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너 시리즈는 크게 삼파전의 양상을 띕니다. 인류를 침략한 미지의 적 페스툼과 그에 대항하는 국제적 조직 신국련, 그리고 세토내해 미르와 신국련의 작전에 의해 일본 본토가 소멸되어 세계에서 존재를 감춘 타츠미야 섬 이 세가지 세력으로 말이죠.
월터 바게스트라는 인물은 인류군 소속의 인물로서 극장판 당시 작품의 표면으로 나온 캐릭터는 아니지만, 2기에 새롭게 등장한 인류군측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타츠미야 섬과 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었던 캐릭터입니다. 파프너 자체가 등장인물간의 밀접한 관계들을 그려나가는 군상극이기 때문에 나중에 새롭게 설정이 붙어 전면으로 내세워진 인류군측 캐릭터인 셈이죠.
▲ 극장판 창궁의 파프너 HEAVEN AND EARTH 中
북극 결전으로부터 2년, 미르의 파편이 세계 각지로 흩어지고나서 인류군은 지구상의 잔존 페스툼 세력들을 없애기 위해 계속 핵으로 폭격해나갑니다. 그리고 타츠미야 섬에 영향을 받아 쿠루스의 미르가 다시 태어나기를 결정했을 때, D-아일랜드(타츠미야 섬)를 향해서도 핵은 발사됩니다.
그 당시에 섬을 향해 핵을 투하한 폭격기에 타고 있던 부조종사가 바로 이번에 리뷰할 월터 바게스트라는 인물입니다.
▲ 창궁의 파프너 EXODUS 1화 中
극장판으로부터 2년이란 시간이 흘러 2150년...인류군 하와이섬 폴리아프 수송기지에서 아자젤형의 침공을 받고 처절한 방위전을 펼치지만, 결국 신국련의 교전규정 알파가 발동하며 하와이 본토에 핵의 불꽃이 피어오르게 됩니다.
※ A파트의 방위전은 TV 방영판에는 편집되어 있기때문에 BD 완전장편판으로 봐야 알 수 있습니다.
모건 부대를 비롯하여 아직 탈출하지 못한 아군과 민간인들이 있었기에 월터 소령은 그런 그들과 함께 페스툼을 핵으로 지우려는 이 작전에 반대해 상관에게 총구를 들이밀며 저항합니다. 하지만 작전은 예정대로 수행되고...하와이 섬 수송기지는 괴멸됩니다...아자젤형은 핵에 내성을 지니고서 살아남게 되지만요.
이 시점에서 제4시리즈에서의 메인 키워드 중 하나인 교전규정 알파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교전규정 알파
인류 금기의 명령. 더이상 페스툼의 공격에 대응할 수 없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서 아군을 쏠 권리를 뜻하는 명령입니다. 적에게 동화 된 아군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도하며, 인류군 각 파프너 부대의 대장기에는 부하들의 기체가 동화되었을 시 강제로 펜릴을 발동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지역 단위로 피해가 확대되어 생존권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폭격기로 핵을 투하하여 페스툼을 아군째로 소멸시켜버리는 등의 행위까지도 용인되는 무시무시한 명령이죠.
그러나 세계관을 감안하면 이런 제정신이 아닌 명령도 용납될 수 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인류군에게도 이제서야 페스툼의 독심능력에 대응가능한 수단을 가지게 되었지만, 페스툼 또한 진화하여서 인류군의 파프너 자체를 파일럿과 함께 동화하여 공격해오기 때문에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 되버렸죠.
▲ 창궁의 파프너 EXODUS 6화 中
다시 돌아와 2기 6화 시점, 타츠미야 섬 파견부대와 나레인 장군의 수송기가 에이리어 슈리나가르에 도착하면서 월터가 재등장합니다. 페르세우스 중대 제4 수비대 대장이며, 소위로 강등되어서 말이죠. 이 시점에서는 1화의 하와이섬 기지 사건에서 꽤나 시간이 흐른 뒤 입니다. 신국련의 작전에 의구심을 품고서 미르와 에스페란토에게서 가능성을 찾으려고한 한 나레인 장군 휘하의 페르세우스 중대로 자진해서 들어가는 월터입니다.
▲ 창궁의 파프너 EXODUS 9화 中
9화에서의 슈리나가르 방위전, 월터는 디아블로형에 의해 동화된 아군기에 공격받지만, 교전규정 알파가 발령되면서 격추시킵니다. 그리고 영웅 2명에 의한 기적을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됩니다.
▲ 창궁의 파프너 EXODUS 14화 中
섬의 파견부대와 함께 긴 여정을 떠나게 된 페르세우스 부대, 그 속에서 월터는 미조구치와 어울리며 한 때를 보냅니다. 타츠미야 섬 출신의 사람들과 직접 닿으며, 인류군과는 또다른 생각들을 접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죠. 얼마없는 일상씬 속에서도 나름 의미가 있는 씬이라고 생각됩니다. 같이 먹고, 자며, 생활하면서 서로가 같은 동포임을 느끼게 되는건 타츠미야 섬의 사람이나 인류군의 군인들이나 마찬가지이겠죠.
▲ 창궁의 파프너 EXODUS 14화 中
유미코에게 동화현상의 길항제 주사받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는 월터. 자신이 그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 있음을 말이죠. 작중 2기 시점에선 이미 인류군의 파일럿들은 카즈키 인자를 주입받아 염색체 변화와 동화현상을 겪으며 노퉁 모델과 같이 발전 된 형태의 파프너에 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 20대 후반까지 살아남기는 어렵게 되지만 말입니다.
▲ 창궁의 파프너 EXODUS 19화 中
마크 퓸프가 적에 의해 노획대고, 친구인 히로토의 생사도 모른채 불안정한 정신상태의 아키라를 보며, 월터는 잠시 쉬라고 말합니다. 아키라가 인류군의 폭격기를 기다리며 자신이 쏘겠다고하자 월터는 아키라에게 폭격기의 부조종사였던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게 됩니다.
▲ 창궁의 파프너 EXODUS 19화 中
과거에 자신의 고향을 공격해온 월터에게 총구를 들이미는 아키라이지만, 그런 그에게 월터는 자신의 목숨을 다른곳에 쓰게 해달라며 용서를 구합니다.
▲ 창궁의 파프너 EXODUS 21화 中
아키라가 자신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걸 알면서도 다시 말을거는 월터. 그리고 그런 그와 대화하면서 아키라는 월터의 진심을 들으면서 월터에게 타츠미야 섬을 직접 봐달라고 말합니다.
이 장면은 타츠미야 섬의 어른들이나 쿠루스와 같은 캐릭터와는 다르게 인류군이라는 진영의 월터라는 조연을 통해서도 작품의 메인 테마인 상호이해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인류군에게 처음부터 안좋은 감정을 갖고 있었던 아키라에게 먼저 대화를 시도하는 월터의 모습이 비록 갈등 자체는 해결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한걸음 더 닿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말이죠.
▲ 창궁의 파프너 EXODUS 21화 中
타츠미야 섬과의 얼마남지 않은 거리, 양쪽의 교신성공으로 지정 좌표에 타츠미야 섬의 존재가 확인되고, 수많은 희생을 낳았던 긴 여정이 끝날려던찰나 아자젤형 페스툼 2기와 인류군 부대 양쪽에서 공격받아 마야의 마크 지벤은 붙잡히게 되고, 아키라 또한 동화현상에 위기에 처했을 때, 월터는 아르고스 소대의 파프너를 길동무로 삼아 자신의 의지로 펜릴을 사용합니다. 희생된 인물들도 그렇지만, 월터는 타츠미야 섬을 한 번도 두 눈으로 경험하지못한 인류군측의 인물인만큼 또다른 애절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 결말은 유독 교전규정 알파와 밀접한 위치에 있던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 장면에서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교전규정 알파를 통해 때에 따라서는 아군까지도 같이 섬멸했지만, 타츠미야 섬의 파일럿들을 지키기위해 스스로 결정권을 가지는 장면이 마치 1기에서 섬을 지키기 위해 희생되었던 파일럿들과 오버랩되면서 말이죠.
월터 바게스트란 인물은 하달받은 명령을 그대로 수행했었던 군인 캐릭터이지만, 계속되는 생존권의 고립과 상층부의 끝이 보이질 않는 소모전에 의구심을 품고서 가능성을 찾고자 했던 캐릭터입니다. 나레인 장군과 같이 비교적 높은 위치에 있는 캐릭터와는 다르면서 페르세우스 중대의 파일럿들과는 또다른 과거를 갖고 있던 차별화 된 인물 중 한 사람이죠.
아무래도 각본가는 2기에서 이런 인류군측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투입하면서 인류군 안에도 정말 다양한 생각과 신념을 가지고 있는 인간들이 있다라는것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극장판때까지는 오로지 섬의 시점에서 진행되어왔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인류군속의 이야기를 풀 여유가 없었지만, 마지막 시리즈에서는 필연적으로 페스툼과 이해하기에 앞서 같은 인간끼리도 이해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섬을 소멸시키려 한 폭격 작전에 투입됐었던 월터가 시간이 흘러 자신의 상관에게 저항하면서까지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며, 타츠미야 섬의 아이들과 만나서 영향을 받아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며 성장하게 되는건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단지 섬의 시점에서 바라본 세계가 전부가 아니며, 세계의 입장에서 바라본 섬과 그리고 그 세계는 어떠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죠.
타츠미야 섬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항상 갖고 있던 월터가 자신의 목숨을 받쳐 끝내는 섬의 아이들을 구하는 장면은 그런 점에서 더 애뜻하게 다가옵니다. 섬 외부의 사람이고, 타츠미야 섬의 존재만을 알고있을 뿐 실제로 섬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 섬이 아름답다는 말을 들으며 언젠가 가보고 싶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의 안에서도 큰 인식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말이죠.
인류군이 군인의 신분으로서 방아쇠를 당겨 없앨뻔했던 타츠미야 섬은 같은 동포인 인간이 살고 있는 또다른 삶의 터전이기도 하기때문에 그것을 빼앗는다는건 페스툼과 마찬가지로 인류의 생존권을 뺏는것과 다를바 없다라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월터가 희생된 21화에서 미조구치의 대사인 "너희가 페스툼과 다른건 뭐냐! 대답해봐라"가 이 점을 잘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지도 않고, 단지 눈 앞에 있는 아픔을 없애나가는 것 만으로는 진정한 평화에 도달할 수 없다라는 뜻임과 동시에 같은 인간이 인간을 공격하는 교전규정 알파라는 비인도적인 그리고 비이성적인 명령의 한계점, 즉 신국련의 방식을 지적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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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군 측에선 의외로 찾아보기 힘든 '자신의 자리'를 찾는 인물이었죠. 카즈키나 카논과는 또 다른 '목숨을 사용하는 법'을 마지막에 찾은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파견군이 인류군과 교류를 하면서도 -자연스럽다면 자연스럽지만-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과 대화가 많은 와중에 다른 파프너 파일럿들보다 딱봐도 나이가 좀 있는 월터가 불안정한 아키라를 케어해준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 전장을 거쳐오면서 아키라같이 동료의 죽음을 쉽게 못 받아들이는 어린 병사들도 많이 봤겠구나 하는 상상을 하게 하더라고요. 처음엔 유미코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을 꺼냈지만 '사람을 죽이는 인류군'에게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아키라에게 '내가 섬을 폭격한 사람중 하나다'라고 말한건 아키라의 갈곳이 마땅치 않은 분노를 자신에게 집중시켜서 풀어주려고 했던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던것과 동시에 월터 본인도 죄의식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방황하는 느낌이었거든요. 월터의 마지막이 남긴 전과는 아르고스 소대의 파프너 1기와 (아마도 본대일) 잠수정 3척이지만, 그의 인간관계적 의미로는 인간을 공격하려는 아키라를 대신해서 '인간을 공격하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것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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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관급에서 소위로 강등 됐으니 얼마나 떨어진 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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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씨는 살아서 섬을 봐주었으면 했는데... 역시나 이렇게 가시는군요.. ㅠㅠ (참 제작진 대단합니다... 여러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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