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레조넌스
용주기사(드래그너)들의 전주곡
제3화 불꽃의 요리인
등장인물
애그넘 : 지도를 그리면서 여행을 다니는 열혈 마도사. 친근하고 허물없는 성격.
레스티 : 엘프의 나라 웰란트의 기사단장이며, 키리카의 오빠. 언제나 냉정.
소니아 : 아스트리아 왕국의 공주. 지기 싫어하고 여장부 성격. 통칭 ‘번개왕녀’
키리카 : 엘프족의 노래 무녀. 사람과의 회화는 능숙하지 못하지만 심성은 상냥하다.
1
때는 저녁. 장소는 알프헤임섬의 푸르름이 넘치는 대지--.
신선한 녹색의 평원과 심록 빛 삼림의 딱 가운데 부근.
어둠속에 야영의 불꽃이 있었다.
주변의 돌로 쌓아올린 듯한 화로에서 성대한 불꽃이 피어올라, 검고 둥근 프라이팬에 가로막혀 왕관 같은 모습의 붉은 원으로 변했다.
손에 익은 프라이팬은 구체를 얇게 도려낸 듯한 형상이었으며, 그 안에 내던져 진 것은 잘 불린 육포, 여행 중에 채취한 백합의 뿌리, 버섯, 야생의 당근, 그리고 가지고 있던 감자.
연기가 피어오를 만큼 가열된 철판과 접촉하여, 그 재료들에 금방 향기로운 구운 자국이 새겨졌다.
화로 앞에 앉아 프라이팬의 자루를 쥐고 있던 남자는 머리카락이 붉었다. 식재가 눌어붙지 않도록 바쁘게 냄비를 흔들며, 가지고 있던 소금과 향신료를 집어넣었다. 일련의 움직임과 함께 붉은 머리칼이 불꽃처럼 휘날렸다.
버리지 않고 남겨 놓았던 육수를 붓자, 열로 금세 끓어올랐다.
조린 후에 한 번만 더 맛을 조절하고 감자를 물에 담가 얻은 전분으로 농후함을 더하면, 금세 동국풍의 볶음 요리가 완성--.
이 되는 바로 그 때,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지?”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둠에 섞여 홀연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 칠흑의 갑옷과 투구를 두른 한 무리, 대략 십수명. 어느 샌가 둥글게 남자를 둘러싸고 있었다.
“......”
야영 중이던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등 뒤에서 다시 목소리.
“네놈, 뭐하는 자냐. 이곳이 론발디아 제국군의 제압지라는 것을 알고는 있나?”
붉은 머리칼의 남자는 마치 불려진 것이 들리지 않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긴 자루의 스푼으로 요리를 맛보면서,
“음. 내가 만들었지만 기적적으로 맛있네.”
자화자찬을 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검은 무리 -- 론발디아군 초계 부대의 병사들에게 곤혹의 빛이 드리워졌다. 지금까지 아군을 제외하고 그들의 모습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 녀석 -- 귀가 안 들리는 건가?”
“시끄럽구만--, 들리고 있어. 나는 식사를 방해 받는 게 제일 싫다고”
“!?”
붉은 머리칼의 남자는 그제서야 어깨 너머로 상대를 -- 론발디아군의 소대장으로 추정되는 병사를 보았다.
“부른 적 없단 말이다. 됐으니까, 어디로든 가버려”
“네놈을 연행하겠다. 우리들의 동향을 탐색하러 온 아스트리아의 간첩일지도 모른다. 본대로 이송해서 조사를 받게 할 것이다”
“흥-.....”
남자는 비난어린 모습으로 코를 쳤다.
“이런 말을 알고 있나? ‘지도에 선을 그어도 되는 것은 어머니 자연의 손 뿐’이라고 하지. 인간이 멋대로 선을 긋고 ‘여기부터 앞은 이 몸의 진지’라니, 유치하다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뭐라고!”
“이건 내가 한 턱 내는 거다!”
남자는 갑자기 펄펄 끓는 요리를 눈앞의 병사에게 쏟아 버렸다! 안면 전체로 볶음 요리를 맛보게 된 불행한 병사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뛰어올랐다. 동요하여 접근하려한 다른 방향의 병사에게 프라이팬이 날아갔다. 그리하여 적의 기세가 꺾인 순간, 남자는 지면에 널브려 놓았던 주홍색 기타의 넥을 움켜쥐었다.
마치 언월도라도 다루듯이 그 기타를 휘둘렀다!
포물선을 그린, 그 궤도상에 화염이 발생하여 확산되었다. 마치 그곳의 대기가 한순간에 가연성이 된 것처럼 -- 혹은 용이 뿜어내는 화염이 지면을 훑은 것 같았다. 백색에 가까운 오렌지 빛의 불꽃이 적의 갑옷을 사탕처럼 녹였다. 곧이어 생고기가 타는 불쾌한 냄새. 불꽃에 제대로 둘러싸인 적의 무리는 고온과 질식으로 차례차례로 쓰러져갔다.
“자아, 터져버려!”
기타를 치켜들어 남은 적병 중의 한 명을 향해, 휘둘러 내렸다. 투구에 직격함과 동시에 타격점이 폭발!
한 번에 수명이 날아갔다.
“네 녀석이 마지막 -- 이걸로 끝이다!”
기세를 실어 휘둘러 대장 격으로 보이는 남자의 가슴 방어구를 횡 베기로 강타했다! 다시 폭발. 눈 깜짝할 사이에 론발디아의 검은 병사들은 한 명도 남김없이 쓰러져 나뒹굴게 되어버렸다.
그러나--.
“위험한데”
최후의 1인은 쓰러지기 직전에 긴급사태를 알리는 호각을 불었다. 그 날카로운 소리는 어둠을 가르며 울려 퍼져, 떨어진 장소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다른 부대에 도달했고, 그곳에서 재차 호각이 울렸다. -- 호각의 연계가 저 멀리서 계속되었다.
“본대인지 뭔지 하는 녀석들이 달려오겠는걸. 아마도 상당한 대군이겠지.....”
남자는 애용 프라이팬을 줍고, 허공에 몇 번이고 휘둘러 식힌 다음에 어깨에 메었다.
“식사도 없어져 버렸으니. --- 그 녀석들을 전부 정리해서 보상이라도 받아야 겠네”
2
“전면에 포진한 적군 본진에 혼란 발생!”
“......?”
엘프 청년 기사 레스티 세라 아르마는 미심쩍다는 듯이 가는 턱에 손을 얹었다.
“아스트리아군이 움직일 거라는 정보는..... 없었을 텐데”
“야습을 당했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게....적은 매우 혼란한 상태입니다.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느낌으로”
당황한 얼굴의 엘프 정찰기사가 불명료한 보고를 했다.
여기는 크라발 평원. 진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엘프의 나라 웰란트의 왕국기사단이다.
웰란트와 론발디아는 오랜 세월 동안 영토를 둘러싸고 적대해온 사이다. 우호국 아스트리아로부터 원군을 요청받았을 때, 웰란트는 전력을 두 부대로 나누어 파병하기로 했다.
하나는 용주기사 키리카와 그 수행원. 이들은 수도 마르가에 파견하여 아스트리아군의 내부에 섞여 조력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 용주기사 레스티가 이끄는 웰란트 기사단이다. 이쪽은 전장에 직접 돌입하여 적을 유인하고, 아스트리아군을 측면에서 원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엘프족은 문화적인 특색으로써 도시생활을 선호하지 않고 야영을 괴롭게 생각하지 않는다. 보급만 이루어진다면, 여독(旅毒)으로 지치는 일이 전혀 없는 그들은, 그것만으로도 강병(強兵)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
이러한 지칠 줄 모르는 웰란트 기사단에 비해, 론발디아 제국군은 기본적으로 인간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치를 지속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피폐해져가고,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마르가의 아스트리아군과의 협격을 당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수비를 굳게 하여 물량이 구비되는 것을 기다린다’는 것이 적이 선택한 지침이었을 터....
“수상하군. 본국에 이변이라도 있었나....”
혹은 유도하고 있다. 즉, 함정인가.
잠시 생각하고 있었으나, 레스티는 문득 고개를 들고,
“...........설마라고는 생각하나......”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는 결단을 내렸다.
“좋아. 잠입해서 동태를 살펴보자. 야습을 걸겠다. 전군 깨워라.”
3
웰란트 기사단은 짙은 청색으로 물들인 군의다. 이 색은 흑색보다도 잘 어둠에 섞여든다. 게다가 그들은 화톳불이나 횃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밤눈이 밝고 귀도 예민하다. 엘프의 달인은 '눈을 감아도 화살을 맞춘다'고 하는데, 그것은 과장이 아니다.
“전령을 은밀히 해라. 퇴각 신호를 놓치지 마라. -- 전군, 전진”
레스티의 명령은 조용히 실행으로 이행되었다. 울리는 것은 군마의 발소리밖에 없었다.
접근해갈수록 적진에 불길이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레스티가 손을 들고, 휘둘러 내렸다.
엘프 기사단이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웰란트 기사단이 일제히 돌격했다.
진지의 울타리를 차 넘어뜨리고, 진입했다.
“우와아아----아!”
“적이다! 적습이다!”
그러나, 적으로부터 들리는 비명과 성난 고함은 웰란트군의 습격 전부터 이미 메아리 치고 있었다.
“상관할 것 없다! 혼란을 틈타 적을 궤멸시켜라!”
적진 안쪽의 천막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동요하여 진지 내부를 갈팡질팡하고 있는 적병들을 무언의 요정 기사의 날이 습격했다.
적병의 텐트를 무너뜨렸다.
매여 있던 말들을 풀고, 엉덩이를 쳐 폭주시켰다.
군량에 불을 붙였다.
“순조롭다. 이대로 곧장 전진한다!”
선두에 서서 달리는 레스티가 애용하는 모창을 치켜들고 허공을 베며 휘둘러 내렸다.
용의 이빨로부터 탄생한 모창 용인기 펜글루트가 백색 휘광을 발했다.
얼음 날 섞인 돌풍이 진로를 날려버려, 적의 진지를 반으로 갈라버렸다.
그 틈새로 푸른 기사단의 대군이 범람하는 하천처럼 쇄도해갔다.
“적의 혼란의 중심부까지 진격한다! 따르라-앗!”
송곳과도 같은 삼각형의 포진으로 웰란트군이 진격했다.
불길이 솟아올라 흑연이 자욱한 적진 중추부에 푸른 기사단이 돌입했다.
거기서 레스티가 본 것은--.
“살았어, 레스티!”
붉은 기타의 남자가 용의 혀와 같은 화염을 내뿜고, 충격파를 쏘며 --- 애용 기타를 휘둘러 혼자서 대군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그 모습이었다.
“너 일거라는 생각은 했다. 애그넘, 정말이지.....”
“공격한건 좋은데, 탈출 방법을 모르겠더라고!”
“엘프의 격언 중에 이런 게 있다. ‘바보는 죽어도 안 고쳐져!’”
“공교롭게도 여기서는 안 죽겠는데!”
“바보를 구출! 그대로 뒤쪽으로 빠져나간다!”
기타의 남자 애그넘을 둘러싸고 있던 적병들에게 웰란트의 기사들이 쇄도했다.
돌격의 기세를 늦추지 않고 적진을 베어 가르며 전진했다.
언제부턴가 레스티와 애그넘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선두에서 적과 날을 맞부딪치고 있었다.
레스티의 애창 펜글루트가 돌풍을 일으켜, 적병들을 하늘 높이 감아올렸다.
애그넘의 기타는 용의 화염으로부터 태어났다고 전해지는 용인기, 용염장 이그류트다.
기타 소리가 비틀리며, 울려 펴졌다.
소리와 동시에 발생한 화염이 돌풍에 섞여 불기둥으로 변했다.
이날 밤의 전투에서 론발디아 제국군은 크라발 평원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게 되어, 전선은 크게 후퇴하게 되었다.
웰란트 왕국군은 피해는 중경상자가 약간. 사망자는 0명.
4
“그러니까-, 내덕에 야습이 성공한 거잖아. 3일 밤낮으로 술 쏴! 이건 양보 못한다고”
“부탁한 적도 없는 일에 보수를 지불할 수는 없다”
“너 돈 있잖아, 무임승차는 안 되지”
“그렇다 해도, 고립된 널 구출해 준 수고비로 플러스마이너스 제로다. 아닌가?”
“으....”
애그넘이 신음하며, 침묵했다.
다음날, 웰란트 기사단의 천막. 접이형 의자에 레스티가 앉아, 책상 위의 지도를 보고 있다.
애그넘은 그 반대편에 서서, 책상을 탕탕 두드리며 보수를 요구했으나, 냉정하게 묵살 -- 당한 참이다.
붉은 머리칼의 남자는 목소리는 내지 않고 입의 모양만으로 ‘이 자식. 맘에 안 들어’라고 말했다. 레스티는 그걸 보았으나, 쿨하게 무시했다.
“젠장 알았어. 그럼, 마르가에 있는 정식집에서 밥 세 번 쏘는 걸로 하자. 그 조건으로 이걸 사라고”
“.....음?”
애그넘은 코트의 주머니에서 둥글게 만 몇 장의 양피지를 꺼내 책상에 던졌다. 레스티가 손에 들고 펴보자, 그것은 손으로 그린 지도였다.
이곳 크라발을 중심으로 한 주변지대의 지형이 상세히 그려져 있었다. 웰란트 기사단이 가지고 있는 오래된 지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었다.
야전시에 포진해야할 장소, 매복에 유리한 지형.....등등, 주석까지 덧붙여져 있었다. 펜 터치나 필적으로 보아 애그넘 본인이 그 장소에 가서 그려낸 지도임에 틀림없었다.
레스티는 곧바로 대답했다.
“......샀다”
“좋아, 남자의 약속인거다”
애그넘은 해냈다. 라는 듯이 씨익하고 웃었다.
“애그넘, 식사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면 한 동안 우리와 행동을 같이하는 것은 어떤가. 1일 2식으로 경식이 2번 나온다. 우리들도 전력은 필요하고”
“아-, 가만히 있어도 밥이 나오는 건 고맙지만.......”
붉은 머리칼의 남자는 기타의 앞부분으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신화시대의 용의 지보(至宝), 용인기를 그러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이 남자 정도일 것이다.
“너희 쪽의 식사는 뭐랄까... 기름이 부족하달까, 힘이 안 난단 말이지.......”
“그런가. 뭐 무리하게 부탁하지는 않겠다”
“그런거지. 그럼 잘 있으라고”
“기다려. .....한 가지 더 제안이 있다”
“뭔데”
“동쪽 설산지대의 지도를 원한다. 오래 숙성된 벌꿀주를 두 병 가지고 왔다”
“좋아, 그건 내거야. 잘 보관하고 있으라고”
기타 형상의 무기를 둘러메고 애그넘이 떠난 후, 부관이 감회 깊은 듯이 말한 것은,
“아깝군요. 동행해준다면, 이만큼 든든한 아군도 없을 텐데요”
“저자는 각국이 궁정 마술사로써 들이고 싶어 하는 남자다. 그리 간단히 고용할 수는 없겠지”
“.....그런것 치고는, 상당히 싼 값에 일해 주시는 군요”
“바보 같은 소리 하지마라”
레스티는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녀석의 술주정에 어울리는 몸이 되어 봐라. ......수지타산이 안 맞아”
5
“우와-! 잠깐, 기다려! 말로하자고! 말로-!”
애그넘이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도망치고 있는 장소는 윈디아 대초원의 화창한 들판이다.
경치는 온화했지만 상황은 평온하지 않았다. 론발디아군의 정예 부대에게 쫓기고 있었다.
단순한 잡병이라면, 상대가 몇 명이라 해도 겁먹을 애그넘이 아니다. 실제로 그런 경위에서 '좀 놀아주지'라는 기분으로 건드렸으나......
“젠장, 상대를 잘못 봤어”
애그넘이 조우한 것은 론발디아 제국의 국교, 각인교회의 팔라딘 부대였다. 교회특무기사단 베이오울프로 이름 높은 그들은 알프헤임 침공군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 베이오울프의 팔라딘은 일설에 따르면, 인체개조로 인해 초인적인 전투력을 획득했다고 한다......
애그넘은 “말로 하자”와 “잠깐, 기다려”를 반복하고 있으나, 기다려줄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감정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가면 형상의 투구에 가려져, 표정을 일절 읽을 수 없는 것이 기분 나쁘고 공포스러웠다.
“에에이!”
애그넘은 달리는 도중 뒤돌아보면서 '폭염'의 주문을 적의 코앞에 폭발시켜, 적을 주춤하게 했다. 그러나, 그것도 한 순간 적의 기세를 꺾는 것 밖에 되지 않았다. 상대는 부상 입은 자를 부대 후방으로 보내고, 강건한 자를 선두로 교체하여 다시 추적해왔다.
“이래서야..... 붙잡히는 것도 시간문제......오?”
전방에 무언가가 보였다. 그것은 태양광을 받아 은으로 빛나는 무리였다.
“곧장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손등으로 눈에 양산을 하며, 키리카가 먼 곳을 보면서 말했다. 그녀는 일반인해 비해 3배 정도의 시력을 보유하고 있다.
가끔 폭염과 흑연을 발생시키며, 구불구불한 뱀의 형상으로 다가오는 수수께끼의 군세.
“아군.......은 아닌 것 같네”
소니아에겐 아직, 가끔 파열음과 함께 피어오르는 봉화 같은 연기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군요. 선두에 붉고 요란한 차림의 인물이 보입니다. 뒤따르는 군세가 그자를 추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붉은......?”
소니아는 고개를 기울이며, 팔짱을 끼고 있던 한 손을 볼에 갖다 댔다.
“나, 이런 등장 방식을 할 것 같은 그런 인물에 한 명 짐작이 가는데”
“우연이네요. 저도 오빠의 친구 중에 그러한 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대체로 보면, 귀찮은 일을 이끌고 나타난단 말이지”
“하지만, 빚을 만들어 두면, 나중에 뭐라도 편리하게 움직여 줄지도”
“그것도 그렇네. -- 전원, 쐐기형 진형으로 대기”
소니아의 배후에 대기하고 있던 아스트리아 근위기사단이 금세 진형을 변형했다.
적의 속도는 빨랐다.
잠시 후, 소니아에게도 상황이 보일 정도로 접근해왔다.
“-- 교회기사단이야. 강적이네”
“경고를 쏘아 보내도록 하지요”
“응, 부탁해”
키리카는 용익궁 코토노카구라의 그립을 확인하고, 신중하게 활을 감싸 쥐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보이지 않는 화살을 메기고, 활을 높이 치켜들어 -- 당겼다.
그리고 쏘았다.
빛의 탄환이 하나, 대지를 할퀴며 달렸다. 땅으로 뻗어가는 유성과도 같은 그것은 붉은 남자의 바로 옆을 스치고 검은 군세를 관통했다. 충격파는 탄환이 지나간 후에 찾아 왔다. 적군은 좌우 두개로 갈라져서 보조를 흩트렸고, 결국 발을 멈췄다.
이게 웬 떡이냐며, 발을 멈추지 않고 그저 달리는 것은 붉게 물든 남자 -- 애그넘이다. 기타를 들쳐 메고 초원을 달려, 소니아가 있는 곳까지 도착하나 했더니 지면에 쿵하고 대자로 쓰러졌다.
“오오, 황공하고 송구스럽게도 공주님과 가희가 이 두 명이어서 --- 살았어”
숨을 헐떡이면서도, 능청스러운 말은 잊지 않는다.
“우리들은 오늘부터 당신의 생명의 은인이네”
“말해두지만 난 무일푼이라고”
“몸으로 갚아야 될 거야”
“우와 무서워”
“소니아, 그 이야기는 접어두고, 적이 진형을 복구하고 있습니다”
바라보자, 검은 갑옷의 적은 흐트러진 보조를 정비하고, 밀집하고 있었다. 돌입할 태세다.
소니아는 애검의 자루를 쥐고, 아군에 호령을 내렸다.
“--발도!”
검을 뽑는 소리가 울리고, 번쩍하고 빛나는 백은색의 날이 일제히 하늘을 향했다.
아스트리아의군 전통의 일제 발도는 아군의 연대감을 강화하고, 용기를 고무하며, 정신을 고양시킨다.
그리고 적에게는 강한 위협의 효과가 있다.
호령하에 한사람도 빠짐없이 일제히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숙련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적의 군세 -- 흑의의 팔라딘들은 가만히 멈춰 서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한 동안, 눈싸움이 계속되었다.
이윽고 적의 기사단은 슬며시 후퇴를 개시했다. 전위의 기사들이 방패를 늘어세워 벽을 만들고, 후방의 기사부터 순서대로 아스트리아군을 노려보며 거리를 벌려 나갔다.
아마도, 장시간의 추격으로 피폐한 상황에서 아스트리아 정예와 격돌하는 것은 좋은 방책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소니아도 우발적인 조우전으로 전력을 소모하고 싶지 않다. 굳이 적의 배후를 습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스트리아군이 들어 올린 은의 검은 적이 완전히 멀어질 때까지 하늘을 향해 내걸려 있었다.
6
“알겠어 알겠다고. 그럼, 생명의 대가로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줄테니까”
괭이갈매기 정에 도착하고 곧장 애그넘은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살롱의 소파에 몸을 묻자, 소파의 앉는 부분에 엉덩이를 질질 미끄러트리면서 나태한 휴식 자세를 취했다.
인간 공주와 엘프 영애는 동시에 그의 격식 없는 행동에 질려버렸다.
“론발디아 녀석들, 게일릿츠감옥에서 인체실험을 하고 있어”
“알고 있어, 그런 것쯤은”
“.......저기, 어쩌구 감옥이라는 것은 뭐죠?”
키리카의 질문에 소니아가 대답했다.
“백년 정도 전에 아스트리아에서 사용하던 귀양지야. 멀기도 하고, 유지가 힘드니까 폐기되었어. 지금은 론발디아의 제압지에 있어. ......하지만, 거기서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어”
“재미있는 건 여기서 부터다. 그 감옥에 민간인 소년이 한 명, 수감되어 있다는 모양인데, 이게 말이지......”
“뜸 들이지마”
“신화의 대전에서 봉인되었다고 전해지는 용의 수장 -- 황룡의 힘을 그 몸에 지니고 있다더군”
“황룡님!?”
거기서 덤벼들 듯한 기세로 애그넘에게 접근한 것은 키리카였다.
“황룡님이 이 세상에 부활하신건가요!?”
“아니, 몰라 모른다고. 그 소년이 황룡 본체인지, 황룡의 힘을 갖춘 보물인지 뭔지를 삼키기라도 했는지, 그건 몰라. 그러나, 각인교회 녀석들은 그녀석이 황룡이라고 믿고 있어”
“구출하러 가요!”
키리카는 긴 소매를 붕붕 흔들며, 흥분한 듯이 말했다. 당장 지금이라도 튀어나갈 듯한 기세였다.
“황룡님이 아군이 되어 주시면, 이 전쟁도 승기가 보이게 될 겁니다!”
“어때, 재미있는 이야기지. ......아-, 그건 그렇고 이 몸, 계속 달렸더니 지쳐버렸네~. 술이 마시고 싶구나~. 아-아! 미인 둘이서 따라주거나 해주지 않을까-나-!”
소니아와 키리카를 번갈아 보면서, 일부러 혼잣말을 하는 애그넘이었다. 소니아는 기가 막혀서 “저기, 당신말야........”라고 쓴말을 해주려다가,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얼굴을 했다.
“그러네. 게일릿츠감옥을 우리들이 습격할 때, 적의 수비대를 혼자서 유인해준다면 고려해볼게”
“우와, 그 술 비싼데.......”
“어머, 우리들을 그렇게 싼 값에 부를 작정이었어?”
7
그리고, 며칠이 지난 밤.
깎은 듯이 솟은 절벽의 가장자리에 선 석조탑 -- 게일릿츠감옥.
그 높은 돌담에 질척하고 거대한 마그마의 탄환이 날아와 폭발했다. 이윽고 울려퍼지는 경적. 모여드는 무장병들.
그러나, 론발디아의 병사는 당황했다.
단 한명.
붉은 머리칼의 남자가 붉은 기타를 안고서 단 한명. 전혀 겁먹은 기색도 없이 다수의 수비병을 앞에 두고 서성이고 있었다---.
“자아, 쓰러질 때까지 춤춰주마”
애그넘은 기타의 현을 튕겼다. 비틀린 음이 밤의 깊은 어둠을 일그러뜨리듯이 울려 퍼졌다.
“아가씨들, 잘 하라구”
(끝)
ps.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3화를 번역해서 올립니다.
테오제(....)도 발매되고 정발되고 많은 시간이 지났네요. 개인적으로 이것저것 바빠서 번역이 엄청나게 늦어 졌습니다;; ^^;;
의외로 레조넌스가 흥하지 못해서 개인적으로는 매우 아쉽습니다. 테오제에 물리신분들 해보세요~
약속대로 4화까지 번역해서 올리겠습니다만, 이제 올려도 읽는 사람도 없을 것 같아서 슬프네요. ^^;;
읽는 사람이 있는 것 같으면 4화도 빨리 올릴지도 모릅니다. 그럼 마지막 4화 용 사역의 황녀편에서 뵙겠습니다~
오, 탈자 지적 및 번역 제안 환영입니다.
이 소설은 http://www.famitsu.com/sp/resonance_novel/에서 연재된 공식 프리퀄 소설입니다.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