일본 알프스는 평범한 고산지대처럼 습곡 작용으로 생긴 산맥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화산일 필요도 없고 실제 지형도도 화산의 지형도는 아닙니다.
미나미 알프스와 중앙알프스는 그래서 일본의 유수의 고산지대이고, 후지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 있음에도 신기하게 화산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곳 북알프스는 습곡 작용으로 생겼지만 동시에 화산도 있는 독특한 지형이죠.
그래서 아래를 보면 지고쿠다니, 즉 유황지대가 펼쳐져 있습니다. 한겨울에도 저곳은 눈이 쌓이지 않고 항상 연기가 올라오죠.
보통 지고쿠다니가 있는 곳은 영산이 되기 마련인데, 그래서 이곳 다테야마는 후지산, 옆동네 이시카와의 하쿠산과 함께 일본 3대 영산으로 추앙받습니다.
일본은 예전부터 산 그 자체를 신앙으로 모셨는데, 그 대표적인 세개의 산 중 하나죠.
저 멀리 보이는 산이 해발 고도 3015미터의 다테야마입니다.
무로도의 설경을 보면 왜 영국인들이 이곳을 일본의 알프스라고 불렀는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사실 알프스를 가본 적이 없으니 엄청 이해가 되지는 않네요. 아무래도 알프스를 가봐야겠군요.
아무튼 다테야마는 현장에서 보면 되게 뒷산같아보이고 조금만 걸어가면 정상까지 갈 수 있어보이지만 이곳 무로도에서 무려 500미터나 더 높이 있습니다.
그래도 겨우 500미터만 더 올라가면 3000미터의 표고에 올라갈 수 있는건 개이득인 부분이죠.
하지만 설산 장비는 커녕 그 흔한 아이젠도 준비해오지 않은 상태에서 눈속을 걷는 것은 고문과도 다름 없습니다.
저도 이정도로 압도적인 설국은 태어나서 처음 와본거라 설산 장비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다테야마는 특히 워낙 해발고도도 높고 내륙에 위치해있는데다가 푄 현상으로 눈도 엄청 오는 곳이다보니 한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아 빙하가 생기는 곳입니다.
일본에서 유이하게 빙하가 아직 남아있는 곳이라고 하네요.
무로도에 있는 호수도 조금씩 녹아가고 있습니다. 이 호수가 녹으면 코발트빛 푸른 수면 위로 다테야마가 반사되어 보이겠죠.
그렇게 무로도를 돌아다니는 도중에, '그녀석'을 만나게 됩니다.
무로도의 명물, 눈 속의 새 뇌조입니다.
희고 검은 털과 빨간 머리 장식이 특징인 녀석이죠.
아까 봤던 그 풀 속에서 둥지를 틀고 이렇게 사람들도 무서워하지 않고 돌아다닙니다.
나름 이곳에서 영조 취급을 받는지라 이녀석을 보면 그 해의 운수는 좋다고 하는데, 저는 올해 운이 풀리는걸까요?
완전히 눈 속에 파묻힌 산장. 이걸 보기 전까지는 자기가 수미터의 눈 위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무로도에서 보는 다테야마의 풍경은 정말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보통은 산 위에 와도 한 20분만 보면 충분하다고 하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데, 이날은 이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거의 한시간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네요.
아무래도 5월이 아니더라도 한겨울에도 한국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풍경이라 그런걸까요?
사실 저 다테야마 중턱의 산장까지만이라도 가볼까 했는데, 아이젠이 없으니 눈길을 걷기가 너무 힘듭니다.
다음엔 아이젠을 챙겨서 다시 도전해봐야겠네요.
다테야마 알펜루트의 명물인 눈벽. 이곳은 도보라 눈을 완전히 제설하지 않아 6미터 정도의 벽이 생겼지만
한창 눈이 많이 오는 시기면 눈벽은 10미터가 넘기도 합니다.
해발 2500미터에서 먹는 규동
양도 많지 않고 가격도 400엔이지만 한참을 걷고 추운 날씨에서 먹으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규동이 되어버립니다.
이제 다시 도야마로 내려가는 길. 높이 4~5미터의 설벽은 한참을 내려가도 없어지지 않고 이어집니다.
저기 있는 대나무들은 이곳이 길임을 알려주는 지시선 같은 역할입니다.
다테야마 알펜루트는 12월부터 4월 초까지는 운행을 하지 않습니다. 도저히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눈이 많이 오기 때문이죠.
그렇게 한참을 내려오면 슬슬 눈벽이 사라지고 눈이 쌓인 고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펼쳐진 평원이 너무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비죠다이라, 미녀의 평원이라는 뜻이죠.
이제 여름이 되어서 눈이 다 녹으면 이곳에 녹음이 지고 수많은 꽃과 녹지가 생기겠죠.
이곳에서는 도야마 시내가 한눈에 다 보입니다.
비죠다이라에서 도야마전철 다테야마역까지는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갑니다.
케이블카가 괭장히 독특하게 생겼습니다.
무로도에서 스키를 타러 가는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많은 짐을 싫어야 해서 이렇게 독특하게 생긴 케이블카가 운영됩니다.
스키를 타기 위해 짐을 잔뜩 싫고 왔다면 나가노쪽보다는 도야마에서 이 케이블 카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2천미터의 고산 체험을 하고 드디어 지상(?)으로 내려왔습니다.
분명 5월인데 잔뜩 눈을 보다가 다시 풀잎과 따뜻한 날씨를 느끼니 약간 이상한 기분이네요.
도야마 전철은 사실 그냥 평범한 지방 전철입니다.
지방전철은 대부분 원맨운행을 하죠. 전철도 매우 오래 된 모델들입니다.
전철을 타고 오면서 보이는 다테야마 연봉
푸르른 지상에서 설산이 보이는 풍경은 지금 봐도 이색적입니다.
그렇게 한시간정도 열차를 타고 다시 도착한 도야마역.
이번에는 도야마의 또다른 명물인 시로에비텐 우동을 먹습니다.
시로에비는 말 그대로 흰 새우인데, 우리가 흔히 먹는 큰 새우가 아닌 작고 좀 지리한 새우들입니다.
이 새우를 뭉테기로 튀겨서 올려 먹는것이 도야마의 명물입니다. 보통은 소바로 먹는데 전 소바보다 우동이 좋아서 우동으로 먹습니다.
시로에비텐은 껍질째 먹는데 그렇다고 새우의 속살이 약하지도 않고 탱탱하고 고소한 식감이 느껴지는 것이 꽤 좋았습니다.
오히려 양이 너무 많아서 먹기 힘들 정도였네요.
그렇게 도야마에서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오잉?? 그렇습니다. 또 다카야마에 왔습니다.
도야마는 기껏해야 시내를 돌아다닐텐데 날씨도 안좋아지고, 또 다카야마에 잠시 돌아다니면서 너무 좋아서 뭔가 그냥 가기는 아쉬워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항상 다카야마는 낮에만 오고 지나갔는데, 밤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원래 작은 마을이지만 연휴도 끝난 지라 저녁의 거리는 훨씬 조용합니다.
이곳 다카야마도 소고기로 꽤 유명한 곳입니다.
히다규라고 불리는 이곳 소고기는 일본 3대 소고기(마츠자카, 고베, 미야자키)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렴하면서 맛이 아주 좋습니다.
이렇게 말린 잎 위에서 미소양념과 함께 구워먹는 스테이크의 맛은 각별합니다.
사람 한명 다니지 않는 한밤의 전통거리는 북적이던 낮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운치가 있습니다.
항상 수많은 전통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밤에 오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하면서 밤에 온 적은 거의 없는데
이 밤풍경을 보고 싶어서 굳이 먼 거리를 달려 다카야마로 온건데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사진 찍고 잠깐 오락실을 다녀왔는데, 나오니까 비가 오기 시작했네요.
사실 야경은 맑은 날보다 비가 오는 날 더 이쁘게 찍히는 것 같습니다.
밤에 젖은 땅에 반사된 불빛은 길거리를 더욱 멋있게 만들어주죠.
멋진 야경을 찍고 싶어서 괜히 또 한시간을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찍었습니다.
비오는 날 묵은 호텔에서 다테야마역이 보여서 찍어봤습니다.
뭔가 되게 3D 모델링처럼 나왔네요.
다카야마의 아침. 작은 도시의 비오는 아침은 더 조용하고 쾌청합니다.
다카야마역이라는 한자를 정말 귀엽게 표현했습니다.
다음 열차까지 시간이 있으니 또 시내를 여유롭게 산책다닙니다.
하천가에 왜가리와 오리, 그리고 잉어가 같이 있네요.
평일이지만 상점가는 다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하게 준비합니다.
이 인형은 꽤 재밌고 신기한데, 아래의 배수구에 흐르는 물을 이용해서 톱니바퀴를 돌리고
그 톱니바퀴를 이용해 인형이 움직이면서 저 상자 안에 소바를 꺼내는 기계인형입니다.
이것 뿐 아니라 다카야마에는 일본의 전통 꼭두각시 인형을 전시하고 공연하는 곳도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가보셔도 좋을거 같아요.
아침에 뭔가 대단한걸 먹기는 그래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 눈에 들어온 히다규 햄버거.
히다규로 만든 육즙이 흐르는 햄버그 패티와 신선한 야채, 그리고 생와사비로 만든 소스로 만든 수제버거입니다.
히다규의 진한 육즙과 생와사비의 상쾌함이 정말 잘 어울리는 음식이었네요.
열차 시간까지 30분정도 남아서, 다카야마에 맨 처음 왔을 때 눈에 들어온 작고 이쁜 카페에 들어왔습니다.
뭔가 항상 바쁘게 다녀서 이런 카페를 보기만 하고 지나쳤는데, 가끔 여유를 가지고 이렇게 카페에서 편하게 지내는 여행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다시 특급 히다를 타고 도야마로 갑니다.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어째뜬 5일동안 정말 알찬 여행을 해준 투어리스트 패스였습니다.
도야마까지 가는데도 시간이 남아서 다카야마를 돌아다녔는데, 도야마에 도착했는데도 귀국 항공편까지 시간이 남습니다.
그런데 비가 와서 딱히 갈만한 곳은 없는 것 같으니
항상 명물이다 명물이다 하면서 정작 한번도 타본 적이 없는 도야마 전철을 타봅니다.
전차는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볼 수 없는 대중교통이다보니 탈때마다 늘 신기합니다.
다른 자동차들과 함께 도로를 다니면서 느긋하게 도시를 구경할 수 있는 것이 노면전차의 가장 큰 장점 아닐까요?
비가 와서 딱히 할게 없는데 굳이 빗길을 지나 도착한 곳은 도야마 유리 박물관.
건물은 도야마 다이이치 은행 건물이지만, 이곳 2층부터 6층까지는 도야마 공립 도서관과 유리박물관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건물 내부는 그야말로 신기하기 그지없습니다.
현대적이면서도 일본 특유의 목제 디자인을 살린 정말 신기한 내부 인테리어입니다.
2층부터 4층까지는 도야마 도서관이 있어서, 누구나 이곳에서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도시 중심지 한복판에 이렇게 공영 도서관이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유리박물관은 사실 미술관, 전시관에 더 가깝습니다.
도야마가 유리공예로 유명한지라 다양한 유리공예 전시품들이 있습니다.
비가 와서 도야마 중심지는 더더욱 한적합니다.
아케이드가 있어서 비가 와도 큰 불편함이 없지만, 사람이 없는 거리는 약간 쓸쓸하기까지 합니다.
이제 도야마역에서 도야마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탑니다.
도야마공항에서 뜨는 비행기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충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은 대부분 다 비슷한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고
제가 갔을 때는 당연히 대부분 한국으로 돌아가는 한국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도 공항에서만 벗어나면 정말 한국사람을 보기 힘들 정도로 아직은 한국에 그렇게 도야마가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테야마가 유명해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고야를 통해 올테니까요.
비행기를 기다리는 대합실에는 무려 '한국어 더빙'으로 다테야마 루트를 소개하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대합실에는 저 혼자였지만요.
뭔가 왔을 때랑 똑같은 것 같은 장면이네요.
그렇게 5박6일의 짧지만 알찬 일본 주부지방 여행이 끝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미 즐겁게 다녀온 다카야마와 나고야, 그리고 일본 최고의 산악 코스로 유명한 다테야마 알펜루트.
어쩌면 모험보다는 검증된 코스로 다녀온 여행이었습니다. 물론 그 속에서는 일정을 180도 바꿔야 하는 사고도 발생했지만
그런 사고가 발생한 경험까지 포함해서 지금까지 다녀온 일본 여행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여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은 도쿄, 오사카, 큐슈, 홋카이도, 오키나와에 비하면 국내에 주부지방은 덜 알려진 감이 있지만
혹시 저 다섯곳 말고 새로운 일본을 경험해보고 싶으시다면 주부지방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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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유 온천도 정말 좋았죠. 다카야마 처음 갔을 때에는 히라유 온천에서 숙박을 했는데 그곳에서 일하셨다니 대단하시네요!다카야마는 정말 생각해봐도 좋은 곳인 것 같아요 | 18.05.23 02: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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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알프스 트래킹이라니 정말 부럽네요! 알펜루트를 다니면서 이곳은 등산을 하는 것도 정말 좋아보였거든요. 도야마나 다카야마 마츠모토 모두 하루 일정으로 가볍게 다녀오기 좋은 곳입니다 | 18.05.23 13: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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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도야마보다는 나고야에서 출발하는게 더 좋은 여행 일정이긴 하죠 ㅎㅎ | 18.05.23 13: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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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죠부냥
감사합니다! 저도 그 쓸쓸하면서 애잔한 느낌에 빠져들어서 일본 여행을 그만 둘 수가 없네요 ㅜㅜ | 18.05.25 22: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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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이세, 다카야마+시라카와고 가시면 되겠네요!!! 이세도 정말 좋은 곳이죠!! 좋은 여행 되시면 좋겠어요!! | 18.05.27 12: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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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몇박며칠로 다녀오신 건가요?? | 18.05.27 12: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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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5박6일로 다녀왔습니다! 사실 중간에 숙소 문제때문에 나고야에 하루 붙잡힌게 아니었으면 나가노쪽을 좀 더 돌아다녔을 것 같네요. 이세는 나고야에서 하루면 다녀올 수 있는데 신궁 두개를 다 다니려면 계속 걸어야 해서 좀 피곤하긴 하죠 ㅜㅜ | 18.05.27 12: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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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박 6일인데 이 일정을 소화하다니 대단하시네요...... 이 글에서 나온 <고메다 커피>와 <히다규>는 꼭 먹어봐야 겠습니다 ^^ | 18.05.27 12: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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